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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에서 동해 북쪽 참 먼 여정이다. 다음(daum)선생은 거리가 550km이 된다고 알려 준다. 그러면 왕복 1,000km가 훨씬 넘는 거리이니 무사히 다녀오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더 멀리 섬에서 오는 분도 계시니 위안을 삼아야 할 판이다. 초행이라 좀 헤매기도 하고 교통경찰을 만나기도 하면서 영덕에 다다랐다. 도착 예정 시간보다 늦게 도착했음에도 오랜 시간 우리를 기다리다 반갑게 맞아준 영덕 당원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늦었기에 곧바로 영덕 핵발전 예정지로 안내한다. 가는 중간 산꼭대기에는 풍력발전 단지가 있다. 풍력발전도 문제가 많다고 한다. 소리가 심하고, 그 아래 있으면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현기증이 날 정도라고 한다. 그리고 저 발전소는 외국에서 재고 처리하는 수입산 자재로 세워졌다고 한다. 산 위에 풍력발전기와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볼 수 있고, 공원을 조성해 놓아 관광객들이 찾아온다. 사진은 찍지 못해 다른 이가 찍은 사진을 옮겨왔다.
산 위에서 바라보이는 핵발전소 건설 예정지와 그 앞 바다는 평화롭게만 보인다. 저 멀리 수평선이 보이고, 꼬불꼬불 산길을 따라 내려가면서 바위로 이루어진 지형이다. 2015년 가을, 주민투표 직전 마을을 다니면서 설명을 하는 중에 지역 주민이 오셔서 말씀해 주셨다. 당신께서 그쪽을 일을 해서 좀 아는데, 예정지 그곳이 암반으로 이루어져서 1차로 발전소이고, 2차로는 핵폐기장을 건설할 것이라고 설명을 해 주더니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고 보인다. 그러나 단단하게 보이는 바위도 활성단층으로 이루어져 있어 발전소를 건설하기에 적당하지 않다고 한다.
자동차가 다닐 수 없는 가파른 산을 깎아 옹기종기 작은 집들이 지어져있다. 영덕에서도 이곳에 가난한 사람들이 살았고 지금은 비어 집도 여러 채라고 한다. 어디든 개발을 하면 한동네 옹기종기 정답게 모여 살던 이웃들이 흩어져 살게 되고, 때로는 원수지간이 되기도 하는 안타까운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그래도 저런 마을에서는 가난한 사람들끼리 정을 나누며 살았을 것인데 말이다.
주말 바닷가에서는 낚시꾼들이 바다낚시를 즐기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저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으면 막힌 가슴이 확 트이면서 활력이 솟는 기분이다. 검푸른 바다가 내가 사는 남쪽의 바다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생동감이 있다. 이런 평화로운 자연을 100만 평이나 훼손해 가면서 핵발전소를 만들려고 한다. 자연도 망가지지만 사람들이 망가지는 게 더 큰 일이다.
2015년 11월에 영덕에서는 핵발전소 유치 찬반 주민투표가 있었다. 그때 녹색당에서도 많은 당원들이 여러 활동을 하였으며, 활동가가 상주하기도 했다. 나는 그해 가을에 주민투표를 지원해 주고 다녀와서 이렇게 기록해 놓았다. “지난 토요일 오후와 일요일 오전에 경기녹색당원들과 함께 창수면 남정면 강구면 축산면 영덕읍을 돌면서 현수막을 걸었다. 영덕군 곳곳을 다니면서 아름다운 산과 계곡, 바다도 구경했다. 다니면서 우리와 이야기를 나눈 분들은 호의적으로 말씀하시면서 잘 될 거라고 하신다. 경기녹색당에서 말하기를 이틀간 90여개의 현수막을 달았다고 하는데도 아직 달지 않은 현수막이 많이 남아 있다.” “이제 다음 주에 주민투표다. 그때 더 많은 활동가들과 봉사자들이 오겠지만, 일손이 딸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단다. 투표장소가 없어 야외에 천막을 쳐야하고, 그에 필요한 비품들, 투표에 필요한 일꾼들, 면 단위 지역마다 투표소를 만들고 지켜야 하는 것은 물론 연로하신 분들 투표소로 안내도 해야 하는 등.... 부족함이 한 두가지가 아니란다. 우리가 있는 짧은 기간에도 일꾼이 턱없이 부족해서 해야 할 일은 산더미 같은데 처리하지 못하고 일이 너무 많이 발을 동동거린다.”
