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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
물론, 위에서 장황하게 설명했던 기가막힌 명기까지는 바라지 않았지만,
그래도 제법 반반한 용모를 가지고있는 기연화의 옷을 벗기며,
상당한 기대를 음흉한 심중에 품어있었던 담화영의 눈가에
가느다란 경련이 스쳐갔다.
" 이게 뭐야 ? "
본시, 미인이란 타고난 천품(天品)도 물론 중요하지만,
한사람의 절세미인(絶世美人)이 탄생하기까지,
타고난 미인의 천품을 아무런 손상도 받지 않게끔,
가꾸고, 보존해주는 환경이 더욱더 중요했다.
사춘기(思春期)에 들어서면서
, 급격히 성장하기 시작한 자신의 커다란 가슴 때문에,
그당시 무학을 익히는데 더딘, 여인으로 태어났다는 죄책감에
맹목적으로 매달리고 있던, 맹렬한 검법을 시전하는데 애를 먹었던 기연화는,
자신의 가슴을 항상 명주천으로 칭칭 감고 다녔다
. 그결과 자신이 익히려했던 검법을 완벽하게 익히는것과 맞바꾼 기연화의 젖가슴은,
성장기의 지나친 간섭탓으로,
일급으로 쳐주는, 잘익은 천도복숭아 같이,
위를 향해 곳추세워진 모양이 아니라, 양옆으로 주저앉은 형상을 하고 있었다.
그것뿐이라면,
시집을 간후, 남편이 적당히 맺혀있는 울혈을 풀어주기만 한다면,
이, 삼년을 넘지않아, 자신이 가지고 있던 본래의 천품(天品)을 찾을 테지만,
결정적으로 가장 활발하게 성장할 무렵에,
너무 심한 압박을 장기간 가해온 까닭으로
, 발육이 덜된, 기연화의 가슴은, 아직도 십오륙세를 넘지못한
풋내나는 꼬맹이의 그것과 대동소이(大同小異)할 정도로
그모양이 왜소하고 볼품 없었다.
그리고 어깨 !
여인의 체형이 완성되는 때는, 대략 십칠, 팔세가 되고서이다.
그런데 제대로 체형이 만들어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끊임없이 검을 휘둘러왔던 기연화의 어깨는,
여인으로선 장신에 속하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남자의 어깨처럼 떡 벌어진 것이
, 웬만한 사내는 감히, 기연화의 어깨에
자신의 팔을 두를만한 엄두도 못낼정도의 위압감을 풍기고 있었다.
아니, 말이 좋아 위압감이지
, 어떤 완벽한 여인에게서도, 결점을 찾아낼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미인감별의 능력을 가진 담화영의 눈앞에 드러난 기연화의 잘발달된 어깨는,
세상의 어떤 것 보다도 담화영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그나마, 잘록한 허리선을 타고 굵어지다, 현란하게 뻗어내린, 기연화의 눈부신 옥주와
백옥같은 피부는, 빙백옥골에 버금갈만큼,
평범한 미인의 기준을 상회하는 매력을 뿜어내고 있었지만, 그것만을 가지고,
결정적인 결함을 이미 두군데나 잡아낸 담화영의
싸늘하게 식어버린 마음을 되돌릴순 없었다.
' 이런 남자도, 계집도 아닌 것이, 내 손녀일리 없어 ! '
그렇게, 다소 건장해 보이긴 하지만,
보통의 눈을 가진 남자들을 흥분시키기엔,
충분할 정도의 매력을 가지고있는 기연화의 나신에서,
완전히 흥미를 잃어버린 담화영은,
그제야 본래의 목적으로 돌아가, 옷이 완전히 벗겨진 분을 못이기고 기절해버린,
기연화의 맥혈을 손가락으로 짚어보곤, 가볍게 미간을 찡그렸다.
' 어떻게, 별다른 고수가 없는 검문에서 생사현관이 반쯤, 타통되다 만 계집이 나왔지 ?
