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고혈압.신열.정신불안의 청심제
대나무
생 약 명 : 죽엽.죽여.죽피.
약 효 : 해열.진해.진토.거담.지갈.소염.발한
적용질환 : 거햘입.신열.구토.기침.황달.간질병
경진년庚辰年(2000년)동지 섣달은 15년 만의 강 추위라고도 하였으나 유난히 눈도 많이 내렸다. 그래서 모처럼 대잎에 눈 내리는 풍경을 볼 수 있는 즐거움이 있었다. 청솔에 쌓이는 눈도 아름답지만은 대닢에 눈 내리는 소리는 영혼을 울린다. 솔잎 끝을 스쳐 가는 솔바람 소리가 가슴 설래게 한다면은 대잎에 싸락눈 오는 소리는 기다림에 지친 그리움 같은 것이다. 대밭에 달 그림자 지고 차가운 대잎이 바람에 울 때면 불현듯 보고 싶은 사람이 생각나기도 한다.
눈맞아 휘어진 대를 뉘라서 굽다 던고
굽을 절節이면 눈 속에 푸를 소냐
아마도 세한歲寒고절孤節은 너 뿐인가 하노라
耘谷 元天錫 : 고려말
대나무는 휘어진 것 같이 보일뿐 결코 굽지 않으며 눈 속에서도 항상 푸른 빛을 잃지 않으면서 원통으로 속을 비워 버렸으니 명리의 집착에서도 벗어나 있다. 그래서 한가하게 살아 가는 가난한 현사이며 숨어 사는 은사에 비유 되기도 하고 지조와 절의를 상징 하기도 한다. 그 밖에도 매․난․국․죽 사군자四君子의 하나이며 송․죽․매의 세한삼우歲寒三友로써 동양화의 절경을 이루기도 하였다.
대나무는 대과에 속하는 상록성 목본인 대나무 종류의 총칭이며 竹대라고 약칭 하기도 한다. 대나무는 전 세계에 12속 500여종이 있으며 우리 나라에는 왕대속․이대속․해장죽속․조릿대속의 4속 14종류가 살고 있다. 대나무의 대표종인 왕대는 중국 원산으로 이 땅에 널리 심어 가꾸고 있다. 번식은 땅 속 줄기를 옆으로 길게 뻗어 가며 해마다 5~6월 중순경에 죽순을 키워 낸다. 대나무는 단자엽식물이므로 나이테가 없고 죽순이 생장하기 시작 하여 30~50일만에 다 자란다. 자란 뒤에는 더 이상 굵지 않고 비대 생장을 하지 않으며 굳어지기만 한다. 우리나라 죽림의 분포는 강원도의 동해안을 따라 호남지역까지 따뜻한 남쪽 지방이며 죽류는 왕대苦竹 솜대淡竹 얼룩대 班竹 오죽烏竹 맹종죽孟宗竹 조릿대등이 주종을 이루어 분포되어 있다. 대나무류의 꽃은 일생에 한번 피고 특이하게 주기적으로 피는데 종류에 따라 조릿대는 약 5년, 왕대․솜대는 약 60년을 주기로 꽃이 피고, 꽃이 피어 이삭 열매를 맺고 나면 어미 대나무는 모두 말라 죽게 되며 대밭은 폐허가 된다. 이는 어미대가 꽃을 피우기 위해서 땅 속 줄기의 많은 영양분을 소모함으로 인해서 다음 해에 발육되어야 할 씨눈 대부분이 말라 죽어 버리기 때문이다.
한방에서 생약 이름으로 대잎을 죽엽竹葉 대의 속살을 죽여竹茹 대를 죽피竹皮라 했다. 대나무의 성미는 달고 아주 차며 독이 없다. 심 폐 위 간경에 작용한다. 약효는 해열, 진해, 진토, 거담, 지갈, 소염, 발한의 효능이 있고 적용 질환은 고혈압, 신열, 구토, 기침, 황달, 간질병, 정신 불안의 청심제등으로 사용 하였다.
「동의 보감」에서 중풍으로 인해 말을 하지 못하는 경우나 고혈압의 치료에는 청죽을 한자 정도로 잘라서 마디가 있으면 뚫어 속이 통하게 하여 단지속에 세워 넣고 왕겨나 톱밥 불에 묻어 하루 동안 구우면은 단지 안에 기름이 고인다. 이 진액을 한방에서 죽력이라 하여 한번에 3g정도를 하루 세 번 나누어 복용 하면 큰 효험을 본다 하였고 만병 통치약처럼 사용 하였다. 일반적으로 민간에서 대를 약으로 쓸 때에는 청대잎과 대통의 겉껍질을 벗기고 가운데 층의 속살을 얇게 깍아 그늘에 말려 두고 사용 한다. 약의 채취 시기는 정해져 있지 않으며 용법은 말린 약제를 1회에 약 3~6g정도를 기본으로 달려 복용 하면 된다.
