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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나혜석
나혜석.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있어 가장 대표적인 신여성이자 화가이자 독립 운동가로만 알고 있다가
올해 초에 <방구석 미술관 2>라는 책에서 좀 자세히 알게 되었고,
그래서 나혜석이라는 분을 좀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서 책을 알아보던 중
아빠가 예전에 사두었던 책 한 권을 책장에서 발견하였는데,
그 책이 바로 이번에 읽은
<나혜석, 글 쓰는 여자의 탄생>이라는 책이란다.
앞서 이야기한 <방구석 미술관 2>를 비롯하여
여러 책에서 단편적으로 만났던 나혜석.
<나혜석, 글 쓰는 여자의 탄생>이라는 책에서
나혜석 님이 직접 쓰신 글들을 통해서
좀더 많이 알게 된 계기가 된 것 같구나.
그리고 그렇게 글을 시원시원하게 쓰셨을 거라 생각 못했는데,
그의 사라진 글들을 읽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구나.
이 책을 엮은 장영은 님이 쓰신 서문에 따르면
나혜석은 이혼 후에도 많은 글들을 쓰셨다고 하는구나.
아무래도 이혼이라는 경력 때문인지 발표할 기회를 얻지 못했고,
그 글들은 한국전쟁이 나면서 없어졌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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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
나혜석의 조카 나영균의 회고에 따르면, 나혜석은 이혼 이후의 수기를 어느 잡지에 연재할 생각으로 계속 글을 썼다. 다만 발표할 기회를 얻지 못했을 뿐이었다. 원고를 “쌓은 높이가 적어도 50센티미터는” 되었지만, “원고더미가 다락에 쌓여만 있다가 6.25 전쟁이 나면서 난리 통에 모두 없어지고 말았다.” 그녀 자신도 새로운 글을 발표하는 것만이 사회적 재기의 방법임을 알고 있었지만 그 가능성은 차단되었고, 그녀는 조금씩 세상에서 잊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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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사라진 나혜석 님의 글들을 읽지 못함이 아쉽구나.
그런데 위의 글을 보면 실낱 같은 희망을 갖고 싶구나.
위의 글을 보면 난리 통에 없어졌다고 했지,
불 같은 것에 완전 소멸되었다는 표현은 아니구나.
그러니까 혹시 누군가 그것을 가져가서 보관하고 있다가
그 후손들이 보관을 하고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을 해보았단다.
어느날 그 글들이 짜잔, 공개되는 상상을 해보았단다.
1. 평등
이 책에는 나혜석 님이 쓰신 열일곱 편의 글들이 실려 있단다.
그 유명한 <이혼 고백장>을 비롯하여
단편 소설들, 에세이들, 평론들이 실려 있었단다.
나혜석 님이 소설도 썼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단다.
나혜석 님이 살아온 길은
<방구석 미술관 2>를 읽고 쓴 독서편지에서 이야기를 했으니
오늘을 생략할게.
아빠도 기억이 잘 안 나서 그 내용을 다시 읽어보았는데,
너희들도 혹시 기억이 잘 안 난다면,
<방구석 미술관 2> 독서편지를 다시 한번 읽어보렴.
…
나혜석 님의 소설 중이 <경희>라는 소설이 있는데,
이 소설은 주인공 이름이 경희라고 되어 있지만,
나혜석 님의 경험과 거의 유사한 자전적 소설이란다.
일본 유학을 갔다가 방학 때 집에 왔는데,
부모님을 비롯한 친척 어르신들이 공부는 이제 그만 하고
결혼하라는 소리에 질려버린 주인공 경희의 이야기를 하고 있단다.
그렇다고 무조건 반항하는 것은 아니고,
자신의 유학을 다녀왔지만, 여전에 부모님께 예의 바르고,
하인들에게 친구처럼 잘 대해주고,
잘난 척 하지 않으면서 지냈단다.
단 하나 지금 당장 결혼할 생각,
그것도 부모님이 짝지어주는 사람과 결혼할 생각은 전혀 없었던 것이야.
학교도 아직 다 안 끝났으니 마저 공부하고 싶은 마음뿐이었어.
계속되는 아버지의 성화에 경희는 당차게 자신의 이야기도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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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아버지가 “계집애라는 것은 시집가서 아들딸 낳고 시부모 섬기고 남편을 공경하면 그만이니라.” 하실 때에 “그것은 옛날 말이에요. 지금은 계집애도 사람이라 해요, 사람인 이상에는 못할 것이 없다고 해요, 사내와 같이 돈도 벌 수 있고, 사내와 같이 벼슬도 할 수 있어요. 사내가 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하는 세상이에요.” 하던 생각을 하며, 아버지가 담뱃대를 드시고 “뭐 어쩌고 어째, 네까짓 계집애가 하긴 무얼 해. 일본 가서 하라는 공부는 아니 하고 귀한 돈 없애고 그까짓 엉뚱한 소리만 배워가지고 왔어?” 하시던 무서운 눈을 생각하며 몸을 흠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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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희는 한 때 사랑 없이 결혼한 여자들을 불쌍히 여기기만 했는데,
그들을 경외심으로 바라보기도 했단다.
