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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소나무 숲길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 정호승, 「봄길」
▶ 산행일시 : 2020년 4월 4일(토), 흐림, 미세먼지 나쁨, 추운 날씨
▶ 산행인원 : 11명(악수, 대간거사, 일보 한계령, 소백, 챔프, 산정무한, 수담, 사계, 상고대,
신가이버, 무불)
▶ 산행시간 : 9시간 8분
▶ 산행거리 : 도상 19.3km(15.1km + 용마봉 왕복 4.2km)
▶ 교 통 편 : 두메 님 25인승 버스
▶ 구간별 시간
06 : 30 - 동서울터미널 출발
07 : 50 - 영동고속도로 횡성휴게소
08 : 16 - 강원도 둔내면 두원리 중두원, 웰리힐리파크리조트 입구, 산행시작
08 : 45 - 816.5m봉 내린 안부, 첫 휴식
09 : 28 - 949.5m봉
09 : 46 - 913.2m봉
10 : 00 - 군계(횡성군, 평창군) 진입, 휴식
10 : 45 - △927.4m봉
11 : 04 - 931.6m봉, Y자 능선 분기, 휴식
11 : 34 - 임도
12 : 00 ~ 12 : 33 - 방의동, 점심
13 : 04 - 864.9m봉
13 : 55 - 월암산(△979.8m), 휴식
14 : 20 - 989.5m봉 직전 ┫자 능선 분기. 왼쪽은 용마봉으로 이어짐
14 : 30 - 용마봉 가는 길 안부
15 : 04 - 용마봉(龍馬峰, 1,045.3m)
15 : 48 - 989.5m봉(분지봉)
16 : 00 - 949.3m봉
16 : 16 - 임도 안부
17 : 12 - 712.6m봉
17 : 24 - 평창군 방림면 계촌리 향교터, 산행종료
18 : 06 ~ 19 : 55 - 횡성, 목욕, 저녁
21 : 26 - 동서울 강변역, 해산
1-1. 산행지도(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1/25,000)
1-2. 산행지도(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1/25,000)
▶ 월암산(△979.8m)
오지를 다니다 돌길에라도 넘어져 온몸에 스크래치 나는 건 대수로운 일이 아닌데 카메라까
지 다치는 건 무척 속이 상한다. 작년 12월 8일에 백암산에 갔을 때도 카메라와 함께 넘어져
렌즈가 망가졌다. 렌즈의 VR(Vibration Reduction : 손 떨림 보정) 기능이 작동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튿날 서비스센터에 21만원의 수리비를 견적하고 맡겼는데 3월이 넘어서야 연락
이 왔다. 수리불능이라고 한다.
당분간은 VR기능 없이 사용해야 할 것 같다. 카메라와 사진전문가인 서비스센터 직원의 말
씀, VR기능 없이 삼각대와 릴리즈 사용하지 않고 손 떨림을 없애려면 적어도 셔터속도는
1/160초 이상을 유지하고 스나이퍼가 방아쇠를 당기듯 극도로 긴장하여 셔터를 눌러야 합니
다. 걱정이다. 나로서는 뒤쫓아 가기 바쁜 오지산행에 그럴 여유가 좀처럼 있을 것 같지 않다.
오늘은 흐리다. 천근만근 눈꺼풀 들어 올려 바라보는 제2영동고속도로 남한강 건너로 추읍
산이 캄캄하게 가렸다. 안심하고 다시 비몽사몽에 빠진다. 횡성휴게소가 잠깐이다. 천원만
대간거사 총대장님이 빼내는 자판기 커피로 졸음을 쫓고 산행을 준비한다. 우리 버스는 영동
고속도로를 둔내IC에서 빠져나와 계분(鷄糞) 냄새가 진동하는 두원리 들녘 길을 달리다 미
악골 입구 삼거리에서 멈춘다.
버스에 내리자마자 첫 발자국부터 산비탈에 올라선다. 덤불 헤쳐 소나무 숲이 나오고 한 피
치 힘써 능선에 올랐는가 했더니 왼쪽의 완만한 사면을 돌아온 펜션촌 동네길이다. 도로 양
쪽으로 이국풍의 펜션이 늘어섰다. 혹시 그들의 안면을 방해할라 발소리 말소리 숨소리 죽이
며 간다. 그들의 한갓진 소나무 숲 빈 의자 산책길이 나온다.
