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란 전쟁 이슈 점검 #8 우크라이나 전선과의 연계...진재일 교수
전쟁은 발발의 원인부터 과정 등이 굉장히 복잡하고 많은 여러 가지 일들이 얽히고 섥혀있습니다. 그것을 디테일하게 분석하고 있는 분이 진재일 교수입니다. 그 어느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말이죠. 아래 글은 "이란 전쟁 이슈 점검" 여덟개의 글 중 마지막 하나의 글입니다. 나머지를 보실 분은 진재일 교수 블로그를 방문하셔서 보시면 좋겠습니다.
글 원문 출처 : 진재일의 군사력 이해하기
https://jj6702.tistory.com/15105558
이란 전쟁 이슈 점검 #8 우크라이나 전선과의 연계
진재일 2026. 8. 1. 20:00
Ⅷ. 카스피해에서 얽힌 두 개의 전쟁
지도를 펼쳐 놓고 보면 우크라이나 전선과 이란-미국 전쟁은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별개의 분쟁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전쟁이 전개되는 동안, 두 전선을 하나로 묶으려는 시도들이 카스피해라는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되었다. 이는 우연히 겹친 사건들의 연쇄가 아니라, 누군가 의도적으로 두 개의 전쟁을 하나로 병합하려 한다는 의심을 살 만큼 뚜렷한 패턴을 그리고 있었다. 카스피해에서 벌어진 구체적 사건들, 그 배후를 둘러싼 해석, 이란이 선택한 대응 방식, 그리고 이 국지적 사건이 왜 유라시아 전체를 가로지르는 훨씬 더 큰 그림의 일부로 읽히는지를 살펴본다.
1. 평화롭던 바다에 던져진 파문
카스피해는 역사적으로 이 지역의 다른 어떤 해역과도 다른 성격을 지녀왔다. 러시아와 이란, 그리고 옛 소련에서 갈라져 나온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둘러싼 이 내해는 오랫동안 순수하게 상업적 용도로만 사용되어 온 평화로운 수역이었다. 군사적 긴장이 존재하지 않았기에, 이곳을 지키는 함대들조차 대규모 전투함이 아니라 소형 초계함 위주로 편성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 조용한 바다가 갑자기 두 전쟁이 동시에 접촉하는 지점으로 변모했다. 우크라이나가 카스피해 북서쪽의 러시아 해군기지를 드론으로 공격했고, 거의 비슷한 시기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카스피해 연안의 이란 항구를 공습했다. 그리고 이 흐름의 정점에서, 러시아에서 이란으로 향하던 상선 한 척이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을 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배는 민간 화물선이었고, 이 공격으로 이란인 선원 한 명이 사망했다.
이 마지막 사건이 특히 주목받은 이유는 순전히 군사적 논리로는 설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는 것은 그렇다 쳐도, 이란으로 향하던 민간 화물선을 공격할 전략적 실익이 무엇인지가 불분명하다. 이 때문에 이 사건은 단순한 확전이 아니라, 두 개의 별도 전선을 하나로 엮어내려는 의도적 시도로 해석하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2. 왜 두 전쟁을 하나로 묶으려 하는가
이런 병합 시도의 논리를 이해하려면 우크라이나가 처한 상황을 먼저 짚어야 한다. 이 시점의 우크라이나는 이미 러시아의 압도적인 공세에 시달리고 있었다. 밤마다 "역대 최대 규모"라는 수식어가 붙는 미사일·드론 공격이 반복되고 있었고, 오데사와 니콜라예프 항구가 봉쇄되면서 우크라이나 경제는 사실상 내륙국으로 전락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에게 절실했던 것은 미국의 관심을 다시 자국 쪽으로 돌려놓는 일이었다.
이란과의 전쟁이 시작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은 오히려 줄어드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실제로 이란전이 개시되면서 우크라이나에 배정되어 있던 패트리엇 포대 등의 자원이 이스라엘 쪽으로 재배치되었다는 지적이 있었다. 트럼프 본인도 우크라이나 지원 축소의 이유를 여러 차례 이란전과 연결지어 언급했는데, "이제 우리 몫도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은 사실상 이스라엘에 대한 우선 공급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나토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측에 "더 이상 줄 것이 많지 않다"고 직접 언급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런 구도 속에서 우크라이나가 노릴 수 있는 유일한 활로는, 자신들이 벌이고 있는 전쟁을 이란 문제와 하나로 엮어 미국을 다시 자신들의 전쟁에 깊숙이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만약 이란-미국 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사실상 하나의 전선으로 통합된다면, 나토 전체가 자연스럽게 이란과의 싸움을 돕는 형태로 개입할 명분이 생기고, 우크라이나로서는 다시금 서방의 전폭적 관심과 자원을 확보할 기회가 열리는 셈이었다.
