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가장 먼저 와닿을 남쪽 바닷가 거닐며, 맘껏 누리는 포근한 즐거움
2025년 2월 오름학교는 <제주의 겨울풍경 : 북돌아진오름, 당산봉, 저지오름, 제주올레 3코스 1박2일>
*숙소 예약 관계로 2월 오름학교는 1월 31(금)일 마감합니다.
제31강을 맞는 오름학교, 이승태 교장선생님(여행작가·제주오름 전문가)은 얘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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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계절감이 무뎌지는 땅입니다. 동장군의 기세가 매서울 때도 사방이 푸릇푸릇해서 봄 같습니다. 밭에는 겨울에도 온갖 풀이 돋아나서 초록의 융단을 깔아둔 듯합니다. 그래서 가을이 아직 떠나지 않은 듯, 봄이 서둘러 찾은 듯한 풍광이 겨울이 다 가도록 이어집니다. 이런 때에만 길이 열리는 오름이 있습니다. 또 이 시기에 더 포근하게 다가오는 오름도 찾아갑니다. 제주에서도 빛깔이 더 맑고 푸른 남쪽 바다에서 때 이른 봄기운도 만날까 합니다.
▲봄, 가장 먼저 와닿을 남쪽 바닷가 거닐며, 맘껏 누리는 포근한 즐거움이 거기 있다.Ⓒ이승태
오름학교 제31강은 2025년 2월 15(토)-16(일)일로, <제주의 겨울풍경 : 북돌아진오름, 당산봉, 저지오름, 제주올레 3코스 1박2일>을 찾아갑니다.
*참가회원님은 미리 제주행 항공편을 확인하시고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코로나19와 독감 관련, 안전하고 명랑한 답사가 되도록 출발 준비 중입니다. 제때 예방접종 해주시고, 당일 실내 마스크 착용, 거리 두기와 대화 자제, 꼼꼼하게 손 씻기, 기침·재채기 예절 등 예방수칙을 꼭 지켜주시기 바라며, 발열·근육통·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 참가를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주 출신 화가 강요배 선생은 “오름에 올라가본 일이 없는 사람은 제주 풍광의 아름다움을 말할 수 없고, 오름을 모르는 사람은 제주인의 삶을 알지 못한다”면서 제주 오름의 소중함을 얘기했습니다. 이는 제주도가 오름과 오름이 세포처럼 유기적으로 이어진 곳이어서 제주를 알려면 반드시 오름을 알고 올라보아야 한다는 말일 겁니다. 들판 한가운데, 바닷가에, 작은 마을 뒤편에 순하디 순한 모양으로 솟아 제주의 자연풍광을 이룬 오름. 사람들이 뻔질나게 드나드는 유명 관광지에서는 만날 수 없는, 날것 그대로의 제주의 모습이 그곳에 있습니다.
▲상공에서 본 차귀도(앞)와 당산봉(바닷가). 뒤로 한라산이 너른 품을 펼쳤다.Ⓒ이승태
2017년 11월 개교하여, 아름다운 제주도 오름을 순례하는 <오름학교>는 제주 자연풍광의 결정체이며 마을 형성의 모태인 오름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그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짚고 감상하고 있습니다. ‘오름’은 ‘산’의 제주도 방언으로, 한라산 산록으로부터 해안에 이르기까지 널리 퍼져있는 작은 화산체들을 이릅니다.
2025년 2월 강의를 준비하는 교장선생님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2025년 2월 15일 토요일 / 당산봉, 저지오름, 북돌아진오름,
페가수스의 발자국인가?
-이중화산체, 당산봉
당산봉은 겉으로 볼 적엔 바닷가에 솟은 고만고만한 바위산 정도의 느낌입니다. 그러나 막상 올라 보면 곧 그 거대함에 사로잡히고 말죠. 바다를 뚫고 솟은 커다란 덩치를 가진 오름으로, 해발고도는 148m에 불과하나 오름 자체의 높이도 거의 같습니다. 옛날에 이곳에 ‘차귀당’이라는 당이 있어서 당산봉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당오름’과 같은 의미입니다.
