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고통인 분재의 형무 소
소 순 원
우리 일행의 차를 운전하는 기사는 조경사였다. 조경사의 어머니 친척인 우리는 효도 관광의 이름에 편승 된 일행이다. 조경사가 찾아간 분재원엔 보리수나무들로 구역을 나누는 칸막이 울타리가 신기한 데 그 나무들엔 보리수 열매가 주절주절 열려있고, 붉게 익어서 달콤한 맛을 내고 있었다. 이곳의 야생동물들에게 좋은 먹이가 될 것 같았다.
어떤 정원 구상의 발상을 찾으려는 탐방일 텐데 키 큰 나무들이 가, 나, 다의 구역들을 완전하게 막는 벽을 형성 중이다. 가와 나 구역을 가지들과 무성한 침엽으로 부채를 펼쳐 든 듯 무성하게 피워 내어 벽을 이루고 있었다. 참 잘 조성된 생나무 울타리였다. 이곳을 탐방 나온 다른 일행들은 핸드폰 촬영을 순산 순간 하면서 금방 빠져나갔다.
우리가 휴식하던 구역은 노란색 서광 꽃들과 빨간색 살르비아 꽃들, 흰색과 자주색의 꽃잎을 피운 꽃들이 석 장의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이 바닥을 장식하고 있었다.
우리가 한담을 나누던 자리엔 약간 붉은 색감을 띤 차돌로 좌대를 꾸렸고, 그 위는 자작나무 분재가 그 구역의 주인처럼 자리 잡은 구역이었다. 분재 좌대 앞엔 미팅에 필요한 서류를 올려놓는 돌판이 놓여 있었다. 7-8에서 10여 명이 둘러앉아 회합이나 미팅을 할 수 있게 꾸며 논 야외 녹지원이었다.
나이 많은 노인들이 복지원에 출석하면 복지사들과 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거동의 어떤 어려움도 없이 즐겁고 행복하게 생활한다. 뜬금없이 이 분재원의 분재 목들은 어떤 삶일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 분재원에서는 가장 많은 분재가 소나무 분재와 자작나무 분재들이었다. 신안의 천사섬 분재원은 소나무들의 애끓는 통곡이 내 가슴에 절이는 듯했고, 어느 구역에서는 자작나무들의 곡성이 내 가슴을 멍들게 하는 절명을 토하는 것 같았다. 분재를 구원할 천사들은 이 섬 어디에도 없는 것 같았다.
사람들이 어려움에 당면하면 하느님, 예수님, 천사님께 매달리며 기도하며 어려움을 벗어나려고 발버둥 친다.
그런데 분재원의 나무들은 구원을 청할 데가 없다. 사람들에게 제 몸까지도 아낌없이 주는 생명체인데
항상 억울하고 분통 터지는 처지로 내몰린다.
구역을 구분하는 울타리 벽으로 심어진 나무들은 벽을 형성하는데 필요한 가지와 잎들을 무성하게 키워내는 임무가 있지만 어느 정도 키 크는 자유도 인정되고, 햇볕, 바람, 야경 등을 만끽할 수 있는 자유도 누릴 수 있다.
나무들의 소원은 자유롭게 자라서 하늘에 줄기와 나뭇가질 무성하게 펼쳐 꽃들을 풍요롭게 피우고, 가을이면 과일들을 많이 열게 해서 사람들, 새들 등의 존재들에게 소중한 명물로 사랑받기를 소망하기도 할 것이다.
분재 목은 등이나 발등 허리 엉덩이 어디든지 올망졸망 가지들이 꼬들꼬들 앙증맞고 오묘하게 자라서 아름다운 명품분재가 형성되기를 바랄 뿐이니, 분재들은 이 땅, 이 지구를 푸르게 하고, 땅을 보존하는 사명은 버려두고, 분재 인의 꿈을 키우는 변모의 생만을 살아야 할 것이다.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인 분재 목들의 삶의 실상이
너무도 처절하다. ( 2024. 04.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