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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중년의 슬픈 사랑 그리고-09
크리스마스 씨즌과 연말이라서 거리는 비록 코비드-19에 의한 펜데밐 상황이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겨울의 아름다운 밤을 즐기고 있었다. 그들, 제임스와 초희도 호텔 앞에 펼쳐진 파티오에 들어가 그들과 함께 그 밤을 즐겼다. 특별히 움직여 즐길 나이는 아니었기에 눈 풍경이 잘 보이는 창가에 앉아 와인을 마시며 좀 시끄러운 음악과 이야기 소리에 합류하였다. 초희는 와인을 마시며 그들을 보고 제임스를 보며 생각을 했다. 한번 살다 가는 세상, 기회만 있다면 이런 경험도 좋을 것이고 나는 내가 만든 이 기회 속에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경험하고 있다. 다만, 꽤 오랜 시간을 들여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초희는 짧은 시간에 다 실제적으로 경험하는 것이 온몸에 전율이 올 정도로 신기하고 즐거웠다. 더구나 이제는 포기했던 섹스까지 맘껏 즐기고 있는 초희의 황혼의 마지막 삶은 뜨겁게 붉은색으로 활활 타고 있음에 대하여 운명의 신에게 감사하였다. 이건 나에게 주어진 마지막 화려한 황혼의 사랑이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미소를 지을 때 제임스가 불렀다.
"초희!"
눈은 사람들의 움직임을 보고 있었지만, 건성이었다. 그녀는 정신을 차려 그를 보며 대답하였다.
"예~"
"우리 나가서 동네 한 바퀴 돌아와서 들어갈까?"
"어머! 좋아요. 그렇게 해요. 눈 내린 밤에 당신과 함께 걷는다면 저는 무지하게 행복할 것이에요. 어서 나가요."
초희는 졸지에 그의 제의를 수락하며 마음이 들떴다. 그들이 파티오를 나와 호텔 앞에 서니 적지 않은 사람들이 파티를 위하여 속 속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들 대부분은 커플이었으며 그들로 인하여 주변은 들뜬 분위기로 출렁 되었으며 크리스 마스 츄리에 장식된 전등 불빛과 함께 화려한 밤을 만들고 있었다.
밤 8시 좀 넘은 시간은 생각보다 분주하였다. 바람이 불지 않는 캐나다 날씨는 무조건 좋은 거다. 눈 덮인 거리를 꽤 많은 사람들이 다니고 있었다. 늦은 선물 가방을 들고... 대부분 11월이면 크리스마스 선물 쇼핑을 마치고 12월에는 아이쇼핑을 한다. 둘은 손을 잡고 도보를 천천히 걸으며 그들과 합류하였다.
초희는 그의 손바닥을 꽉 잡고 그의 노스 페이스 점프 주머니에 넣었다. 따스하였다. 그가 초희의 걸음이 힘들지 않도록 보조를 맞추어 주어 맘껏 주변을 보며 걸을 수 있었다. 그는 도로변을 걸을 때마다 초희를 안쪽으로 그리고 그는 도로변 쪽으로 위치하여 걸었다.
"여보, 왜 자꾸 저를 안쪽으로 걷게 하세요. 당신이 미끄러질까 걱정돼요."
"ㅎㅎㅎ 내가 미끄러지는 것이 당신 초희가 미끄러지는 것보다 나아. 나는 안 다치게 넘어질 수 있거든. 게다가 혹 바보 같은 운전수가 차를 인도로 들이미는 경우도 종 종 있어. 그때는 내가 더 빨리 당신과 함께 피할 수 있거든. 아직 내 운동신경이 살아 있어서 하하하."
"당신은 뭐가 좋아서 그렇게 통쾌하게 웃어요. 저는 이런 눈길은 걸어 보질 않았어요."
"엥! 그럼, 눈이 오는 겨울엔 어떻게 사는 거야? 집에서만?"
"그래서 저는 눈이 오거나 눈이 와 있는 도로를 걷는 게 제일 겁나요. 낭만이니 포근함 이니를 떠나 미끄러져 다치면 어떡해요?"