그래서 살짝 갈등을 하기도 했단다.
부모님의 뜻대로 결혼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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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62)
경희는 이제까지 비녀 쪽 찐 부인들을 보면 매우 불쌍히 생각하였다. ‘저것이 무엇을 알고 저렇게 어른이 되었나. 남편에게 대한 사랑도 모르고 기계같이 본능적으로 저렇게 금수와 같이 살아가는구나. 자식을 귀애하는 것은 밥이나 많이 먹이고 고기나 많이 먹일 줄만 알았지 좋은 학문을 가르칠 줄은 모르는구나. 저것도 사람인가.’ 하는 교만한 눈으로 보아 왔다. 그러나 웬일인지 오늘은 그 부인네들이 모두 장하게 보인다. 설거지하는 시월이 머리에도 비녀가 꽂힌 것이 저보다 훨씬 나은 것도 같이 보인다. 담 사이로 농민의 자식들의 우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저보다 훨씬 나은 딴 세상 같다. 아무리 생각하여도 저는 저 같은 어른이 될 수 없을 것 같고, 제 몸으로는 저와 같은 아이를 낳을 수가 없는 것 같다. ‘저와 같이 이렇게 가기 어려운 시집을 어쩌면 그렇게들 많이 갔고, 저와 같이 이렇게 어렵게 자식의 교육을 이리저리 궁구하는 것을 저렇게 쉽게 잘들 살아가누.’ 생각을 한즉, 저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 부인들은 자기보다 몇십 배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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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딸>이라는 짧은 소설도
나혜석 님의 경험에서 나온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단다.
공부를 할 만큼 한 딸이 결혼할 생각은 없고,
어머니는 진작에 혼수자리를 봐두었고,
이로 인해 둘 간의 갈등을 그린 짧은 소설이란다.
딸은 어머니가 엄청 신뢰하는 김선생에게 부탁을 해서,
딸이 더 공부를 할 수 있게 중재하는 것으로 해피엔딩이었단다.
나혜석도 실제로 그렇게 여주에서 선생님으로 일하기도 했단다.
여주에서 선생님으로 지낸 경험담도 이 책에 실려 있단다.
…
<독신 여성의 정조론>이란 글은
여성도 독신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을
실제 독신으로 살고 있는 여성의 시각으로 글을 그렸고,
<부처(夫妻)간의 문답>이란 글은
러시아 여행을 다녀온 처가 남녀평등을 주장하면서
자신의 남편과 나눈 대화를 희곡 형식으로 실었단다.
그러면서 조선 남자들은 생각과 행동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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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126)
다른 나라 남자들은 그러할지 모르거니와 굴레를 벗지 못하는 조선 남자들에게 진보가 있으면 몇 푼어치가 있겠소? 그중에도 되지 못한 것일수록 제 앞 하나 꾸리지 못하는 것이 언필칭(말을 할 때마다 이르기를) 여자가 어머니 어떠니 하는 것을 보면 참 아니꼬와. 3년 전에 먹은 오례송편이 다 나올 듯하지. 실상 학식 있고 인격 있는 남자들이야 다 자기 앞을 꾸려 가려기에 어느 여가에 여자 타령할 여유가 있답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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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래도 엄마
자신을 쫓아다니던 김우영과 결혼한 나혜석은 아이도 낳게 되었단다.
화가이면서 사회활동을 하는 나혜석은 자신이 엄마 노릇을 잘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게 된단다.
첫 번째 아이를 임신한 세상 모든 초보 엄마들의 고민이 아닐까 싶구나.
그런데 당시 다른 초보 엄마들과 달리
나혜석은 그런 자신의 감정을 글로 표현했다는 것이야.
힘들어도 숨기고 남들 하는 대로 그대로 하는 그런 여성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솔직히 표현할 줄 아는 멋진 신여성이었던 거야.
아래 글을 읽어보면 엄마 노릇에 대한 고민과
아이 때문에 자신의 발전에 방해가 될 것 같다는 고민의 글들이 너무 솔직하구나.
