梅兄 외 1편
성재봉
梅兄
영혼이 얼었던 눈망울을 터트려
결국 눈을 떴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찾아왔습니다
늙고 검은 몸뚱이에 스미는 재릿재릿한 속울음을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지요
梅兄
오늘은 지난 겨우내 팔지 않았던 암향(暗香)조차
막걸리 한 되 값에 파신다구요
다문다문 떠다니는 향을 마른 술잔에 심어 보겠습니다
꽃을 피우겠지요 술잔에 향기가 만개하겠지요
梅兄
바흐의 샤콘느가 들려와요
새뜻새뜻한 햇살이 별빛처럼 쏟아집니다
박사(薄紗) 꽃잎에 앉아 아지랑이 꽃술을 잡고
함께 춤추어요
梅兄
지금은 오구작작 떠들어도 혼나지 않는 시간입니다
오늘 밤 월향(月香)이 어디로 찾아올지 알지만
알고 싶지 않은 순간입니다
고양이의 눈을 바라보며
― 애묘 도도에게
성재봉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처럼
너의 두 눈은 신비롭게 젖어있다
나는 너의 완벽한 원형의 둘레에
어젯밤 불면의 일그러진 조각들과
젊은 날의 연둣빛 눈물과
고향집 까마귀의 짖음과
꽃가루처럼 날리는 걱정거리와
차마 끝내지 못한 노래의 마지막 음절을
포개어 포개어 앉힌다
너는 가만히 나를 바라보며
천 년 동안 곁을 지켰다고
말못한 고독을 알고 있다고
심장의 떨림을 세고 있었다며
버들강아지 같은 꼬리로
안개 속에 갇힌 나의 불안을
포개어 포개어 감싼다
나와 도도의 눈맞춤 사이에는
진작부터 따사롭고 가난한 노래가 흘러
우리의 선잠은 그저 평화롭기만 하였다
성재봉
1. 약력
경남 창녕 출생, 2024년『애지』신인문학상 등단, 풀꽃시문학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