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학기 마지막 시간이다.
일학년 이학년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이 시간이 참 좋다.
이쯤의 아이들 얼굴은 포동포동 살이 올라, 그 싱싱한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모른다.
부모들은 알까? 아마 모르는 사람도 있을거다. 나도 그랬다.
나를 보자마자 인영이가
"<아름다운 것들> 다 외워왔어요. 그리고 <개똥벌레> 처음 부분 조금 할 수 있어요?"
그런다. 초등학교 2학년 인영이.
아직 피아노 학원 다녔다거나 그 외 음악 경험이 없어서 하모니카 수업을 힘들어하면 어쩌나 했던 마음은 약간의 기우였다.
처음부터 자세가 반듯했던 이 아이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하고자 하는 열정의 싹이 키워진 것이다.
자이는 또 어떤가. 자이는 유치원 다닐 때 하모니카를 조금 배웠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아이들도 텅블럭 싱글 주법을 제법 잘 하지만 자이의 소리는 벌써 안정감이 있다.
오늘은 호준이가 왠일인지 세 마디를 나갈때까지 집중한다.
"선생님, 복면가왕 클래오파트라가 김연우다요? 다섯번째 노래도 즐겁고 좋아요. 아, 빨리 복습해요."
'응? 이 녀석 왠일일까 노래나 음악에 전혀 흥미 있어할 것 같지 않았는데...'
그러나 아직 집중력은 짧다. 1학년 동생 민우가 하모니카를 잘 불자
"야, 커서 하모니카 달인돼라. 그게 낫겠다."
그러더니 민우의 눈을 자신의 하모니카로 가렸는데도 민우가 계속 잘 불자
'진짜 챔피언 맞네." 그런다.
뒤에 아이들 쳐다보며
"너도 눈 감고 해 봐."
끝마칠 때 쯤 자꾸 시간을 내게 알려주는 호준.
수업이 끝나자마자 장난스레 웃으며
"선생님, 더위 사가라."하며 깔깔거리고 뛰어나간다.
2.
고학년 아이들한테는 반성 자료를 받아보았다.
하모니카를 배우면서 알게 된 점이나 선생님께 바라는 점을 써 보랬더니
'조그만 악기가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는것이 신기했다.
게임을 했으면 좋겠다.
하모니카를 불 수 있게 되어서 좋다.
하모니카를 하고 배려심이 더 많아졌다.
평소에 음악에 관심이 없었지만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음악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음악이 재미있다.' 등등을 썼다.
아, 음악이 좋아졌다니......
보람있구나.
이 아이는 이제 살면서 음악을 좀 더 즐기고 , 음악으로 인한 행복을 좀 더 맛보겠구나.
텅블럭 싱글 음계를 더 익히고 노래를 연주한 후 게임을 하자고 한다.
그래서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 보라 했더니, 기가 막힌 일이 벌어졌다.
"선생님, 한 사람씩 계이름을 아무거나 하모니카로 불어서 노래를 만들어 봐요."
"그래? 그럼 노래를 만들려면 먼저 일정한 틀이 있어야 해. 그럼 4분의 4박자가 쉬우니까 이 박자로 틀을 정해서 만들되, 우선 한 줄만 만들어보자."
각자 순서를 정해 하모니카를 불어 칠판에 적어보았다.
시간이 부족하여 오선그리는 것도 생략하고 우리끼리 통하는 글과 기호로, 우리 식으로 재빨리 만들어보았다.
아이들 중 한 명이 '그야말로 아무거나 분' 아이가 저음 라를 불어서 그게 또 웃음을 주었다.
"얘들아, 가사도 만들어 봐. 제목도"
그렇게 해서 우린 작곡작사에 도전하여 즉흥적으로 작은 악절을 만들어 보았다.
그것을 다 같이 하모니카로 불어보니 음악이 되긴 한다.
음악을 만들어 내다니, 참 재미있다.
그것도 자연스런 게임을 통해서.
그 고무되었던 순간의 기쁨은 우리만 안다.
다음 시간에 할 것들이 많다.
두도막 형식까지 만들어 볼 것이며, 리듬을 재미있게 바꿔볼 것이며 화음도 적절하게 바꿔볼 것이다.
음...
아...
재있는 아이들.
요런 기발한 아이들이라니...
첫댓글 꼬맹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얼마나 즐거우실까요?
솔미미솔 라솔솔0 파레미파 미-도도.
멋진 작사작곡 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멋지게 한곡 만들어 보세요.
홧~팅!
네. ^^
잠깐 짬내는 시간에 만들어야해서, 시간이 걸리겠지만 끝까지 만들어보면
재밌을 것 같아요.
김범기선생님도 홧 팅하세요^^
문샘!! 오랜만에 들어왔더니 아주 기막히게 재밋는 수업이었군요.
아이들의 기발한 아니디어에 선생님의 순발력이 더해져서 한곡을
만들었네요. 작사 작곡까지 섭렵하시겠어요. ㅎㅎㅎㅎㅎ
그러게요. 아이들이 저를 공부하게 만드네요.
오늘은 작사를 좀 더 잘 해보려고 마인드맵을 해 봤는데, 글쎄...
제가 준비해간 것이 부족하여, 별 성과가 없었네요.
저녁에 책을 읽다보니, 그렇게 하는게 아니었구나 싶었어요.
담주에는 좀 나으려나...
재미있기는 하네요. 아이들이 저를 연구하게 만들어요^^
어떻게 지내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