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은 민간에서 강장제 댑싸리
지팡이 빗자루로 안성맞춤
▶생명을 살려내는 지팡이 보살
석장錫杖이란 단순히 말하면 스님들이 짚고 다니는 지팡이다. 그 형태는 지팡이 머리부분에는 쇠고리 6개가 달려있고 그래서 육환장六環杖이라 하기도 하는데 몸체는 나무자루이며 지팡이 끝에는 쇠나 뿔촉을 박아 만들었다. 크기는 어깨높이와 같다고 했다.
지팡이의 일반적인 의미는 몸을 의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스님들이 지니는 육환장의 의미는 그렇지 않다.
지팡이에 쇠고리를 단 것은 지팡이를 짚을 때마다 ‘철렁’하고 소리가 나도록 한 것이다. 이것은 스님들이 산길 들길을 오갈 때 지팡이를 짚으며 ‘쿵’ ‘철렁’ 소리를 냄으로써 스님의 발아래 밟혀죽을지도 모를 벌레들과 사람을 보고 놀라 날뛸 짐승들에게 미리 알리고 피하게 해서 작은 살생이라도 막고자한 깊은 뜻이 숨어있는 것이다. 그리고 걸식을 할 때는 육환장의 소리를 내어 동리사람들이 알게 했다. 여기에 또한 중생들을 생각하는 깊은 사려가 깔려있다. 스님이 직접 집집마다 방문하다보면 밥 한 술이라도 줄 수 없는 가난한 집에서는 얼마나 난처하고 무안해 할 것인가. 그래서 골목길을 한 바퀴 돌며 육환장소리를 듣고 문 앞까지 시주물을 내온 사람들에게만 걸식을 하여 돌아갔다.
석장은 옛 스님들이 지니는 18물十八物 가운데 하나이며 반드시 휴대했고 밀교에서는 석장을 생명을 보호하는 보살이라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근래에는 석장을 지니고 다니는 스님은 보기 어렵고 발아래 밟혀 죽을 벌레들을 염려하는 스님을 만나기도 어렵다. 깊은 산사에 고요한 적막을 깨며 고무신 두 짝이 아닌 거대한 고무발통 4짝을 굴리며 오가는 스님들.
신부님도 목사님도 자가용차가 없나? 스님이 자가용을 타고 휘젓고 다닌다하여 흉허물이 될까마는 그래도 왠지 스님만은 그렇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은 나만의 생각일까.
불가에서 제1계가 ‘산목숨 죽이지 말라’이다. 태초에 천지간에 묵약이 있었으니 아무리 하잘것 없는 목숨이라 할지라도 이유 없이 죽이지 말라는 뭇 생명들의 약속을 불문佛門에서는 지켜가야 할 것이다.
▶지부자-그.
유명한 철갑상어알
지팡이라면 예부터 청려장靑藜杖이라 하여 명아주지팡이와 더불어 댑싸리 지팡이를 즐겨 사용해 왔다. 이들은 1년생풀이면서 가을이면 지름 5㎝에 달하는 목질로 변해서 단단하면서 질기고 가볍다. 그리고 원줄기에 촘촘히 붙은 수많은 가지들을 잘려내면 그 자리가 모두 괭이처럼 보여 아주 특이한 운치 있고 멋스러운 지팡이가 된다.
댑싸리는 비싸리, 대싸리, 공쟁이로 부르기도 하며 고려때 이두향명으로는 당축唐축 당추唐라고 했다. 명아주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초본식물이나 자라면서 목질처럼 딱딱하게 굳어진다. 줄기는 곧게 서고 많은 가지를 치면서 키 높이 1.5m까지 자란다. 잎은 좁고 길며 어긋나는데 잎자루가 없고 숲을 이루던 진녹색 잎이 가을에 황갈색 단풍으로 물든다.
암술하나 암꽃과 수술 다섯 수꽃이 잎겨드랑이에서 따로이 피어나며 꽃잎은 없고 다섯 갈래로 갈라진 꽃받침이 꽃처럼 보인다. 꽃 빛은 담록색 지름 3㎜ 안팎 7월경 꽃이 피어나 9월에 열매를 맺는다. 열매는 뚜껑이 달린 원반형 그릇모양으로 익는데 열매껍질에는 암술대 흔적이 남아있고 그 속에 막질의 껍질에 쌓인 납작동글한 좁쌀크기의 씨앗이 하나씩 들어있다. 이 씨앗들은 익는 데로 떨어져 버린다.