그는 초희의 말을 듣고는 초희에게 잡혀 있던 그의 손을 꺼내 초희의 팔을 잡았다.
"그 말을 듣고 나니 이렇게 팔을 잡는 게 더 안전하겠다 ㅎㅎㅎ."
"어휴~ 됐어요. 서방님~"
초희는 그의 허리를 잡고 꼭 안겼다. 초희는 이런 황혼의 행복에 온몸이 전율함을 느꼈다. 그들은 선물코너와 커피점 그리고 팝이 늘어선 거리를 지나 다시 호텔로 들어왔다. 훈훈하였다. 호텔 라비에도 아직 여러 사람들이 서성거리며 누군가 기다리고 또는 늦은 첵크인을 하는 모습들이었다. 초희로서는 캐나다의 연말 분위기를 맘껏 보고 느끼는 새로운 경험에 푹 취했다.
"여보~"
라비를 천천히 걸어 에리베이트로 가다가 초희는 제임스를 불렀다.
"응. 초희야~. 왜?"
"우리는 저기 창가에서 커피 마실 수 없어요?"
"왜 안돼? 초희가 원하는 건 나하고 있는 이상 다 돼. 커피가 생각나지? 내가 가져올 테니... 아니다. 그것도 같이 하자. 새로운 체험일 테니. 오케이?"
"예. 그래요 ㅎㅎㅎ."
둘은 체크인 데스크 옆의 바리스타 코너로 갔다.
"뭘로 할까?"
"저는 아메리카노 오리지널 요."
"아하~ 진짜 커피를 마시겠다. 좋아요. 그런데, 직접 주문하십시오~"
"에구~ 제가 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말하는지 한 번만 알려주세요. 네, 여보~"
제임스는 고개를 쳐들고 애교 가득한 음성으로 말하는 초희가 사랑스러웠다.
"Can I have an Americano, original?라고 하면 돼. 간단해. 슈거와 필요하면 밀크는 저쪽에 따로 준비돼 있어. 해봐~"
"오케이. 알았어요."
초희는 제임스 앞에 서서 기다렸다 주문받으러 아가씨가 오자 곧 미소를 얼굴에 띄며 말했다.
"Hello, how are you, today? And can I have an Americano, original? You got it?"
"Yes, mam.I got it. Wait minutes."
"오 마이 갓, 이게 어떻게 된 시츄에이션이야! 캐나다 사람 다 되었네 ㅎㅎㅎ."
제임스는 놀라며 레귤러 커피 트리플 트리플을 주문했다. 그들은 커피를 들고 밖이 잘 내다 보이는 창가 테이블에 자리 잡았다.
"초희야. 어떻게 'You got it'은 알았어?"
"아하하하~ 제가 학습력이 좀 있거든요. 당신 따라다니며 당신 사용하는 걸 기억했는데 말하니 잘 되네요. 잘했지요?"
"잘했어. 이제 혼자 내 놔도 걱정 없겠다."
"어멋, 안돼요. 당신 없이 혼자 못해요. 당신이 있어서 틀려도 해결해 줄 거니까 믿고 막 말하는 거예요."
"ㅎㅎㅎ 하여튼 됐어. 그렇게 배짱과 용기가 있으면, 나이 잊고 다 잘할 수 있어."
"오웊도요~ 당신하고 라면 정말 황홀하게 할 수 있어요. 아~ 여보. 어서 올라가요. 저 하고 싶어요."
"ㅎㅎㅎ 이 할매, 큰 일 내겠다. 어쩌라고."
"여보~ 제가 큰 일 안 나고요, 당신을 큰 일 나게 제가 만들 건데요~"
"그래. 어떻게? 그건 농담이고, 매일 이렇게 자주 오웊을 하면 노 중년은 견뎌내지 못할 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지낼까?"