흐흠 - 어쩌면, 이 계집애가 본래 가지고 있는 내력이 상당하니까,
좀만 내가 부추기면, 계집애의 구제불능인 몸을 고칠수도 있겠는데 ... '
생사현관의 타통 !
본신의 절기가 천하무적(天下無敵)의 경지에 올라있는 담화영에겐,
이제 별다른 감흥을 주지않는 말이지만,
내가의 기공을 연마하는 무림인들에게, 생사현관의 타통이란
, 보통 중요한 의미가 아니었다.
진기가 항상 움직이는 기경팔맥과는 달리,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점차 막혀버리는 임맥과, 독맥이
마주치는 곳이 생사현관이었다
. 생사현관이 막히면, 머리의 천주혈로부터,
발바닥의 용천혈까지 이어지던, 건곤(乾坤)의 화합이 이루어지지 않아,
아무리 내공을 연마해도, 절대 천인합일(天人合一)의 절정지경에 이르지 못했다.
그래서 생사현관의 타통은, 범상한 경지에서 벗어나,
비범한 경지로 올라서는 하나의 척도(尺度)로 여겨졌고,
실제로 천하의 유수한 명문대파에서도,
당금에 이르러, 생사현관을 뚫은 절정의 고수자는, 몇 명 없는게 무림의 현실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당대에 이르러, 이미 유명무실(有名無實)해 졌다는
검문의 나이 어린 계집애의 생사현관이 벌써, 절반쯤 타통되어 있었으니,
담화영이 그것에 흥미를 갖는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튼, 자신에게 두 번씩이나 불경을 범한, 죄가 무겁기도 했지만
, 오랜만에 대하는 젊고 싱싱한 기연화에게,
자신이 남자맛을 보여주지 못하는 대신,
그녀의 자질과 무공정도를 파악한다는 명분으로,
홀딱 벗겨놓고, 기분이 풀릴 때까지 못된 장난을 치려던 처음의 계획을,
자신의 나이가 먹어서도 사그러들 줄을 모르는 호기심과 맞바꾼 담화영은
, 조금의 망설임도 보이지않고,
자신의 웅혼한 진기를 움직여, 기연화의 회음혈을 강하게 눌렀다.
" 헉 ! "
장강의 거센 물결처럼, 자신의 회음혈을 때린, 담화영의 웅혼한 진기가
하단전을 거쳐서, 급격히 생사현관을 향해 폭주하자,
광풍폭우와도 같은 진기의 폭풍에 휘말려, 간신히 정신을 차린 기연화는,
여전히 홀딱 벗겨져있는 자신의 회음혈에 두손을 얹고,
좌정한 고승처럼 두눈을 내려감은 담화영의 모습을 보고,
당장에라도 그를 죽이고 싶었지만,
결국 자신의 기경팔맥을 부숴버릴 듯 폭주하고 있는,
거대한 진기의 위협에 굴복해야만 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후, 자세는 심히 부끄러웠지만,
내가의 기공을 오랫동안 참오해온 덕분에,
담화영의 거대한 진기에 떠밀려, 어린시절에 행해졌던 십이장로들의 벌모세수로인해,
불완전하게 뚫려있던 자신의 생사현관이 깨끗하게 타통된 것을 깨달은 기연화는
, 자신의 기묘한 처지마저 잊은채, 뛸 듯이 기뻐했다.
자신마저 안중에 두지않고 기쁨을 나타내는 기연화완,
분명히 다른 이유로 손을 썼지만,
미친 듯이 저항하던 생사현관을 완전히 뚫고서야,
기연화의 회음혈에서 두손을 떼고, 뒤로 물러선 담화영의 입가에도
역시, 만족한 미소가 맺혀 있었다.