PBS라는 공영방송이 커버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국가적인 프로젝트라는 것이다.
아조프연대의 로고가 나치와 무관하다는 변명을 하는 빌레츠키. 그 자체도 거짓말이지만, 이들은 SS도 말릴 수 없었던 반데라를 자랑스러워하는 후예이다.
이런 해석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있다. 트럼프의 측근 인사 중 한 명인 로라 루머가 갑작스럽게 친우크라이나로 입장을 전환하며 키이우를 방문하고, 심지어 논란이 되는 극우 성향 부대 관계자와 면담까지 가진 뒤 돌아와 트럼프에게 우크라이나의 전황이 좋다고 보고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런 급작스러운 태도 변화는 "이제는 개입주의가 아메리카 퍼스트와 모순되지 않는다"는 새로운 여론 프레임을 만들어내려는 조직적 시도의 일환으로 보인다. 즉 이란전에서 정체된 상황을 러시아 방향의 확전으로 우회할 명분을 미리 축적해 두려는 포석이다. 다만 이런 시도가 실제로 미국 내에서, 특히 개입주의에 부정적인 정치 기반 안에서 얼마나 먹혀들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우크라이나 드론 공장을 방문한 로라 루머,
3. 이란의 절제된 대응: 함정을 피하는 법
흥미로운 지점은 이런 도발에 대한 이란의 반응이다. 카스피해 상선 피격 이후, 이란 최고위 인사들은 개별적으로 "우크라이나가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경고를 내놓았다. 그러나 이 경고는 곧바로 실행되지 않았다. 이란은 대응을 완전히 포기한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유보하는 쪽을 택했다.
이런 절제의 배경에는 명확한 전략적 계산이 있었다. 만약 이란이 지금 당장 우크라이나에 보복한다면, 이는 정확히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그림—두 전쟁의 병합—을 완성시켜 주는 결과가 된다. 우크라이나가 이란-미국 전쟁에 발을 들이는 순간,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전면적으로 개입할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는 이란의 이해관계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란은 미-이란 전쟁이 어느 정도 진정 국면에 들어선 이후로 대응 시점을 미루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란이 이 사안을 완전히 덮어두려 한 것은 아니다. 이란은 이미 새로운 군사 독트린으로 전환한 상태이다. 어떤 공격도 무대응으로 넘기지 않는다는 원칙이었고, 이 원칙에 우크라이나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만 즉각 대응이 자칫 미국의 우크라이나전 전면 개입을 촉발하는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신중하게 시점을 조율하고 있을 뿐이다. 일각에서는 이란이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된 이후, 세계에 "이란을 공격하면 시점과 무관하게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는 억지력을 각인시키기 위한 상징적 보복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이것이 조만간 실현될 가능성은 낮게 평가되었는데, 이는 이란이 매우 신중한 게임을 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신중함의 논리는 일반화될 수 있는 원칙으로도 설명된다. 실존적 위협에 직면한 국가일수록 전쟁 목표를 확대하지 않고 원래의 목표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으며, 오히려 열세에 놓인 쪽(우크라이나, 혹은 걸프 국가들)이 전선을 확대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현 시점에서 이란은 자신을 승기를 잡은 쪽으로 인식하고 있었기에, 굳이 우크라이나라는 곁가지 전선으로 힘을 분산시킬 이유가 없다.
4. 이라크를 매개로 한 은밀한 개입 의혹
카스피해뿐 아니라 이라크 영토 안에서도 우크라이나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라크 국가안보실장이 공식적으로 우크라이나 요원들이 이라크 영토에서 위장(false flag)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런 주장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는, 이스라엘이 과거 이라크 정부도 모르게 이라크 영토 안에 기지 두 곳을 건설했던 전례가 거론되었다. 이라크가 외부 정보기관의 침투에 취약한 나라라는 사실이 이런 의혹에 개연성을 더했다.
https://en.mehrnews.com/news/246601/ISabotage-teams-affiliated-with-Ukraine
이라크, 우크라이나 연계 사보타주 팀 해체
이런 개입의 전례로 언급된 것이 과거 시리아 내전이었다. 우크라이나가 시리아에서 알카에다 계열 세력과 협력해 러시아에 대한 이른바 '수평적 확전(horizontal escalation)'을 시도했다는 정황이 있었는데, 이는 러시아의 군사개입에 대응해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걸린 다른 전선을 열어 압박을 분산시키려는 전략으로 해석되었다. 이번 이라크에서의 의혹도 유사한 전략의 연장선으로 이해할 수 있다.
https://responsiblestatecraft.org/ukraine-syria/
우크라이나는 아사드 정권을 전복시킨 HTS 무장세력을 어떻게 지원하고 있는가?
