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모 주교의 명상 칼럼] 마음디자인 시리즈(4)
감사하는 마음이 가져오는 기적
명상의 여러 가지 특징 중에 하나는 모든 일에 감사하는 마음을 기르는 일이다. /셔터스톡
요즘 불교계에서는 K-명상을 준비하고 널리 보급하려고 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K-명상은 불교를 전파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외로움이나 우울증 등 현대인의 정신건강을 지키는 데에 목적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정부에서도 이에 호응하고 있다고 한다.
기독교 등 다른 종교에서도 정신건강을 지키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널리 보급하는 노력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정신건강은 어릴 때의 경험에 그 뿌리가 있다 하여 초,중,고의 청소년의 인성 교육을 강조하는 사람들도 부쩍 많아졌다. 명상하는 사람들도 정신건강과 인성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명상의 여러 가지 특징 중에 하나는 모든 일에 감사하는 마음을 기르는 일이다. 감사하는 마음은 긍정적인 생각, 감동하고 감탄하는 태도 등과 모두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라보니 감사하게 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보니 감동과 감탄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인성의 핵심 안에 감사하는 마음이 있다.
<종이학>이란 책을 써서 유명해진 이무라 가즈키오라는 의사는 31세라는 젊은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그는 암으로 한쪽 다리를 절단했지만 죽기 직전까지 초인적인 힘으로 환자들을 돌보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가 인간의 행복과 감사와 기쁨에 대해 한 말들을 정리하면 이런 것들이다.
“아버지가 있고 어머니가 있으면 그것 자체가 기쁨이고 행복이다. 손과 발이 둘 다 제대로 붙어 있어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고, 잡고 싶은 것을 손을 뻗어 잡을 수 있으면 그것이 기쁨이고 행복이다.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말을 할 수 있으면 이보다 더 큰 행복이 있겠는가? 밤이 되면 편히 잠들 수 있고, 아침이 되면 눈을 떠서 볼 수 있으며, 그리고 신선한 공기를 실컷 들이마실 수 있으면 그것이 곧 기쁨이고 행복하다.
낮이 되면 사람들을 만나고, 웃다가, 울다가, 고함치다가, 그리고 뛰어다니다가, 저녁이 되어 가족이 모여 이야기하며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으면 이것이 기쁨이고 행복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렇게 멋진 일을 기뻐하며 감사할 줄 모른다. 이런 일이야말로 진정 기쁜 일이며 고마운 일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그것들을 잃어버린 사람들뿐이다.“
그런데 이무라 가즈키오처럼 신체적인 장애를 겪지 않고도 일상생활에서의 소소한 일에서 기쁨과 행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물론 그런 방법이 있다. 그것은 명상을 통해서 감사하는 마음을 디자인하면 가능하다.
명상은 조그마한 일에서 우주보다 큰 신비와 감탄과 감사함을 경험한다. 감사하는 마음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확고하게 연결시켜 준다.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녀, 그 외의 모든 인간관계에서 감사하는 마음은 각각의 존재들을 하나로 연결시켜 준다.
감사하는 마음은 인간의 영성을 한 단계 더 성숙시킨다. 형식적으로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감사해야 한다. 이건 참 중요한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어떤 사람은 너무 뻔한 애기라고 가볍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감사하는 마음을 실천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마리아라는 한 중년 여성은 남편과 이혼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상담자를 찾아갔다. 그녀는 남편과 애정이 없는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면서 한 시간이 넘게 남편에 대해서 얘기했지만 남편에 대해서 좋은 말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상담자는 마리아의 말을 다 듣고 난 후에 상담을 마무리하면서, 마리아에게 그날 저녁 남편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단 한마디라도 좋으니 긍정적으로 남편을 인정하는 말을 해보고 후에 다시 상담하자고 했다.
그녀는 남편에게는 좋은 점이 하나도 없다며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고 버티다가 마침내 상담자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저녁식사 후 마리아는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남편을 인정할 만한 어떤 말이 생각나지 않아 고민하다가 얼떨결에 남편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보, 나는 당신이 경제공황 때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열심히 일한 것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나는 그것이 정말 고맙고 자랑스러워요."
그 말을 들은 남편은 들고 있던 신문을 내려놓고 잠시 동안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마치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보여 마리아는 뭔가 잘못된 게 아닌가 하고 불안해졌다. 한참 후 남편의 눈에서는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그리고는 아내에게 한마디 했다. "여보,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소."
마리아는 더 이상 길게 상담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것이 감사하다는 마음과 말이 가지고 있는 놀라운 힘이며 기적이다.
어떤 사람이 행복하게 해달라고 하늘에 빌었다. 그러자 하늘이 대답했다. 먼저 감사하는 법을 배우라고. 그러면 행복해진다고.
감사하는 마음은 진실로 명상하는 사람의 마음이다.
글 | 윤종모 주교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