투표 결과, “총 11,209명의 유권자(인명부 기준 60.8%)가 참여하여, 91.7%가 유치에 반대하는 개표결과가 나왔다. 이는 2010년 전체 주민의 동의 없이 추진되었던 영덕핵발전소 유치신청 이후 제대로 된 영덕군민의 민의가 확인된 역사적인 기록이다.”
그후, 동해안의 잦은 지진으로 2016년 11월 영덕군에서는 영덕원전 추진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 마침 경북녹색당의 총회가 열린다고 해서 총회 장소가 머지않아 청송의 ‘닭나무움직임연구소’로 갔다. 총회 중인데도 멀리 왔다고 인사를 나누고, 총회 마치고 수제로 만든 비누를 선물을 받고, 맛난 저녁도 얻어먹었다. 당원들이 재주도 많아 수준 높은 대금 연주도 들었다. 짧은 시간이라 충분히 친교를 나누지는 못했어도 덤으로 경북의 녹색동무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또 하나의 행운은 지난날 대추리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평화지킴이로 조용하면서도 질기게 싸움에 임했던 마리아를 만나서 너무 반가웠다. 지난 1년 동안 공동위원장 역할까지 하였다니 그 열정을 그대로인가 보다.
영덕에서 준비한 숙소로 고풍스럽게 지은 한옥으로 안내해 주었다. 구들방에 장작을 충분히 때어 뜨끈뜨끈한 방이다. 몇 십 년 만에 뜨끈뜨끈한 구들방에서 자 보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멀리서 달려온 피로가 뜨끈뜨끈한 구들에서 풀려 산뜻한 아침을 맞았다. 하룻밤 호사를 누렸다. 밤에는 어두워서 잘 보지 못했는데 아침에 보니, 산 밑에 터를 닦고 집을 지었으며 집 옆으로 시내가 흐르고 그 옆으로 신작로가 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살아보고 싶은 그런 집이다.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나오는데 직접 구운 '죽염'과 집주인이 집필한 '한국의 민중 의술'를 선물로 주었다. 빚을 안고 집을 나선다.
영덕이면 좀 먼 길이라 걱정도 되었는데, 우리를 반갑게 맞아 편하게 돌아볼 수 있도록 안내 해주고 먹을거리와 잠자리를 마련해 준 당원들(아래)에게 감사한 마음 가득하다. 오랜만에 만났으니 늦은 밤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어도 밤이 짧다. 이곳 영덕과 남쪽 지역의 농사 이야기, 농사의 희망 없음, 바다가 지역의 생활 등 살아가는 이야기만 나누어도 한 이야기가 보따리가 넘는다. 지역의 로컬주류 금복주와 그리고 제주도의 한라산, 안주는 완도산 말린 생선, 슬쩍 익힌 돼지고기와 과일로 충분하다.
그쪽 지역을 지나다보니 사과나무가 엄청스럽게 많이 심어져 있다. 밀식재배를 하기에 더욱 빽빽이 들어서 있다.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길 좌우로 심어진 사과나무를 보고 저기서 수확되는 많은 사과를 어떻게 할까 걱정이 된다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지금도 창고에는 사과가 가득차 있다고 한다. 좀 있으면 사과 맛도 떨어지고 판매가 원활하지 않으면 가공공장으로 싸게 내는 수밖에 없을 텐데 걱정이 된다. 사과나무가 많으니 사과밭에서 일손이 필요해서 일거리를 구할 수는 있단다.
다음날 일요일, 이제 영덕을 뒤로 하고 지금 핵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는 울진으로 향한다. 영덕과 삼척에 발전소를 세우려고 집착을 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지역인 울진에 ‘한울발전’이 있다. 영덕에서 북으로 90km 가까이 올라가서 울진의 북쪽에 북면 부구리에 위치하고 있다. 큰 길에서 발전소 돔이 보이다가도 막상 가까이 가니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 산 밑으로 가다보니 신규로 건설하고 있는 신한울 건설사업소가 있다. 가는 길옆 곳곳에 건설노동자를 위한 함바 밥집과 숙소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마을로 되 돌아와서 주민에게 물어서 발전소 입구를 찾았다. 담벼락에는 높은 올타리가 쳐져 있고, 출입문에는 보안요원이 사진도 찍으면 안 된다고 한다. 자료사진이라도 보자. 주변에는 원자력 관련 기관들이 들어서 있는데 휴일이라 한산하다. daum지도 에서 알고 싶은 지점을 찍어서 ‘여기 주소보기’를 클릭하면 주소를 알려주는데 발전소 지역에서는 ‘해당 지역은 주소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라고 나온다. 한울발전은 한울 1, 2, 3, 4, 5, 6호기가 가동되고 있으며, 신한울 1, 2, 3, 4호기를 건설 중이다.
