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골파열에서 퇴행성 관절염까지
지난 가을, 등산을 하던 도중 무릎을 접질렸다는 박교사(48세). 며칠 찜질을 하고 휴식을 취하니 괜찮은 것 같아 병원을 찾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박교사는 걸을 때마다 무릎이 덜거덕 거리는 느낌과 함께 시큰거리는 통증이 있어 병원을 찾았다. X선 상으로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지만 통증이 계속돼 관절 전문병원을 찾아 관절내시경 시술을 받았다. 박교사의 병명은 반월상 연골판 파열. 1년 전 등산을 하다 다친 무릎이 말썽이었던 것이다.
심하지는 않더라도 등산 또는 달리기를 한 뒤 무릎이 아프거나, 무릎을 굽힐 때마다 뼈가 우적거리는 소리를 낸다면 무릎 관절에 붉은 신호등이 켜진 것이다. 왜 사람들은 무릎관절 손상을 방치해 퇴행성 관절염까지 갈까. 뼈에는 신경세포가 있어 통증을 유발한다. 뼈가 부러지면 고통스러운 이유다.
하지만 연골에는 신경이 전혀 분포돼 있지 않다. 연골이 찢어지거나 닳아서는 절대 아프지 않다. 연골이 닳아 아래위 뼈가 맞부딪칠 때야 비로소 통증을 느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통증을 느껴서 병원을 찾았다면 이미 연골판 또는 연골 손상이 진행된 후라고 할 수 있다.
연골을 다치고도 아프지 않으니 치료를 늦추게 되고, 병을 키우게 되는 것이다. 또한 연골은 혈관이 없어 한번 손상된 연골은 스스로 치유되거나 재생되지 않는다. 심한 경우 손상된 연골이 치유되지 않고 계속 퇴행해 결국 퇴행성 관절염으로진행하게 되는 것이다. 관절 연골은 손상이 되어도 통증이 없고, 또한 재생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관절 역시 암과 같이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세사랑병원 고용곤박사는 "최근 위나 대장 속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관절 안을 직접 들여다보며 진단하고 치료하는 관절내시경 시술이 도입돼 급속도로 늘고 있다"며 "간단한 시술로 관절 질환의 조기 발견이 가능해 큰 수술을 받아야 할 상황이 줄고 있어 관절질환 치료 분야에 있어 기대되는 시술법"이라고 설명한다. # 무릎관절 연골판 파열 무릎관절의 위뼈(대퇴골)와 아래뼈(경골) 사이에는 완충역할을 해주는 반달 모양의 반월상 연골판이 있다. 이 판이 축구, 스키 등 운동 후 다치거나 퇴행성 변화에 의해, 특별한 원인 없이 찢어진 상태가 연골판 파열이다. 연골판이 손상되면 특징적으로 자세를 바꿀 때 통증이 나타난다.
평소에는 괜찮다가 양반다리를 했을 때, 무릎을 구부릴 때, 계단을 오를 때 심하게 아프다. 수술은 손상된 연골판 부위를 제거하거나, 파열된 부위를 봉합 하는데, 반월상연골판 손상이 심한 경우에는 첨단수술기법인 반원상연골판 이식술을 시행할 수도 있다.
방치하여 연골판의 완충 역할이 없어진 채로 활동하게 되면 퇴행성관절염이 빨리 진행되므로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 무릎관절 십자인대 파열 무릎에는 4개의 인대가 앞뒤, 안팎에서 무릎 관절을 지탱하는 버팀목 역할을 하는데 특히 앞뒤에 있는 인대는 X자 모양이어서 '십자인대'라고 불린다. 전방 및 후방 십자인대는 무릎관절 내에 존재하는 인대로 종아리뼈의 전방 및 후방이동을 방지하고 무릎관절이 뒤로 꺾이거나 회전을 방지하는 기능을 한다.
이들의 손상은 주로 외상에 의해 발생하며 무릎관절의 전후방 이동의 불안정을 유발하고 관절 내 출혈과 종창으로 심한 통증이 유발되어 무릎 관절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수술은 관절내시경을 이용해 봉합술 및 재건수술이 가능하다.
# 무릎관절 연골손상 무릎 연골은 무릎 뼈의 충격을 완화 해주는 일종의 쿠션장치. 따라서 심한 충격이나 나쁜 자세로 지속적인 자극을 주면 쉽게 닳거나 파열된다. 문제는 연골에는 통증을 느끼는 신경세포가 없다는 것. 무릎 통증을 느끼는 것은 연골이 닳아 신경이 존재하는 뼈끼리 부딪치고 있다는 증거다. 또 연골에는 혈관이 없다.
