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대통령 서거 45주기
김형석 교수의 추도사
박정희 대통령께서 우리 곁을 떠나신 지 45주년이 되었습니다. 우리 국민이 그분을 맞이하게 된 1960년대는 대한민국 역사상 유례가 없는 위기였습니다.
'60년에 4.19 혁명을 통해 국가 전체가 혼란과 무질서에 빠지게 되었고 뒤를 이어 출범한 민주당은 헌법을 바꾸어 내각 책임제로 변신했습니다. 그 결과는 더 큰 정치적 혼란을 초래했습니다. 내각 책임 측인 신파와 대통령 중심 구 파의 대립은 국민의 희망까지 저버린 정권 쟁취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6·25 전쟁을 체험한 국민은 공산 북한의 재침을 우려했고, 국민은 구심점과 목표를 상실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 1년이 지난 후에 박정희 대통령을 중심 삼는 5.16 군사정변이 감행된 것입니다. 국민과 주변 국가들을 놀라게 한 가장 큰 관심은 군사정변의 주체 와 목적이 무엇인가, 이었습니다. 좌파 세력이었다면 대한민국은 존폐 위기를 벗어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혁명군을 대표하는 박정희 대통령은 국정 제1 목 표는 반공이며 앞으로 국시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국민은 안보와 국방 문제에 대한 신뢰를 찾게 되었고 뒤이어 우방인 미국이 박정희 대통령을 초청 해 협력을 확인해 주었습니다. 그 점에서는 안심할 수 있었으나 민간 정부가 해결하지 못한 정치의 수많은 필수과업을 군사정부가 해결해 주리라는 기대는 없었습니다. 모든 신생 국가와 후진국들이 군사정부를 통해 성공한 전례가 없 었기 때문입니다.
다행스럽게 박 정권은 국방과 경제를 선결과제로 확신하고 경제적 민생문제 에 정책을 집중시켰습니다. 정권은 바뀌었어도 국민이 갖춘 잠재력은 버림 받 지 않았습니다. 신생 국가 중에는 우리만큼 교육받은 나라가 없었고, 3·1운동과 6.25 전쟁을 겪으면서 국민은 좋은 지도자만 있으면 얼마든지 성장 발전할 가능성은 갖고 있었습니다. 박정희 정권은 경제는 교육받은 우수한 전문가와 함께 새로이 창출할 수 있다는 자신과 신념을 갖고 그들과 함께 했습니다. 우리도 잘 살 수 있고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공유한 것입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새마을운동'을 제창했고 각 기업체에서는 배우면서 일하고 공부하면서 건설하자는 공감대를 정착시켰습니다. 일하면서 공부하는 교육을 통해 새 역사를 창출하자는 의지를 공직자뿐만 아니라 국민도 함께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나 같은 교수들도 기업체의 중견간부들과 대졸 신입 사원에게 기업윤리와 사회적 가치관 육성에 동참하는 강의 시간을 20여 년 동 안 계속했을 정도였습니다. 교육과 경제가 그렇게 상호협력 한 국가는 없었습니다. 그 끈질긴 노력 동안에 국민은 절대빈곤의 긴 역사를 극복하고 국가적 경제건설을 확립시켰습니다. 일을 사랑하는 국민은 버림받지 않았고 일과 더 불어 성공과 행복의 가치를 터득하게 되었습니다. 전 국민이 우리도 노력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는 자부심을 갖게 해 주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세 가지 기초적 과업을 추가 해 주었습니다. 국가 경제는 전문기업가들을 통해 육성한다는 모범이 그 하나 였습니다. 한 가지 예를 소개하겠습니다. 현대그룹 대표였던 정주영 회장이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박 대통령과의 약속은 있었으나 국가가 후원하는 기업이라는 사실을 아는 정치인들이 울산의 조선소와 기업체를 찾아 와 정치자금을 요청하는 사례가 계속되었고, 정권이 바뀌게 되면 다음 정권의 후원이 의심되기도 했습니다. 정 회장은 박 대통령을 만나 이 두 가지 사실과 회의 때문에 약속을 지키기 힘 들겠다고 실토했습니다. 그 얘기를 들은 박 대통령이 크게 노하면서 '나라와 국민을 위해 함께 헌신하자고 부탁했는데 이제 와서 회의를 품을 정도로 믿지 못할 인물이었느냐'고 질책했습니다." "함께 가겠습니다."라고 사과를 드리고 돌아왔다. 는 얘기였습니다. 그 뒤로는 현대 조선이나 포철 같은 기업체를 찾 아와 정치자금을 요청하는 습관이 사라졌고 나보다 강한 대통령의 의지와 신념에 감복했다는 고백이었습니다.
