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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무제(韓武帝) 6년. 북방 초이란(初理欒)의 반란군을 그들의 황궁에서 몰살하여 제압하니, 너비가 82척(尺)이 넘는 방대한 호수의 물이 그들의 혈(血)로 붉게 물들었다. 유승상을 비롯한 초이란의 잔재들을 모두 소탕하여 삭기수(削其首, 머리를 베다)하여 그 머리를 초이란의 성문에 걸어두었다. 그 과정에 한남국의 황후가 된 초이란 공주 김씨에게 보낸 황자의 서찰은 진짜가 아니었던 것이 밝혀지니, 한무제(韓武帝)는 비(妃) 황후 김씨의 냉궁 유배를 해지하고 황후전으로 복위(復位)하게 하였다.
한현제(韓賢帝)의 시대부터 한무제(韓武帝) 6년까지 수 십 년간 한남국(韓南國) 재상의 자리에 있었던 승상 이재영은 그의 역모 죄가 낱낱이 밝혀지자 황제가 그 죄를 묻기도 전에 부인과 함께 자결하였으니, 황제는 승상 이씨의 가문에 멸구족죄(夷九族罪, 9족을 멸한다)를 물어도 시원찮으나 이미 그 딸과 아들 둘이 모두 세상을 떠났으니 승상 이씨 가문의 귀족 계급을 박탈하고 이재영의 시신을 부관참시(剖棺斬屍)하여 삭기수(削其首)하게 하였다.
“현비마마, 황승상 드시옵니다.”
궁인의 말에 현비가 일어서 아비를 맞이하였다. 승상이 된 황승언이 딸인 현비 앞에 예를 갖추니, 현비가 단걸음에 다가가 아비의 손을 잡으며 말하였다.
“감축 드립니다, 아버님.”
“이것이 모두 현비마마의 덕분이옵니다. 홍복을 누리소서, 마마.”
아비의 말에 현비는 애써 낯빛을 밝게 해보였다. 그리고는 거짓으로 부른 배를 가만히 쓸어보았다. 곧 궁인이 차를 내오니, 황승상은 아랫자리에 앉아 신하의 예를 갖추고 차를 들었다. 차를 한 모금 마신 현비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이제 곧 이 더위가 한 풀 꺾이면 꽃나무에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저자 길목마다 꽃비가 흩날리는 계절이 다가올 것이었다.
“아버님.”
“예, 마마.”
“이승상의 최후를 보셨지요.”
“…….”
현비의 말에 승상 황승언이 흠칫 놀라며 잔을 내려놓았다. 현비 또한 잔을 내려놓고는 진중한 얼굴로 말하였다.
“아버님, 이 자리에서 저와 분명히 약조해주십시오.”
“마마, 무엇을 말씀이시옵니까?”
“이 사람이 황자를 낳게 되면,”
황자라는 말에 황승상의 눈이 반짝였다. 그 모습을 본 현비가 깊게 숨을 내쉰 후 말하였다.
“이 사람은 황자의 모후로 태후가 되는 것으로 만족할 것입니다.”
“마마……. 그 말씀인 즉…….”
“예, 아버님. 이 사람은 결코 황후가 되고픈 맘이 없습니다.”
“하오나…….”
“아버님.”
현비가 단호하고도 절실한 목소리로 아비인 승상을 불러보았다.
“이승상이 누구입니까? 날아가던 새도 떨어트린다던 이였습니다. 그런데 그 최후가 어떻습니까? 전 황후마마는 어떠하시고요. 그 야심이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부르지 않았습니까.”
현비의 말에 황승상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현비가 말하였다.
“아버님. 저는 죽고 싶지 않습니다.”
“마마?”
“아버님 또한 오래토록 승상으로 존경 받으시며 편히 사셨으면 합니다.”
“마마…….”
“부디, 아버님.”
현비가 두 손을 꼭 모아 잡고 간절하게 말하였다.
“황제 폐하를 거스르려 하지 마세요.”
“…….”
“그 분의 충신이 되어,”
“…….”
“그 분을 위해서만 살아주세요.”
