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재산
인류학자이자 사업가인 미국의 로버트 R. 리플리는 이런 명언을 남겼다. “5달러짜리 철봉으로 말발굽의 편자를 만들면 10달러50센트를 벌 수 있습니다. 바늘을 만들면 3285달러의 수입을 얻을 수 있고, 시계의 용수철을 만들면 2만5000 달러를 벌 수 있습니다.” 똑같은 쇳덩이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똑같은 하루 24시간을 갖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삶의 가치가 달라진다. 자신의 꿈을 성취하기 위해 시간을 소중히 쓰는 사람이 있는 반면 무계획적으로 낭비하는 사람도 있다. 전자가 쇳덩이로 시계의 용수철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후자는 값싼 편자를 만드는 사람이다.
시계 왕국인 스위스에서는 시간을 최고의 재산으로 간주한다. 산부인과 직원은 아기가 태어나면 재산 액수를 기재하는 칸에다 ‘시간’이라고 적는다. 시간은 출생 영아의 재산목록 1호라는 것이다. 아이는 빈손으로 세상에 나오지만 각자 시간이라는 선물을 받는다. 시간의 선물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부자나 권력자라고 해서 더 많이 가질 수 없다.
평생 시계만 조립하며 살아온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아주 특별한 시계를 만들었다. 아들을 위해 만든 단 하나뿐인 시계였다. 시침은 동으로, 분침은 은으로, 초침은 금으로 제작된 것이었다. 시계를 받은 아들이 아버지에게 물었다. “시곗바늘이 잘못된 것 아닙니까? 시침을 금으로, 초침은 동으로 만들어야죠.” 아버지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들아, 이상할 게 없단다. 1초를 아끼지 않는 사람은 1분이나 1시간을 아끼지 못하는 법이야. 초를 허투루 쓰는 것은 분과 시를 낭비하는 일이고, 그것은 인생을 낭비하는 일이지. 1초의 소중함을 늘 간직하라는 뜻에서 초침을 금으로 만든 것이란다.”
평소 쓰는 말에서 가장 나쁜 말 중의 하나가 ‘시간을 때운다’는 것이다. 때운다는 것은 임시방편으로 보충하거나 대충 해결하는 행위이다. 할 일이 밀려 있으면 밥은 대충 때울 수 있지만 시간은 절대 대충 때워선 안 된다. 그런데 우리는 ‘무슨 음식을 먹을까’, ‘어느 식당에 갈까’ 하고 온 신경을 쓰면서 시간은 대충 때우려고 한다.
시간을 때운다는 것은 영어로 ‘킬링 타임(killing time)’이다. 시간을 죽이는 것이다. 미국 건국의 초석을 놓은 벤저민 프랭클린은 자서전에 이렇게 썼다. “그대는 삶을 사랑하는가? 그렇다면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시간은 삶을 만드는 재료이니까.” 그렇다. 시간은 곧 삶이다. 시간을 죽이는 것은 자신의 삶을 죽이는 짓이다.
시간은 돈이라는 말도 있지만 시간은 돈보다 귀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돈 만1원을 분실하면 찾아다니지만 1시간을 허비하고선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과연 삶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여름 휴가로 다음주 1주일간 아침 편지를 잠시 중단합니다. 늘 건강과 행복이 함께하시기를 ^~^
배연국 칼럼(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