산책길이 끝나고 산지를 개간하려는 벌목지대를 지난다. 울창한 소나무 숲을 베어내고 풀숲
땅거죽도 피나게 벗겼다. 벌목지대 벗어나면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된다. 어중간한 날씨다.
오르막이라도 겉옷을 벗으면 춥고 입으면 덥다. 아직 잡목 헤쳐 휘둘리는 잡목이 생눈물이
나게 맵다. 오늘은 조망이 글렀다. 하늘 가린 키 큰 나무숲의 연속일 것이거니와 미세먼지와
연무는 원경은 물론 근경도 가렸다. 이래서는 어깨에 멘 카메라가 더욱 무겁다.
오늘의 당초 산행계획은 도상 15.1km의 이름 없는 봉우리 14좌를 넘는 것이다. 비록 이름은
없지만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 삼각점 또는 표고점으로 그 높이가 표시된 봉우리다. 산행
기 제목에 올린 월암산은 지형도의 △979.8m인데 김기웅이란 분(?)이 임의로 그렇게 표지
판을 달아놓았고, 용마봉은 나만 산행계획을 벗어나 다녀왔다.
그 첫 봉우리인 816.5m봉을 넘어 내린 안부에서 첫 휴식한다. 탁주 입산주로 갈증을 달랜다.
나도 모르게 주당 반열에 들었는지 모를 일이다. 예전에는 탁주를 마시면 그 취기로 다리에
힘이 풀려 걷기가 여간 거북하지 않았는데 언제부터인가 그런 증상은 없고 물보다 해갈하는
데 더 좋을 수 없다. 물론 잔이 넘치다보면 쉬운 산을 어렵게 가는 경우가 없지 않다.
2. 웰리힐리파크리조트 스키장
3. 웰리힐리파크리조트 펜션 뒷산
4. 816.5m봉 내린 안부에서 첫 휴식
5. 913.2m봉 지나 군계(횡성군, 평창군)에 진입하여 휴식
6. 생강나무 꽃(Lindera obtusiloba Blume)
7. 생강나무 꽃(Lindera obtusiloba Blume)
8. 사면을 누벼보지만 별 소득이 없다, 대간거사 총대장님
9. 아마 발품팔기로는 수담 님이 으뜸이 아닐까? 그러나 별무소득이다.
우리는 봉봉을 얌전히 오르고 내리지 않는다. 신가이버 님조차 지도에 형광펜 그은 산행로를
보고 더덕냄새가 물씬 난다고 했다. 949.5m봉도 온 사면의 풀숲을 헤집으며 오른다. 그러다
군계인 913.2m봉에서 진행방향이 남쪽으로 꺾이는 줄을 모르고 그 사면을 돌아 넘어 북진
하다 청태산 이정표를 보고나서 나 홀로 반대로 가고 있음을 깨닫는다. 금방 눈이라도 뿌릴
듯 차갑고 찌뿌듯한 하늘이다. 손이 시려 호주머니에 두 손 넣고 종종걸음 한다.
봉봉 오르내리는 굴곡이 그다지 심하지 않다. 오히려 발로 굴곡을 심하게 만들어 오른다. 스
마트 폰에 장착한 오룩스 맵의 궤적을 살피면 저마다 산행거리가 다르게 나온다. 걷는 거리
가 다르니 당연하다. 그중 수담 님이 가장 많이 걸어서일까? 미리 말하자면 오늘 수담 님의
산행거리는 도상 17.6km이고, 상고대 님은 15.1km이다. 아무리 발품을 많이 팔았다 쳐도 별
무소득의 수담 님이 다소득자인 상고대 님보다 2km가 넘게 나오는 건 맵에 이상이 있어서일 것.
△927.4m봉. 풀숲 헤치고 부토 쓸어 판독한 삼각점은 ‘401 재설, 77.6 건설부’이다. 당분간
능선은 횡성군과 평창군의 군계다. ‘백덕지맥’이라는 산행표지기와 함께 간다. 931.6m봉은
Y자 능선 분기점이다. 오른쪽은 백덕지맥 술이봉(888.2m) 쪽으로 가고 우리는 한층 한갓진
오른쪽으로 간다. 완만히 내리다가 뚝 떨어질 때쯤 전도 살피던 대간거사 총대장님이 차라리
오른쪽 골로 가는 편이 낫겠다고 한다.