현비의 말을 들은 황승상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였다.
“마마의 말씀 명심하겠사옵니다.”
“황제를 위하여.”
현비가 말하였다.
“그것만이 우리가 살아남을 방법입니다.”
72.
초이란 반란군을 완전히 제압함으로서 황제는 제위(帝位) 6년 만에 천하통일(天下統一)의 대업(大業)을 이루었다. 이는 건국(建國) 이래 가장 위대한 업적(業績)이며 후세(後世)에도 두고두고 기려질 것이었다. 황제는 이제 그 자체로 역사(歷史)가 되었다. 이를 위해 황자 시절부터 황태자를 거쳐 황제가 되어 수렴청정을 받을 때까지도 계속 발톱을 숨기고, 때를 기다리고 또 기다려왔다. 천하를 통일하고 건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왕권을 수립하니, 이제는 진정으로 천하가 황제의 것이었다.
“…….”
그러나 황제의 얼굴은 천하를 손에 넣은 사내의 호기(豪氣)보다는 슬픔을 넘어 충격에 넋이 나간 듯했다. 그런 황제의 얼굴을 살핀 승상 황승언이 예를 갖춘 후 아뢰었다.
“대장군은 천하통일(天下統一) 대업(大業)에 일등공신(一等功臣)이며, 이는 누구도 반박할 수 없이 명백하옵니다.”
승상의 말에 황제의 눈동자가 잠시 승상을 향하였지만 이내 다시 돌아가 저만치 먼 곳을 바라보았다. 그런 황제를 보며 승상이 마저 고하였다.
“황제 폐하의 뜻에 따라 대장군의 장례를 국장(國葬)으로 치르자는 데에 신료들의 뜻을 모았사옵니다.”
“…….”
승상의 말에 황제의 미간이 일순간 구겨졌다. 그러다 다시 시선이 승상을 향하니, 황제가 승상을 보며 말하였다.
“고맙소.”
뜻밖의 황제의 대답에 신료들이 작게 술렁였으나, 이내 승상이 황제 앞에 크게 예를 갖추며 말하였다.
“황공하옵니다, 폐하.”
곧 승상의 지휘 아래 대장군의 장례 준비가 진행되었다. 저자에는 온통 추모의 백(白)이 물결을 이루었고, 사람들 또한 백의(白衣)를 입고 대장군의 장례를 준비하였다. 대소신료들 뿐만 아니라 황궁의 모든 궁인들과 황제와 황후 그리고 현비까지도 모두 백의(白衣)를 입었다. 황족의 시신만이 누울 수 있는 황실의 사당(祠堂)에 대장군이 누워 있었다. 장례식의 시작에 앞서 황제가 사당 안으로 들어왔다. 안에 있던 이들을 모두 물리고 대장군과 독대하니, 황제가 긴 한 숨을 내쉬었다.
“윤호.”
황제가 대장군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황자 시절 불러보고는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인명재천(人命在天)이라 하나, 어찌 이럴 수가 있어.”
황제가 타박하듯 윤호를 보며 말해도 윤호는 눈을 감은 채 아무 말이 없었다.
“천하를 통일하고.”
말하는 황제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모든 것을 얻었으나.”
목이 메여 황제가 말을 멈추었다. 입술을 일자로 꾹 다물고 터져 나올 것 같은 울음을 몇 번이고 참아 삼켰다. 그리고 마침내 말하였다.
“그 대가로 그대를 빼앗아가셨구나.”
황제가 눈을 감으니, 뺨으로 눈물이 흘렀다. 황제도 울고 하늘도 울었다. 빗속에서 대장군의 장례가 치러졌다. 황실의 가장 큰 정원인 영하원(永河園)에는 황실 전체를 가로질러 수천 리(里)의 물길을 따라 바다로 이어지는 강줄기가 있으니, 그 곳에 작은 1척(尺) 길이의 모형 배를 만들어 사자(死者)가 생전 마지막으로 입었던 옷을 태워 흘려보내는 관습이 있었다. 그렇게 흘려보내면 윤회(輪廻)에 따라 다시 돌아오게 될 것이라는 의미였다.
