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헌·이형숙씨 부부의 '제2막 인생'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이들은 지난 8월 중순 강원도 홍천에 편안하게 책을 보고,
빵도 먹을 수 있는 북(Book)·베이커리(Bakery) 카페
피스 오브 마인드(마음의 평화)'를 열었다.
金씨는 카페의 명의를 부인 이름으로 했다.
"제과·제빵 기술을 가진 아내가 '깽판치면' 안 되기 때문이죠. 하하."
억대 연봉을 마다하고 심심산골에서 전원생활을 시작한 지 4개월.
金씨는 가게 청소·차 서빙뿐만 아니라 직접 나무를 구해
장작 패는 일에 익숙해졌다.
손님들을 인근 공작산으로 안내하는 것도 중요한 일과다.
궂은 일을 직접 하다 보니 볼록했던 배가 홀쭉해졌다.
부인 李씨도 북카페의 주방에서 하얀 조리복을 입고 빵을 굽는 게 너무 행복하단다.
그는 매주 월요일 카페에서 요리 강좌를 열어 자신의 비법을 전수하고 있다.
"살아 보니까 대만족입니다. 산골에 들어앉으니 폼 잡을 일 없어 좋네요.
요즘 마을 사람들이 나한테 이장 하라고 해요.
(착용한 털신을 보여주며)내가 벌써 홍천 촌놈 다 됐죠?
도시적 삶에 지친 사람들이 찾아와 정신의 양식인 책을 보고,
육체의 양식인 빵과 허브차를 즐겨 마음의 평화를 얻었으면 하는
소박한 마음입니다."(金씨)
金씨가 북카페를 열겠다고 생각한 것은 남영 L&F의 전신인
남영산업의 독일 뒤셀도르프 지사장으로 근무했던 1980년대 초반.
"중세 시대 성(城)을 개조해 만든 호텔의 서재에 마련된 카페가
너무 멋지더라구요
2000년 9월 회사를 떠날 때 사직서에 '북카페를 하기 위해 사직합니다'라고 적었어요."
시골에서 직접 카페 홈페이지를 운영하기 위해 지난해
전산학원에서 홈페이지 제작·관리법 등을 익혔어요."
부인 李씨는 남편이 전원생활을 결심했을 때
"그만큼 일했으면 쉬어도 돼요. 이제 제가 먹여 살릴게요.
제가 기술이 있는 데 뭐가 두려워요"라며 남편의 등을 떠밀었다고 한다.
李씨는 80년대에 독일의 유명 빵집에서 도제식으로 3년간 기술을 익혔고,
미국에서 제빵전문학교도 졸업했다.
90년대 후반 배화여대·서울산업대 등에서 전통조리·식품공학을 공부했다.
2001년 11월 세계 빵·과자전시회에서 장려상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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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의 양식인 책과 일용의 양식인 빵이 있는 곳 | ▶ 책의 향기(書卷香)와 차의 향(茶香)을 함께 |
▶ 허브차 및 케익류 |
그는 남편의 장점으로 '공(公)'과 '사(私)'가 분명한 점을 들었다
"독일에서 근무할 때였죠. 저는 한푼도 받지 않고 남편 회사의 일을 도왔어요.
그런데 어느 날 제가 사무실에 있는 종이로 개인 편지를 쓴 적이 있어요.
남편이 '왜 회사 물건을 개인 용도로 쓰느냐'며 무척 화를 냈어요.
어찌나 속상했던지 그 편지를 부치지 못했어요."
이들은 내년 8월 결혼 30주년에 맞춰 두가지를 준비 중이다.
첫째는 북카페 인근에 서예기념관을 짓는 것.
金씨는 현재 『삼강행실도』『부모은중경』 등 1천권의 고서와
서예집·화집 1천권을 갖고 있다.
그는 한국고서연구회 총무이사 및 부회장을 지냈다.
둘째는 부부가 알콩달콩 살아 온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는 것이다.
책의 제목은 일단
'결혼했다 방심말고 오는 연적(戀敵) 막아내자'
로 정해 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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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에서 본 공작산 | ▶ 공작산 풍경 | > ▶ 겨울 공작산 풍경 |
하재식 기자
첫댓글 구정 지나고 다음번<번개모임>때는 강원도 홍천에 있는 'BOOK BAKERY'에 한번 가보는것이? 희망자는 손들어 봐 ! 3명 이상되면 강행할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