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탐험사 100장면 26 - 여자도 모험할 수 있다 요트로 세계 일주한 첫 여성 나오미 제임스(197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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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y9713
2024.03.18. 01:53조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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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탐험사 100장면
여자도 모험할 수 있다
요트로 세계 일주한 첫 여성 나오미 제임스(1978년)
요약 나오미 제임스는 17m짜리 요트에 몸을 싣고 세계 일주 단독 항해에 나섰다. 1977년, 주변 사람 모두가 위험하다고 말리는 상황에서 〈데일리 익스프레스〉의 지원을 받아 당당하게 떠났다. 요트 신출내기가 열네 번이나 돛은 바꿔 달 정도로 바람이 변덕을 부리는 상황에서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고 세계 일주에 성공했다.
남이 하면 나도 한다
요트를 타본 지 겨우 2년 만에 세계 일주 항해에 나선 제임스 나오미에게 돛을 올리고 내리는 일은 무척 어려웠다. 바람이 변덕을 부려 하루에 열네 번이나 돛을 바꿔 단 적도 있다.
사람들은 거의가 머리를 가로저었다. 여자 혼자 요트로 세계를 돌다니, 그건 절대 불가능하다. 치체스터만이 용기를 주었다. 그리하여 신혼의 달콤함에 푹 빠져 있던 29살 여성은, 17m짜리 요트에 몸을 싣고 여성 최초로 케이프혼을 지나는 세계 일주 단독 항해에 나섰다.
나오미 제임스. 그녀는 요트를 배운 지 2년밖에 안되어 뱃멀미를 하는데다 혼자서는 요트를 몰아 본 일이 없는 신출내기였다. 텔레비전도 없고 외지인이라고는 학교 선생님 외에 본 적이 없는 뉴질랜드 벽지 출신 아가씨가 4년간 유럽을 떠돌아다니던 어느 날 생말로(프랑스)에서 영국행 배표 파는 곳을 찾다가 우연히 세계를 누빈 이름난 요트 브리티시 스틸호에 오르게 되었다.
거기서 그 요트의 선장 로버트 제임스를 만난 그녀는 밤새 요트 항해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었고, 그 배에 갑판원 겸 요리사로 취직했다. 그리고 그 해 5월 말 제임스와 결혼했다.
어느날 그녀가 뚱딴지처럼 혼자서 요트로 세계를 일주하겠다고 말했다. 남편은 찬성했다. 항해 비용은 〈데일리 익스프레스〉가 지원하기로 했다. 요트 이름은 신문사가 요구한 대로 '익스프레스 크루세이더'(익스프레스사의 십자군 병사)라고 바꾸었다.
나오미의 일생 일대의 모험은 1977년 9월 다트머스 항에서 시작되었다.
1977년 9월 9일(제1일). 밤 11시 30분에 배 1척이 지나갔다. 눈을 붙이기 위해 20분마다 한 번씩 깨어나도록 괘종시계를 맞춰 놓았다. 20분이란 수평선에 나타난 배가 다가와서 나오미의 요트에 충돌하기까지 걸릴 평균 시간이다. 더 빠른 배라면, 그것은 운명에 맡기는 수밖에.
그날 밤 위험한 순간이 한 차례 지나갔다. 멀리서 접근하던 배가 400m쯤 앞에서 갑자기 진로를 바꿔 돌진해 왔다. 나오미는 가뭇가뭇 졸고 있다가 요트가 세게 흔들리자 화들짝 놀라서 키를 확 꺾었다. 불을 환하게 밝힌 산더미 같은 강철선이 앞을 가로질러 가는 광경은 무시무시했다.
돛을 조작하는 일은 육체적 힘의 한계를 절감케 했다. 9개나 되는 돛을 바람 부는 상황에 따라 피고 접는 일은, 기우뚱거리는 갑판에서 몸의 균형을 잡으면서 길고 무거운 물체를 조작함을 뜻한다. 9월 28일의 항해일지에는 그같은 어려움이 잘 드러나 있다.
'날씨는 내가 겪은 것 중에 제일 약을 돋구었다. 1분쯤 바람 한 점 없다가 조금 뒤에는 20~23노트로 바람이 불었다. 오늘 하루 돛을 열네 번이나 갈아 달아야 했다. 바람이 변덕을 부리지 않으면 밤에 몇 시간을 더 잘 수 있을 텐데.'