영하원(永河園)에는 황제를 비롯한 대소신료들이 모여 있었으나, 대장군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인 연정은 그곳에 없었다. 황제가 윤호에게 황실 인척에 상응하는 무현공(武炫恭)의 직위를 내리니 이에 따라 연정은 무현공 부인으로 신분이 상승하여 황실에서 기거하게 하였다. 그러나 연정은 초이란에서 돌아온 후 지금까지 내내 넋이 나간 사람처럼 말을 하지 않았다.
“무현공 부인께서는 아직이신가?”
황제의 상궁이 연정의 상황을 확인하러 들르니, 연정을 수발하는 궁인들이 난감한 얼굴로 상궁을 맞이하였다. 나이가 지긋한 상궁이 연정의 앞으로 가 예를 갖춘 후 들여다보더니 긴 한 숨을 내쉬었다.
“몸은 예 있으나, 마음은 이미 무현공의 곁으로 가셨구나.”
한 번 더 한 숨을 내쉰 후 상궁이 말하였다.
“가마로 뫼시어라. 이토록 은애하셨던 분의 마지막 길은 꼭 배웅하시게 해야 할 것이 아니냐.”
상궁의 말에 연정을 모시는 궁인들이 빠르게 움직여 연정을 가마에 태웠다. 마침내 연정의 가마가 영하원(永河園)에 도착하니, 궁인들이 서둘러 연정을 부축하였다. 연정이 가는 걸음걸음 마다 신료들이 조의(弔意)의 예를 갖추었다. 그러나 연정은 그저 궁인들의 부축에 따라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황제의 배려로 황족들과 함께 상석에 연정이 자리하니, 제사장의 등장과 함께 장례가 시작되었다.
하늘에서는 끝없이 비가 내리고 있었다. 장례가 진행되는 영하원(永河園)에도, 황궁 곳곳에도, 성벽을 넘어 도성 안의 저자에도, 도성을 벋어나 수 리(里) 떨어진 촌락에도 비가 내리었다. 그 언젠가 연정과 윤호가 하룻밤을 묵었던 유향루에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런 유향루로 한 무리의 장사치들이 들어섰다.
“오늘 이동은 불가능 할 것 같으니 예서 술이나 마시자고.”
“아니, 무슨 비가 이리 하늘이 뚫린 듯 오는 것이야.”
흠뻑 젖은 옷의 물기를 짜내며 말하니, 노파가 술병과 잔을 내오며 말하였다.
“청룡이 하늘로 돌아가시는 날이라 그렇수.”
“청룡? 그 무슨 말이오?”
“…….”
사내의 말에 노파는 가만히 한 숨을 내쉬더니 열린 창으로 쏟아지는 빗줄기를 보며 말하였다.
“청룡이 적룡에게 여의주를 물어다주고 소멸하게 되는데, 이를 가엽게 여긴 적룡이 청룡의 환생을 도우니. 훗날 적룡과 청룡이 다시 한 번 엮이겠구나.”
노파의 말을 사내들은 좀처럼 가늠할 수 없어 고개를 갸웃거리다 이내 술잔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돌아서 들어가려던 노파가 문득 멈춰서 자리 한 곳을 바라보았다.
“…….”
그곳은 연정과 윤호가 앉았었던 곳이었다.
‘마음을 주면 몸을 잃게 되니.’
‘마음을 주면 마음을 잃게 되니.’
“이번 생(生)은 아니 될 운이었으니, 너무 탓하지 마시게.”
노파는 그리 말하고 돌아서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곧 만나게 될 것이니.”
+
한무제(韓武帝) 7년, 현비가 아들을 낳으니 황제가 그 이름을 희(熙)라 하고 바로 황태자로 책봉하였다.
“황후마마께 인사 올리옵니다.”
“어서오세요, 현비.”
“…….”
현비는 황후 앞에 예를 갖춘 후 잠시 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희(熙)를 안고 있는 황후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현비가 무언가를 깨달은 듯 가만히 숨을 내쉬더니, 이내 자리에 앉아 황후의 품에 안겨 있는 희를 보며 말하였다.