담화영이 보는앞에서, 반쯤 뚫려있던 생사현관이 완전히 타통된 바람에,
무림인들이 꿈에도 그리는 환골탈태(換骨奪胎)에 들어간, 기연화의 몸에서
백옥같은 서광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환골탈태가 일어난 와중에,
담화영에게 입었던 내상까지 말끔하게 완치된 기연화는,
새롭게 태어난 듯,
전보다 몇십배는 매끄럽고, 부드러워진 자신의 살결을 신기한 듯, 만져보다,
모양이 이상해서, 남몰래 고민했던 자신의 젖가슴이,
아름다운 천도복숭아의 형상으로 활짝 피어난 것을 깨닫고,
놀랍게도 고된 수련 때문에 그동안 도외시했던, 여인의 기쁨을 잠시동안 맛볼수 있었다.
' 후우~ 이제야 시집보낼수 있겠구나. '
여전히, 어깨는 떡 벌어져 있었지만, 약간의 힘을 써서,
흉칙한 기연화의 젖가슴을 일급의 천도복숭아로 만든것에, 적잖이 만족한 담화영은,
어느새 옷을 걸쳐입고,
자신을 복잡한 심경이 담겨있는 눈빛으로 노려보는, 기연화에게 다가가,
냉혹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 이제 수련을 시작한다 ! "
***
오랜동안, 천인공노할 색마라는 말로, 평가절하(平價切下)되긴 했지만,
오십여년전 역사상 유일하게 사마외도의 인물로,
독행천하(獨行天下)를 이루었던 원한랑 담화영의 무공은,
그 깊이가 광고절금할 정도로, 깊고, 넓었다.
천여년이 넘는, 무림사(武林史)에 위대한 족적을 남겼던,
각문각파의 개파조사들이 그러했듯,
담화영또한 자신이 스스로 창안해낸,
수많은 기공괴초(奇功怪初)를 이용해서 강호를 진동시켰는데,
담화영이 창안한 무공의 특징은,
선천적으로 음기(陰氣)가 충만한 인물이 아니라면,
제아무리 천하에 다시없는 절세기재라 하더라도, 그것을 익히지 못한다는데 있었다.
결국, 연배(年輩)의 차이가 심하다곤 하지만, 남녀간의 유별함을 따질 때,
지나친 감(거의 처녀하나 신세망쳤다는 표현이 정당할듯)이 없지않아 있었던,
담화영이 기연화를 만난후 벌였던, 일련의 추잡한 괴행(怪行)들은
모두, 기연화가 진실로 자신의 진재절학을 익힐만한 체질을 가지고 있는가를 알아보기위한
통과의례(通過儀禮)같은 것이었다.
즉, 자신은 얼마전의, 심히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
별다른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는게, 무공을 가르쳐 주겠다는 말에,
냉큼 자신앞에 무릅을 꿇고 엎드린, 기연화에게
한시진이 꼬박 넘어가도록, 담화영이 말한 내용의 전부였다.
물론, 담화영의 절세무공을 익혀서, 일년후에 있을 영웅대연에,
강서성 대표로 참가하기위해, 수천리 길을 걸어왔던 기연화는,
담화영의 속이 뻔히 들여다 보이는 거짓말에도 불구하고,
냉랭하게 한기를 뿜어내고 있는 자신의 얼굴에 별다른 반응을 나타내지 않았다.
어차피, 오십년전에 이미, 공인된 인간말종을 찾아왔을때는,
자신의 몸을 더럽힐만한 각오쯤은 하고있었다는 뜻이기도 했지만,
더욱 정확히 말하자면, 담화영의 억지에 가까운 변명을,
기연화가 절대로 믿지 않는다는게 정답이었다.
' 독한 것 ! '
' 개자식 ! '
서로가 빤히, 내심이 들여다 보이는 시선을 한채, 노려보기를 다시, 한시진쯤 하고나자,
기연화가 얼마전 환골탈태를 이뤄서 기력이 넘치는데 반해,
기연화를 환골탈태 시키느라, 상당히 많은 진기를 쏟아부어야 했던 담화영이
먼저, 자신의 눈에 들어가있던 힘을 풀었다.