이는 한번 손상되면 재생 능력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 연골은 스스로 치유 능력이 없어 방치할 경우 지속적인 통증을 느끼며, 세월이 가면 손상 부위가 넓어져 결국 퇴행성 관절염으로 진행된다. 운동을 즐기는 젊은 층, 무릎을 구부리며 일을 하는 농부나 40∼50대 주부에게 퇴행성 관절염이 일찍 찾아오는 이유다.
연골 손상 시 통증, 부종 등이 올 수 있으며 운동 경기 중 손상되거나, 나이가 들면서 퇴행성 변화에 의하여 손상될 수 있다. 연골손상 시 첨단수술기법인 자가 골연골 이식술이나 자가 연골세포 배양이식술에 의하여 손상된 연골을 복구할 수 있다.
# 어깨 회전근개 파열 어깨에는 팔을 올리고, 내리고, 돌리는 역할을 하는 4개의 힘줄이 있다. 이중 하나라도 끊어지거나 손상된 상태를 '어깨힘줄파열', 또는 '회전근개파열'이라고 한다. 회전근개 파열은 힘줄의 퇴행성 변화, 무리한 운동 등 부상으로 발생한다.
회전근개 파열은 어깨를 움직여주는 근육이 반복되는 충격이나 마모에 의해 찢어지는 질병으로, 나이가 들면서 특별한 외상없이도 올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헬스, 배드민턴, 골프 등 어깨를 많이 사용하는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병원을 찾는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관절내시경으로 마찰되는 부위를 제거하고 파열된 부위를 봉합한다.
# 오십견 및 굳은 어깨관절 오십견은 어깨가 굳어져서 아무리 본인이 팔을 올리려 해도 올라가지 않고 통증만 심해지고, 대개의 경우 통증으로 인해 밤잠을 설치거나 잠을 못 이루게 된다. 환자들 중에는 '가만히 있을 때는 괜찮은데 팔을 위로 올리거나 뒤로 돌릴 때 어깨의 한 부위가 깨지는 것처럼 아프다.'고 하거나 '어깨부터 팔 뒤꿈치 있는 데까지가 쑤시고 아프면서 어깨를 들거나 돌릴 때는 통증이 더 심해진다', '어깨가 아파서 머리를 감거나 옷을 입고 벗을 수가 없다.'고들 호소한다. 약물 및 물리치료 등으로 호전되지 않는 경우 관절내시경으로 관절막을 절개하여 부드러운 관절을 만든다.
# 어깨관절 습관성 탈구 어깨관절이 습관적으로 빠지는 불안정한 상태이며, 어깨탈구 중 가장 흔한 것이 전방탈구다. 전방탈구는 어깨관절 전방에 있는 관절와순 파열로 어깨관절의 한 쪽 벽이 무너져 상완골이 몸의 앞쪽으로 빠지는 것으로 외상이 가장 흔한 원인이다.
어깨가 빠지면 심한 통증을 호소한다. 때문에 재빨리 빠진 어깨를 정상적인 위치로 교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급한 마음에 본인이나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빠진 어깨를 끼우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어깨주위의 인대 또는 신경이 손상되거나 골절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에게 교정 받아야 한다.
이준규 경향신문 의학전문기자ㆍ보건학박사
관절염도 내시경으로 치료
관절내시경은 위나 대장 내시경과 같이 끝 부분에 초소형 카메라가 부착돼 있어 관절 안을 직접 들여다보며 시술을 할 수 있는 첨단기기다. 진단과 동시에 치료가 필요한 경우 다른 쪽 부위에 구멍을 내어 특수 수술도구 등을 넣어 치료를 할 수 있어 관절질환의 조기진단, 치료에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관절내시경 시술은 20여분 정도로 짧은 시간과 최소 2mm정도의 절개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직장이나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고, 수면마취로 마취에 대한 부담감이 적고, 흉터도 작아 미용상의 문제도 줄어들었다. 특히 연골손상의 조기 진단이 가능하여 퇴행성 관절염을 예방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관절내시경이 개발된 초기에는 렌즈의 문제나 카메라의 소형화에 한계가 있어 실제 환자에게 시술하는 데에 문제가 많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말에 도입되어 몇몇 대학병원에서 조금씩 시작되었으며, 대략 1990년대 중반부터 대중적으로 관절내시경이 시술되기 시작하였고, 대부분 무릎관절에 국한되었다.
하지만 최근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관절내시경 장비의 소형화 및 우리 몸의 관절질환의 원인규명이 좀 더 이루어지면서 무릎관절 뿐 아니라 어깨관절, 팔꿈치 관절, 손목관절, 엉덩이관절, 발목관절, 발가락관절 등에서도 관절내시경의 적용이 이루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