“마마의 황자이시옵니다.”
“…….”
현비의 말에 황후가 멈칫하고 바라보니, 현비가 말하였다.
“황자께서는 황제 폐하의 아들이시니, 당연히 황후마마의 아들이 되십니다.”
“…….”
말하는 현비를 가만히 바라보던 황후가 이내 희를 현비에게 건네주며 말하였다.
“현비 또한 황제 폐하의 아내이니, 폐하의 아들인 황자의 어미이십니다.”
“마마…….”
황후의 말과 마음에 감동한 현비가 희를 꼭 안아들고 말하였다.
“황공하옵니다, 황후 마마. 홍복을 누리소서.”
그리고 얼마 후 무현공(武炫恭) 부인의 처소에서도 사내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니, 그 아이가 강씨 가문의 대를 이을 건(乾)이었다.
“그래도 아이가 들어선 것을 아시고 부터는 식사도 잘하시고 그래서 좀 나아지시는가 하였는데, 어찌 또 이러시는지…….”
연정의 처소에서 나온 궁인이 손도 대지 않은 찬을 보며 깊은 한 숨을 내쉬었다. 황제께서 친히 각별히 모시라 하였으니, 혹여 연정에게 탈이 난다면 목이 달아날 것이었다. 그러나 꼭 그런 황제의 명이 아니더라도 한남국에 길이 남을 전설인 대장군의 부인이시고, 한 사내를 너무도 은애하여 마음까지 놓아버린 것이 대단하고 기구하여 마음이 쓰였다.
그날 밤, 연정은 건(建)을 품에 안고 한참을 소리 없이 울었다. 달빛도 구름에 가리어 온통 어두운 황궁 안을 홀로 걷던 연정이 영하원(永河園) 사당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곳에는 윤호의 위폐(位牌)와 그 분신과도 다름없는 천신운검(天神雲劍)이 모셔져 있었다. 연정은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바로 천신운검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여전히 날카로운 검의 날을 비춰보고는 눈을 감았다.
‘결국 이리되는 구나.’
마치 어제처럼 생생한 그날의 기억을 떠올려보았다.
‘그러나 결말을 알았다 하여도 나는,’
‘너를.’
‘마음에 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연정의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소리도 내지 못하고 그렇게 울던 연정이 검을 들어 날 끝으로 자신의 가슴을 겨누었다.
‘은애하였다.’
윤호의 마지막 그 말을, 그 목소리를 다시 한 번 떠올리며 참으로 오랜만에 목소리를 내어 불러보았다.
“대장군…….”
그토록 부르고 싶었던 임을 불러보았다. 그러자 윤호의 천신운검이 포옹하듯 연정의 품 안으로 들어왔다. 그와 동시에 윤호와의 마지막부터 거꾸로 시간이 흐르듯 하나 둘 기억들이 떠올라 마침내 가장 처음 만났던 그날로 돌아갔다.
‘대장군, 어디가 편찮으시옵니까?’
물으니, 당황하여 황급히 고개를 돌리던 모습이 눈에 선하였다.
대장군, 듣고 계십니까.
우리 다시 한 번 태어나요.
다시 태어나면 그때는,
제가 대장군을 찾아갈 것입니다.
그때도 꼭 지금처럼 저를 안아주세요.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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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이른 아침 제사장이 사당 안에서 자결한 연정을 발견하니, 황제가 직접 사당까지 달려가 연정의 시신을 확인하였다. 어찌하여 천신운검으로 자결을 하였는지, 황제는 그 뜻을 알길 없어 답답하고 침통한 마음에 한 숨만 내쉬었다. 이에 곁에서 바라보던 유리가 황제에게 말하였다.
“너무도 은애하였기에 그런 것이 아니었겠습니까?”
유리의 말에 황제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침소에 들기 위해 입은 얇은 천에 속이 얼비치니, 황제가 이내 유리를 끌어 당겨 무릎에 앉히었다. 놀란 유리가 잠시 버둥거리다 이내 황제의 목에 두 팔을 두르고 매달려 안겼다. 황제가 말하였다.