다만 이런 시도가 우크라이나 지도부 전체의 일치된 의지를 반영하는지는 의문이다. 이란전이 시작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 자원(패트리엇 포대 등)이 오히려 이스라엘로 재배치된 전례에서 드러나듯, 이란전의 발발 자체는 우크라이나에게 실질적인 손해였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지도부 내에서도 이런 위험한 병합 시도에 회의적이거나 반대하는 목소리가 존재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군사적 옵션도 외교적 인내심도 소진한 채 궁지에 몰린 상황 자체가, 우크라이나에게 "자선을 구걸하는 대신 미국을 도울 수 있는 존재"로 스스로를 재포지셔닝할 기회를 열어준 셈이다.
5. 유라시아를 가르는 하나의 전선
이 모든 개별 사건들을 하나로 모아 더 넓은 지도 위에 펼쳐보면, 훨씬 더 근본적인 패턴이 드러난다. 노르드스트림 가스관 파괴로 시작된 유럽의 에너지 단절, 지중해에서 침몰한 러시아 선박을 둘러싼 어뢰 공격 의혹, 흑해와 아조프해 전역으로 확대된 사실상의 무제한 해상전, 그리고 카스피해에서 벌어진 일련의 충돌—이 모든 것을 하나로 이으면 러시아 북극권의 무르만스크에서 예멘에 이르기까지, 유라시아 대륙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하나의 무력충돌 벨트가 형성되어 있다는 진단으로 이어진다. 이는 옛 지정학 용어로 '월드 아일랜드'라 불리던 유라시아 대륙 전체를 가로지르는 벨트였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카스피해에서 벌어진 개별 사건들은 우발적인 충돌이 아니라, 유럽 전선과 서아시아 전선이 서서히 하나의 거대한 분쟁으로 수렴해 가는 과정의 징후로 읽힌다. 러시아가 유럽 내 무기 생산 공장의 좌표를 공개하며 "이제 이곳들도 표적"이라고 경고한 것도 이런 수렴의 연장선에 있다. 우크라이나에 공급되는 무기가 유럽에서 제조되어 우크라이나를 거쳐 발사되는 한 자신들의 손은 깨끗하다는 서방의 논리에 대해, 러시아가 더 이상 이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낸 셈이다.
6. 병합되지 않은 두 전선, 그러나 사라지지 않은 위험
우크라이나 미사일과 드론 프로그램에 관여한 고위 군사 엔지니어가 플라밍고로 이란을 위협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상선을 공격해 이란 선원이 사망한 사건으로 인해 우크라이나와 이란 간에 있었던 공개적인 설전 이후 우크라이나에는 반이란 정서가 공식적·비공식적으로 공유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아직 두 전쟁은 완전히 하나로 병합되지는 않았다. 이란은 신중하게 대응을 유보했고, 미국 행정부 역시 두 전쟁을 공식적으로 결합하는 것이 지나치게 위험한 선택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국내 정치 기반을 감안하면, 이를 전면적으로 결합하는 결정은 정치적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도박이다.
그러나 이 병합이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위험 자체가 사라졌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더 우려스러운 지점은 병합이 하나의 극적인 결정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으로는 확전으로 보이지 않는 작은 조치들이 누적되면서 서서히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카스피해에서의 상선 피격 하나, 이라크에서의 은밀한 작전 하나, 트럼프 측근의 갑작스러운 입장 변화 하나—이런 조각들이 하나씩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이란이나 러시아가 상대의 반응을 오판하는 순간 상황을 되돌릴 수 없게 될 위험이 있다. 이런 위험을 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애초에 그 길에 첫발을 내딛지 않는 것이다.
이란 전쟁 이슈 점검 #9에서 마지막으로 서사 및 음모론을 다룰 계획이었고, 초안도 작성하였으나, 막상 초안을 작성하고 보니 막상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서, 먼저 필자의 생각이 정리된 이후에 다룰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따라서 이번 이란 전쟁 이슈 점검은 #8에서 마친다. 부족한 글을 계속 읽어 주신 구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