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감사했습니다. ♬ 송년의 詩 모음
송년 엽서 / 이해인
하늘에서 별똥별 한개 떨어지듯 나뭇잎에 바람 한 번 스쳐가듯 빨리 왔던 시간들은 빨리도 떠나가지요 나이 들수록 시간은 더 빨리 간다고 내게 말했던 벗이여 어서 잊을 것은 잊고 용서할 것은 용서하며 그리운 이들을 만나야겠어요 목숨까지 떨어지기 전 미루지 않고 사랑하는 일 그것만이 중요하다고 내게 말했던 벗이여
눈길은 고요하게 마음은 뜨겁게 아름다운 삶을 오늘이 마지막인 듯이 충실히 살다보면 첫새벽의 기쁨이 새해에도 항상 우리 길을 밝혀주겠지요.
송년회 / 목필균 후미진 골목 두 번 꺾어들면 허름한 돈암곱창집 지글대며 볶아지던 곱창에 넌 소주잔 기울이고 난 웃어주고 가끔 그렇게 안부를 묻던 우리 올해 기억 속에 너와 만남이 있었는지 말로는 잊지 않았다 하면서도 우린 잊고 있었나 보다 나라님도 어렵다는 살림살이 너무 힘겨워 잊었나 보다 12월 허리에 서서 무심했던 내가 무심했던 너를 손짓하며 부른다 둘이서 지폐 한 장이면 족한 그 집에서 일년 치 만남을 단번에 하자고
송년의 시 / 윤보영
이제 그만 훌훌 털고 보내주어야 하지만 마지막 남은 하루를 매만지며 안타까운 기억 속에 서성이고 있다
징검다리 아래 물처럼 세월은 태연하게 지나가는데 시간을 부정한 채 지난날만 되돌아보는 아쉬움
내일을 위해 모여든 어둠이 걷히고 아픔과 기쁨으로 수놓인 창살에 햇빛이 들면 사람들은 덕담을 전하면서 또 한 해를 열겠지
새해에는 멀어졌던 사람들을 다시 찾고 낯설게 다가서는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올해 보다 더 부드러운 삶을 살아야 겠다
산을 옮기고 강을 막지는 못하지만 하늘의 별을 보고 가슴 여는 아름다운 감정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送 年 / 피천득
"또 한 해가 가는구나.....!"
세월이 빨라서가 아니라
인생이 유한(有限)하여 이런 말을 하게 된다.
새색시가 김장 삼십 번만 담그면 할머니가 되는 인생. 우리가 언제까지나 살 수 있다면 시간의 흐름은 그다지 애석하게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세모(歲暮)의 정은, 늙어가는 사람이 더 느끼게 된다. 남은 햇수가 적어질수록 1년은 더 빠른 것이다.
백발이 검은 머리만은 못하지만
물을 들여야 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온아한 데가 있어 좋다.
때로는 위풍과 품위가 있기까지 하다. 젊게 보이려고 애쓰는 것이 천하고 추한 것이다.
젊어 열정에다
몸과 마음을 태우는 것과 같이 좋은 게 있으리오 마는, 애욕, 번뇌,
실망에서 해방되는 것도 적지 않은 축복이다.
기쁨과 슬픔을 많이 겪은 뒤에 맑고 침착한 눈으로 인생을 관조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여기에 회상이니 추억이니 하는 것을 계산에 넣으면
늙음도 괜찮다.
그리고 오래 오래 살면서 신문에 가지 가지의
신기하고 해괴한 일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새해에는 잠을 못 자더라도 커피를 마시고 파이프 담배를 피우고 술도 마시도록 노력하겠다.
눈 오는 날, 비 오는 날,
돌아다니기 위하여 털신을 사겠다. 금년에 가려다 못 간 설악산도 가고 서귀포도 가고, 내장사 단풍도 꼭 보러 가겠다.....