제주에 몇 남지 않은 신당 중 하나인 차귀당은 당산봉 동쪽 기슭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옛날 제주엔 뱀이 무척 많았고,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주는 대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예 뱀을 신으로 모시면서 해를 끼치지 않기를 빌었고, 그만큼 뱀을 모시는 신당도 많았는데, 차귀당이 뱀신을 모신 곳입니다. 이 당 앞을 지날 때면 목사조차도 말에서 내려 머리를 숙였다는 말이 전할 만큼 영험한 곳이었다네요.
▲용수포구 쪽 상공에서 본 당산봉. 페가수스가 찍어둔 발자국 같다.Ⓒ이승태
전망대서 보는 고산평야가 압권
당산봉은 남동쪽과 바다에 접한 서쪽이 절벽지대를 이루고, 북쪽은 굼부리가 열리며 낮아지는 모양새입니다. ‘천마(天馬)’ 페가수스가 이곳을 밟고 지났을까요? 북쪽 상공에서 당산봉을 보면 거대한 말발굽 모양이 선명합니다.
또 말발굽 가운데엔 알오름도 또렷합니다. 화산체 안에서 또 화산이 분출한 이중화산체기 때문이죠. 앞바다엔 차귀도가 손에 잡힐 듯 떠 있고, 남쪽엔 유명한 수월봉이, 강총각과 고처녀의 애달픈 사랑 이야기가 전해오는 절부암(節婦岩)으로 유명한 용수리 포구도 북쪽으로 가깝습니다. 오름 남동쪽으론 제주 최대의 곡창지대인 고산평야가 가없이 펼쳐지며 장관을 보여줍니다.
▲당산봉, 걷기 좋은 정상부 능선길Ⓒ이승태
탐방을 위한 들머리는 두 곳입니다. 북쪽 절부암이 있는 용수포구에서 제주올레 12코스를 따라 오르거나 남쪽 자구내포구 부근의 ‘섬풍경펜션’에서 탐방을 시작합니다. 펜션 뒤로 난 길을 따라 조금만 오르면 능선 안부가 나오죠. 정자가 있는 이곳에서 길은 여러 갈래로 나뉩니다.
왼쪽으로 철조망이 둘러쳐진 건물이 있는 곳은 조선시대의 ‘당산봉수대’ 터고, 이 서쪽 능선을 타고 올레가 지납니다. 오른쪽 능선은 당산봉 정상으로 이어집니다. 중간에 감동적 풍광이 펼쳐지는 전망대가 있습니다. 곧이어 산불감시초소가 자리한 정상에 닿는데, 이곳 또한 풍광이 전망대 못지않습니다.
이후 능선을 따라 내려선 굼부리 안 농경지에서 왼쪽으로 가다가 중간에 만나는 ‘제주도 세계지질공원’ 이정표를 따르면 얼마 후 제주올레 12코스가 지나는 해안에 닿습니다. 여기서 바다에 접한 당산봉의 서쪽 능선을 타고 출발지점으로 돌아오는 코스입니다.
서쪽 능선길은 푸른 제주 바다와 손에 잡을 듯한 차귀도를 조망하며 이어집니다. 풍광이 하도 예뻐서 자꾸만 걸음이 느려지는 지점입니다.
▲저지오름, 굼부리 둘레를 도는 길. 천연야자매트가 깔려 걷기 편하다.Ⓒ이승태
새 둥지를 닮은 닥나무오름
-저지오름
제주도 서남쪽 한경면의 중산간 벌판에 있는 저지오름은 해발고도 239m, 오름 자체의 높이가 100m에 불과하나 그 존재감은 대단합니다. 깔때기 모양의 원형 굼부리를 가진 오름으로, 굼부리 둘레가 800m에 화구의 깊이는 62m로 꽤 깊습니다.