" 그런데, 어째서 일년 동안만 무공을 연마하겠다는 거냐 ? "
노회한 전대의 대마두답게,
자신의 말속에 치명적인 함정을 숨겨놓은 담화영의 말을 듣고,
자신을 환골탈태시켜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말속에 예의를 갖춘, 기연화가 얼른 대답했다.
" 일년뒤에 박살내야할 곳이 있어요. "
내심이야 어쨌든지간에, 무공을 전수받기 위해
잠시동안 자신을 굽히기로 마음먹은, 기연화의 말속에 담긴 본래의 뜻은
, 일년뒤에 강서성의 패자인 청성파에서 배출한 후보를 물리치고,
영웅대연의 본선에 나간다는 것이었지만,
단순무식한 성격대로, 그녀의 말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인, 담화영의 귀에는
어딘가를 박살내야 한다는 말만이, 끊임없이 메아리 쳤다.
자고로 무공이 고강하면서, 색(色)을 탐하는 자는,
자신의 뛰어난 무공을 이용해 무림을 어지럽히는 경우가 잦았다.
하물며, 젊은시절 한때의 객기로 인해,
반백년이 넘도록, 그렇게 좋아하던 여인과 살인마저 자제하고,
기련산중에 은둔해왔던 담화영은,
기연화의 등장으로인해, 오십년간의 적공이 수포로 돌아간후,
오랫동안 억눌러왔던 대마두의 광기가 다시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순간, 하필이면 자신의 핏줄을 이었을지도 모르는
(어디까지나 담화영만의 생각이지만)
기연화의 입에서, 어딘가를 박살내기위해 자신을 찾아왔다는 말을 들은 담화영은,
오십년전, 하늘에 대고 맹세했던 자신의 약속도 잊어버리고, 크게 흥분했다.
" 널 괴롭힌 놈들이 누구냐 !
감히, 천하무적인 담화영의 귀여운 제자를 괴롭힌 녀석들이 있다니,
내가 그놈들을 당장에 요절내주마 ! "
' 자기 마음대로 제자로 부르는군. '
담화영의 본색을 알기전이었다면,
천하무적의 고수인, 담화영의 도움에 천군만마를 얻은 듯, 기뻐했겠지만,
지금 자신이 고개만 끄떡거리면,
지닌바 명성과 자신이 얼마전 경험했던 무시무시한 무공으로봐서,
단숨에 강서성으로 달려가 청성파를 완전히 멸문시키고,
강서성의 모든 여인들을 추행할지도 모르는 천하제일의 색마를 그대로 풀어주기엔,
기연화가 지닌, 본성이 너무나 착했다.
흥분해서, 석실의 주변을 길길이 날뛰는 모습조차,
천계를 한가로이 노니는 신선처럼 우아하고 아름다운 담화영을 똑바로 쳐다보며,
굳건한 모습으로 고개를 가로저어,
자신의 의사를 확실히 표현한 기연화가 당당히 말했다.
" 그들에게 복수하는건 접니다. "
자신의 손녀뻘밖엔 되지않는 기연화가, 자신의 순수한 호의(?)를 무시하자,
약간 언잖은 기색이된, 담화영은 언제 자신이 날뛰었냐는 듯이, 우아한 태도로,
그때까지 차가운 땅바닥위에 엎드려있던 기연화의 주변을 거만하게 어슬렁 거렸다.
" 그래서 일년이란 말이냐 ? "
" 예. 꼭 일년안에 끝내야만 합니다. "
담화영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말하는 기연화는 보지 못했지만,
기연화에게 등을 돌리고 서있는 담화영의 눈동자가,
얼마전 기연화를 가지고 못된 장난을 치려던 때와 같이, 괴이하게 빛나고 있었다.
" 네가 원한다면, 뭐 그래야 겠지. "
" 아 ! "
신형을 돌리며, 자신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담화영의 괴이한 미소에,
자신의 등줄기로 몇십마리가 넘는 송충이가 기어가는듯한,
끔찍한 기분을 느낀 기연화의 건장한 어깨가,
앞날에 대한, 불안한 예감에 가볍게 진저리를 쳤다.