-피천득님의 수필집 에서-
연말회송(年末悔頌) / 정재영(小石) 바퀴는 회전만 하고 있어서 제자리에 있는가 했는데 수레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가고자 하는 곳까지 언제 움직여 놓여져 있었다 세끼 밥만 먹고 지내며 하루 하루 시간만 보낸 줄 알았는데 돌아갈 길 저리도 까마득한 곳 멀리도 와 있다 떠나서 가야할 길도 보이지 않고 아득한데 새것도 헌것도 찢어낼 수 없는 모두가 이어진 길 위의 간이역일 뿐이다
제야除夜 / 오정방 날日이 저물었다 달月이 저물었다 해年가 다 저물었다 더는 갈 수가 없다 억지로 돌아설 수도 없다 이 밤이 새고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거다 제야의 종소리를 가슴으로 들으면서 송구영신 하는거다 지나간 것은 늘 아쉽고 새로운 것은 언제나 기대에 부푼다
이미지 출처: 산사람블로그
가는해 오는해 길목에서 / 경한규
또 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해마다 이맘 때면 아쉬움과 작은 안도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립니다 봄? 같은 햇살에 땅끝이 다시 파릇파릇 되살아나 겨울이 겨울답지 않다고 투덜거리다가도 가던 길 멈추고 별빛 끌어내리면 이내 없는 이들의 가슴에 스미어 참 다행이다 싶기도 합니다 12월의 플렛홈에 들어서면 유난히 숫자 관념에 예민해집니다 이별의 연인처럼 22 23 24......31 자꾸만 달력에 시선을 빼앗깁니다 한 해 한 해 냉큼 나이만 꿀꺽 삼키는 것이 못내 죄스러운 탓이겠지요 하루 하루 감사의 마음과 한 줌의 겸손만 챙겼더라도 이보다는 훨씬 어깨가 가벼웠을텐데 말입니다 오는 해에는 이웃에게 건강과 함박웃음 한 바가지만 선물할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우리는 누구나 홀로 떠있는 섬과 같습니다 못난 섬 멀리 내치지 않은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출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랑방 원문보기
★*…한 해를 보내면서 시인/ 석랑(石朗) 조윤현 다난한 해를 보내고 희망찬 꿈이 그려지는 새해를 맞는 연말에 서산에 지는 해를 보며 영욕의 세월을 그린다. 지나온 해를 돌아보고 한 해를 또 보내면서 고희를 맞아야 하지만 지는 해가 거듭하면 미련에 남는 해는 아쉽고 새해가 또 기다려진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영겁의 세월을 보내면 무상한 인생 편력은 또 그 렇게 그려지겠지.
여명(黎明)에의 인사
-인도의 희극작가 칼리다사-
" 이 날을 보라
이것이 생명
생명의 생명이다.
이 짧은 시간에
너의 존재인 모든 것의
진실과 현실이 포함되어 있다
성장의 기쁨
행동의 영광
아름다움의 화려함
어제는 꿈에 지니지 않고
내일은 환상일뿐
그러나 충실하게 지낸 오늘은
모든 어제를 행복의 꿈으로
내일은 희망에 찬 환상으로 만든다
그러니 오늘을 잘 지켜 보라
이것이 새벽을 위한 인사다. "
이미지 출처 : 한겨레
★*… 덤없는 인생
시인/ 이정규 먼 산 아래 산 그림자 드리우니 별빛이 초로에 눕고 세월의 흔적에 젊은날의 꿈 바람결에 잠든다 잡지못할 시간속에 인연속의 그리움 뭇별속에 묻혀 두고 속절없는 세월은 나를 올가미에 걸어 두었네 불꺼진 창가에 내려앉은 푸념 달빛은 쓴 웃음으로 구름속에 숨어들고 화살촉처럼 스쳐간 유수 같은 세월에 되돌릴수 없는 덤없는 인생이여 나에게 잠시라도 시간을 줄수 있다면 찾아온 인연 뿌리채 거두어 피우지 못한 꽃망울 활짝 꽃피워 그대를 사랑하고 붉은 입술 그대 숨결속에 잠들고 싶어요.
너 세상에서 무엇을 하였니
시림 김재덕
나
엄마의 심장 박동을 들으며
뱃속양수 풀장에서
유영에 수영하였습니다.
우주비행사 생명의 끈 처럼
엄마와 연결된 탯줄에 메여
음식 맛 느껴 받으며
내 안 생명을 키웠습니다.
