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오더왕(曹德旺) 푸야오(福耀)글라스그룹 회장은 중국에서 ‘유리대왕’으로 불린다. 말 그대로 중국에서 가장 큰 자동차 유리 기업을 일군 기업가다.
올해 2800만대가 팔린 것으로 추산되는 중국산 자동차에 유리를 공급하다보니 글로벌 시장 서열로 봐도 2위권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올 자산 규모만도 17억4000만 달러에 이른다.
규모도 규모지만 그를 성공한 민영기업가로 불러주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의 학력은 초등학교가 전부다. 가난한 탓에 남들보다 3년이나 늦게 초등학교에 들어갔고 졸업하던 14살에는 거리에서 장사를 시작한다.
담배를 파는 노점에서 부터 과일 장사와 자전거 수리점을 거치면서 종자돈을 모으고 당시 적자에 시달리던 시골 유리공장을 구입한다. 시골 유리공장을 자동차용 유리를 생산하는 첨단기업으로 키운 배경에는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하는 통 큰 기부를 빼 놓을 수 없다. 1987년 창업 이후 80억 위안(약 1조3000억 원)을 기부해 후룬 선정 올해의 자선가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동안 성공한 중국 민영기업을 대표하던 차오회장이 나이 70에 돌연 미국으로 떠난다. 오하이오 주에 있는 GM 자동차 글라스 공장을 인수해 6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 투자를 결심한 공식적인 이유는 세금문제다. 그는 “국제적으로 비교해 봤더니 세금이 가장 비싼 나라가 중국”이라며 중국과 미국 세금 차이를 35% 라고 설명한다.
중국 세금은 법인세 25%, 부가세 17%에다 도시건설세와 교육비부과 등 18종으로 기업의 종합 세 부담은 50%을 넘는다.
통계에 따르면 중국기업 세 부담은 2000년 21%였으나 2010년 36%에 이어 지난해 37%를 넘어섰다. 여기에 사회보험 등 준조세는 별도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중국에서 세금을 또박또박 내다가는 사망에 이른다는 뜻으로 사망세라고 부르고 있을 정도다.
세수는 대체로 GDP 증가 속도와 비슷하지만 2010년 이후 6년간은 성장률은 떨어지는 데 세 부담은 오르는 바람에 0.3% 정도의 역전 현상도 나타난다.
물론 기업은 세 부담을 납품업체나 소비자에게 모두 전가한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경제성장의 과실을 향유하지 못하는 구조다.
물론 인건비는 미국이 몇 배나 비싸다. 화이트컬러를 기준으로 하면 중국보다 2배 정도 지만 블루컬러는 8배 정도다. 미국으로 가는 기업은 이를 자동화로 대체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여기에 미국에서는 기업의 토지사용료가 거의 무료다. 중국의 절반인 전기료와 5분의 1에 불과한 가스에다 물류 준조세 비용 등 모든 부담을 감안하면 중국보다 미국서 수익을 10%이상 더 낼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토지의 경우 중국은 50년 사용권이지만 평균 지가는 200평 기준으로 18만 위안을 넘어선지 오래다. 공업용지는 100만 위안 이상인데 2만 위안 수준인 미국에 비하면 50배 수준이다.
그동안 미국에서 세 차례나 투자를 권유받았다는 차오 회장은 “미국에 공장을 지으면 토지는 물론 이고 공장 지을 돈도 정부에서 다 보전해준다”고 배경을 설명한다.
이번에도 14만8300평방미터를 사는 데 1500만 달러를 들였는데 현지 정부에서 1600만 달러를 보조해줘서 공짜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여기에 운송비를 계산해 보면 1킬로미터 당 1위안 미만으로 중국의 도로에서 받는 각종 통행료와 벌금등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논리도 편다.
미국 투자를 최종 결정 하는데 20년이 걸렸다고도 한다. 자동차가 있는 지역이라면 어디 든 투자를 해야하는 업종 특성상 중국 뿐 만아니라 러시아와 독일에도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미국에 가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중국에서의 야반도주라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랴오닝(辽宁)성 번시(本溪)의 푸파(浮法)유리와도 12억 위안 규모의 계역을 체결한 것도 강조한다.
그러나 중국네티즌들은 “차오 회장도 튀었다. 다음은 누구 차례냐”라는 글로 중국 실물 경제 위기를 질타한다.
얼마 전 중국의 대표적인 부호인 왕젠린(王健林)회장이 이끄는 촨부(川普)가 미국에 100억달러를 투자해 2만 명을 고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을 때보다 더 나빠진 분위기다.
올해 공개적으로 미국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중국인의 공분을 샀던 왕젠린 회장은 “내년은 세금이 이익을 초과하는 해가 될 전망”이라며 감세를 해야 투자 여력도 생기고 직원들 임금 올려줄 여력도 생긴다며 정부를 몰아 세운다.
세계적인 식음료그룹인 와하하를 일군 쫑칭허우(宗庆后) 회장도 왕이 인터넷 2017년 신년 경제학자포럼에서 행한 연설에서 “기업이 다 죽고 나면 어디서 세금을 거두려하느냐” 며 “제조야말로 중국의 대국 꿈을 이루는 기본 조건인데 많은 사람이 제조업을 기피하고 정부도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모는 등 학대하고 있다”고 정부 비판에 가세한다.
중국의 국회 격인 전인대 대표인 리둥성(李东生)TCL 이사장도 쓴 소리에 가세한다.
작년 부터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중국 경제의 위기가 본격화했다는 그는 2015에 18% 정도 성장을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5%에 그쳤다며 올해는 마이너스를 걱정하는 상황이라고 진단 한다. 중국을 대표하는 제조업체인 TCL마저도 2014년 당시 57억 위안의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혀를 찬다. 그는 “자본이 공업 제조 분야로는 안 온다는 게 문제”라며 양회에 부가세를 개선하고 특히 1985년에 만들어진 도시 건설세와 이듬해 입법된 교육비부가세를 없애는 안건을 내기도 했다.
이 두 가지만 없애도 기업이익이 25%가 늘어날 것이라는 그는 지금 기업부담을 줄이고 국가의 투자를 늘리지 않으면 중국 실물 경제가 살아나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한다.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가 미국의 법인세를 35%에서 15%로 낮추겠다고 발표한 것과 무관하지 않게 중국기업들의 미국 투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최근 사례만 봐도 산둥(山东)의 태양(太阳)제지는 미국 아칸소 주에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공장을 확보한다.
톈위엔(天源)방직도 2000만 달러를 미국에 투자했고 장난(江南)화섬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 4500만 달러 규모의 공장을 투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도 지난달 29일 주재한 경제관련 회의에서 “내년 중국 경제 성장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정부도 고통 분담에 나서겠다”고 밝힌다.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해 앞으로 감세 정책을 펼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부가세 부터 개선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토지문제나 에너지 정책 지적재산권보호와 정부 공신력을 높이는 문제 등은 아직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환경 개선을 크게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