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5교시에 저희 반 수업이 있었는데, 여느 때처럼 교실 앞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교실 내부를 둘러보니 예사롭지 않은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습니다. 정성스레 만든 풍선길하며 역시 풍선 장식과 색분필로 칠판 가득 적힌 문구에다 교탁 위에 놓인 편지 다발...매년 있었던 일이라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근데 욘석들 어디에 숨어 있는거지? 곧 뒷문을 열고 아이들이 하나 둘 들어 오더니 사전에 계획한 듯한 대형으로 서서 스승의 은혜를 합창해 주었습니다. 하나 하나 직접 정성으로 접었을 듯한 종이 장미판(?)을 정 가운데 아이가 들고서...저는 부끄럽고 민망해서 차마 볼 수가 없었습니다. 순간 저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늘 있었던 이벤트인데 올해는 유독 감동의 쓰나미네요. 바쁠텐데 이걸 준비하느라 머리를 맞댔을 아이들의 마음을 생각하니 어찌나 기특하고 사랑스럽던지...사실 얘들은 1학년 때부터 3년째 지도했던 터라 서로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제게는 각별한 제자들이라고 할 수 있죠. 늘 빽빽 소리만 지르고 잔소리만 늘어 놓는 강한 모습만 보이다가 갑작스런 모습에 학생들도 많이 놀란 눈치더라구요. '어, 울 선생님도 울 줄 아네...'하는 듯한 표정..ㅠㅠ
수업을 하려는데 목이 메어서 학생들 눈을 피해 칠판 쪽으로 돌아 섰다가 간신히 울음을 멈추고 감사의 인사를 하고, 수업은 뒷전으로 미룬 채...내 인생에서 교직이 지니는 의미, 도덕 교과의 중요성 등에 대한 얘기들을 하였습니다. '나는 다시 태어나도 선생님으로 살고 싶다. 여러분들 때문에 힘들 때도 있지만 기쁠 때가 훨씬 더 많다. 그래서 학교에 나오는 매일 매일이 설렌다. 모두가 원하는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자. '뭐 이런 얘기들이었던 것 같은데 평소 때 같으면 간지러워서 못할 얘기죠. 아이들도 제 얘기에 같이 눈물을 훔치고...늘 장난만 칠 줄 아는 철부지인 줄만 알았는데 제 얘기에 공감할 줄도 알고....다 컸다 싶습니다.ㅋㅋ
아무리 밖에서는 '학교붕괴'니 '버르장머리없는 청소년'이니 하고 떠들어대도 아이들은 여전히 해맑고 순수합니다. 어른만 하겠습니까? 학생들은 부모나 선생이 관심을 쏟는 만큼 자라는 것 같습니다. 비록 짧은 교직 생활이지만 경험상으로 볼 때 소위 '문제아'들은 십중팔구 가정에서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하는 친구들이더라구요. 정에 굶주려 있다는 느낌이랄까? 물론 우리 효마클 선배님들은 많은 사랑과 관심을 주시는 훌륭한 부모님들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학교는 제2의 가정이요, 스승은 또 하나의 부모에 다름 아니다...교사가 되는 것도 참 힘든 과정이였지만 존경받는 훌륭한 스승이 되기란 훨씬 더 어려운 일임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부모의 마음으로 학생들을 지도하기란 마음처럼 쉬운 일은 아니더군요. 그것은 교직생활을 하는 내내 노력해야 할 과제겠지요. 오늘 하루 내가 학생들로부터 이런 대우를 받을만한 지 반성하게 됩니다. 많이 부끄럽네요. 한편 순수하고 맑은 영을 가진 아이들의 선생님으로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함과 행복함을 느낍니다. 촌지다 뭐다 불명예스러운 문제때문에 어쩔 수 없이 휴교를 해야 하는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오늘, 학생들의 예쁜 마음이 전해 준 이 날의 진한 감동을 잊지 않고자....초임 발령 때의 열정과 초심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저는 정말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첫댓글 보영이 좋았겠다~~ ^^
어제 하루는 정말 그 무엇도 부러울 게 없을만큼 좋더라...*^^*
'좋은' 선생님! '좋은' 학생! 영원하세요.
저도 학생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 숨쉴 수 있는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효마클에서 본 모습은 영낙없는 새내기 같았는데, 존경받는 의젖한 선생님이시군요. 박선생님반 애들중 심성 착하고 이쁜 여학생 둘만 추천받아 우리 며느리 삼고 싶습니다. 참고로 우리 큰애는 20살, 작은 애는 17살입니다. ㅋㅋㅋ
울 애들은 중3, 방년 16세입니다. 저만큼이나 이성에 대한 관심이 지대합니다.ㅋㅋ
교직의 신성함, 초임 발령 받을 당시의 열정과 사명감을 논하고 있는데, 제가 농을 한 건 아닌지 조심스럽습니다. 그저 메마른 세상에 미소 한번 머금어 보자고 가볍게 한 얘기입니다. 박선생님의 감동의 도가니 속 잔잔한 제자 사랑과 제자들의 선생님을 존경하는 念에 아직도 세상은 살아 갈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껴지는군요. 박선생님 ! 화이팅 ! 1 !
네..농이라뇨. 천만에요. 덕분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저도 정말 우리 아이들의 눈을 보면서 힘겨운 세상을 살아낼 에너지를 얻습니다.
박보영 선생님.... 노래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좋은 도덕 선생님 박보영 힘!!!
과찬이십니다. 선배님...정말이지 '좋은' 도덕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요 몇년전만 해도 스승의 날이라면, 선물박스땜에 제가 차로 2번씩 실어 날랐는데,,ㅋ 오늘은 차 쓸일이 없네 ,박선상 초심을 잃지 않도록!!
네..저도 몇년전까지만 해도 넘쳐나는 선물로 꽤나 부담스러웠습니다. 그치만 그런 물질보다는 아이들의 진심을 교감할 수 있었던 어제가 훨씬 더 기뻤습니다.
머시마들은 우째 하는고? 꽃이나 하나 달랑 달아주고는 지들끼리 축구하기 바쁘겠제....
보통 남학생들이 여학생들만큼 감정을 잘 표현하지는 않죠. 그래도 발령 첫 해 제자들 중 몇몇 머시마들은 여전히 저와 연락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전 남학생들도 나름(?) 좋아요..(어쩌면 더 좋아하는지도...)ㅎㅎ
^^ 정말 좋았겠다. 부러워라... ㅎㅎ 학생들 기억에 남는 선생님 되길... ^^
그치? 정말 좋았어. 나중에 tv에서 나를 찾는 유명해진 제자가 생기는 영광이 생길지도 모르지..*^^*
웬?? TEARS !!! 初 發 心 !!! 좋은 선생님 보담 영원한 선생님이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