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字 隨筆 문득.1456 --- 돼지머리가 고사상에서 웃고 있다
재래시장에서 야릇한 미소를 머금은 돼지머리를 보았다. 뜬금없이 필름이 돌아간다. 비좁은 울이었지만 빈둥빈둥 놀아도 때마다 굶기지 않고 먹이를 주었으니 감사한가 보다. 의식주를 해결한 것이다. 멧돼지는 자유로울지라도 때가 되면 먹이 찾아 헤맨다. 이따금 먹이를 구하기 쉽지 않아 할 수 없이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한 농가를 찾아 농작물을 마구 짓밟아 놓는다. 엉겁결에 시내까지 내려와 총살당하여 명을 재촉한다. 비록 울에 갇혀 자유를 빼앗겼다고는 하지만 저런 멧돼지에 비하면 그래도 얼마나 고마운 사람들인가. 보답의 길은 죽어 맛이 좋은 고기를 내주는 일이다. 모두 돌려주는 셈이다. 그래도 마지막 떠나는 길이라고 털로 뒤덮인 몸뚱이를 깔끔이 깎고 깨끗이 목욕시키니 이 얼마나 기분 좋은지. 아무리 멋없는 돼지라고는 하지만 얼굴에 자신도 모를 환한 미소를 머금고 살갑게 한다. 평생토록 그냥 먹여준 사람에게 마지막 예를 표하는 것이다. 고사를 지내려고 차린 상에 오른 돼지머리를 보면 어딘가 아주 흐뭇하면서도 넉넉하고 훈훈함이 번지는 미소를 머금게 된다. 콧구멍에 고액 지전을 꽂아놓고 잘 되게 해달라고 염원하며 꾸벅꾸벅 절까지 받는다. 이제는 돼지가 단순한 돼지가 아니다. 돼지에게 나름대로 기원하며 행복해한다. 평생을 바친 수도승보다도 어딘가 만족해 보인다. 누군들 하릴없어 괜스레 싫은 소리를 듣고 싶겠는가마는 같은 값이면 좋은 것이 좋은 것이란 말이 뜬금없이 이런 것이지 싶다. 사소한 것도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분위기가 확 달라질 수 있음을 새삼 느낀다. 자연 속에서 꽃이나 나무가 꽃다워야 하고 나무다워야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잘 자라던 나무가 소리 소문 없이 무더기로 죽어가고 있다. 기후 변화에 따른 온난화로 생태계에 변화의 조짐이 생긴 것이다. 지구촌은 하루가 멀다 느낄 만큼 지진 소식이다. 땅속도 잠잠하지 못하고 들썩거린다. 왜 저들마저 기다렸다는 듯 함께 동요하고 긴장하며 시끄럽게 하는지. 각자 제모습을 찾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