***
드높은 명성(악명이란게, 더욱 정확하겠지만)에도 불구하고,
담화영의 무공은 결코 잡다하지 않았다.
그것은 각대문파가 적개는 십여가지에서,
많게는 소림이나 무당과 같이 칠십여 가지가 넘는 절기를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그 문하에서 무공을 익히는 제자들은,
기껏해야 그것들중 몇가지만을 골라서, 죽을때까지 익히는것과
일맥상통(一脈相通)하는 면이 있었다.
무림중에 혁혁한 명성을 몇백년이 넘게 유지해온 구파일방이라거나,
오대세가같은 명문대파의 성명절기들은 하나하나가 나름대로 뛰어난 점이 있었고,
정통적인 방법으로 그것들을 익힐 경우,
하나의 무공을 완성하는 것도, 범상한 자질을 가진자에겐,
자신의 일평생을 걸어야할 만큼 지난(至難)한 일이었다.
물론, 명문의 제자들중엔 간혹, 천명에 한명 있을만한 기재도 있어,
일생동안 대여섯가지 이상의 무공을 대성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 실제로 다른 문파의 고수와 손을 겨룰때는,
오직 일평생을 고련했던 한가지의 무공으로 승부를 거는 것이 상식이었다.
결국, 한가지의 절기를 전심전력(全心全力)으로 익히고 다듬는 것이,
강호에 출도해, 고수라 불릴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던 것이다.
홀로 강호를 주유하는 동안,
수많은 기공괴초를 만들어냈던 담화영이
일생토록 수련했던 무공도 역시, 크게 세가지를 넘지 않았는데
, 태어난후 이날에 이르기까지, 오직 검도일로(劍道一路)에만 정진해왔던 탓에
, 일반적인 권장지술(拳掌之術)에 큰 약점을 가지고 있었던 기연화는,
담화영이 자신의 무공을 단 세가지뿐이라고 말하자,
크게 안심했다.
권장지술에 취약한 자신의 약점을 알고는 있었지만,
죽어도 검문의 검법외의 것으로 강호에 명성을 날릴 생각이 없었던 기연화로선
, 아버지인 기세광이 청성파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하면서 절전된,
검문의 비전 내공심법인 육합귀진공(六合歸進功)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 까닭에,
어려서부터 백여년이 넘는 수위의 내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내공을 운용하여, 상승의 검로를 펼치지 못하는
자신의 검법의 위력을 배가시킬수 있는
, 절세의 내공심법을 담화영에게 익히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였던 것이다.
' 저 노적(老敵-하지만, 담화영의 모습은, 아직도 이십대 초반의 그것이었다)
의 무공이, 일반적인 사도(邪道)의 방문좌도 무공들처럼
독날한 기공괴초에만 의지한 것들이라면,
검문의 검법을 버릴수 없는, 나에겐 오히려 득보단 실이 많을텐데,
그렇지않고 무공의 가짓수가 적다니,
적어도 잡다한 초식으로 적을 제압하는 변변찮은 사도의 무공은 아니겠구나. '
그렇게, '단순한게 제일이다' 라는 검문의 검의를 떠올리곤,
속으로 크게 안심하는 기연화의 마음속엔,
처음부터 극악무도(極惡無道)한 담화영의 무공을 완전히 익혀서,
천하제일의 색마인 원한랑의 후계자가 될 마음같은건, 눈꼽만치도 없었지만,
오십년간의 잠심연무(潛心硏武)를 깨고,
처음으로 제자를 받아들인 담화영의 뇌리속엔
벌써, 자신의 후계자인 기연화가 천하를 종횡하며,
무수한 정파의 위선자들을 물리치고,
사부인 자신의 위엄을 드높이는 모습이 아른거리고 있었다.