"한국에는 요, 지금 우리 같이 오웊을... 참 왜 오웊이라 하는지 이따가 말해 주시고요, 우리 같은 사람들은 드물다고 생각해요. 그나마 힘 좀 있는 남자 노인네들은 비아그라니 뭐니 먹고는 강제로 삽입만 하려하니 고통만 심해져서 여성 노인네들은 견디어 내질 못하잖아요. 젊은 사람들도 서로 마음이 사랑으로 동하지 않으면 한쪽은 의무적이 되어 사랑 담긴 오웊은 하지 못하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당신하고 저, 우리는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제가. 이 나이의 제가 놀랍도록 계속 크라이 멕스를 넘어 자지러지잖아요. 여보~ 저는 당신과의 오웊이 너무 잘 맞고 좋아요."
"ㅎㅎㅎ 그렇지. 오웊에 대해서만."
"여보~ 한 번에 다 맞으면 어떻게 해요. 차근차근 맞춰 보아야 지요."
초희는 마지막 말을 후회했다. 현재의 속 마음을 다 보여줘 버렸으니...
"아~ 자칫하면, 오웊 상대로 전락하겠구나. 허긴 그래도 감지 덕지이지."
"여보~ 제가 말 실수를 했어요. 저는 이미 당신을 여보라고 부르기로 했잖아요."
"ㅎㅎㅎ. 됐네요. 넘어갑시다~"
"여보~ 당신은 앞으로 어떨 생각이 세요."
"궁금하지? 나는 지금도 후회 않고 앞으로 무엇이 힘들게 해도 다 견딜 수 있어. 나는 앞으로도 후회는 안 해. 이게 내 운명인 걸 어떡하라고. 내가 어쩐다고 바꿀 수도 없지만, 이제는 순종할 수 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잘 알아. 당신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야.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별 문제 없이 잘 도착하여 당신을 한국으로 잘 보내는 것이 내 운명이라도 받아 들여야 해."
그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를 숨기지 말고 다 해야 했다. 그는 남은 커피를 마시고 일어났다.
"초희야. 나는 담배 한 개비 피고 싶은데, 혼자 올라갈 수 있겠어?"
"싫어요. 나도 당신 담배 피우는 모습 보며 옆에 있을 거예요."
"그래. 나가자."
그는 성큼 걸어서 라비를 나갔다. 초희는 뒤따라 걸었다. '만난 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결혼할 거라 말했지?
그런데 오웊에만 매달린 건가? 이게 내 참 모습인가? 적어도 밴쿠버 도착 전까진 더 심각하게 고민해야 겠다' 라고 초희는 생각했다.
그는 주차장 옆 공원 벤치에 호텔 입구를 바라보며 앉아 담배에 불을 붙였다. 이미 초희가 옆에 앉을 수 있도록 손바닥으로 눈을 쓸어내려 깨끗하게 해두었다. 초희는 그의 옆에 앉았다. 그는 말없이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출입하는 사람들을 무심히 보고 있었다. 초희도 그 옆에 앉아 그의 눈길 끝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운명이라는 것을 어떻게 생각해, 초희는?"
초희는 그가 무슨 의도로 말하는지 생각해 봤다. 갑자기 주는 물음이었다. 나무 벤치 위의 눈을 쓸어 깨끗이 했다지만 노인네 가 앉아 있기에는 엉덩이가 시려 왔다. 갑자기 그가 일어나 초희를 잡아당겨 세우더니 그가 그 의 점퍼를 벗어 초희가 앉았던 자리에 깔고 다시 초희를 뒤로 밀어 앉혔다.
순식간이었다. 싫다고 할 시간이 없었다. 같은 노스페이스 덕 다운 페딩 점퍼라서 따뜻하였다. 이제 초희가 답할 차례였다. 그러나 참 암담하였다. 운명이라니? 뭐가? 초희는 있는 대로 말하자고 생각하고는 입을 열었다.
첫댓글
소중한 사람과 따뜻한 미소 따뜻한
인사 나누는 따뜻한 11월 보내요 소망
하는 모든 일 다 잘될 겁니다 감사합니다.♡
https://cafe.daum.net/rhkdtpck
https://youtu.be/PUD3J8y02X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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