한울 발전은 1980년부터 시작하여, 1988년에 준공했다고 하니 여기도 30년째이다. 홍보관에 들어서니 데스크에서 방명록을 적으라고 하고, 작은 기념품을 준다. 발전소 모형을 만들어서 보여주고, 관련된 신재생에너지, 생태환경에 대한 전시물도 있다. 국내 핵발전 현황을 보니 전체 발전량이 630,060mw이고 그중 원전이 18,047mw인데 울진의 한울발전이 전체 핵발전의 30%에 가까운 5,217mw로 발전량이 가장 많다. 지금 건설중인 신한울 1, 2, 3, 4호기 까지 완공되어 가동되면 발전량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나게 된다.
발전소 들어가는 길목에는 보도블록 위에는 천막이 쳐져있다. 어디에서나 가끔씩은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한수원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부당노동행위를 분쇄하자고 한다. 핵발전을 하는 그곳에도 노동자는 착취당하고, 노동권을 주장하고 있다. 자동차의 연료가 떨어져서 가까운 삼척으로 가서 충전소를 찾아 갔는데, 그 앞에는 동양시멘트 노동자들이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발전소 앞 바닷가 마을 장터에서는 장날이 장이서 주민들이 평화롭게 장을 보고 있다. 흥부시장이란다. 그곳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희로애락이 교차하고 있다.
울진 한울발전소에서 북쪽으로 40km를 달리다보면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덕산리 팔이구공원이다. 삼척 원전백지화기념탑이 있는 곳이다. 1982년 1월 8일에 원전 건설 예정지로 선정고시하고, 1998년 12월 30일에 원전건설 후보예정지 해제 발표가 있기까지 17년 간 투쟁 끝에 얻어낸 기념탑이다. 그동안 대통령도 네 번이나 바뀔 정도로 지난한 싸움이었다.
그 후, 이명박 정부는 원전 추가 건설을 발표하고, 2010년에 또다시 삼척에 원전유치 신청을 하게 된다. 곧이어 삼척 핵발전소백지화 투쟁위원회를 결성하여 반대투쟁에 돌입한다. 각종 시위와 집회를 통한 반대 투쟁을 계속해 오다, 2014년 10월에 삼척 원전 유치 찬반 주민투표를 실시하게 된다. “투표권자 6만691명 중 4만2488명이 투표에 참여하겠다는 개인정보동의서를 작성해, 유권자로 등록됐다.” “이중 투표에 참여한 2만8867명의 유권자 중 2만4531명(85%)이 원전 유치에 반대했으며, 4,164명(14.4%)이 원전 유치에 찬성했다. 무효표는 172표(0.6%)로 집계됐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핵발전소 반대를 공약으로 내건 무소속후보가 68%의 지지로 시장으로 당선되었다. 1982년부터 시작되어 35년이 지난 오늘까지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이곳도 아름다운 바다가 있다. 이런 바닷가에 핵발전이 들어서면 우리의 하늘 땅 바다는 모두 파괴되고 만다. 자연 뿐만 아니라 인간들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이런 절경을 가만히 두고 인간의 욕심을 줄이고 살면 안 될까.
핵발전으로 아픈 그곳에도 봄을 맞이하는 봄꽃이 피었다. 인간이 뭐라고 하든 자연의 순리는 그르칠 수 없는 모양이다.
핵없는 세상을...’
동해안 핵발전의 현장을 돌아보고 오면서 경치 좋은 망양휴게소에서 ‘들깨미역국밥’을 맛나게 먹으면서 파도가 넘실대는 저 먼 바다를 바라본다. 대통령이 탄핵되어야 한다고 한다. 탄핵 다음은 탈핵이어야 한다고 하는데, 탈핵에도 탄핵만큼이나 관심이 커졌으면.
영덕 울진 삼척 답사 자료집
첫댓글 다음달 4월 16일이 세월호가 침몰한지 3년 되는 날이다.
마침, 일요일이어서 다음 진도 팽목항을 찾아가면 함께 할 이들이 있을까?
진도나 목포, 해남, 강진 같은 남도 땅을 같이 돌아볼 수 있겠다.
감동적인 발걸음과 후기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