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나무의 향기
김태우
서귀포 시내를 들어서자 길가 옆으로 주렁주렁 매달린 감귤나무 열매가 보인다. 감귤을 쳐다 볼 때마다 가을 하늘을 노랗게 물들이는 단풍잎처럼 은근하게 다가온다. 마치 한 폭의 풍경화를 감상 하듯, 제주의 감귤 밭은 영주십경의 하나로 노랗게 익어가는 감귤 나무의 풍경이 귤림추색이라고 한다.
탐스럽게 보이는 감귤을 따서 먹고 싶었지만 달리는 차 안이라서 눈요기로 군침을 삼켜야만 했다. 가을이면 의례히 감귤이 다이어트나 알칼리성 식품으로 비타민C가 피부 미용에 좋다고 하지만, 새콤달콤한 신맛과 단맛으로 시원한 전율을 느끼게 만든다.
옛날에 큰 감귤 나무 하나 있으면 임금님에게 진상을 하기 위해 나무에 달린 감귤을 기록을 했다고 한다. 지금으로 말하면 토종인 산물이란 감귤이 달짝지근한 맛과 댕유자(나쓰미깡) 나무로 매우 신맛이 강하여 먹기에는 불편했지만, 그 시절엔 진상품으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 그래서 나무 주인도 그림의 떡에 지나지 않았다고 했다.
제주 사람들은 돌밭에 감귤 나무를 심어 황금알이 달리는 열매라 했다. 초창기 때에는 감귤 한 포대를 들고나가 팔게 되면 5~60,000원은 거뜬히 받았다고 했다. 감귤 가격이 좋게 칠 때라 아이들을 육지로 대학을 보낼 때에는 별 어려움이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제주에선 감귤 나무를 대학 나무라 불러왔다. 감귤이 귀할 때에 어쩌다 동네 사람이 원주감귤 하나를 주면 껍질을 벗기지도 않고 통채로 바삭바삭 씹어먹었다. 병충해가 덜 할 때라 감귤 껍질도 웬만한 집에선 먹기가 힘이 들었다.
제주 지방에서는 언제부터 감귤 재배를 하기 시작했는지 모르나 실용화를 위한 품종계량은 대략(1911년) 백 년이 되었다. 탱자나무를 접붙이로 수확을 하기도 했으며, 이웃 나라 일본에서 묘목을 구입 해다 심기도 했다. 사면의 바다로 감귤 나무를 심으면 풍수해에 의해 냉해를 입어 살리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도 거친 환경 속에 감귤 농사로 부를 축적하며 생활환경이 바꿔 나가게 되었다. 이로 인해 많은 농가들이 감귤 나무를 심다보니 전 보다 가격이 떨어지게 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FTA협상으로 외국산 농산물이 밀려와 가격 하락으로 걱정되었다. 농민들은 질 좋은 감귤을 생산하기 위해 유기농법으로 당도를 예전보다 높이며 가격에 신경을 써야만 했다. 시설 재배와 생산량을 조절하기 위해 간벌 작업과 열매솎기로 최상의 감귤을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하루는 서귀포에서 감귤 농장을 하는 친구로부터 감귤을 가져가라는 연락이 왔다. 그래도 감귤 철인만큼 감귤을 먹고 싶기도 했다. 가격이 좋게 나올 때라 친구 마음이 변하기 전 한경면 저지리로 빨리 출발을 해야만 했다. 자동차로 중산간 마을로 접어드니 삼나무 방풍림으로 둘러싸인 감귤 밭이 보였다. 제주도는 해양성 기후 탓에 거센 바람으로 감귤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삼나무를 심어야만 했다. 밭이 다가 오자 길가 마다 노랗게 익어가는 감귤이 담장 밖으로 촘촘하게 돌출된 모습이 먹음직스러웠다.
친구 감귤 밭 깊숙이 들어서니 감귤을 저장할 상자들이 여러 겹으로 쌓여 있었다. 담벼락 밑으로는 파치라는 비 상품 감귤이 수북이 보였다. 감귤 밭을 경영하는 친구는 무작위로 쌓아 둔 감귤을 가져갈 수 있는 만큼 가져가라고 했다. 우리는 차 트렁크를 열고 하나 둘씩 트렁크 안으로 담기에 바빴다. 상자와 포대로 포장을 하며 싣고 싶었지만 공간을 많이 차지하기 때문에 낱개로 싣기 시작했다. 감귤을 차에 옮기는 동안 흐뭇했다. 집에서 이웃들과 나눠먹을 생각을 하니 신이 났다. 올해에는 일사량이 풍부하여 당도가 높다고 했다. 당도가 오른 상태에서 가을비를 조금 맞으니 신맛이 덜하여 맛이 괜찮다고 했다.
