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수능 치룬 이들을 생각하면서..
지난12 일
대한민국은 십구세 근방의 고3이나 재수생 67만 8천여명이 떼거지로 시험을 보았습니다.
마치 이 관문이 세상살이의 가장 중요한 문턱이며, 성공을 향한 최전방의 목표지점이라고 여겨지는듯 온나라가 아수라장이었습니다.
그날의 동방예의지국은 교통예의, 질서예의 무시한 수능일입니다.
교문 입구에서 후배들은 응원하고 노래하고 박수치고 북을 치는 가운데 수험생들은 쑥쓰럽게 그 인파를 헤치고 건물안 교실로 들어갑니다.
부모들은 추위에 몸을 웅크리고는 커다란 주전자로 따라주는 뜨거운 물에 녹차를 마시며 자리를 뜰 줄 모릅니다.
참 오랜 시간을
음악과 노래와 소설과 영화, 친구와 우정 그리고 철학과 가족을 떠나고 종교를 가진 아이들은 주님과도 떠나고 부처님과도 떨어져 그 놈의 수능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슬에 매달린 불쌍한 젊은이들이었습니다.
앞으로 해야할 일도 많고 더 많은 변화와 시련과 기쁨이 기다리고 있는데 그들은 새벽에 밥을 먹고 어떤 아이는 밤 12시를 지나 새벽에 귀가를 하고 어떤 아이들은 소위 "학사반"이란 수용소에서 지내다 토요일에 가석방(?)되었다가 일요일날 다시 들어가야하는 교육이라는 멋진 이름을 가진 우리는 위--대한 대~한~민국 입니다.
성당에서는 그들의 시험시간에 맞춰 한손에는 묵주를 부여잡고 각종기도(십자가의 길, 성모송, 수험생을 위한 기도)를 하고 그들이 쉬는 시간에 같이 쉬고 또 시험시간에 맞춰 기도하고 교회에서는 오직 주~여 저 어린것이 잘 되게 해 주소서 수험생보다도 더 애타게 "쥐여 ~ ~ 쥐여 ~ ~ "를 외치고 법당에서는 무릎이 남아나지 않도록 백팔배, 삼천배.
이날 우리는 교문 붙잡고 무아의 경지에 이른 어머니의 뒷모습과 엿붙은 철대문, 절간은 미어 터지고 팔공산, 성당, 교회를 뉴스와 신문에서 보게 됩니다.
참 자식이 뭔지..
해마다 겨울이면 어김없이 이런 아름답고(?) 폼나는 장면을 연출하게 되는 이나라 교육의 한페이지를 보여줘 가뜩이나 예민한 학생들에게 날씨마져 여린 가슴을 더욱 더 얼려줍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대한(발음 죽여주는 김영삼 전대통령 생각나는) 대한민국 부모만 그럴까요? 아마 자식가진 부모는 어느나라나 마찬가질겁니다. 가려뽑는 방법이 달라서 그렇지 하버드나 MIT 갔다고 하면 그 부모들 입다물기 힘든건 미국이나 한국이나 러시아나 티벳이나 베트남이나 다 같을 겁니다.
이게 부모 좋으라고 보는 시험인지 수험생 좋으라고 지내온 세월인지... 참 그렇습니다.
거 참 그 와중에 자유로운 분들이 신부님이나 수녀님, 스님 아니신가요? 무자식이????
이 전쟁을 치루고 2차전에 들어가면 미치는 세월이 또 기다리지 않나요?
청년 백수, 취업전쟁, 실업자수 몇몇이라는 데이터, 한자리수 모집에 기본이 두세자릿수의 응시...
이렇게 힘들고 어려우니 장가도 늦고 애는 또 어떻게 키울 것인지 겁나고 두려우니 출산율 이란것이 그렇습니다.
오늘을 준비한 대한민국의 수험생의 마음속에 평화가 자리하기를 기도드립니다.
시험 잘 보고 점수 잘 나오게 해달라는 염원 대신 고생한 수험생들이 편안한 마음을 갖고 앞으로의 긴 인생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잠시 시간을 내어 수험생과 그 가족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 그 때 알래스카에 계신 신부님네 성당카페에 올렸던 것입니다 .. 오늘이 수능일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