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황인찬
원문고개 지나면
거기부터 통영이에요
외지 사람들은
원문고개 지나면 보이는 좁은 만이
하천처럼 보이나봐요
다들 그걸 두고
강이야 바다야 이야길 해요
외지 사람도 통영 사람도
버스가 그곳을 지날 때는
모두 오른쪽에 펼쳐진 바다를 봐요
거기부터 통영이에요
그것은 너무 고단해
오는 내내 잠들어 있던 내게는 처음 듣는 이야기
그렇다면 나는 아직 통영에 온 것이 아닌데
나쁜 일은 아니었다
나 자신의 죽음을 구경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통영 사람들과 밤 부둣가를 걸었을 때
바닷바람이 불어와 그것이 너무 포근하다고 느꼈을 때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일어난 것은 무엇입니까
대답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통영의 모든 것이 아름답군요!
나는 말했고
돌아가는 버스에서는
왼쪽으로 펼쳐진 바다를 보았다
구곡
나는 꿈속에서 부자가 되었다
높은 집에서 창 아래를 내려다본다
친구가 아래를 지나가며 내게 묻는다
"이거 너희 집이야?"
나는 대답한다
"응, 근데 꿈일 수도 있어"
친구는 말한다
"그럼 일단 깨지 말고 있어봐"
그후로 너무 긴 시간이 지났다 아마 꿈이 아니었던 모양이지만 그렇다면 도무지 깰 방법이 없다
― 황인찬 시집, 『사랑을 위한 되풀이』 (창비/2019)
황인찬
2010년 『현대문학』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구관조 씻기기』 『희지의 세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