한 살씩 커가며
나 혼자 세상에 섰던 것처럼
부모님 고생과 깊은 사랑은
잃어버린 세월에 묻었답니다.
부모 된 지금 홀로 않아서
내게서 떨어진 자식을 보며
지금까지 한 세월에 보습은
혼자 무엇을 했을까요 !
너 세상에 머물며
지금에 모습이 무엇으로
그려진 한 폭에 그림에도
손에는 가진 것 없지 않니.
밤하늘에 펼쳐본 한해/ 시; 김영래
하루종일 희뿌연 하늘로
시야를 가리던 날씨가
어둠이 깔리자
도시의 네온 불빛과
황사가 겹쳐 희로 애락의
혼란 스럽던 사연을 덮어 버리고
고요함 으로 위장을 하며
아름다움으로 빤짝거린다
고속 도로를 달리듯
빠르게 지나가는 세월과
느리게 살려는 느낌의 마음과
줄다리기를 하던 시간도
12월 마지막 달이 되면
비로서 한해를 되돌아 보는
신호등처럼 멈춰서 상념에 잠긴다
만감이 교차하는 정리의 달이며
분주함을 추수려 보는 반성과
미로 같은 질곡의 의미를
밤하늘에 펼쳐놓고
찬 바람과 섞어 음미해보는데
방한복으로 무장한
눈매 깊숙이 외로움의
그늘이 서려 있는것 같아
편치않는 마음에
가슴이 싸~~하게 저미어온다~~~*
노을 빛 기도/시; 이양우 고개를 넘어가는 노을 빛은 빛의 가난을 용서합니다. 용서하기 힘든 용서를 무욕의 손으로 씻어냅니다. 노을 빛은 천천히 그러나 초연한 저 켠의 나래들을 뒷걸음질로 반추하며 비움의 철칙으로 화답하고 있습니다. 노을 앞에서는 증오의 활시위도 꺾어집니다. 가장 강한 자의 오만도 용서합니다. 핍박과 배반의 수레를 쉬게 합니다. 노을은 잿빛 하늘이 아닙니다. 평화의 하늘입니다. 노을은 괴로움의 하늘이 아닙니다. 행복의 하늘입니다. 이제는 나 자신을 위해서 오해를 거두어야합니다. 그대를 용서하지 않으면 나 자신으로부터 나를 가둡니다. 그대는 나의 스승입니다. 나를 깨우쳐 주었음이니 그대에게 갚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죄로부터의 사슬을 풀어내는 작은 기도말입니다.
섣달 그믐날의 놀/ 글; 유당
다행히도 또 새로운 희망과 더 크고 깊은 감회는 되풀이된다. 해가 수평선에 잠기고 나서 잠시 머뭇거리듯 컴컴해지다가, 못내 그냥 꺼져버리기에는 섭섭하다는 듯이 그날의 부록처럼, 마지막 악장의 코다처럼, 하늘을 장엄하게 밝히는 놀이 피어오르는 날이 있다. 섣달 그믐날 그러기를 바란다. - 강운구의《시간의 빛》중에서 - * 섣달 그믐날의 놀. 왠지 머뭇거리며 지는 듯한 그 마지막 놀이 장엄할수록 가슴 깊은 곳에서는 아쉬움과 회한이 솟구쳐 목울대까지 올라옵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매듭이 필요합니다. 그 매듭은 모든 것의 마침이나 끝이 아닙니다. 새로운 시작의 또다른 출발점일 뿐입니다. 섣달 그믐날 마지막 놀이 지어야 비로소 새해가 다시 밝아오듯.
음원 제공; 무진장 행운의 집 - 유당
지난 한해 베풀어 주신 후의와
동행과 성원에 마음깊이 감사드려요.
밝아오는 새해에는 풍성한 기쁨속에서
뜻하신바 모든 일들이 꼭 성취되길 기원합니다.
2015년 한해에도 만사형통하시고,
가내에 화평과 복된 나날이 계속되기를 바라며
환한 웃음으로 항상 행복과 건강이 함께 하시길 바래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
오신님 머무시는 동안 편안한 시간되세요 ....... ^^~
첫댓글 한해를 보내면서 쓴 시들도 많으네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한 송년 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