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킹 건 외 1편
양우정
배후를 밝혀내기 전
빗나간 의도가 명치 끝을 스칠 때
눈알이 허공을 훑다 깜빡이는 찰나의 순간을 조심해
가령
조심스럽게 뒤꿈치를 들고 나가려다 새장 속 새를 보거나
팔레트 속 굳어버린 색색의 초상화를 발견할 때
눈을 마주치지 마!
새가 눈을 쪼거나
초상화가 말을 걸어올지 모르니까
그럴 때
목을 빼고 넣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 알게 될 거야
치킨게임을 좋아한다고 했었지
바깥은 안보다 늘 시끄럽다는
시차 때문이라던 너의 말
그렇다고 운을 믿지는 마!
뫼비우스의 띠는
한번은 벗어나지만 두 번째는 제자리니까
풀과 나무는 더는 너를 읽지 않아
부푼 페달을 밟는
질긴 혐오는 위험하다는 신호일 수 있으니까
연기가 코앞에서 사라지기 전
위험한 자작극임을 자백하라던 말
기억하지
활자의 근황 따위 관심 없다던 네가
소문이 무성한 활자가 되어버릴지도 모르니까
브리핑룸을 지나지 말라는 경고
잊은 건 아니겠지
확률 게임 속
블랙박스는 언제나 웃고 있다는 것
잊지 마
이발소 있는 풍경
산자락이 등을 댄 사람들을 품어주는
하늘과 맞닿은 동네
달이 꿈속으로 걸어 들어오는 골목으로
무럭무럭 늙는 이발소가 있다
면도칼의 팽팽한 칼 선 사이로 숨어든
봄 햇살이 깜박 조는 이발소엔
언제나 고집스럽게 다이알 비누 냄새가 난다
베어지지 않으면 날아오를 수 없는
단서조차 없는 세상의 경계를 지우느라
뾰족뾰족해진 날개들
어두운 저녁으로 날아들 때쯤
또 하나의 달이 되는 삼색 네온
알전구처럼 빛나다 사라진
좀체 읽히지 않는 먼 기억의 숲
한 올 한 올 감별해내는 이발사 손끝에
밤보다 더 깊이 뿌리내린
오래된 골목 푸른 발목 위로
접혀있던 푸념들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오른다
담장 아래 실금의 거울 안
버려진 화분 위로 밑동이 실한 푸른 잎이
밀랍의 골목을 탁본하고
새벽어둠이 걷힌 골목이 다 들어간 거울 속
어떤 봄 밭보다 따뜻하다
골목은 숲의 습성을 닮아가는 중이다
진심이 담긴 글을 쓰기 위해…
위안을 찾으려고 시작한 일이
덤으로 큰 영광을 얻게 되어 몸들 바를 모르겠습니다.
고립과 단절의 이야기들 그 향을 입히던
보잘것없고 조촐한 식탁을 환하게 만들어주신
계간 『시와산문』과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더없이 감사한 마음 놓아 드립니다.
진심이 담긴 글을 쓰기 위해 지치지 않고 끝없이 정진하겠습니다
시의 끈을 놓치지 않게 대문을 늘 열어주신
시마을 문우님들과 이 기쁨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