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냐 ‘무’냐 투표용지 2장 논란, 개표만 84분… 고성 오가며 충돌
[이재명 체포동의안 부결]
의장이 “1표 부결, 1표 무효” 결론
일부 “野 중립 의원 의도적 표기인 듯”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부결을 뜻하는 ‘부(否)’라고 쓰였는지 확실치 않아 무효표 논란을 일으킨 2표. 결국 위 표는 ‘무효’, 아래 표는 ‘부결’ 처리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지만 무효표 논란으로 개표에만 84분이 걸리는 극히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개표 과정에서 ‘우’나 ‘무’ 또는 ‘부’로 읽히는 흘려 쓴 글자가 표기된 용지와, 무엇을 썼는지 알아보기 어려운 글자가 적힌 투표용지가 1장씩 발견되자 여야가 공방을 벌였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비명계나 중립 성향 의원들이 이 대표에 대한 복잡한 심경이나 경고를 표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글자를 잘못 쓴 것 아니냐”고 해석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3시 18분 투표 종료와 개표 시작을 알렸다. 이후 문제의 투표용지 2장이 발견되자 개표가 지연됐다. 여야 의원들은 감표위원들 주위를 둘러싸고 고성을 주고받으며 충돌했다. 국회 본회의 표결 때 투표용지에는 한글이나 한자로 찬성을 뜻하는 ‘가(可)’ 또는 반대를 뜻하는 ‘부(否)’를 표기하게 돼 있다. 다른 글자를 적거나 마침표를 찍어도 무효표로 처리된다.
체포동의안에 찬성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두 표 다 무효표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형동 의원은 “받아쓰기도 아니고 보고 쓰기인데 그걸 못 썼으면 무효”라면서 “다 무효로 하는 게 맞다. 역사적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표결 직전 국회 의사국에서 표결 방법을 의원들에게 설명했다는 것이다. 반면 체포동의안에 반대하는 민주당 의원들은 반대를 뜻하는 ‘부’를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야 의원들 간 반말과 고성이 이어지자 결국 김 의장이 “품격을 지켜달라”고 외치기도 했다. 김 의장은 오후 3시 56분경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를 단상으로 불렀다. 선거관리위원회 및 여야 원내대표 간 협의를 거친 뒤 김 의장은 오후 4시 42분 “(흘려 쓴) 한 표는 부결로 보는 게 맞고, (식별 불가능한) 한 표는 가부를 쓰지 않아서 무효로 봐야 한다. 의장 책임하에 그렇게 판단해서 투표 결과를 말씀드리겠다”면서 체포동의안 부결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협상 과정에서 민주당에서 2장 중 한 장이라도 ‘부결’로 해야 한다며 강하게 요구했다”고 했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은 페이스북에 “뜻밖의 대량 표 이탈에 민주당이 두 표라도 건져 찬반 가부동수(찬성 139, 반대 139)라도 맞추고자 했던 사정이 있었던 것”이라고 썼다.
친명(친이재명)계는 불쾌감을 드러냈다. 민주당 출신 무소속 민형배 의원은 페이스북에 “흘려 쓴 ‘부’자가, 원래 자신의 필체가 아니라 의도적인 무효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이었다면, 그 의원은 제 발로 걸어 나가 집으로 향하는 게 어떨까”라고 올렸다.
황성호 기자, 김준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