혈압으로 열이 있고 가슴이 답답하며 숨이 찰 때와 어린이들이 놀라 발작하는 경간에는 대뿌리 줄기의 잔털 뿌리를 뜯어다 잘게 썰어 햇볕에 말려 두고 죽엽과 솔잎을 함께 차茶로 우려 마시면 혈압등과 경간의 치료뿐 만 아니라 비만을 방지하며 담을 삭이고 경련을 멈추게 하며 악창에도 약이 된다고 하였다.
인류가 대나무를 이용한 역사는 오랜 고대 사회로 부터 시작되었다. 활,화살, 죽창등 전쟁 무기, 생활용품, 민간약으로 다양 하게 사용 되어 왔고 시인 묵객들의 노래 속에서도 만고상청萬古常靑 옛 친구로 불리어 왔다.
풍운風雲의 세월 속에 죽림竹林에 얽힌 이야기들이 아주 많다.
중국의 전설적인 요堯 임금의 두 딸 아황娥皇과 여영 女英이 순舜 임금을 따라 죽음으로 이승과 이별하며 흘린 피 눈물이 소수瀟水와 상수湘水 강가의 대 밭에 뿌려져 대나무 마디 마다 피얼룩이 졌으니 지금도 얼룩 무늬대를 소상반죽으로 불린다는 슬픈 이야기.
신라의 문무 대왕은 죽어 일본의 침략을 막고자 동해의 바다룡이 되었다. 그 아들 제 31대 신문왕때 동해에 작은 산이 하나 떴는데 그 산에 낮에는 둘 밤에는 하나가 되는 신기한 대나무가 있어 해룡이 일러준 대로 그 대나무로 피리를 만들어 불었더니 세상의 만가지 파란이 쉬게 되었다. 그래서 만파식적萬波息笛이라 이름 짓고 월성月城의 천존고天尊庫에 모시고 국보로 삼았다는 대나무 피리 이야기.「 삼국유사 」
신라 14대 유리왕때 이서국伊西國이 금성을 공격해 왔는데 신라군이 감당을 못하자 귀에 댓잎을 꽂은 이상한 군사들이 나타나 신라군이 승리 하였으나 이상한 군사들은 간 곳이 없고 미추왕능 앞에 댓잎만 수북히쌓여 있었다. 그래서 미추왕이 신통으로 도운 것인 줄 알고 그 능호를 죽현능竹現陵이라 하였다는 설화. 「삼국유사」
중국中國의 대문호大文豪 소동파蘇東坡는 친구의 부탁을 받고 대나무를 그렸는데 흑묵이 없었던지 적묵으로 붉은 대나무를 그려 주었다. 그림을 받은 그 친구가 「세상에 붉은 대가 어디 있는가」 하고 항의했다. 소동파는 대답하기를 「그러면 세상에 검은대는 있는가」라고 했다. 우문에 한 마음 비운 사람의 선답이라 할 수 있겠다. 그 후 중국에는 붉은 대그림이 흥행하게 되었다는 고사.
중국의 맹종孟宗이란 젊은이가 겨울에 죽순을 먹고 싶다는 병석의 노모를 위해 눈 덮인 대밭에서 죽순을 찾았으나 그 소원을 들어 드릴 수가 없어 한탄의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그 눈물이 얼마나 애절하고 뜨거웠던지 눈이 녹고 얼었던 땅이 녹으면서 죽순이 솟아 났다. 그래서 죽순을 먹을 수 있는 대나무를 맹종죽 혹은 읍죽泣竹 곧 눈물의 죽이라 하였으니 죽순의 불가사의한 빠른 생장과 효심이 담겨진 아름다운 이야기.
1944년 7월 25일밤 경산군 남산면 일원의 청장년 29명이 대왕산에 모여 일제의 강제 징용에 저항할 것을 결의 했다. 죽창 하나를 무기로 삼아 일본 순사들의 총칼 앞에 죽음으로 항쟁 했던 사건이 「대왕산 죽창의거」다. 이제 그들이 핏발 어린 함성은 잊혀지고 남산면 소재지 큰 고목 아래 기념비라는 큰 돌 하나로 남아 있다.
전남 구례에서 경남 하동으로 섬진강을 따라가다 보면 강물과 모래, 겨울 철새와 아직도 남아 있는 나룻배들 산영이 저물 때면 더욱 아름다운, 굽이 굽이 강둑을 따라 무리 지어 있는 청청한 대밭들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