당시 여자로써 아이가 자기의 발전에 방해가 될 것 같다고
솔직히 이야기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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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
나는 분만기에 닥쳐올수록 이러한 생각이 났다. ‘내가 사람의 ‘모’가 될 자격이 있을까? 그러나 있기에 자식이 생기는 것이지.’하며 아무리 이리저리 있을 듯한 것을 끌어 보니 생리상 구조의 자격 외에는 겸사가 아니라 정신상으로는 아무 자격이 없다고 하는 수밖에 없었다. 성품이 조급하여 조금조금씩 자라 가는 것을 기다릴 수 없을 듯도 싶고, 과민한 신경이 늘 고독한 것을 찾기 때문에 무시로 빽빽 우는 소리를 참을 만한 인내성이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더구나 무지몰각하니 무엇으로 그 아이에게 숨어 있는 천분과 재능을 틀림없이 열어 인도할 수 있으며, 또 만일 먹여 주는 남편에게 불행이 있다 하면 나와 그의 두 몸의 생명을 어찌 보존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나의 그림은 점점 불충실해지고 독서는 시간을 얻지 못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나는 내 자신을 교양하여 사람답고 여성답게, 그리고 개성적으로 살 만한 내용을 준비하려면 썩 침착한 사색과 공부와 실행을 위한 허다한 시간이 필요하였다. 그러나 자식이 생기고 보면 그러한 여유는 도저히 있을 것 같지도 않으니 아무리 생각하여도 내게는 군일 같았고, 내 개인적 발전상에는 큰 방해물이 생긴 것 같았다. 이해와 자유의 행복된 생활을 두 사람 사이에 하게 되고, 다시 얻을 수 없는 사랑의 창조요 구체화요 해답인 줄 알면서도 마음에서 솟아오르는 행복과 환락을 느낄 수 없는 것이 어찌나 슬펐는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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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건 아이를 만나기 전 이야기이고,
아이를 만나면 모든 것은 아이만 생각하게 되는 것이 엄마 아닐까 싶구나.
나혜석도 마찬가지였어.
아이가 태어나서 뭘 안다고 젖꼭지를 물려고 할 때,
이젠 너 다 가지라고 하는 나혜석 님의 글에서 웃음이 나오면서도
엄마로써 사랑이 가득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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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
그리하여 저 소유자가 세상에 나오자마자 으레 제 물건 찾듯 이 불문곡직하고 찾는구나. 나는 웃음이 나왔다. “세상 일이 이다지 허황된다……” 하고. 그리고 “에라 가져가거라.”하는 퉁명스러운 생각으로 지금까지 맡아 두었던 두 젖을 그 쪼그만 소유자에게 바쳤다. 그리고 그 하회를 기다리고 앉았었다. 그 쪼끄만 주인은 아주 예사롭게 젖꼭지를 덥석 물더니 쉴 새 없이 마음껏 힘껏 빨고 있다. 내 큰 몸뚱이는 그 쪼그마한 입을 향하여 쏠리고 마치 허다한 임의의 점과 점을 연결하면 초점을 달하듯 내 전신 각 부분의 혈맥을 그 쪼그마한 입술의 초점으로 모아드는 듯싶었다. 이와 같이 벌써 모(母)된 선고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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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중에 이혼을 하고 나서도,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은 아이들이었단다.
<이혼고백장>을 잡지에 투고할 만큼 자기 주장이 뚜렷했던 나혜석도
이혼에 앞서 가장 큰 걱정은 아이들이었단다.
살을 에이고 뼈를 긁는 듯한 고통이라고 썼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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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207)
이혼 사건 이후 나는 조선에 있지 못할 사람으로 자타 간에 공인하는 바이었고, 사오 년간 있는 동안에도 실상 고통스러웠나니, 제1, 사회상으로 배척을 받을 뿐 아니라 나의 이력이 고급인 관계상 그림을 팔아먹기 어렵고 취직하기 어려워 생활 안정이 잡히지 못하였고, 제2, 형제 친척이 가까이 있어 나를 보기 싫어하고, 불쌍히 여기고, 애처로이 생각하는 것이요, 제3, 친우 지인들이 내 행동을 유심히 보고 내 태도를 눈여겨보는 것이다. 아니다, 이 모든 조건쯤이야 내가 먼저 있기만 하면 이겨 낼 수 있는 것이다. 이보다 내 살을 에이는 듯 내 뼈를 긁어 내는 듯한 고통이 있었나니 그는 종종 우편배달부가 전해 주는 딸 아들의 편지이다. ‘어머니 보고 싶어’ 하는 말이다. 환경이란 우습고도 무서운 것이다. 환경이 일변하는 동시에 과거의 공적은 공(空)이 되고 과거의 사실만 무겁게 처져 있다. 그러므로 나는 이 따라다니는 과거를 껴안고 공에서 생(生)의 목록을 시작하지 않으면 아니 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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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혜석 명언
이 책에는 나혜석 님의 좋은 글들이 많이 실려 있어서
너희들에게 많이 소개해주고 싶구나.