행정기관에서는 설익은 감귤을 카바이드 착색을 법으로 엄히 금하며, 감귤 크기에 따라 선별하여 저장하게 될 거라 했다. 내가 보기에는 비 상품 감귤도 색깔과 크기에는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감귤을 저장해 놓고 인터넷으로 주문을 받아 택배로 보낸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주문량이 늘어 없어서 못 판다고 했다. 몇 년 전부터 최고의 감귤로 팔다보니 주문이 쇄도로 정신이 없다고 했다. 육지에 키로 당 1,200원에 보내고 상자 당 택배비 포함 1만원을 조금 넘는 순이익을 남긴다고 했다. 오늘도 20상자를 주문 받아 총 250만원내치 팔았다고 했다. 그래도 워낙 감귤 밭이 방대해서인지 감귤을 딴 흔적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고는 비 상품 감귤은 오렌지 주스 공장으로 출하된다고 했다. 나는 피식 웃으면서 배부른 소리 그만하라고 했다.
버려진 듯이 쌓아올린 비 상품 감귤을 손으로 집어서 먹어 보았더니 시크름한 향이 톡 쏟으며 입안을 자극시켰다. 사르르 녹아내리는 단맛으로 감귤 향기에 빠져들었다. 나는 감귤하나를 입에 물며 한마디 했다. 비 상품 감귤을 나눠주는 것도 법에 접촉되는 일이 아니냐고 물었더니 지그시 웃는 것이었다. 도리어 더 가져가서 이웃들에게 감귤 파티를 하라고 부추겼다. 노랗게 익은 감귤 만큼이나 친구의 마음도 가을 들녘처럼 풍성해 보였다. 색깔과 크기로 보아 무더기로 팔아도 무방할 듯 보였다. 이 밭에 있는 감귤 맛이 파치나 상품과는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제조업이 취약한 우리 고장에서는 1차 산업의 의존도가 높았다. 척박한 토양에서 일등공신으로 과수 농가들이 선주 두자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 놓았다. 전국으로 감귤 농가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며 감귤 값의 하락으로 지역경제가 휘청거리기도 했다. 어려웠던 시기에 감귤 나무를 심었듯이 생각을 달리 해야만 했다. 관광 상품으로 감귤이 서비스산업의 대열에 앞장서며 현실에 알맞은 농업경영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다.
그래서, 제주의 감귤이 3차 산업과 연계하며 질 좋은 감귤을 생산하다보니 옛 영화를 또다시 누리고 있는 것 같다.
첫댓글 감사합니다..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옛날에는감귤이 귀했지만 요즈음은 지천으로 있어요 , 작품 감상잘 했어요
노랗게 익은 감귤 만큼이나 친구의 마음도 가을 들녘처럼 풍성해 보였다
버려진 듯이 쌓아올린 비 상품 감귤을 손으로 집어서 먹어 보았더니 시크름한 향이 톡 쏟으며 입안을 자극시켰다. 사르르 녹아내리는 단맛으로 감귤 향기에 빠져들었다. 나는 감귤하나를 입에 물며 한마디 했다. 비 상품 감귤을 나눠주는 것도 법에 접촉되는 일이 아니냐고 물었더니 지그시 웃는 것이었다." 시큼한 감귤향 좋습니다. 감상 잘하고 갑니다.^^
제주도 감귤이 유명합니다, 요즈음은 당도가 너무 높아서 너무 달아서 좀 아쉽기도 합니다. 옛날에 시게 먹던 나스미깡 온스미깡이 생각납니다..잘 읽고 갑니다
" 사르르 녹아내리는 단맛으로 감귤 향기에 빠져들었다. 나는 감귤하나를 입에 물며 한마디 했다. 비 상품 감귤을 나눠주는 것도 법에 접촉되는 일이 아니냐고 물었더니 지그시 웃는 것이었다. 도리어 더 가져가서 이웃들에게 감귤 파티를 하라고 부추겼다. 노랗게 익은 감귤 만큼이나 친구의 마음도 가을 들녘처럼 풍성해 보였다."
지난 여름 제주도에서 먹어본 감귤은 정말 달고 맛있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비싸서 사오진 못하였지요. 좋은 글 감상 잘 하였습니다.
글 속에서 제주의 향기가 풍깁니다. 달큼 새큼한 맛이 느껴집니다. 풍성한 친구분의 인심....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건강하세요.
노랗게 익은 귤이 일손을 기다리는 제주에 다녀와서 선생님 글을 대하니 더욱 새롭습니다. 귤에대한 정보 감사합니다.
올겨울에도 저는 감귤을 많이 먹을 겁니다. 감사히 읽고 갑니다 선생님.
"마치 한 폭의 풍경화를 감상 하듯, 제주의 감귤 밭은 영주십경의 하나로 노랗게 익어가는 감귤 나무의 풍경이 귤림추색이라고 한다".
제주의 감귤밭에 풍성함을 느끼고 싶네요. 늘 건강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