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23세 청년 무함마드 고바들루가 형장의 이슬로 스러졌다고 이 나라 사법부가 밝혔다.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는 정신질환 등의 심신미약이 감경 사유가 되지만 이란에서는 정신상태에 아랑곳않고 사형을 집행한 것이다.
이란 사법부가 운영하는 미잔 통신은 최고법원이 상고를 기각해 23일 아침(현지시간) 형이 집행됐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동영상을 보면 그의 어머니와 이모로 보이는 가족이 교수형이 집행한 뒤 카라즈에 있는 카잘하사르 교도소 정문에서 분노하며 오열하는 모습이 담겼다.
영국 BBC 페르시안 지부에 따르면 한 여성이 간수들에게 "너희들이 우리 무함마드를 죽였다. 그는 모든 젊은이들과 마찬가지로 가두시위를 벌였을 뿐인데"라고 절규했다. 전날 밤 고인의 어머니는 유죄 판결의 빌미가 된 경관 유족에게 용서를 구하며 일종의 보복인 "퀴사스(qisas)"를 행사하지 않도록 간청했다. 그녀는 고인이 10대 시절 양극성 장애를 진단받았으며 반정부 시위애 가담하기 두 달 전 약물 치료를 중단한 점을 감안해달라고 간청했다.
고인의 변호인 아미르 라에시안은 전날 저녁 엑스(X, 옛 트위터)에 사형 집행이 불법이 될 것이며 살인에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지난해 7월 의롸인의 정신건강 상태를 들어 사형 선고를 취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잔 통신은 라에시안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최고법원은 두 차례나 이런 항소를 기각했다고 전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지난해 고문으로 얼룩진 자백을 받아내 "총체적으로 불공정하며 수치스러운 재판 끝에" 정신 장애에도 잔혹한 사형 선고가 내려졌다고 비판했다.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변호사 접견권도 보장받지 않았으며 자백을 강요하기 위해 양극성 장애에 대한 약물 처방도 하지 않고 구타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2년 10월과 11월 두 가지 혐의에 대해 각각 재판을 받아 모두 사형이 선고됐는데 변호사에게는 물적 증거에 대한 접근권도 제공되지 않았다.
수감 중인 노벨 평화상 수상자 나르게스 무함마디도 전날 처형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란 국민들이 고바들루 가족에 연대의 뜻을 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고바들루를 처형하는 것은 의도적인 살인 행위이며 범죄라며 침묵은 배신"이라고 친척이 운영하는 스레드 계정에 올린 글을 통해 주장했다. "무함마드 가족을 홀로 내버려두지 말라. 오늘밤 그들과 함께 하자. 어떤 식으로든 가능하면 '처형하지 말라!'고 함께 외치자!"
고바들루는 2022년 9월 수도 테헤란 근교에서 열린 히잡 반대 반정부 시위에 참여, 자신이 몰던 차로 경찰관을 치여 죽여 살인과 "지상의 부패" 혐의로 사형이 언도됐다. 인권단체들은 그가 고문을 당하고 불공정한 재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들은 그의 심신미약을 들어 항소했지만 기각됐다.
그는 1년 반 전 반정부 시위에 가담했다가 사형이 집행된 아홉 번째 인물이다. 적어도 4명이 더 사형수로 감금돼 있고 15명은 사형이 언도될 위기에 처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마흐사 아미니(당시 22)가 구금 중 의문사하자 전국에서 반정부 시위가 들불처럼 번져 수백명이 목숨을 잃고 수천명이 보안군의 과격한 진압 작전에 구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