“너무도 은애하였기에 그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천신운검으로 자결을 하였다?”
“마지막 순간에는 너무도 그리워하였던 그 분의 기운을 느끼고 싶었던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럴 수도 있겠으나…….”
“역시 의아한 것이 많지요.”
“황후도 그리 생각하시오?”
“예, 그 마지막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무현공(武炫恭)이 자신의 검에 베였다는 말은 저도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나라고 생각하였는데, 나 또한 무현공(武炫恭)이 자신의 검을 빼앗기고 그 검에 베였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아. 그러나 그 자리에서 무현공(武炫恭)이 자신의 검으로 자결을 하였다는 것은 더더욱 말이 되지 않으니. 참으로 답답하구먼.”
황제가 한 숨을 내쉬니, 유리가 손으로 황제의 입술을 어루만졌다. 그러자 황제가 슬며시 웃으며 자신의 입술에 닿아 있는 유리의 손에 입을 맞추었다. 유리의 얼굴에 꽃이 만개하듯 미소가 번지니 황제가 그대로 안아들고 침대로 향하였다. 함께 몸을 겹치고 누워 만월(滿月)처럼 차고 넘치는 애정을 쏟아 부었다. 유리가 그런 황제에게 말하였다.
“폐하, 마음이 아픕니다.”
“어찌하여?”
놀란 황제가 상체를 일으키고 유리를 내려다보니, 유리가 그런 황제의 뺨을 두 손으로 애정 가득 쓰다듬으며 말하였다.
“폐하가 제 곁에 아니 계신다 생각하면, 저 또한 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유리의 말에 황제가 안도하여 허탈한 웃음과 함께 풀썩 상체를 눕히니, 그 아래 깔린 모양이 된 유리가 버둥거리며 황급히 말하였다.
“폐하! 답답합니다! 무거워요!”
“물론 나 또한 그대가 내 곁에 없다 생각하면 살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황제의 말에 버둥거리며 황제의 두꺼운 가슴을 밀어내던 유리가 멈칫하였다.
“그러나 그대가 아픈 것보다는 내가 아픈 것이 나으니,”
“폐하…….”
“약조하지.”
황제가 다시 상체를 세워 유리를 애정 가득 내려다보며 말하였다.
“결코 그대를 혼자 두지 않겠노라고.”
유리가 잠든 후 홀로 나온 황제가 영하원(永河園) 사당으로 향하였다. 황제는 부모인 한현제(韓賢帝)와 태후 장씨의 위패 앞에서 예를 갖춘 후 길게 숨을 내쉬어 보았다. 언젠가 자신과 유리 또한 이곳에 위패가 세워질 것이었다. 그리고 희(熙)가 자신처럼 이렇게 이 자리에서 부모와 조상의 위패에 예를 갖추는 날이 분명 올 것이었다. 지금 당장은 천하를 통일하여 태평성대를 이루었다 하나, 이것이 언제까지 갈지 알 수 없었다. 그런 희(熙)에게 무엇보다 남겨주고 싶은 것은 사람이었다. 황제에게 윤호가 없었다면, 결코 지금의 천하통일을 이루고 강력한 왕권을 세울 수 없었을 것이다.
“…….”
황제의 시선이 윤호의 위패와 그 곁에 있는 천신운검으로 향하였다. 최고의 장수에게 최고의 검을 하사하고 싶어 윤호에게 준 것이었다.
“이것은 내 잘 보관하였다 건(乾)이에게 줄 것이니.”
황제는 천신운검을 한 번 어루만지고는 윤호의 위패를 어루만지며 말하였다.
“그대의 아들과 나의 아들이 함께 자라는 모습을 홀로 지켜보게 되어 쓸쓸하지만, 내 그대 몫까지 지켜봐줄 것이니. 부디 그곳에서는 편안하시게.”
그리고 내쉬는 한숨이 쓸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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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된 댓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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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읽고 갑니다
보아주셔서 감사해요~
잘 읽었습니다! ~
보아주셔서 감사해요~
잘 읽었습니다 ㅎㅎ
잘보고 갑니닷^^
역시 재밌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