근래에 와서 댑싸리가 마당 빗자루를 만드는 식물로만 알려져 있을 뿐이나 「본초강목」에도 실려 그 효능이 전해올 만큼 식용, 약용, 생활용품으로 응용한 그 역사는 천년을 훨씬 넘는다. 봄여름에 걸쳐 어린순은 나물로 데쳐서 무침나물, 볶은 나물, 국거리로 먹기도 했다.
일본을 여행하다 보면 「자파니스캐비어」즉 ‘일본 철갑상어알’이라 이름 붙여 그 유명한 철갑상어알로 선전하며 관광특산 별미식품으로 판매하고 있는데 이것이 다름 아닌 댑싸리 씨앗을 별식상품으로 개발한 것이다.
댑싸리씨는 좁쌀만 하지만 물에 불려서 삶으면 3∼5배로 불어나 꼭 새파란 생선알 같아서 보기에도 아름답고 맛도 담백하며 씹을 때마다 톡톡 터지는 느낌이 일품이요 인상적이다. 씨를 수확할 때는 가을에 열매가 익어서 흘러내리기 전에 포기째 베어서 탈곡한 후 잘 말려서 저장한다. 먹는 씨를 얻기 위해서는 수입품 키 작은 관상용이 아닌 잎이 진녹색이며 빗자루를 만들던 키 큰 토종 댑싸리 품종이어야 한다. 씨를 식용할 때는 열매를 물에 담가 하루쯤 불린 다음 30분 정도로 삶은 뒤 찬물에서 부비면 껍질이 벗겨지면서 본래 씨앗보다 3∼5배로 커진 파란 생선알 같은 곡식을 얻게 된다.
댑싸리 빗자루를 만들 때는 잎이 단풍들기 전 푸를 때 베어내서 끈으로 동여매고 거꾸로 매달아 말려 쓴다.
원산지는 아시아 일대로 알려져 있으나 예부터 한반도에 들어온 귀화식물이 되었고 집 주위에 재배하던 것이 지금은 자생상태로도 살고 있다.
▶씨앗은 민간에서 강장제
한방에서 댑싸리 익은 열매를 지부자地膚子, 지맥地麥, 소추掃라 하며 약으로 쓴다. 씨앗에는 엉긴 피를 용해하는 작용이 있는「사포닌」성분이 함유 되어 있다.
약성에서 맛은 달고 쓰고 성질은 차며 방광경에 작용한다. 몸 속의 독성을 풀어주고 오줌을 잘 나가게 하며 열을 내린다. 댑싸리 잎은 이담작용, 간보호작용, 이뇨작용을 나타낸다. 댑싸리 약리실험에서 열매 달임약은 손상된 간세포를 보호하고 에너지의 근원이 되고 신진대사에 중요한 물질인「글리코겐」생성작용과 항지간 작용을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러므로 간염, 간경화증, 그로 인한 복수가 찬데 약이 된다. 콩팥기능이 부실하여 소변이 시원하지 못한 방광염, 신장염, 요도염을 치료하며 특히 부인이 임신중 소변이 잦은 증상에 효험이 있다.
댑싸리의 물 우림액은 사상균, 피부진균, 개선균에 대한 억균작용이 있다. 습진, 두드러기, 옴버짐, 음부습진, 피부가려움증에 외용하기도 한다.
주된 약효는 이뇨, 청습열, 해독, 해열, 소종, 항진균, 건위작용들이다. 적용질환은 소변을 잘 못보는 증상들에 이뇨작용이 탁월하고 방광염, 신장염, 신우신염으로 몸이 붓거나 열감을 느끼는 증상을 제거시킨다. 그 외에 임질, 고환염, 자궁내막염에도 쓰인다.
댑싸리는 한방약이라기보다는 민간약으로 서민들에게는 부드럽고 담백한 맛의 나물이 되었고 그 씨앗은 곡식처럼 먹을 수 있는 영양가 높은 민방 강장약이 되어왔다. 그래서 성기위축을 치료하기 위해 쓰이기도 했다. 집 담장가에 댑싸리 몇 포기 심어두고 봄여름 무성한 잎을 따서 덖음차를 만들어 마셔도 좋은 약이 될 것이다. 댑싸리 씨는 쥐가 아주 좋아하는 것으로 봐서 짐승들이 먼저 알고 있으니 영양가도 높을 듯하다. 내과적인 약으로 쓸 때는 가을에 잘 여문 열매 말린 것 달임약으로 하루 6∼12g. 외과적인 질환에는 생즙이나 달임약으로 씻고 바른다.
<艸開山房 oldm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