박 대통령은 경제 개발 초창기부터 과학과 기술개발은 물론 경제건설의 장 래를 위한 카이스트 대학을 비롯한 경제 선진국을 육성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 습니다. 인재 양성과 외부로부터의 인재 도입까지 감행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전문가들보다 먼저 국가 경제의 내실을 견고히 추진했고 미래 경제는 국내문 제 해결보다 생산과 수출에 의한 세계적 수준까지 도약할 것을 실천 지원 했습니다. 무역과 수출을 통한 우위를 점유할 수 있어야 경제 선진국 대열에 동참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정도와 희망을 제시하고 실천 해 현재의 경제 대국을 성취시켰습니다.
지금 우리는 박 대통령 기간에 정부나 국민의 과오가 없었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우리 현실에 비추어보면 잘못과 부끄러움을 먼저 느끼게 됩니다. 반공은 우리에게 최대 의무였기 때문에, 반민주, 반정부 운동을 감행하는 사람을 법적으로 제재하는 과정에 지나친 행위도 있었을 것입니다. 경제문제가 사회 와 시대의 최고, 전체의 과제라는 주장은 하지 않습니다. 경제문제 해결과 성장은 정신문화를 위한 선제조건이며 인간다운 삶의 기초이었음도 알고 있습니다. 대학 교육은 민족 관념을 넘어 세계 시민을 육성하는 의무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40여 년 전의 민족 교육과 가치관을 그대로 연장해서도 안 된다 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력은 정부만의 책임이 아니고 우리 모두의 의무였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우리 국민은 4.19를 통해 독재정치는 다시 허용할 수 없다는 역사의 강을 건넜고, 군사정부 기간에 세계 어떤 국가도 성공하지 못한 국가 경제의 높은 산, 정상에 오르는 위업을 성공 시켰습니다. 공산국가들과 신생 국가의 본령인 권력정치를 극복하고 법치국가, 민주주의 위상을 건립할 수 있었습니다.
미래의 조국을 위한 개혁과 발전은 우리 앞에 현존해 있습니다. 주어진 진로와 의무는 간단합니다. 국가와 겨레를 위하고 섬기는 대한민국 국민의 자세를 되찾는 것은 우리 모두의 권리와 의무입니다. 정치계와 일부 정치 병에 걸려 있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지금 우리 국민 중에 세계 수준에 진입한 예술인들이나 젊은 세대들은 모두가 정치와 정부·정책 밖에서 일한 사람들입니다. 정신문화는 정치권 밖에 존재하는 세계시민적 위치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나 자신에게 반성의 물음을 던져야 합니다. 조국을 위한 국민의 자질을 갖추고 있는가. 공직자다운 공무원, 교육자다운 교수, 의사다운 의사, 기업인다운 사업가, 종교인다운 정신 지도자가 되도록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특히 스스로 정치가로 자처하는 정당 지도자들의 자세를 보면 서 실망하는 국민이 더 이상 없어야 합니다. 사회 모든 지도층 인사들에게 주 어진 요청과 경고가 있습니다. 국가와 겨레를 위한 노력과 헌신은 역사에 남 습니다. 정권이나 이기 집단에서 하는 일은 남는 것보다 버림받을 것이 더 많습니다. 나를 위해 이기적으로 하는 일은 자신을 불행케 할 뿐 아니라 이웃과 사회에 고통을 주는 것이 역사의 심판입니다.
45년 전에 박 대통령님을 떠나보낸 국민은 남겨주신 노고와 업적에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바칩니다. 그리고 대통령께서 우리를 통해 대한민국의 장래를 위해 염원하셨던 뜻과 정신을 계승해 나갈 것을 다짐합니다. 자랑스럽고 영광 된 대한민국 건설 발전에 동참하겠습니다.
삼가 여러분의 뜻을 모아 명복을 기원합니다.
2024년 10월 26일
함께 일했던 국민의 한 사람 (연세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
김형석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