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기원 /최분임 나사*가 달이 양수처럼 품은 물을 발견했다는 뉴스를 듣는 저녁 툭, 바닥으로 떨어진 서랍 손잡이 애벌레 같은 나사를 조이다 보면 우화羽化를 꿈꾸는 내 겨드랑이에도 문득 날개 한 쌍 돋아날 것 같은데 둥실, 떠오른 역마살이 무중력 오랜 잠의 가장자리에 발끝을 내려놓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거기 달의 치마폭 적막만이 어슬렁거리는 밤 쉬이 잠들지 못한 물방울 하나가 떠돌이 물방울 하나를 끌어들여 꿀벌처럼 뜨겁게 잉잉대다가 툭, 뱉어낸 꽃 한 송이 어머니의 어머니를 만날 것도 같은데 전생이 끊고 나온 탯줄 끝 벌 한 마리 날아들지 않아 얼어붙은 씨방 속 그리움의 더듬이 금 가는 소리 들리는데 미처 사타구니를 빠져나오지 못해 발원의 골짜기를 거스른 눈물이 결빙에서 풀려나 별로 깜빡이는데 조여지지 않는 서랍의 나사처럼 생각이 헛도는 밤 양수 검사하듯 찔러 넣은 로켓에 텅 비어버린 자궁 하나 둥실 떠오르는데 우화가 끝나지 않은 행성 돌아갈 내 방이 아직 둥글고 따뜻한데 *나사 (NASA) : 1958년에 미국의 우주 개발 계획을 추진하기 위하여 설립된 정부 기관
월간 『월간문학』 2022년 4월호 발표
[출처] 올해의 좋은 시 100選
2023' 웹진 시인광장 올해의 좋은 시100선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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