동그랗고 깊은 굼부리가 인상적
‘저지(楮旨)’라는 이름은 오름 동쪽의 마을 ‘저지’에서 유래한 것으로, 예전엔 ‘닥ᄆᆞᆯ오름’이라 불렀습니다. 저지의 옛 이름이 ‘닥ᄆᆞ루’였다는데, 닥나무[楮]가 많아서 붙은 것입니다. 지금도 저지리엔 ‘닥마루’라는 간판을 단 가게가 있고, 이곳 사람들에게 저지리와 저지오름은 여전히 ‘닥ᄆᆞ루’와 ‘닥ᄆᆞᆯ오름’입니다. 달리 ‘새오름’이란 이름도 가졌습니다. 오름 형태가 새 둥지를 닮았기 때문이죠. 실제로 화구 안의 울창한 숲은 수많은 새의 보금자리입니다.
옛날엔 제주 초가집의 지붕을 덮던 띠(새)가 많았다지만, 지금은 굼부리 바깥쪽이 소나무로 빼곡하고, 안쪽은 해송과 상산 등 낙엽송과 상록수, 칡 같은 덩굴식물이 뒤엉킨 채 밀림을 이뤘습니다. 오름의 북서쪽 사면을 따라서는 널따랗게 공동묘지가 조성되었고, 남서쪽엔 이곳 사람들이 ‘가메창’이라 부르는 커다란 가마솥 모양의 움푹 파인 신비로운 구덩이도 눈길을 끕니다. 제주도에서 발행한 책자엔 둘레 300m쯤인 가메창을 따로 오름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상공에서 본 저지오름 굼부리Ⓒ이승태
굼부리로 내려서는 탐방로
저지오름에는 탐방로가 조성된 대부분의 오름과 마찬가지로 오름 자락을 따라 이어지는 오름 둘레길과 화구벽 능선을 한 바퀴 도는 굼부리 둘레길이 있습니다. 오름 둘레길은 1.55km며, 원형의 굼부리 둘레길은 800m쯤 됩니다. 들머리에서 능선까지는 30분이면 넉넉히 닿죠. 능선은 원형이어서 양쪽 어느 방향으로 가도 됩니다.
숲에 둘러싸인 곳이 대부분이지만 걷는 동안 산방산과 바굼지오름, 금오름, 돌오름, 대병악과 소병악 등을 볼 수 있습니다. 화구벽 북쪽의 정상에는 튼튼하게 만든 2층 구조의 목재 전망대가 우뚝합니다. 느지리오름과 당오름, 정물오름, 도너리오름, 산방산 등 제주 서쪽의 한라산 자락에 깃든 숱한 오름을 가늠할 수 있어 좋습니다.
전망대에서 굼부리 안으로 내려설 수 있습니다. 살짝 급경사를 이루는 계단길이지만, 깊은 굼부리로 내려서는 느낌이 낯설고도 신비롭습니다. 굼부리 중간쯤의 전망대에 다다르면 동그랗게 둘러쳐진 화구벽이 바깥세상을 차단해 저지오름이 안락한 별천지로 느껴집니다.
제주의 숱한 오름에서 이처럼 동그랗게 원을 그리는 깊은 굼부리를 가진 오름은 산굼부리와 백약이오름, 아부오름, 다랑쉬오름, 도너리오름, 느지리오름, 비양봉 등 손가락에 꼽을 정도입니다. 그중에서 굼부리 안까지 내려갈 수 있는 곳은 이곳 저지오름뿐이죠. 제주올레 13코스가 저지오름을 지나갑니다.
겨울에만 길이 열리는 오름
-북돌아진오름
제주의 수많은 오름 중에는 탐방이 무척 어려운 곳이 꽤 있습니다. 동쪽의 물영아리오름, 북쪽의 ‘여문영아리’, 서쪽의 ‘북돌아진오름’이 대표적입니다. 희미한 길이 있지만, 겨울이 아니면 수풀에 가려 보이지 않고, 뚫고 오르내리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 뱀이나 벌레 같은 위험이 도사려 겨울이 아니고선 선뜻 들어서기가 주저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런 오름은 풀이 마르고, 활엽수의 이파리가 다 떨어져 시야가 확보되는 겨울이라야 탐방이 수월합니다. 수풀과 잡목에 가렸던 희미한 길이 드러나니까요.