12월 21일(제104일). 12시에 일이 터졌다. 갑판으로 나가려고 문을 여는 찰나 믿을 수 없이 커다란 굉음과 함께 엄청난 파도가 조타실을 덮쳤다. 물에 밀린 문이 나오미의 얼굴을 치는 바람에 그녀는 뒤로 나가떨어졌다. 물이 해도실까지 밀려들었다. 배는 완전히 옆으로 넘어졌다. 몇 초가 흘러갔다.
그녀는 '크루세이더여 일어나라'고 빌었다. 몇 초가 더 지나자 배가 크게 흔들리더니 그 반동으로 균형을 되찾았다. 나오미가 키를 잡으려고 비틀거리며 걷는데 배 뒤쪽에서 산더미 같은 파도가 또 밀려오더니 배를 번쩍 치켜들어 머리에 이었다.
배는 서핑을 타듯이 파도에 실려 질주했다. 배가 중심을 잃고 뒤집힐 것 같았다. 조마조마 기다리고 있자니 파도가 힘을 잃으면서 소멸했다. 배는 물거품의 소용돌이 속에서 멈추었다. 그녀는 잽싸게 타륜을 잡고 다시 몰려드는 파도를 비켰다.
1978년 2월 27일(제172일). 새벽 5시에 요트가 뒤집혔다. 파도가 배 옆구리를 치는 충격을 느끼는 순간 배가 기우뚱하더니 쓰러졌다. 온갖 물건들이 나오미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한참 지나자 배가 비틀거리더니 중심을 잡았다.
그녀는 몇 분간 미친 듯이 펌프질을 하다가 갑판으로 뛰어 올라갔다. 삼각돛 기둥 하나가 사라져 버리고, 하나는 부러졌다. 그녀는 조타실로 달려가 멜빵으로 몸을 나침반 궤짝에 묶고 파도를 향해 섰다. 파도의 높이는 10~15m에 이르렀다.
갑자기 크루세이더호가 파도를 타고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나오미는 타륜을 끌어안고 고물이 파도 방향과 일직선이 되게 안감힘을 썼다. 두 번째 파도가 배를 장난감처럼 들어올렸다. 바닷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녀의 주변에는 끓는 물처럼 소용돌이치는 물뿐이었다. 파도는 오전 10시 30분이 되어서야 약간 잠잠해졌다.
다음 10일 동안은 비교적 날씨가 좋아서 3월 8일에는 케이프혼 근처까지 접근했다. 삼각돛 기둥이 없어져서 바람의 방향을 최대한 이용할 수가 없었다. 며칠 전 겪은 폭풍이 너무 생생하여 저기압이 접근해 오는 기미만 보이면 무서웠다. 나오미에게 당장의 목표는 케이프혼 앞바다를 살아서 통과하는 것이다. 물론 그곳을 무사히 지난다 해도 다시 남극해가 기다리고 있다. 그녀는 남편의 사진을 보며 울음을 터뜨렸다.
3월 21일(제195일). 사흘 동안 거의 쉬지 못하고 키를 잡았다. 바람은 거셌고 시야는 나빴다. 하지만 그녀는 분명히 그 사흘 동안 케이프혼을 통과했다. 그것은 믿을 수 없는 지경이었다. 빙산을 만나지 않고 이 바다를 통과한 것이다.
이 날 아침 돛대에 기어 올라 20해리 앞에 희미하게 놓인 산을 발견했을 때의 감격을 그녀는 일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녀는 비장해둔 리슬링 포도주를 한 병 꺼내 술잔에 철철 넘치게 부어서 바다에 뿌렸다. 그녀는 세계 일주 항해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인 케이프혼을 돌아오면서 그곳을 보지도 못했다.
6월 9일(제273일). 크루세이더호가 다트머스 항 어귀에 들어서자 천지를 진동하는 포성이 울렸다. 항해가 끝났음을 알리는 대포 소리였다. 항구에 있던 배들이 일제히 사이렌을 울렸다.
나오미는 후들후들 떨리는 걸음으로 갑판으로 올라가 돛줄을 풀었다. 하나씩 하나씩. 돛들이 갑판에 다 떨어졌다. 그녀가 눈을 감고 돌아서는 순간 로버트의 두 팔이 아내를 와락 껴안았다.
▼ 관련 기록은 * 1976~1978년 / 크리스티나 코즈노프스카-리스키예비츠 여성 최초 세계 일주(파나마 운하 통과) * 1977~1978년 / 제임스 나오미 여성 최초 세계 일주(케이프혼 통과) * 1980년 / 제임스 나오미 대서양 횡단 여성 최단 기록(25일 19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