골로 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 낙엽과 사태 져서 내리고 골에서는 너덜을 더듬더듬 지난다. 산
허리 도는 임도에 내려서고 곧바로 능선을 잡자니 절벽이라서 산모퉁이 두 번 돌아 그중 느
슨한 능선을 고른다. 그래도 가팔라 겁나게 뚝뚝 떨어져 내린다. 산기슭 빈 밭 지나고 개울
건너 농로에 들고 봄볕이 따뜻한 방지동 마을이다. 동구 밖 개울 옆 밭 가장자리에 점심자리
편다. 오늘 점심 메뉴는 염소탕, 된장국, 낙지라면, 낙지칼국수다. 다 맛보기도 전에 만복이다.
2부 산행. 이동하지 않고 점심 먹은 자리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농로 잠깐 지나 수확 마친 더
덕밭 가로지르고 산자락 두릅밭을 올라 가시덤불 헤쳐 능선 마루금 잡는다. 만복이 아니래도
864.9m봉이 첨봉이다. 옆구리 움켜쥐고 오른다. 2부 산행도 흐리고 산길 키 큰 나무숲은 하
늘 가렸다. 사면 누비기는 계속된다. 이따금 맞닥뜨리는 미역줄나무 덩굴 숲은 대단한 험로다.
900m고지에 올라서니 가파름이 한결 수그러들어 느긋한 걸음한다. △979.8m봉. 풀숲에 묻
힌 삼각점은 오래되어 ╋자 방위표시만 보인다. 정상 나뭇가지에 ‘평창 월암산 980m’라는
표지판을 걸어놓았다. 표지판 옆면에 ‘김기웅’이라고 쓰여 있다. 예전에 ‘대구 김문암’이란 분
이 걸어놓던 표지판과 글자체나 흰색의 판자, 규격 등이 비슷하다. 산 이름은 이 산 남쪽 아
래에 위치한 월암 마을에서 따왔다.
앞으로도 봉봉을 오르내리는 얼마간의 굴곡이 있겠지만 대세는 내리막이다. 이대로 하산하
면 너무 이를 터이니 산행시간을 조절하자는 중론이 인다. 바로 앞에 넙데데하게 보이는
989.5m봉이 휴식하기 좋다. 휴식시간은 대략 1시간. 누군가 건너편 봉긋한 봉우리가 ‘용마
봉’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저기나 갔다 오겠다고 하니 설마 그러려고 싶었는지 아무도
말리지 않는다.
10. 낙엽송 숲
11. △927.4m봉 오르는 중
12. 대간거사 총대장님은 △927.4m봉도 곱게 오르지 않는다.
13. 931.6m봉 오르는 중
14. 잡목 특히 미역줄나무 덩굴이 성가시다
15. 생강나무 꽃(Lindera obtusiloba Blume)
16. 처녀치마(Heloniopsis koreana Fuse, N.S.Lee & M.N.Tamura)
처녀치마 학명의 명명자 중 한 분인 N.S.Lee는 우리나라 식물계통학 분야의 권위자인 이화
여대 이남숙(李南淑) 교수이다.
17. 뒤쪽이 용마봉, 용마봉도 산죽 숲이다.
▶ 용마봉(龍馬峰, 1,045.3m)
용마봉까지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재어보지 않는다. 오가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가늠하
지도 않는다. 혹시 알게 되면 갔다 오고 싶은 마음이 변할까봐서다. 내 먼저 △979.8m을 떠
난다. 급하다. 줄달음한다. 내 발걸음을 붙드는 건 미역줄나무 덩굴이다. 사면으로 피해서 가
기도 한다. 우리 가는 주릉에 용마봉 가는 길은 989.5m봉 약간 못미처 왼쪽으로 엷게 났다.
서슴없이 내리쏟는다. 북사면은 땅거죽만 녹았다. 쭉쭉 미끄러진다. 10분 걸려 바닥 친 안부
는 고랭지 채소밭이 이웃하고 임도와 농로가 마주보고 올랐다. 다시 오름길 인적은 흐릿하고
산죽 숲 사나운 길이다. 곳곳에 쓰러진 고사목이 산죽 숲에 묻혀 있어 조심스런 걸음한다.