새별오름의 남동쪽, 평화로 건너편에 우두커니 선 북돌아진오름은 해발고도 643m에, 오름 자체의 높이는 130m입니다. 오름을 포함한 지형이 고양이를 닮아서 고양이의 옛말인 ‘괴’를 써서 ‘괴오름’이라 불렀습니다. 지금은 ‘북돌아진오름’이라는 별명으로 더 많이 알려졌습니다.
정상부 남동쪽에 툭 튀어나온 바위가 있는데, 커다란 북이 비스듬히 달아진(걸린) 모양 같아서 ‘북달아진오름’이라 불리던 게 지금은 ‘북돌아진오름’으로 굳었습니다. 암벽 반대쪽인 북서사면에 숲에 덮인 말굽형 굼부리를 품었습니다. 동북쪽으로 동물오름(653.3m)과 등을 맞대고 붙어 있어서 멀리서 보면 하나의 오름처럼 보입니다.
▲남쪽 상공에서 본 북돌아진오름. 서북쪽으로 열린 말굽형 굼부리를 가졌다.Ⓒ이승태
중산간의 고요함이 녹아든 풍광
평화로에 접한, ‘삼리(봉성·곽지·금성)목장’ 현판이 걸린 철문이 들머리입니다. 여기서 콘크리트로 포장된 농로를 얼마간 따르다가 굼부리가 열린 방향을 바라보며 밭으로 들어서야 합니다. 밭과 오름 사이엔 녹슨 철조망이 지나는데, 잘 살피면 사람이 드나든 흔적이 보입니다.
공식적으로 탐방로가 조성된 오름이 아니어서 말굽형 굼부리의 능선을 가늠하며 희미한 길 흔적을 찾아야 합니다. 길은 내려설 때까지 능선을 따라 이어집니다.
정상부 능선에 오르면 잎이 떨어진 나뭇가지 사이로 남쪽 산방산과 한라산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터가 좁지만, 정상에서는 좀 더 넓은 조망이 펼쳐집니다. 골프장 사이에 둥그스름한 산체로 솟은 폭낭오름(645.5m)과 도래오름(696.5m), 빈네오름(658.6m) 등 주변의 고만고만한 오름 군락이 정겹습니다.
남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왕이메와 괴수치, 감낭오름과 원물오름, 당오름, 정물오름, 도너리오름이 연이어지는 풍광 뒤로 산방산과 모슬봉이 아스라합니다. 정상에서 한라산 쪽을 바라보니 바로 앞에 툭 불거진 봉우리 하나가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조금 전에 지나온 곳인데, 예서 보니 더 도드라집니다. ‘북돌아진’의 그 ‘북’ 부분입니다. 암벽이라더니 지금은 수풀이 우거져 온통 나무로 뒤덮였습니다.
찾는 이가 거의 없다시피 한 오름이다 보니 적막강산입니다. 중산간의 고요함이 녹아든 주변 풍광이 참 좋습니다. 한참이라도 머물고픈 장소입니다.
내려서는 길은 굼부리의 남서쪽 능선을 따릅니다. 자락에 닿으면 또 철조망을 타고 넘는 곳이 나옵니다. 그 후 빈 밭을 가로질러 평화로까지 걸어 나가면 됩니다.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넓은 밭은 굴곡져서 주변 풍광이 보였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파도를 칩니다.
2025년 2월 16일 일요일 / 제주올레 3코스 온평-표선 올레(통오름, 독자봉, 신풍신천바다목장, 배고픈다리)
봄이 오는 바다
-제주올레 3코스
‘제주올레트레일’에서는 제주올레 3코스를 이렇게 소개합니다.
“중산간 길의 고즈넉함을 만끽할 수 있는 올레. 양옆에 늘어선 오래된 제주 돌담과 제주에 자생하는 울창한 수목이 운치를 더합니다. 나지막하면서 독특한 전망, 통오름과 독자봉이 제주의 오름이 지닌 고유의 멋을 느끼게 해줍니다. 동백나무길, 감귤밭길 등 삼달리 중산간길이 이어지고 김영갑갤러리 두모악이 나옵니다. 병마에 시달린 마지막까지도 아름다운 제주의 사진을 찍어냈던 고 김영갑 사진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