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차를 통해 치유를 생각하죠"
산이 높고 품이 너른 지리산의 7월.
싱그러운 바람길 따라 전남 구례로 향했다.
곳곳마다 피살이를 하는 농부들의 모습이 정겹다.
산과 들판에는 싱그러움이 가득하다.
몸과 마음이 편안해 진다.
화엄사 인근, 마광삼거리 좌측 길가에 위치한
가락원(街樂院)에서도 자연 그대로의 향내를 느낄 수 있었다.
마당을 비롯 야외 데크 틈새에도 야생화가 얼굴을 내밀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생활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문승옥(42) 지리산다문화예술원장이 반갑게 맞는다.
그가 안내한 곳은 가락원과 맞붙어 있는 화엄다원 차실.
막사발을 비롯 다구들이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그가 우려내는 찻잎은 진한 향내를 머금고 있었다.
지리산 화엄사와 피아골에서 채취하여 법제한 야생 발효차와 녹차인 만큼
자연의 숨소리가 들렸다.
화엄명차를 마시면서 그로부터 가락원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가락원은 그에게 있어 깊은 의미를 지닌다.
"가락원은 아버님께서 지어주신 이름입니다.
이곳을 지나가다 들른 손님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음식을 드셨으면 하는
염원이 담겨 있습니다.
서로간의 행복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는 것이죠."
원광대학교에서 공예를 전공한 후
현재 순천대 조리과학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그는
가락원이 지닌 본래의 뜻 그대로 건강 음식과 차 문화를 통해
손님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이로인해 한동안 관광객들 위주였던 가락원은 5년전 부터
손님들의 유형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웰빙 음식에 도전장을 던졌던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지역에서 먹기 생소한 바다 음식인
매생이를 함께 선보인 것이 주효했다.
화학 조미료 사용을 금지시켰다.
"지리산 인근에 없는 독특하고 특별한 자연음식을 찾다
매생이와 묵이 함께한 메뉴로 개발하게 된 거죠.
시부모님의 고향이 보성과 장흥인 관계로
매생이 국에 대한 아련함이 있었고
이 지역에서 많이 나는 도토리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한 마디로 시댁 음식과 친정 음식의 만남이고
바다와 산의 만남입니다.
전통음식에 매진했던 친정어머니께서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화학조미료를 싫어하는 손님들이 알음알음으로 찾고 있습니다."
그가 이처럼 단촐한 음식으로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은
단시일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맛보았던 음식에 대한 미각이 한 몫 했다.
그의 할머니는 광양지역에서 큰 행사가 있을 때 마다
모셔갈 정도의 솜씨장이였다.
할머니의 영향을 받은 모친인 송영희(74) 여사의 손맛은 일품이다.
"제 기억으로는 할머니가 해주시는 반찬이
정말 맛있었습니다.
당연히 충남이 고향인 어머니께서 음식으로 인해
시집살이를 한 것이죠. 종갓집 맏며느리인 어머니는
나중 할머니의 음식 맛을 따라가게 됐습니다.
제가 자연스럽게 식감이 발달된 것도 우연이 아닌 것 같아요."
이야기 도중 산채 모듬식이 차려졌다는 소식이 전달됐다.
마시던 차를 내려 놓고 짧은 복도를 지나 방으로 향했다.
지리산 정취를 머금은 나물들과 텃밭에서 가꾼 식재료들이
상 위에 자리했다. 반찬 가짓수를 말하기도 숨가프다.
가죽 부각, 들깨꽃 부각, 잼피장아찌, 매실장아찌, 곰취장아찌,
정과처럼 조린 산수유, 토란대, 표고버섯, 고사리, 더덕무침,
가지나물, 취나물, 죽순나물, 고구마순나물, 씀바귀나물,
연근조림, 피마자나물, 호박 나물, 토란나물, 무김치,
배추김치, 물김치, 부추김치, 조선간장과 함께한 찐 호박잎,
조기, 된장찌개 등이다. 여기에 메생이 전과 매생이 국은 기본이다. "
반찬들은 바다와 관련된 것 빼고는 산과 주변에서 채취한 것입니다.
손님들의 입맛을 고려해 가능하면 제철 음식을 내고 있습니다.
전통맛에 바탕해 현대인의 입맛에 맞춘 것들입니다."
여기에는 새벽 5시에 일어나 텃밭에서 음식에 쓸 식재료 채취는 물론
그날 그날 사용될 반찬 준비에 만전을 다하고 있는 모친의 정성이 어려 있다.
감사한 마음으로 식감이 도는 나물을 먹어보니 자연 향이 그대로 배어있다.
장아찌는 짜지 않으면서 깊은 맛이 우러났다.
다시마 등 여러가지 다시로 국물을 내는 매생이 국은 또 어떤가.
한술 뜨자 바닷 내음이 입안 가득했다.
호떡만한 매생이 전 역시 담백했다. 별미다.
매생이국과 전은 손님들의 주문에 따라 즉석에서 만들기 때문이다.
"어머니께서는 항시 저에게 정갈한 마음으로 음식을 대하라고 강조합니다.
손님들이 어떻게 하면 맛있게 음식을 드실 것인지 연구하라는 것이지요.
손님들이 음식을 드시고 나서
깔끔하고 맛있다는 이야기를 들려 줄 때 보람됩니다."
그로부터 음식에 대한 설명을 듣다보니
손님들의 건강을 생각하는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이른 저녁식사를 마친 후 다시 화엄다원 차실로 향했다.
이 자리는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
음식과 차를 한 흐름으로 보았던 화엄세상이 펼쳐지는 곳이다.
"식사 후에 휴식과 대화할 수 있도록 꾸몄습니다.
이러다 보면 치유음식에 대해 자연스런 대화가 오갈 수 있고
구례차를 알리는 문화 홍보 장소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제10회 차와 차인 그리고 공예모음전' 팜플릿을 내밀었다.
차 보급에 앞장서고 있는 남편 김동근(45)대표와 함께
지역민들의 문화 의식 향상에 기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광주에서 신혼생활을 하다 바로 구례로 귀향한지 16년.
어쩌면 그는 음식과 문화를 통해 지역민들을 치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첫댓글 제가 꿈꾸는 세상입니다. 두분 보기에도 좋구요. 영명해 보이는군요.
극찬의 박수를 보냅니다 부럽네유~~~~~
음식이 너무 깔끔하고 깨끗해서 감히 먹을 엄두가 안날것 같습니다. ^^
자연속에서 생활한다는것 자체가 건강을 먹는 길이죠. 게다가 그 건강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깊어
두분의 인상도 저리 좋아 보이는가 봅니다. ^^
지역민들과 함께하려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어요.
여기가 어디여요~~~~ 정확한 위치 가르쳐주심 안될까요
전남 구례군 마산면 황전리에 있어요. 화엄사 인근으로 가 보세요. 전화 061-782-62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