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L 경기장서 미국 국가 연주에 관중 등돌려
무역분쟁 여파로 캐나다 전역 반미 정서 확산
캐나다 국가 연주엔 전원 기립해 합창
밴쿠버 캐넉스의 홈구장 로저스아레나에서 4일 열린 디트로이트 레드윙스와의 경기에서 미국 국가 연주 중 전례 없는 관중들의 집단 야유가 발생했다.
가수 아가샤 무테사시라가 부른 미국 국가 '성조기여 영원하라' 첫 소절부터 관중석에서 큰 야유가 터져나왔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캐나다 전역의 경기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반미 정서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기록됐다.
반면 캐나다 국가 '오 캐나다' 연주 때는 관중들이 일제히 기립해 평소보다 더 큰 목소리로 따라 부르며 애국심을 표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 정책으로 인한 갈등이 스포츠 현장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캐넉스 블로거이자 팟캐스트 진행자인 라흘란 어바인 씨는 "미국 국가는 반주만 틀고 관중들의 반응에 맡기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스포츠넷650 방송의 '캐넉스 센트럴' 진행자 댄 리치오 씨는 더 나아가 국가 대항전이 아닌 일반 경기에서는 국가 제창을 완전히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럽 챔피언스리그나 프리미어리그처럼 리그 고유의 앤섬만 연주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리치오 씨는 20년 전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카를로스 델가도 선수가 미국 경기장에서 '신의 가호를 미국에' 연주 중 더그아웃에 머물렀던 사례를 언급하며, 국가 제창이 지닌 정치적 의미를 재고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밴쿠버 캐넉스 구단의 크레이그 맥키완 홍보 책임자는 "국가 제창 전통과 관련해 내부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만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