' 무공의 가짓수가 적다니, 저자식의 내공심법(內功心法)만 대성하면, 재빨리 도망쳐야지. '
' 기왕지사, 일이 이렇게 된 거, 잘키워서 내뒤를 이어, 천하의 모든 여인 ...
크흠, 그건 곤란하겠고
, 사내들을 몽땅 발아래, 무릅꿇리는 천하무림의 여왕으로 만들어야 겠다. '
서로를 다정히(?) 마주보고 있었지만
, 내심 극단적일 정도로 다른 생각을 떠올리고 있던, 두남녀의 얼굴위로
어느덧, 희미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기연화가 자신의 내심을 숨기려고, 억지로 미소를 지어보인데 반해
, 담화영의 미소는 내심의 흐뭇함을 견디지 못하고 흘러나온 미소라는 점에서,
극히 상반됐지만,
아무튼 하루 밤낮이 바뀌는동안,
계속해서 삭막한 살기와 냉기가 흘러넘던, 석실 안에
한동안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 어, 저자식이 웃네 ? 재수없는 자식 ! '
' 클클클 - 귀여운 것. 어지간히 좋은가 보군.
하긴 세상을 떠들석하게 만들었던, 천하무적의 신공을 익히게 됐으니,
기뻐서 웃음이 절로 나오겠지. '
그렇게, 처음부터 완벽한 동상이몽(同床異夢)에 빠진채 시작된
, 담화영과 기연화의 괴상야릇한 사도관계가 상당히 험난한 여정이 되리라는건,
처음부터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때까지만해도 자신의 내상을 깨끗이 완치시켜줬을 뿐더러
, 생사현관을 뚫어, 탈태환골까지 시켜준 담화영의 덕분으로
, 비약적으로 순수해진 하단전의 내공을
회음혈로 움직여, 자신의 순결에 대한 믿음을 다시찾은 기연화는
두달전, 강서성의 검문을 박차고 뛰쳐나올 때 와같은
무학에 대한 열망으로 두눈을 빛내며,
얼마전부터 자신의 세가지 무공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한,
담화영의 끊임없는 자화자찬(自畵自讚)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내가 창안한 북해삼절(北海三絶)과 감히 대적할수 있는 무학은
기껏해야, 달마땡초가 창안한 소림의 역근세수경상의 달마검공과
무당의 오행태극검진(五行太極劍陣) 정도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 "
검도를 수련하는 무도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평상심(平常心) 이었다.
듣자면 끝이없을 담화영의 기나긴 서론을 끝까지 들어줄수도 있는 문제였지만,
타고난 무벽(武癖)이 있는 기연화는,
무림지보(武林之寶)라는 달마검공과 비견된다는
북해삼절에 대한 호기심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담화영의 말끝을 잘랐다.
" 저기 ... "
" 응 ? 왜 그러느냐 ? "
하룻밤동안 만리장성(萬里長城)을 쌓는다는 말이있다.
물론, 담화영과 기연화사이에 무슨 말리장성을 쌓을만한 일은 없었지만,
기연화와 하루를 꼬박 새워가며 투닥거린 까닭에,
일종의 애정(?)이 생긴 담화영은,
무엄하게도 자신의 말을 끊고 들어온 기연화의 건방진 태도에도 불구하고,
부드럽게 기연화를 바라봤다.
" 제 견문이 일천해서 그런지, 북해삼절이란 무공에 대한 명성은 들어본 일이 없습니다만 .. "
딴은 그랬다.
소림의 달마검공이라면, 검도를 추구하는 기연화로선
, 꿈에서나마 견식해보고 싶은 무림의 절세검법이었다.
그런데, 듣지도 보지도 못한, 북해삼절이란 무공이 달마검공에 비견된다니,
도대체 믿어지지 않았으리라 ...
" 클클클 - 귀여운 녀석, 급했구나. "
" .... "
색마이긴 하지만, 무학에대한 재능과 열정만은 당대의 누구보다도 대단한 담화영이,
그런 기연화의 내심을 눈치채지 못할리 없었다.
