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이란 숫자는 당분간은
자주 아니, 질리도록 써야할 듯 하다.
왜 아니겠는가
34년 동안 일하고 이제 막 은퇴생활을 시작했으니, 34년이란 숫자에 자꾸만 의미를 둘 수 밖에.
평일에 제주를 여행할 수 있다니.
그것도 가장 바빠서 달력에서 아예 없애버리고 싶을 정도로 동동거리며 살았던 3월에.
이번 여행엔 대한항공 마일리지를 아주 야무지게 사용했다
가족합산 신청해서 항공권 4장을 샀으니 얼마나 좋던지. 마치 공짜표라도 얻은 듯.
주말의 마일리지 티켓은 좋은 시간대를 받을 수가 없다.
하지만 주중 티켓은 맘껏 시간대를 고를 수 있으니 이것도 34년과 또 연관지어야하나.
우리 딸들을 10년이나 돌봐주신 큰엄마,큰아빠도 함께 떠나는 여행이라 렌트카도 9인승으로 신청.
렌트카를 인도받자마자 찾은 곳은 이호 테우해변
빨강과 하얀색의 말등대가 아주 예쁘게 서 있는 해변이다.
누가 등대를 저리 멋지게 설계했을까?
이번 여행은 각자 가고 싶은 장소와 카페, 음식점등을 조사하고 여정을 짜기위해
큰 딸이 구글지도에 표시해오기로 했다.
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바다.
그래 제주는 역시 바다지.
바람에 머리 휘날려도 셀카는 포기 못하는 큰 딸
빨강 말이 웃으며 내려다보고 있다.
내 얼굴도 잘 나왔니? 하며.
두 형제도
해변에서 진지하다.
이상인, 이상운
우린 이 두사람을 계속 이상(인, 운)한 형제들이라고 불렀다.
자 이젠 일본의 건축가 아미타준이 설계한 멋진 건물
방주교회로 가 보자
왜 방주교회인가 했더니
'노아의 방주' 형상을 만든 것이었다.
건물 둘레에 얕으마한 물을 담아
배가 물 위에 떠있는 모습이다.
신비스럽고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즈이 아빠 사진 찍는데 방해한다고
큰 딸은 방방 떠오르고
큰 아빠도 장난끼가 발동하여 같이 방방
어린애들처럼 웃고 있다.
위 사진은 교회에 있는 카페에 걸려있는
전문가의 사진을 찍어온 것이다.
건물 자체가 예술품이니 사진도 예술이다.
이제 오늘의 마지막 코스인 오설록으로 가보자
한라산 자락의 너른 차밭으로 향한다.
전망대에 오르니 너른 차 밭이 아름답다.
보성 차 밭의 유려한 곡선만 보다가
평면의 차 밭은 밋밋한 느낌이 들긴 하다.
5월의 파릇파릇한 빛깔의 차 밭을 상상해본다
녹차 아이스크림은 길게 줄을 서서 기다려야한다.
기다린 보람이 있을 만큼 맛나다
달지 않고 녹차 맛이 진하게 느껴져서
건강한 아이스크림을 먹은 기분이다.
녹차밭 근처의 시내버스 정류장
센스있게 녹차밭 스티커를 붙여놔서
누가봐도 녹차밭 정류소라고 알 수 있겠다.
감귤밭이 많은 곳을 지날 때는
정류장 옆에 감귤모형을 붙여놔서 귀여웠는데..
저녁식사를 마치고는 부른 배를 안고
인근의 예쁜 카페에서 차 한잔씩 하기로 한다.
큰 딸의 여정 속엔 하루 한군데씩
카페 탐방이 들어있다.
카페 이름이 그냥 '바다다'
이름만으로도 바다에 있는 카페다.
바다라는 천혜의 조건을 가진 제주카페는
건물이 좀 허름해도 예쁜데
이렇게 멋진 건축에 다양한 소파와 벤치 그리고 독특한 소품들로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햇살좋은 날 이 야외에서 해바라기 하며 마시는
맛난 커피를 상상하니 절로 행복해진다.
너희들만 멋지게?
우리도 분위기 한번 잡아보자구.
멀리 푸른 바다가 신비스럽다
깊은 이야기가 담겨있을 듯 .....
옥상에도 이런 편안한 쿠션소파들이 놓여있어
바다를 보며 무심히 앉아 있었으면 좋겠다.
낮엔 커피숍, 밤엔 바로 변신한다.
정원에선 다소 야한 뮤직비디오가 스크린에 담기고
우린 모히토 한잔으로 ...
여기가 몰디브는 아니지만.
핸드폰 조명위에 칵테일을 놀려놓으니
멋진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짠딸! 취한듯 몽환적인 분위기인데.
이제 숙소인 호텔 난타로 가자
가서 오늘 일을 조잘조잘해보자.
첫댓글 하이고 생생한 제주 여행기다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