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종 봉사회 일을 맡고
박 정애(보릿길)
2018년 1월부터 선종봉사회 서기일을 맡게 되었다.
선종 봉사회란 성당에서 초상이 나면 장례절차를 성당 예절대로 장례예절을 치루는 과정을 상주들을 도와 매장까지 함께 하는 성당의 작은 단체를 말한다.
서기인 나의 일은 30여 명의 회원이 몇 사람이 모였으며 장지까지 수행하는 사람은 몇 사람인지 점검을 한다. 상가에 피해를 주지 않을 만큼 적당한 인원(12인용 승합차)을 조정하여 장지까지 가서 일을 무사히 치룰 수 있도록 회장님과 의논하는 일이다. 상주 지인들이 자동차를 이용하여 기도도 하고 장지까지 오는 인원은 우리가 제한하지 않는다.
가까운 지인들이 상을 당하면 기도하려고 여럿이 모여 가보았지만 회원이 되고 간부일은 처음 맡게 되었다. 경산이 대구보다는 시골이라 65세 이후에 컴퓨터를 다룰 줄 아는 안노인들이 별로 없어 좀 해주십사라는 회장님과 총무에 부탁을 받아 맡게 되었다.
처음 부탁이 수기로 만들어진 장부를 컴퓨터를 이용하여 장부답게 정리를 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별일 아니라 생각하고 쉽게 봉사할 것을 승락했다. 막상 들어와 보니 장부정리만 하는 일이 아니었다. 간부들은 초상 연락을 받는 즉시 성당에 모여 장례식장에 필요한 성당 조기, 성수, 기도책을 챙겨 영정앞에 비치하여 성당 교우임을 알린다. 하루쯤 지나 입관도 성당예절대로 한 뒤 보통 사흘째 되는 날, 장례미사를 드린 후 화장터나 장지로 상주를 따라 함께 간다. 초상이 나면 상가를 사흘 동안 연달아 방문해야 했다.
지난 장부를 들여다 보았다. 몇 년 동안을 쭉 훑어보니 일년 동안 장례 건 수가 평균 15회 안팎이다. 한 달에 한 번쯤 장례를 치루는 셈이다. 이 정도이면 봉사활동으로 적당한 일이라며 힘대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게 웬일이냐? 내가 장부를 인계받은 1월 1일부터 3월 20일까지 10 명이나 초상을 치루었다. 집집마다 연락이 되어 기도하러 가는 차 안에서 서기가 일복이 많아 이렇게 초상이 자주 난다며 지금까지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예기치 못한 죽음, 20살 새내기 대학생이 교통사고가 나는가 하면 멀쩡한 노인분이 자는 잠결에 가신 분도 있다.
죽음이란? 모두가 부인하고 싶어도 태어났으면 누구나 치루어야 할 통과의례다. 장례식장에 참석하면 저절로 나의 살아온 과정도 돌아 보여지며 마지막 가는 마무리 장면도 골고루 살펴보게 된다. 그리고 나의 마지막 날도 그려보게 된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살아남은 자는 죽은 자의 일생을 그리워 하면서 서럽게 운다. 45살 가장을 잃은 어린 남매와 살아갈 길이 엄두가 나지 않는지 처녀 같은 색시가 소리를 죽여 흐느낀다. 아들 나이와 동갑이라 앞에 앉은 색시를 달래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흘러 내렸다.
잔치집은 미루더라도 초상집에는 참석하라는 어른분들의 말씀을 들었다. 물론 상주를 위로하는 맘이 주 목적이기도 하겠지만, 자기를 반성하고 삶의 마지막 과정을 보고 느끼고 오라는 암시도 있지 않았나 라는 내 나름대로 생각을 해 본다.
계속 상갓집을 다녀오니 남편이 우리도 죽으면 많은 사람이 기도하러 오느냐라고 묻는다. "오고 말고요. 내가 많이 다녔기에 장례식장이 비좁을 정도로 옵니다." 라고 예사로이 대답했는데 맘이 미묘하다. 동료의 부음도 오고 언젠가 나의 일이라고 생각하는지 당신의 마지막 날에 손님이 올것을 묻는다.
며칠 전에는 혼자 운전하여 창녕에 교직원 공제회에서 운영하는 실버타운에 가서 팜플릿을 가지고 왔다. “골드 인생을 시작하십시오.” 커다란 글자가 눈에 뜨인다. 다녀온 소감은 큰 병원이 눈에 뜨이질 않아 생각을 접었다고 한다.
