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3년간은 펜홀더 전형이었다. 라켓은 누구나 다 쓰는 사이프러스 S. 첨엔 사이프러스 P로 시작했고, 사이프러스 B도 써보았다. 러버는 물론 스리버. 세상에 러버란 스리버 이외에는 없는줄 알았다.
실력은 별로였다. 폼도 별로였고, 대외 경기 출전이란 건 물론 꿈도 못꿨다.
그러다 나우탁동에 가입한 후 니타쿠 사의 제품군과 접하게 되었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쓰는 스리버란 러버는 사실은 단단한 스폰지를 사용하는 '스리버 가와츠키'란 러버로서 오직 우리나라 사람들만이 애용하는 단단하고 잘나가나 컨트롤 떨어지는 러버임을 알게 되었다.
그후 뜻이 맞는 선배의 도움으로 차이니스 펜홀더로 전형을 바꾸었다. 처음엔 무지하게 해맸다. 시합 전날에서야 뒷면에 스리버, 앞면에 발트너 2.1mm를 붙이고 처음 나가본 전국 대학생 동호인 대회에선 예선 1회전에서 방송대 아저씨에게 탈락했다. 다 이긴 게임 듀스에서 역전패.
그후 나름대로 열심히 쳤다. 탁구 비됴도 많이 보고, 주위의 도움도 많이 받고.
니타쿠 사의 모리스토란 러버를 알게되었다. 비싸지만 스리버보다 잘나가고, 회전 많이 먹고, 컨트롤 좋은. 중국 애들이 세계를 재패하는데 쓴 G-888이란 회전좋은 독특한 러버도 접해 봤다. 현 세계 1위 삼소노프가 쓰는 TIBHAR의 Rapid D-TECS란 러버도 사용해 보게 되었다. 선배의 도움으로 스티가의 제품군도 구할 수 있었다.
점점 감이 생겼다. 부족한 힘은 좋은 러버가 메워주었고, 좋은 러버를 컨트롤하기 위해 실력도 늘려야 했다. 탁구가 점점 더 재밌어졌다. 늘 뒷심이 부족했던 것이 심심찮게 역전승도 하게 됐다.
올해엔 첨으로 '대회'에서 4강에 올랐다. 경인지역 대학생 동호인 대회 YB 3등. 카투사로 군대에 있으면서 전국 미8군 탁구대회에서 우승해본 적은 있었지만, 우리나라 공식 대회에서 입상해 본 건 처음이었다. 강원대학교 2,3장, 서강대학교 1장등 작년의 전국 대학생 동호인 대회때는 넘볼 엄두도 못냈던 사람들을 내 손으로 이기고 얻은 성적이었다.
아직도 구력이 딸린다. 경기 경험도 부족하다. 체력도 폼도 딸린다. 선수들의 플레이는 여전히 먼 나라 이야기다. 버터플라이 사이프러스 에스 라켓에 벤졸 왕창 먹인 스리버 가와츠키를 붙이고 치는 아저씨 고수들에게 종종 완패한다. 초등학교때 겨우 1년 탁구선수 생활했다는 후배에게도 여전히 완패다. 이면 드라이브는 여전히 성공률이 절반을 넘지 못한다. 순수 아마추어에 원래 운동 신경이 뛰어난 것도 아닌 나는 아직 갈길이 너무 멀다.
하지만 요새는 보는 사람들마다 챔피언 사에서 새로 나온 히노키 골드 라켓을 권하고 다닌다. 러버는 라피드 디텍스를 써보라고 권유한다. 모리스토나 G-888등 특성 강한 러버들을 써보겠다는 사람은 더 반갑다. 탁구는 실력과 연습의 운동이지만, 장비또한 빼놓을 수 없는 탁구의 일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난 색다른 것이 좋다. 사이프러스 에스만 평생 쓰고 싶진 않다. 나이들면 체력이 딸리기 전에 쉐이크핸드 그립으로 바꿔볼 생각이다. 세상에는 한번쯤 써보고 싶은 탁구 라켓과 러버가 너무나 많다.
주위에선 장비탓에 실력이 늘었다고들 한다. 동감이다. 내게 맞는 장비를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여전히 사이프러스 에스에 스리버로 쳤었다면 얻지 못했을 많은 것들을 내 것으로 할 수 있었으니까. 물론 열심히 연습했다면 사이프러스 에스+스리버 조합에 나 자신을 맞출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지금의 내 탁구가 훨씬 더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