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생 시대로부터 따돌림을 당했으니 고산자 孤山子 요,
나라가 독점한 지도를 백성에게 돌려주고자 하는 그 뜻이 드높았으니 고산자 高山子요,
고요하고 자애로운 옛 산을 닮고 싶어했으니,
그는 고산자 古山子라고도 했다.
그의 이름이 김정호 金正浩라고 했다. (p.10)
그에게 있어 지도란 저울과 같다. 사람살이의 저울이요
세상살이의 균형추요 생사갈림의 나침반이다.
손쉽게 땅의 요긴함과 해로움을 알아보게 하고,
완만한 것과 급한 것, 너른 것과 좁은 것, 먼 것과 가까운 것을
미리 분별하게 할 뿐 아니라, 시기를 살펴 위급할 때엔
가히 생사를 손바닥처럼 뒤집을 수 있으니
어찌 이것을 만민의 저울이라 하지 않겠는가. (p.16)
그는 어렸을 적부터 땅의 형상과 물의 굽이굽이에 관심이 많았다.
누가 시켜서 그리 된 것이 아니었다.
물길과 산의 흐름이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끝나는지 이상할 정도로 언제나 궁금했다.
저 굽이에서 물이 시작되는가 하고 달려가보면 어떤 땐 더 큰 물줄기를 만나고,
저 꼭대기에서 산이 시작됐는가 하고 기를 써 오르고 나면
또한 더 큰 산이 그의 눈앞을 가로막는 게 신묘했다.
길이 길로 이어져 끝이 없는 것처럼,
물은 물대로 산은 산대로 제 몫몫 이어져 끝이 없었다.
사람은 물과 산을 따라서 그것에 기대고 사는바,
길이 있기 전에 이미 물길과 산맥이 있었을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p.62)
그는 어디든 가고 싶었다.
바람은 언제나 시도 때도 없이 불었다.
처음에 그는 길을 따라다녔고, 다음엔 물을 따라다녔고,
일고여덟 살이 넘어서는 주로 산을따라다녔다.
따라갈 수 있다면 새가 되어 바람조차 따라가고 싶었다.
목숨이 와서 목숨이 가는 길도 따로 있을까. (p. 63)
송림 사이로 또 바람이 지나간다.
바람은 어디에서 어떻게 생겨 어디로 흐르고 어디에서 소명하는 것일까.
목숨 가진 것들의 지도를 그리는 것은 바람의 지도를 그리는 것과 매한가지일 것이다.
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 바람을 쫓아가본다. 어서 떠나야지. (p. 87)
‘선명하다’는 것은
‘해 뜨는 동쪽에서 달 지는 서쪽까지의 넓은 지역을 밝혀주어
사람을 새롭게 한다‘는 뜻으로 볼 수 있고
‘땅이 동쪽에 있어 해를 가장 먼저 밝힌다’는 뜻도 있다.
그래서 조선이라한다. (p. 175)
조정과 양반이 틀어쥔 강토를 골고루 백성에게 나눠주자는 것이고,
조선이라는 이름의 본뜻이 그러하듯, 강토를 세세히 밝혀
그곳에서 명줄을 잇고 잇는 사람살이를 새롭게 하고자 한 것뿐이다.
바른 지도가 있어 고루 백성들에게 나누었다면
아버지도 그렇게 죽지 않았을 것이고,
그의 평생이 풍진의 길로 나앉지 않았을 것이다.
땅의 흐름과 물의 길을 잘 몰라 떠도는 사람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그뿐이다.(p.245)
처음엔 길을 따라 걸었고
다음엔 강을 따라 걸었고, 그리고는 산을 따라 걸었다고 합니다...
백성들을 위하는 그런 선지자의 마음은 감히 못따라갑니다마는
길을 따라걷고,,,, 강을 따라 걷고...산을 따라 걷고...
결국은 바람을 따라 걷는 그마음을 조금은 조금은 이해를 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2009. 여름에... - 바람솔...
첫댓글 이런 책이 있었네요....저는 바람솔님을 김정호에 비유했었는데~~~~ㅎㅎㅎ 경주남산지도를 만드신 분도 남산을 700번 정도 산을 오르내렸다고 하시든데요~~~~ㅎㅎ 혹시 책 발간하시면 제일 먼저 살께요.....미리 예약합니다....싸인까정요~~~~^*^
혹시 "원시인의집" 님 아니신가요? ^^* 제가 책을요? ㅎㅎ 그럴일은 없겠지만서도 혹시 그렇게 된다면 제일 먼저 드리지요..^^*
저는 줄창 이 닉만 사용합니다....ㅎㅎ 벌써 제목은 갖고 계신 것 같은데요....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아니 남산지도 만드신 분요...^^*
송재중선생님 서라벌여중에서 정년 퇴임하신 분입니다~~~^^
울 산악회의 고산자 = 바람솔님 ...이미 바람과 함께~~~
바람과 함께 .... 사라졌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