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섬 여행이야말로 주말을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옹진군은 약 100여 개의 섬으로 이뤄져 두세 곳을 연계해 서울근교 당일여행이나 1박 2일 주말여행을 떠나기에 맞춤하다. 그중에서도 신도, 시도, 모도 세 섬은 사람들에게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 친구처럼 어깨동무한 그 이어짐이 즐겁다. 신도는 주민들의 인심이 후하고 정직해 서로 믿고 살아간다는 뜻에서 지어졌고, 시도는 강화도 마니산의 궁도 연습장에서 지금의 시도를 과녁 삼아 활 연습을 했다고 해서 살섬으로 불리다가 활 ‘시’자를 붙여 시도가 됐다.
‘숲을 사랑한 바다’, ‘아주 그냥 죽여줘요’, ‘바람이 머문다 카페’ 등 이곳에서는 동네 슈퍼 이름마저 낭만에 젖어 있고, 바닷물이 밀려난 자리에는 갯벌이 드넓다. 거기에 신도 구봉산과 모도 조각공원은 호젓하게 휴식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시도와 모도를 연결하는 다리는 하루에 두 번만 나타나는 잠수교였다가 언제든 다닐 수 있는 연도교가 되어 접근도 편해졌다. 아, 무얼 해도 좋을 자유가 펼쳐진다.
갑판으로 올라가 본격적으로 바다 위 절경을 감상해보려 했더니 이미 배가 신도에 닿았다. 카페리 호로 약 10분. 선착장을 나오면 만나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신도저수지로 가는 방향이다. 7~8월이면 연꽃이 만발한다는 저수지에는 나무 데크로 만든 생태탐방로가 구불구불 놓여 있다.
그 사이사이 갈대들을 헤치고 저수지 정자까지 들어가면 푸른벗말마을 체험장이 나온다. 이곳에서는 예약하면 직접 손두부 만들기, 떡메 치기, 천일염 걷기 등의 농촌마을 체험을 해볼 수 있다. 신도의 특산물은 단호박, 호박고구마, 옹진섬포도, 고춧가루, 소금 등. 특히 짜지도, 쓰지도 않은 시도 천일염은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많이들 사러 오는 품목이다.
- 봄 소금 채취, 바지락 캐기, 쑥찐빵 만들기, 숭어 찾기, 농기구 체험, 김매기체험, 손모내기, 산나물 캐기.
- 여름 감자 캐기, 포도봉지 씌우기, 여치집 만들기, 피뽑기, 갯말해수욕장, 구봉산 생태탐방, 갯벌체험.
- 가을 자전거 하이킹, 콩타작 체험, 상수리 줍기, 도토리묵 만들기, 포도 와인 만들기, 망둥어 낚시.
- 겨울 연 만들기, 산짐승 발자국 찾기, 김장하기, 한과 만들기, 썰매타기, 퇴비 만들기, 전통농주 만들기.
농촌테마마을 인천 푸른벗말 (내비게이션 주소: 인천시 옹진군 북도면 신도3리 37-31)
노루가 사람보다 많다고 하여 ‘노루산’으로 불리는 구봉산 정상에 오르면 영종도와 저 멀리 강화도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선연히 눈앞으로 다가온 강화도를 보니 최영 장군이 시도에 설치해놓은 과녁에 저녁마다 강화도에서 화살을 쏘았다고 해서 화살섬으로 불린 것이 이해가 간다. 구봉정에 오르면 인천국제공항이 코앞이라 밤이면 빛의 마술쇼를 감상할 수 있다. 봄에는 만개한 벚꽃과 함께 산 정상에서 보는 공항 야경이 장관을 이룬다.
푸른벗말마을이 고향인 체험장 박경애 사무장은 외지로 나갔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사람이다. 그녀는 다시 뭍으로 나가고픈 생각은 없단다. “네온사인도 없고 가게들도 없고. 내가 뭘 입고 다니든지 남들 눈 신경 안 써도 되는 이곳이 좋아요.” 그녀는 등굣길에 퇴비와 솔방울을 이고 구봉산을 넘어 다녔다고 했다. 등산 코스는 왕복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사무장의 조언에 따라 성지약수터에 가서 시원한 물을 마시니 머리가 맑아진다.
드라마 세트장을 나오면 바로 그 유명한 시도 염전이 눈에 들어온다. 비가 오지 않고 햇빛이 쨍쨍한 날 오후 4시면 어김없이 소금을 걷는다. 염전만 30년을 해온 강성식 사장에 일꾼까지 합쳐 네명이 7만 평의 염전을 모두 일구고 있다. 좋은 해와 바람이 기름진 땅을 일구듯, 7만 평에 달하는 하얀 소금밭도 노부의 깊은 주름 위에서 기름져간다. 해만 좋으면 서해의 바닷물은 하얀 결정체로 금방 영근다.