광오한 자존심에 기분이 나쁠만도 하건만,
따로 숨겨둔 꿍꿍이가 있었던 담화영은,
특유의 나직한 괴소만을 흘렸을뿐, 별다른 타박을 하지 않았다.
" 북해삼절은, 노부가 이곳에 은거한 오십여년에 걸쳐서 창안해낸,
천하제일의 신공이니, 네가 모르는게 당연하겠지. "
자신의 설명에 납득한 듯, 고개를 끄떡이던 기연화가 눈으로 다시 재촉하자,
바야흐로 담화영의 북해삼절에 대한 설명이 시작됐다.
" 북해란, 천하의 모든 강물이 흘러들어가, 딱딱한 얼음으로 변한,
빙설천지(氷雪天地)를 말한다.
천하에서 음기(陰氣)가 가장 성한 곳이지.
북해삼절의 첫 번째인 북해음한공(北海陰寒功)은
천하에서 가장 음한한 내공이기 때문에,
첫머리에 북해란 글자가 붙게 됐다. "
' 내공구결 ! '
담화영의 자세한 설명을 듣고있던 기연화의 눈동자가
'북해음한공'이란 말에, 강렬한 이채를 발했다.
어쨌거나, 자신이 북해삼절에 대한 설명을 시작한 이례,
자신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기 시작한, 기연화의 뜨거운 눈동자에
기분이 좋아진 담화영의 말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 북해음한공은, 북해삼절의 두번째인, 북해음혼대법(北海陰魂大法)과
마지막인 북해등선무(北海登仙舞)의 기본이 되는 내공심법으로서,
실제로는 직접 음한한 기운이 감도는,
주목랑마(지금의 에베레스트)로 가서 순수한 한빙지기(寒氷之氣)를
체내로 빨아들이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시간이 없는 관계로 그방법은 못쓰겠고
, 뭐 네가 아직 깨끗한 동녀(童女)의 몸이니,
그것을 익힐 방법이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다. "
벌써부터, 기연화가 다른 어떤 것 보다도,
자신의 내공심법에 관심이 많다는것을 눈치채고 있었던, 담화영이
북해음한공의 수련방법에 이르러, 슬쩍 말을 돌리자,
드디어 그렇게도 원하던 절세의 내공심법을 전수받게된 흥분에,
자신의 건장한 어깨를 부들부들 떨고있던 기연화의 얼굴이 딱딱하게 긴장되었다.
" 그 방법이 뭔데요 ? "
잔뜩 주눅이 든 기연화의 얼굴을 바라보는 담화영의 준수한 얼굴위로,
자신의 손아귀에 잡혀있는 잠자리의 날개를 하나씩 하나씩 떼어내곤
, 즐거워하는 잔혹한 유희의 미소가 스쳐갔다.
" 뭐, 별거아니야. 지금 내가 산을 내려가,
건장하고 양기(陽氣)가 왕성한 사내놈들을 몇 명 잡아올테니,
넌 그놈들의 양기를 이용해서, 북해음한공의 음기(陰氣)를 왕성하게 만들면 되는거야. "
" 채양보음(採陽保陰) ! "
자신의 천연덕스런 설명을 반쯤 듣다,
절로 새된 비명을 터뜨린 기연화의 날카로운 부르짖음에도 불구하고,
기연화의 갑작스런 비명으로인해 끊어졌던, 나머지에 대한 설명을 마저하는,
담화영의 목소리는, 조금의 꺼리낌도 없이 이어졌다.
" 클클클 - 다행히도, 넌 생사현관이 이미 뚫린 상태니까,
사내놈들만 잘고르면, 북해음한공의 기초를 닦는 시간이 얼마 안걸릴게다. "
벌써부터, 자신을 괴롭히는 담화영의 자상한 설명을,
조금이라도 않듣기 위해, 애써 귀를 막고 있던 기연화는,
어느새 말을 마치고, 당장이라도 석부가 위치해 있는 일월봉을 내려가,
양기가 출중하고, 떡대가 만만한 사내라도 댓명 쯤 잡아올듯한, 담화영의 모습에,
있는힘껏 소리쳤다.