능선을 잘못 잡지나 않았을까 종이지도에 눈 박고 간다.
거친 숨 깔딱거려 용마봉 주릉에 올라선다. 여전히 발로 더듬어 길 찾는 산죽 숲이다. 거리
0.4km 나지막한 봉우리 2좌를 더 넘어야 한다. 금방이다. 용마봉. 오지산행에서 그간 몇 번
다녀갔었다. 여전히 조망 가린 산죽 숲 정상이다. 달암산 정상표지판과 같은 모양의 정상표
지판이 걸려 있다. 뒤돈다. 올라 온 길을 그대로 밟아 내려가는 게 쉽지 않다. 자꾸 엉뚱한 지
능선을 잡았다가 트래버스 하기 일쑤다.
아까는 바람결에 일행들의 수런거리는 소리가 환청처럼 들렸는데 안부 지나고 989.5m봉 북
사면 오름 길이 퍽 조용하다. 가만히 귀 기우려보면 내 발밑에 부서지는 낙엽소리만 울려 퍼
질 뿐이다. 989.5m봉. 재어보니 용마봉 왕복 도상거리 4.2km이다. 1시간 28분이나 걸렸다.
일행들은 이미 연호가 들리지 않게 멀리 갔다. 989.5m봉에는 누군가 ‘분지봉’이라는 표지를
비닐에 넣어 나무줄기에 묶어놓았다. ‘분지봉’이라는 이름은 이 산 아래 분지골 마을에서
따왔다.
혼자 가는 산행이다. 줄달음한다. 거의 외길이다. Y자 갈림길인 949.3m봉에서 오른쪽이다.
땀난다. 겉옷 벗고 팔 걷어붙인다. 안부는 분지골에서 오른 임도가 지난다. 일행들의 연호가
들리고 갑자기 발걸음에 힘이 풀린다. 그새 반갑다. 봉우리 넘을 때마다 안부는 임도가 지난
다. 아름다운 소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조망 없는 막막한 산길에 이 얼마나 다행인가!
무심코 산줄기를 놓치려다가 얼른 꼭 붙는다. 여태 당당하던 산맥이 712.6m봉을 넘고서야
누그러진다. 긴 내리막 수적이 어지러운 어두컴컴한 잣나무 숲이다. 이윽고 향토터 마을 도
로에 내려서고 오늘 산행의 단체사진을 들녘 농로에서 찍는다.
(부기) 횡성군이 자랑하는 명물 두 가지는 더덕과 한우다. 더덕은 상고대 님의 맹활약으로
다수 확보했다. 모처럼 일치된 의견으로 한우 먹으러 횡성읍내로 갔다. 술맛 나게 목욕탕에
들러 냉온탕 들락날락하고 축협 직영의 한우매장으로 갔다. 한우매장과 함께 운영하는 식당
이 꽤 넓었다. 그런데 우리들에게 한우는 그림의 떡이었다. 한 사람에 200g도 모자랄 판인데
100g에 50,000원이라나. 육회 2접시(1접시에 20,000원이다)와 불고기 12인분을 주문하고
말았다. 아무렴 우리에게는 그저 돼지 삼겹살이 알맞다.
18. 멀리 수렴에 가린 산은 덕수산과 장미산
19. 봉봉 오르고 내린다
20. 소나무 숲이 보기 좋다
21. 특용작물 재배하여 철조망 둘러친 낙엽송 숲이다
22. 특용작물 재배하여 철조망 둘러친 낙엽송 숲이다
23. 소나무 숲이 아름다운 산길이다
24. 소나무 숲이 아름다운 산길이다
25. 소나무 숲이 아름다운 산길이다
26. 산행을 마치고 나서
첫댓글 회비 자릿수가 다섯자리 숫자가 될뻔 했구만요~이젠 이동네는 교통오지가 되어 접근하기가 ㅠ
용마봉에 다녀오신건 녹슬지 않은 열정이네요. 사면이 그런 사면인 줄 진작에 알았더라면 저도 용마봉에 갈 걸 그랬습니다.
아니! 이럴수가~~...최고참을 홀로 다녀오시게 하다니요...해피가 있었으면 모셨을텐데...없으니 문제가 많군요...분위기는 아주 좋아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