오스카 와일드의 글을 인용하면서
동양사람들은 나이를 생각하기 때문에 쉬 늙는다고 했는데,
나혜석 님이 이 이야기를 한 지 100년 가까이 되었는데도,
아직도 그 말에 공감이 가는구나.
아빠도 나이에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하는데, 그 놈의 관념 때문에…ㅎㅎ
앞으로 더욱 나이는 신경 쓰지 말아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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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
“아니지, 몸이 늙어 갈수록 마음은 젊어 가는 것이야. 오스카 와일드의 시에도 ‘몸이 늙어 가는 것이 슬픈 것이 아니라 마음이 젊어 가는 것이 슬프다’고 했어, 그러기에 서양 사람은 나이 관념이 없이 언제까지든지 젊은 기분으로 살 수 있고, 동양 사람은 늘 나이를 생각하기 때문에 쉬 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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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관계의 변화에 대해서 삼단계로 정리한 글이 있는데,
그 글도 오늘날 부부에게도 딱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 공감이 갔단다.
배우자에 대해 좀더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글이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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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164)
부부간에 어떻게 하면 화합하게 살 수 있을까. 일 개성과 타 개성이 합한 이상 자기만 고집할 수 없는 것이외다. 다만 극기를 잊지 마는 것이 요점입니다. 그리고 부부 생활에는 세 가지가 있는 것 같사외다. 제1, 연애 시기의 때에는 상대자의 결점이 보일 여가 없이 장처(長處, 장점)만 보입니다. 다 선화(善化) 미화(美化)할 따름입니다. 제2, 권태 시기, 결혼하여 3, 4년이 되도록 자녀가 생(生)하여 권태를 잊게 아니 한다면 권태증이 심하여집니다. 상대자의 결점이 눈에 띄고 싫증이 나기 시작됩니다. 통계를 보면 이 때 이혼 수가 가장 많습니다. 제3, 이해 시기, 이미 부(夫)나 처(妻)가 피차에 결점을 알고 장처도 아는 동안 정의(情誼)가 깊어지고 새로운 사랑이 생겨 그 결점을 눈감아 내리고 그 장처를 조장하고 싶을 것이외다. 부부 사이가 이쯤 되면 무슨 장애물이 있든지 떠날 수 없게 될 것이외다. 이에 비로소 미와 선이 나타나는 것이요, 부부 생활의 의의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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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소개하고 마칠게.
사회적으로 활동을 많이 하고,
자신의 좋지 않은 사생활에 대해서도 다 공개하는 그런 자세 때문인데
나혜석에 대해 나쁜 평을 내놓는 사람도 있었나 봐.
그런 평들을 향해 시원하게 내놓은 글이 있는데,
명문이로구나.
나혜석 님에게 나쁜 평을 했던 사람이 이 글을 읽고 반론을 하지 못했을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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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271)
최후로 씨게 요망하는 바는 나도 신여자로 자처한 일이 한 번도 없었고, 신인이라고 해 주는 것을 별로 영광으로 알지 않는다 함이외다. 나는 사상가도 아니요, 교육가도 아니요, 예술가도 아니요, 종교가도 아니외다. 다만 사람의 탈을 썼고, 여성으로 태어났으며, 사랑으로 살아갈 도리만 찾을 뿐이외다. 혹 다른 때 인연을 맺게 되더라도 명심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씨여 사상적 방황이란 그다지 못한 일이오니까? 방황해야만 할 때 방황치 말라는 것은 못된 일이 아니오니까? 그다지 조바심을 하여 걱정할 것이야 무엇 있으리까? 방황도 아니 하고 고정부터 하면 그것은 무엇일까요? 화석의 그림자나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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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석 님의 글들 몇 편 소개하는 것으로 짧게 쓰려고 했는데,
하다 보니 이 글도 보여 주고 싶고, 저 글도 보여 주고 싶다 보니
글이 길어졌구나.
나중에 커서 너희들이 이 책을 읽고,
나혜석 님의 당당함과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을 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자,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1921년 3월 19일 나혜석의 전시회가 경성일보사 내청각에서 열렸다.
책의 끝 문장: 또 사회에서는 문학자이면 문예 애호자들끼리, 음악 애호가는 음악 애호자들끼리 모아 자유로 이야기하고 토론하고 하는 자리를 많이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어요.
책제목 : 나혜석, 글쓰는 여자의 탄생
지은이 : 나혜석(장영은 엮음)
펴낸곳 : 민음사
페이지 : 336 page
책무게 : 358 g
펴낸날 : 2018년 04월 05일
책정가 : 12,000원
읽은날 : 2022.11.28~2022.12.01
글쓴날 : 2022.12.17,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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