인생은 아름다워(499) - 유럽통신(6)
~ 유로 축구의 열기 넘치고 일상은 평화롭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월에 접어들었는데도 벨기에는 비가 자주 오는 가운데 20도를 밑도는 서늘한 날씨다. 지인이 보낸 카톡, ‘어느새 싱그러운 초록의 7월입니다. 꽃처럼~ 바람처럼~ 7월 내내 향기가 가득한 나날이 되시기를 비랍니다.’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 모두 건강하고 평안하시라.
산책길에 마주친 꽃이 화사하고 초목이 싱그럽다
이곳은 지금 프랑스에서 열리고 있는 유로 2016 축구열기가 한창이다. 24개 축구강국이 출전한 유로 2016은 예선과 16강전을 거쳐 이틀 전부터 8강전이 시작되었다. 경기는 저녁 9시(현지시각)부터. 첫날(6월 30일, 한국시간 7월 1일 새벽)은 포르투칼 - 폴란드전, 연장전까지 치르며 1 대 1 무승부 끝에 승부차기로 포르투갈이 4강에 올랐다.
둘째 날(7월 1일)은 벨기에 - 웨일스전, 아침부터 축제분위기로 곳곳에 벨기에 국기가 펄럭이고 백미러와 창에 삼색기를 부착한 자동차들이 자주 눈에 띤다. 이날 경기는 벨기에 국경에서 가까운 프랑스의 릴에서 열렸다. 10만여 명의 벨기에 펜(붉은 악마)이 몰려들어 일방적인 응원을 펼친 가운데 웨일스가 3 대 1로 역전승을 거두었다. 강력한 우승 후보 벨기에를 물리친 웨일스는 2002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른 대한민국보다 더한 축제 분위기란다.
유로 2016 벨기에와 웨일스전, 웨일스가 3대1로 이겨 4강에 올랐다
오늘(7월 2일) 저녁에는 우열을 점치기 힘든 독일과 이탈리아가 맞붙고 내일은 프랑스와 아이슬란드가 자웅을 겨룬다. 전통의 명문 잉글랜드와 스페인이 16강 탈락의 쓴 잔을 마신 것도 이변, 축구의 본고장에서 감상하는 유로 2016이 흥미롭다. 아들은 벨기에 국왕이 벨기에 전이 열리는 매 경기를 참관하였다고 말한다. 월드컵 때 독일경기를 자주 참관한 메르켈 총리도 오늘 저녁에 함께 할는지, 축구는 매우 중요한 국민통합의 스포츠다.
토요일(7월 2일), 아들의 안내로 워털루에서 동남쪽으로 90여 km 떨어진 디낭(Dinant)을 다녀왔다. 도심을 가로 지르는 강변을 낀 자그마한 시골도시, 동화처럼 아름다운 풍광이 멀리서 찾은 나그네를 포근하게 맞아준다. 성당 옆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모노레일을 이용하여 높은 성벽에 오르니 오밀조밀한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아름다운 경관보다 중요한 것은 1차 세계대전의 치열한 전장이었던 성채에 당시의 정황을 생생하게 살필 수 있는 자료들과 전시물, 예기치 않은 곳에서 유럽을 휩쓴 세계대전의 상흔을 고스란히 체험한다. 손자가 묻는다. 2차 세계대전 때는 어디에서 싸웠나요? 독일의 침공에 벨기에가 곧바로 항복하였다니 ‘오히려 잘 됐네요. 싸웠으면 더 많은 사람이 죽었을 텐 데.’ 어른이 새겨야 할 지혜가 아닐는지.
디낭 성채에 올라 바라본 시가지, 고풍스런 경관이 아름답다
밝은 표정의 어린이들이 뛰노는 성채 옆의 놀이터를 거닐다가 준비해간 도시락으로 점심을 들고 강변으로 내려와 짙은 회색의 성당으로 들어갔다. 12세기에 지었다는 성당은 차분하고 경건한 분위기, 현란한 스테인드 그라스가 고아한 품격을 풍긴다. 성당을 나와 고풍스런 시가지를 따라 걸으니 아들이 색소폰거리라고 말한다. 길가에 있는 색소폰의 거장 아돌프 삭스의 본가에 들어가니 여러 가지 색소폰이 벽에 진열되어 있고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음률이 먼길 찾은 길손의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디낭 오가는 길, 하늘은 푸르고 들판은 황금물결이다. 온 가족이 한 자리에 앉은 저녁식탁이 화목하고 단란하다. 테러와 전쟁, 질병과 재난이 끊이지 않는 지구촌에 평화와 번영이 깃들기를!
첫댓글 오랜만에 가족모임이신데 가족사진 한번 올려주세요.
^^사랑스런 아들,손자,며느리까지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