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기록적인 수도권 폭우로 인해 어머니께서 운행 중인 차가 침수 피해를 겪었다. 우리 집은 청계산 밑의 나름 고지대였고, 지난 수십 년 간 단 한 번도 동네가 물에 잠긴 적 없었다. 그러나 이번 폭우는 잘 정비된 배수 시스템의 한계를 넘을 정도로 강력했다. 결국 6년간 애지중지 함께한 우리 가족 차도 피할 수 없었다.
글|사진 강준기 기자
견인차도 부족, 공업사도 부족
침수된 차의 상태는 충격적이었다. 앞좌석 시트 등받이가 귀신이 만진 듯 뒤로 누워 있었고, 시트뿐 아니라 기어레버까지 흙탕물로 뒤덮였다. 우선 보험사에 전화해 상황을 설명하고 견인을 요청했다. 그러나 전국에 침수피해 입은 차만 1만1,000대가 넘으면서, 보험사 견인차가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당일 견인이 불가능해, 다음날 오후까지 기다려야 했다.
이튿날, 한 차례 더 문제가 생겼다. 사륜구동차는 일반 견인차로 끌 수 없어 앞바퀴까지 통째로 견인할 차가 필요했다. 또한, 인근 공업사에 빈자리 찾기도 힘들었다. 침수 피해차가 많았기 때문이다. 결국 서울대공원에 마련된 넓은 주차장으로 임시 이동했다. 주변 모든 침수차가 이곳에 모였다.
침수 피해를 겪으면 선택지는 두 가지로 나눈다. 전손처리(폐차)를 진행할지, 아니면 수리 하고 계속 탈지 결정해야 한다. 폐차여부 판단은 보험사에서 진행하는데, 생각보다 간단했다. 과거엔 엔진이 물에 잠기면 거의 전손처리로 ‘직행’했다. 그러나 최신 차의 경우 전자장비가 많이 들어가 예전보다 폐차 판정 받는 게 더 많다고 한다. 수리해서 탈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수리비용이 차량가액을 넘는 경우엔 전손처리를 한다. 실내 기어레버까지 물이 찬 우리 차, 어쩔 수 없이 폐차 판정을 받았다.
자차보험 가입하면 100% 보상
다행히, 침수로 인해 폐차 판정을 받으면 현재 차량가액(중고차 시세) 만큼 전액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단, 자차보험 가입은 필수다. 그런데, 자차보험에 가입했더라도 몇 가지 조건이 붙는다. 창문이나 선루프를 열어 둔 상태로 주차했거나, 주차 금지구역 혹은 침수 위험지역에 주차한 경우, 경찰 통제구역을 어기고 주행한 경우엔 보상을 받을 수 없다.
우리 차는 2016년식 제네시스 DH로, 현재 차량가액 1,718만 원을 보상받을 수 있었다. 문제는 당장 타고 다닐 차가 없어졌다는 점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지만, 집에서 어머니 회사까지 차로 30분이면 갈 거리를 지하철을 타면 총 1시간 30분이 걸린다. 또한, 최근 대부분의 신차는 대기기간이 대략 1년 정도 필요하기 때문에, 결국 중고차 구매로 눈을 돌렸다.
침수차(왼쪽)에서 하이패스 카드 등 살아 있는(?) 물건을 빼 새 차로 옮겼다.
차종 선택은 어렵지 않았다. 보상금액에서 크게 늘어나지 않는 선에서, 어머니께서 새롭게 적응할 필요 없는 동일 차종으로 결정했다. ‘폭풍검색’ 끝에 김포에 마음에 드는 차를 발견했고, 꼼꼼하게 안팎을 확인해 반나절 만에 우리 집으로 데려왔다. 생김새, 컬러까지 똑같은 차였지만, 6년간 애지중지 관리했던 차와 중고차는 분위기가 정말 달랐다. 속상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새 차(중고차 포함) 구입할 때 가장 부담스러운 비용은 바로 취득세‧등록세다. 보상금으로 중고차를 구입할 순 있었지만, 약 200만~300만 원 가량 발생하는 취‧등록세는 무척 아까웠다. 다행히 침수 피해를 겪고 2년 내로 새 차를 사는 경우에는 취‧등록세도 지원받을 수 있다.
방법은 이렇다. 우선 취‧등록세까지 지불해 새 차를 구입한 다음, 손해보험협회장이 발행하는 ‘자동차 전부손해 증명서’를 보험사에서 발급 받아 관할 구청에 제출하면 취‧등록세를 환급받을 수 있다.
즉, 이번 폭우로 인해 금전적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차보험이었다. 또한,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였기 때문에 향후 보험사에서 보험료를 할증하지 않는다. 단, 차 내에 둔 물건이나 귀중품은 보상에서 제외하기 때문에, 지갑‧핸드백 등은 반드시 갖고 내리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