세월을 이길 장사는 없다. 라는 생각이 든다. 들에 나가 일거리를 장만하면서도 80으로 향하는 남편은 지금 노후의 준비를 서두러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나는 새해의 첫 시작을 우연찮게도 인생을 마감하는 곳에 가서 선종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장례일을 도우고 있다. 한 분 한 분이 고달픈 한 생을 마감하는 자리는, 고된 육신을 묻어버리기도 하고 태우기도 한다. 누구나 겪는 인생 마무리가 머잖아 나의 일임을 실감하게 된다. 슬픔도 괴로움도 없는 하늘나라에서 평안하게 지내시라고 기도를 하고는 하느님 품에 안겨 드렸다. 앞으로 내가 살아갈 삶의 모습도 하나하나 내려 놓을 수 있는 변화된 삶이 실현되도록 노력해야 겠다는 다짐도 이 순간에 해본다.
첫댓글 가슴이 짠해집니다. 오래 살만큼 살다 가는 사람은 그 사람대로, 불의의 사고로 젊은 나이에 떠남을 못내 서러워하는 유족의 슬픔은 더욱 절실하게 가슴에 와 닿습니다. 좋은 일 하십니다. 눈물이 너무 가까우면 몸에 해롭다지요. 잘 읽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중에 한 사람을 떠나보내는 아픔을 보듬으며 도움을 주는 일을 하시는 것이 그 어떤 봉사활동보다 값진 봉사가 아닐까 싶네요. 글을 읽어면서 갑자기 어디선가 주운 글이 생각납니다. '태어날 때는 나혼자 울었고 모든 사람이 웃었는데 이세상 떠날 때는 나 혼자 웃고 모든 사람이 울었으면 좋겠다.' 이세상에 왔으니 언제가는 떠나는 것이 인생일진데 떠날 때는 아름답게 떠날 수 있도록 아름다운 마무리가 되면 좋겠지요. 잘 읽었습니다.
황혼의 나이에 궂은 일 마다 않고 보람된 일을 하시는 선생님께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말은 쉽지만 마지막 가는이의 둿 바라지란 만감이 교차하는 쉬운일이 아닙니다. 남은 여생 좋은 일 많이 하시고 하나님의 축복이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드리며 잘 읽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이 봉사입니다. 말이 쉽지 봉사는 확고한 마음의 자세가 없으면 못하지요. 좋은 일 하십니다.
참으로 보람된 일을 하십니다. 먼저 가신 교인들의 장례식에 참석하여 돌보아 주며 상주의 슬픔도 위로해 주는 따뜻한 마음씨가 느껴집니다. 잘 읽었습니다.
하늘에 보화를 쌓으시는 자매님!
참 좋은 몫을 택하셨습니다.
주님의 은총이 항상 핲께 하시길 빕니다.
가슴 따뜻한 글 잘 읽었습니다. 아름답고 의미있는 봉사활동을 하시는 모습 존경스럽습니다~
서기를 맡고나니 장사치를 일이 더 많이 생겼다면 서기를 그만 두어야 하는데. 그래도 마지막 가는 길을 챙겨드리는 정성이 고맙군요. 복 많이 받으시겠습니다. 더욱 좋은 일 하시기 바랍니다.
정말 보람이 있는 봉사를 하시는 글 잘 읽었습니다.감사합니다. 최상순드림
평소에 칭찬 받을 일을 별로 하지 않는데 얼떨결에 참가한 선종회일을 글로 옮겨 보았는데 과분한 칭찬에 너무 부끄럽습니다.칭찬을 받았으니 앞으로라도 좋은 일을 하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봉사, 뜻깊은 일을 하고 계십니다. 따뜻한 마음과 깊은 신심을 지니닌 분이라 가능한 것 같습니다. 존경하는 마음으로 잘 읽었습니다.
선종봉사회가 천주교 사회복지담당회와 비슷한것 같습니다. 현직에 있을때 상동천주교 사회 복지팀과 함께 장례관련 협의한 기억이 떠오릅니다. 좋으일 하고 계십니다. 마지막 가는길이 외롭지 않게 예를다해 떠나보내는것이 가장값진 봉사입니다. 일복이 많으신 분은 항상 그렇습니다. 건투를 빌며 건강도 잘 챙기시기 바라며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