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보기관 "종전선언 이룬 문정권 시대 무리한 대미외교가 원인" / 7/19(금) / 조선일보 일본어판
미국 외교협회(CFR)의 수미 테리 연구원이 미국 검찰에 기소되자 한국 대통령실은 18일 문재인 전 정부에 대한 감찰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수미 테리 씨는 미 연방정부에 보고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 정부를 위해 활동한 혐의로 미 검찰 당국에 기소됐다. 한국 대통령실의 한 간부는 이날 (국가정보원 담당자가) 카메라로 촬영된 실수 등 모든 것이 문재인 지난 정부에서 일어난 일이다며 전문적인 지식이나 노하우를 가진 담당자를 모두 배제하고 아마추어만 사용하니 이런 문제가 표면화됐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권은 2019~21년 6·25전쟁의 '종전선언'을 실현시키기 위해 무리한 대미 외교를 펼쳤지만, 이번 기소와 당시 상황에 밝은 복수의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문재인 정권의 움직임이 지금의 문제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19년 1월 서훈 당시 국가정보원장이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테리 씨는 한국 국가정보원의 요청을 받고 미 국방부 간부들과 접촉해 서훈 원장과 비공개 대화의 자리를 마련했는데 이 사실을 미 검찰 당국은 문제 삼았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한 달 앞둔 당시 문재인 정부는 종전선언 실현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미 정보 당국의 전직 간부는 미 연방 수사국(FBI)에 대해 「이 대화의 장소는 너무 비상식적이었다. 싱크탱크 관계자로부터 초청받아 외국 정보기관 수장(원장 서훈)을 만나는 등 전례가 생각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리 씨는 문재인 정권의 정책에 결코 찬동은 하지 않았다. 2019년 2월 테리는 신문 칼럼에서 "종전선언이 이뤄지면 평양과 베이징이 유엔사 해체, 그리고 최종적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런데도 테리 씨와 국가정보원과의 교류는 계속 되었다. 국가정보원 당시 담당자는 19년 11월 테리 씨에게 명품 코트와 핸드백을 사줬고, 이 담당자의 후임도 21년 4월 테리 씨에게 명품 가방을 제공했다.
당시에는 문 전 대통령과 대학 후배인 미국 교포들을 중심으로 미국 의회를 상대로 종전선언 로비도 이뤄졌다. 한국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미국 의회 의원들을 상견례한 이 한인은 2021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미주부의장에 취임했다. 이 무렵부터 이미 한인사회에서는 미국 국적자가 한국 정부기관 소속의 입장에서 한미 정치권의 가교 역할을 하면 외국대리인등록법(FARA)에 저촉될 수 있다는 등의 우려가 제기돼 왔다. 트럼프 행정부 진영의 러시아 스캔들 특별검사 사안 이후 미 법무부는 FARA 관련 수사에 공을 들이고 있었다.
미 법무부는 당시부터 이미 한국 정부에 대해 경고를 한 바 있다. 18일 한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2021년 한국 정부와 싱크탱크 등을 지원하는 한국 외교부(성에 상당) 국제교류재단(KF)에 서한을 보내 "한국 정부를 위해 활동하려면 외국 대리인으로 등록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테리 씨가 워싱턴의 한 싱크탱크에서 KF의 자금 지원을 받으며 KF 한국국장으로 재직하던 시점의 일이다.
KF는 당시 "KF는 독립된 기관으로, FARA가 적용되지 않는 문화, 학술 교류를 하고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나 미 법무부는 "KF 이사장이 '공공외교'나 '지역 평화 증진' 등에 대해 말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FARA 적용 대상이라고 반박했다. 문재인 정권은 KF를 외국 대리인으로 등록하지 않았다.
KF가 경고를 받은 사실은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도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국가정보원에서 서훈 라인으로 알려진 담당자도 교체되지 않았다. 이 담당자는 2022년 6월 미 국무장관 주최 비공개 회의가 종료됨과 동시에 참석자 중 한 명이었던 테리 씨를 외교관 관용차에 태워 메모를 촬영했다. 테리 씨가 소속했던 싱크탱크에는 2022년 5월과 2023년 4월 두 차례 주미 한국대사관 명의로 자금 지원도 이뤄졌다. 외국 정부가 싱크탱크에 자금을 지원하고 행사에 협조를 요청하는 것은 워싱턴에서 흔히 하는 외교활동이다.
2023년 3월 테리는 윤석열 행정부 외교부로부터 연락과 자료를 받아 워싱턴포스트에 "한국은 일본과의 화해를 위해 용감한 행동을 취했다"는 취지의 칼럼을 집필했다. 테리 씨가 외교부 담당자에게 칼럼이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고 메일을 보내자 이 담당자는 (주미) 대사나 (한국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매우 기뻐하고 있다고 답장했다. 2023년 4월 테리 씨는 한국 외교부의 의뢰를 받아 한미동맹 관련 행사도 개최했다. 한국 외교부의 담당자는 「당시의 테리 씨를 비롯한 워싱턴의 식자의 주류파는 이전부터 한일 관계 개선에는 적극적이고, 전문가 기고 의뢰도 자주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미 국무부에서 한반도 정책 담당의 수장을 맡고 있던 정·박 부차관보가 지난 5일 돌연 사임했는데, 이에 대해서도 이번 수사와의 관련성을 지적하는 시각이 부상하고 있다. 미 검찰당국의 기소장에는 테리씨에 대해 "한국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국무부 간부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는 기재가 있는데, 이 점은 정·박 전 부차관보에 대한 동향과도 일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