일꾼들은 외나무 수레에 소금을 가득 싣고 좁은 나무판자 위를 아슬아슬하게 통과해 창고에 거대한 소금산을 쌓는다. “일본 지진 때문에 소금 파동이야. 없어서 못 팔지. 오늘만 해도 300포 나갔어. 소금이 달다 카이. 나쁜 소금은 맛이 쓰고, 당기는 맛이 없는데, 여기 소금은 뒷맛이 달아요. 몸에 좋은 저염도라 입이 당기는 거지.”
염전은 4월부터 10월까지 운영된다. 인천, 안동 등 전국 각지를 비롯해 미국과 일본에서도 소금 주문이 들어온다.
서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위치에는 드라마 <슬픈 연가> 촬영장이 있다. 지금은 관리하는 이도, 찾는 이도 많지 않아 옆에 있는 모던한 카페에서 커피를 한잔하고 풀하우스 세트장으로 출발한다. 역시 이곳도 1인당 자그마치 5,000원이라는 입장료가 있다.
드라마 세트장보다는 길이 400m의 고운 모래밭을 갖춘 수기해변이 볼거리다. 해변에 누우면 강화 마니산이 지척이다. 강화도를 바라보는 쪽으로 해변을 따라가면 바다가 바라보이는 전망대가 세워져 있다. 높은 파도가 일렁이는 동해보다는 짧은 해안선이지만 모래 위에 철퍼덕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파도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좋다. 수심이 얕고 경사가 완만한 수기해변에서 아이들과 놀아주다가 해변 뒤쪽 빽빽한 소나무 그늘에 앉아 잠시 쉬다 보면 비싼 입장료에 대한 억울함은 사라진다.
고기는 잡히지 않고 띠만 자꾸 그물에 걸려 띠 모(茅)자와 섬 도(島)자를 써서 ‘모도’라 불리는 섬. 섬의 크기만큼 이름도 앙증맞다. 불과 70여 가구밖에 살지 않는 작은 섬으로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할 필요 없이 길을 따라 그대로 내려가면 종착역은 어김없이 배미꾸미 해변이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시간>을 촬영한 곳으로 이일호 작가의 추상 작품 1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에로티시즘 조각을 추구하는 작품들이 거친 바다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조각공원에는 배미꾸미 펜션과 카페가 있다. 부부는 한통속, 바다에 묻혀 있는 나무, 하늘로 올라가는 계단 등 마치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조각으로 변화해 해변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입장료 1,500원.
도촌 막걸리는 시도에서 재배된 콩으로 직접 빚은 술이다. 도수도 따로 없이 아들과 함께 술을 빚는 여든 넘은 할머니가 마셔보고 “됐다” 하면 그게 바로 도수가 된다. 대부분 수입 재료를 써서 만드는 막걸리와는 달리 국산 콩과 소금을 써서 만들었다. 육지에 나가서는 먹을 수 없으니 섬을 찾았을 때 실컷 마셔둘 것. 일제시대부터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마실 때는 목 넘김이 부드럽지만 생각보다 도수가 높아 자칫 잘못하면 막배를 놓칠 수 있으니 조심할 것.
- 웅진군 북도면 신도리 185-2 / 010-9112-8254
식당에서 만난 펜션 사장은 지도를 건네주고 도촌 막걸리 한 잔을 따라준다. “술을 담가서 두니까 도수가 더 올라가요.” 펜션과 식당을 운영 중인 김진근 사장이었다. ‘걸레’가 꼬리를 흔들어댄다. 그물에 머리가 걸린 채로 처음 발견되어 그때부터 김진근 사장의 애견이 됐다. “그때 한 번 죽은 목숨이지 뭐.” 녀석은 목숨을 구해준 은혜를 아는지 오는 손님마다 아양을 떨어댄다.
펜션 2층에서는 앞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1층에서는 바비큐 파티가 한창이다.
한 집 건너 한 집 펜션을 하는 이곳에는 김 사장이 몸이 아프면 길 건너 박 사장이 와서 대신 카운터를 봐준다.
매표소에는 펜션 사장님의 아내가 앉아 있었다. 펜션과 매표소를 동시에 경영하고 있었던 것. 삼목 출발 첫 배는 오전 7시 10분, 신도에서 영종도로 나오는 막배는 오후 6시 30분이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신공항 고속도로를 지나 영종도 삼목항을 찾아가면 된다. 1시간에 한 대씩 출발하는 배에 차를 싣고 떠나면 하루에 섬 세 개를 완주할 수 있는 코스. 자전거 하이킹이나 도보 여행을 기획했다면 공항철도 운서역에서 내린다. 삼목 선착장까지는 꽤 가까운 거리이기 때문. 출발 시 삼목항에서 표를 끊지 않고 신도에서 배를 타고 나올 때 왕복 티켓을 끊는다는 사실도 알아둘 것.
신도, 시도, 모도 여행에서 지도나 동선 계획은 크게 필요가 없다. 아니, 얼마든지 길을 잃어도 좋다. 길은 몇 갈래 되지 않고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모든 길이 통하기 때문이다. 섬과 섬 사이 거리 불과 1.8km, 섬 일주해도 16km에 불과하기 때문에 자전거 하이킹을 하기에 좋다. 삼목항(왕복) 성인 3,600원, 소인 2,400원 승용차 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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