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는 '가장 경제적으로 취할 수 있는 술'이었는데 이젠 그렇지 않게 됐다. 왜?" 물이다" 도수를 낮추었기에 그래서 일까 빨간 병뚜껑을 달라고 친구들은 외친다.
영어로 '보일러메이커(BoilerMaker)'는 맥주에 위스키를 담은 작은 잔을 빠뜨려 마시는 술로, 몸을 따뜻하게 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이 보일러메이커는 주로 미국에서 부두노동자등 육체 노동자들이 값싸고, 빨리 취할 수 있어 즐겨 마셨다. 북미지역 보일러공 및 부두노동자등의 산별노조인 '보일러메이커 국제형제애'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위스키잔을 담근 맥주잔에서 입을 한 번도 떼지 않고 다 마실 때만 보일러메이커라고 부른단다. 우리나라 폭탄주의 원조. 이 카페에서 언젠가 원조가 누군지 이야기했다.
양주는 시바스 리갈(Chivas Regal)일 것이다. '시바스 가문의 왕'이라는 뜻인 시바스 리갈의 원숙한 맛은 팬들로부터 '스카치 위스키의 왕자'라는 평을 받고 있다. '로얄 살루트(Royal Salute)'는 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즉위하던 1953년에 발매된 것으로 국왕을 영접할 때 사용하던 21발의 예포를 기념해 21년 숙성시킨 제품을 도자기로 된 병에 넣어서 품위가 있어 보인다. 그저 비싸다고 만 알고 있고 시바스 리갈은 10·26시태 당일, 궁정동 안가에서 박정희 대통령과 참석자들이 마신 술이었기 때문에 우리 국민들 뇌리에 더욱 깊히 각인돼 있다. "술 그것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 일상사에 꼭 필요한 것.
잔 배'(盃 )'는 풀어 보면 '불명(不皿)' 즉 '그릇 가득 채우지 말라'는 것이고, 창(戈) 두 개가 그릇(皿) 위에 있는 잔'(盞)'은 '서로 다툼을 경계한 것이다. 한 잔 부어 불로, 두 잔 부어 장생, 석잔 부어 만수무강이라 했다. 술도 마시지 못한 넘이 주제 넘게 헛소리 한 번 해 보았다 그런데 술 좋아하는(애주가) 친구들이여 정년 경주 쪽샘에서 마셔나 보았는가?
경주에는 신라의 전설 뿐 아니라 근현대사에서도 사연이 많은 지명이 허다하다. 그중에서도 '쪽샘'은 이름 만큼이나 사연이 샘솟는 곳이다. 1970년대와 80년대까지 이곳에는 술집이 즐비했다. 경주시 황오동과 인왕동에 걸쳐 있는 이 쪽샘 지역에는 주로 막걸리를 파는 집과 동동주를 파는 술집들이 있었고, 고급 술집으로는 정종을 내는 집이 있었다. 80년대에는 정종 한 병에 50원했는데, 당시 경주의 논 한 평에 50원 정도 할 때여서 술꾼들은 정종을 한 병 비우고는 "논 한 평 해치웠다"고 농을 하기도 했다. 70~80m 정도 되는 쪽샘 골목 양쪽에는 한 창 성업일 때는 술집이 60가구 정도 됐다. 당시 고급 술집은 요즈음 여관의 이름에 처럼 '~장'이라 붙어 있었다. 장급 술집에는 고급 안주와 술이 나오고 예쁜 아가씨들이 술시중을 들었다. 감나무집, 세금정 등 서민들이 막걸리를 마시는 값싼 술집들도 있어서 이곳은 전국적인 명성을 얻기도 했다.
1970년대 박목월 시인이 한국시인협회 회장으로 있을 때 불국사 아래 호텔에서 행사를 갖고 200여명이나 되는 회원 전원이 쪽샘을 찾아 술잔을 기울리며 시를 읊조렸다. 당시에는 미추왕릉 천마총 등 대릉원에 담이 쳐지지 않은 때여서 술에 취한 시인묵객들이 왕릉 잔디 위에 드러누워 얼굴을 식혔다. 또 쪽샘에는 프랑스 대통령의 이름을 딴 '드골집'이 있었는데 이곳에는 당대 최고의 시인과 소설가 서정주와 김동리가 자주 찾아와서 술을 마셨던 것으로 유명하다. 경주의 정민호시인은 "요즘도 옛친구들이 쪽샘 술집의 안부를 묻곤 한다"면서 사연이 많은 쪽샘지구의 술집을 다 헐어낸 것이 아쉽다고 했다
첨언
술이 센 사람을 영어로는 'three-bottle man'이라고 한다. '술 세 병을 마시는 남자'라는 뜻이다. 중국어로는 '하이리안(海量)'이라고 한다. '바다만큼의 양을 마신다'는, '백발삼천장(白髮三千丈)'류의 중국식 과장법이다. 한국어의 '술고래'도 중국식과 닮았다. 일본어로는 한국어에서도 쓰는 '酒豪'라고 하고, '슈고'라고 발음한다.
청록파시인의 한 사람이자 지사,국학자였던 조지훈(1920-1968년)은 호주가로도 유명했다. 그는 '주도유단(酒道有段)'이란 수필에서 술을 마신 연륜, 같이 마신 친구, 마신 기회, 마신 동기, 술 버릇 등을 종합해 바둑에서와 같은, 음주의 단을 매겼다.
9단은 폐주(廢酒);술로 말미암아 다른 술세상으로 떠나게 된 사람-열반주(涅槃酒)로 칭했다. 스스로를 일개 '주졸(酒卒)'로 자처하며 술을 즐기던 지훈은, 지병을 이기지 못한 채 48세로 길지 않은 생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