" 안돼욧 ! "
벌써, 몸을 움직여, 석실의 바깥으로 나가려던 담화영의 목소리가 어눌하게 흘러나왔다.
" 어째서 그러느냐 ? "
순결한 처녀에게 채양보음이라는, 극랄한 수법을 서슴없이 강요해 놓고도,
전혀 자신의 잘못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있는, 담화영의 뻔뻔스러움에
, 속으로 수십차례가 넘게 기함을 하고있던 기연화는,
끓어오르는 분노로인해 주체할수 없을 정도로 떨리고 있는,
자신의 아랫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고, 단호하게 소리쳤다.
" 검문의 검학을 몸에 익힌 무인으로서, 난 절대로 그런 사마외도의 무공은 익힐수 없어요 ! "
" 사마외도 ? "
담화영을 만난후, 이미 많이 희석되기는 했지만,
얼마전의 은밀한 검사로 인해, 자신의 순결을 믿어 의심치 않고있던,
기연화의 결사적인 태도를 접한, 담화영의 얼굴에 미미한 갈등이 엿보였다.
" 음 - 네가 북해삼절을 익히기만하면, 천하의 모든 사내들이 다 네꺼가 될텐데,
그까짓 몇차례의 방사에 네 뜻을 꺾어서야 되겠느냐 ?
자고로, 무학을 익히는 무도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 끝없는 고련으로 얻은 무공을 가지고 천하를 위진시키는 건데,
너는 손쉽게 천하를 진동시킬만한 절세의 신공을 익힐 수 있는,
이좋은 기회를 지금 놓치겠다는 것이냐 ! "
기연화의 전형적인 무인의 성품을 눈치챈 듯,
북해음한공을 빙자한 채양보음술을 익히지 않겠다는 기연화를
꾸짖고, 타이르는듯한 어조였지만,
담화영의 말만 믿고, 북해음한공의 수련방법에 대해 자세히 새겨들은 까닭으로
, 자신의 뇌리속에 박힌채 떠나질않고 있는, 채양보음술의 운용법 때문에, 괴로워 하던 기연화는
, 은연중에 담화영의 가느다란 입술이 자신의 모습을 보고 비죽거리는걸 놓치지 않았다.
' 더러운 자식 ! '
기연화가 자신을 비웃고있는 담화영을 바라보며
, 지독한 모멸감에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동안,
자신이 기대했던 이상의 반응을 보이고 있는, 기연화의 귀여운 모습에,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고있던 담화영은,
자신을 무섭게 노려보고 있는 기연화의 눈동자가,
오십여년전 끝까지 자신을 따라다니며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던,
몇몇 무림세가의 여식들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내심 뜨끔했다.
' 하아~ 신선(神仙)이 될 수있는 기회조차 포기하고 얻은 장난감이
잔뜩 골이 났으니 이를 어쩐다 ?
자칫 잘못하다간, 또 내앞에서 다시 칼춤을 출 기세니 ... '
딱히, 기연화가 다시 칼을 휘두르며 덤벼드는게 무서운건 아니었지만,
기연화와 투닥거리며, 점차 왕년의 화려했던 실력이 되살아나기 시작한 담화영은,
이번과 같이 감정이 극도로 상한 상태에서, 다시 다툼이 일어나면,
평생이 가도 그 앙금이 깨끗이 씻겨지지 않는다는걸, 본능적으로 눈치챈 상태였다.
' 자고로 여인을 다루는데는
삼강일약(三强一弱-세걸음쯤 강하게 밀어붙이고,
상황을 보아가며 한걸음 뒤로 물러선다)의 수법이
, 가장 탁월한 효험을 본다고 그랬으렷다 ! '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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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잘 보고갑니다
감사 합니다^^
고맙게 잘보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잘읽었읍니다
즐감.
감사
잘봅니다..`~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