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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악산 서봉 만경대, 여기서는 만경대이지만 올라서면 망경대이다
導余靈泉路 나를 신령한 샘으로 인도하며
崎嶇躡重峯 구불구불 겹겹의 봉우리를 오르네
壁滑苦無級 절벽 미끄러운데 계단 없어 괴롭고
脊銳凜履鋒 등성이는 날카로워 칼날 밟듯 서늘하네
登臨始舒嘯 올라와서야 비로소 휘파람을 불지만
俯視更懷恟 굽어 내다보며 다시금 두려워지네
巖縫時微綻 바위틈 이따금 살짝 벌어진 곳에서
乃生千尺松 천 척 높이의 소나무가 자라네
ⓒ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 기태완 (역) | 2013
―― 운양 김윤식(雲養 金允植, 1835∼1922), 「운악음천집(雲嶽飮泉集)」의 ‘샘물을 마시
다(飮泉)’에서
▶ 산행일시 : 2020년 4월 11일(토), 미세먼지 나쁨, 약간 쌀쌀한 날씨
▶ 산행인원 : 18명(영희언니, 하늘비, 수미, 수연, 악수, 대간거사, 일보 한계령, 소백, 챔프,
김대표, 유경감, 향월초, 산정무한, 수담, 해피, 오모, 태풍, 상고대)
▶ 산행시간 : 10시간 32분
▶ 산행거리 : 도상 19.3km
▶ 교 통 편 : 두메 님 25인승 버스와 승용차 1대에 분승
▶ 구간별 시간
06 : 30 - 동서울터미널 출발
07 : 30 - 가평군 상면 봉수리 광석교, 산행시작
08 : 04 - 500고지, 첫 휴식
08 : 30 - 666.0m봉
08 : 52 - 아기봉(765.5m)
09 : 36 - 735.8m봉, ┫자 능선 분기, 왼쪽은 한북정맥
09 : 45 - ╋자 갈림길 안부
10 : 14 - 절고개, ┣자 갈림길 안부
10 : 37 - 운악산 동봉(934.6m)
11 : 00 - 운악산 서봉(934.7m), 만경대
11 : 35 - 암릉 우회
11 : 46 ~ 12 : 23 - 점심
12 : 31 - 703.7m봉
12 : 56 - 580m봉, ┣자 능선 분기, 직진은 한북정맥, 우리는 오른쪽으로 감
13 : 15 - 528.9m봉
13 : 54 - 군부대 훈련장 입구, 387번 도로
15 : 05 - 528.8m봉
15 : 26 - 575.3m봉
16 : 24 - 621.7m봉
16 : 55 - 710m봉, 한북정맥 진입
18 : 02 - 노채고개, 산행종료
18 : 20 ~ 20 : 10 - 현리, 목욕, 저녁
21 : 19 - 동서울 강변역, 해산
1-1. 산행지도(아기봉, 운악산,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1/25,000)
1-2. 산행지도(길마봉,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1/25,000)
【경강횡단(京江橫斷)이란?】
경강횡단은 서울(京)에서 강릉(江陵)까지 산을 이어가는 도상거리 249.1km의 횡단을 말한
다. 상고대 님이 오랜 시간 연구하고 검토하여 강호제현께 내놓는 회심의 역작이다. 우리는
경강횡단 249.1km을 15차에 걸쳐 진행할 예정이다. 우리가 넘게 되는 주요 산들을 살펴보
면 수락산, 용암산, 죽엽산, 수원산, 운악산, 연인산, 명지산, 화악산, 가덕산, 수리봉, 구봉산,
대룡산, 가리산, 백우산, 백암산, 가득봉, 맹현봉, 개인산, 구룡덕봉, 오대산, 철갑령, 발우봉
등이다.
▶ 아기봉(765.5m)
오래된 일이다. 고대산에서 금학산 가는 능선 길을 군부대 초병이 가지 못하도록 막던 시절
의 일이다. 지금은 등로를 잘 다듬어 놓았지만 그때는 고대산 정상에서 온 길을 뒤돌아가다
모노레일을 따라 산허리 도는 임도까지 내려가서 임도로 산허리 돌고, 유실되었을지도 모를
지뢰를 조심하며 초병 몰래 산모롱이 얕은 골짜기 너덜과 잡목 숲을 헤치고 주릉에 올라서곤
했다.
그때 우리 산행의 리더인 썩어도 준치회장님만은 대담했다. 초병이 총을 겨누며 가지 말라고
크게 소리쳐도 준치회장님은 못 들은 척하고 막 갔다. 준치회장님의 걸음이 붙들기 어렵게
워낙 빠르기도 했지만 초병은 뜻밖의 상황전개에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남은 우리는 도저
히 그럴 용기가 나지 않고 뒤돌아섰다.
경강횡단 제3차 운악산 구간의 들머리는 봉수리 광석교다. 다리 건너 버스에 내리자마자 어
디 덤불숲을 뚫을까 혹은 이런 데서는 누구라도 선뜻 선두로 나서기를 꺼려 머뭇거리는 사이
에 근처에 사는 주민이 우리를 보고 무어라 소리친다. 거기는 길이 없다는 말인지 사유지이
니 가지 말라는 건지 도통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반갑다거나 잘 다녀오시라는 덕담은 아님이
분명하다.
못 들은 척하고 산속에 든다. 설령 그 주민이 신고한들 산에 들면 우리 걸음을 그 누가 잡을
수 있으랴 하고 잰걸음 한다. 가시덤불 뚫고 잡목 숲 헤쳐 한 피치 올라 인적 한갓진 능선이
다. 진달래 꽃길이다. 진달래는 등로 양쪽에 무리지어 꽃술 흔들며 우리를 응원한다. 강화 고
려산, 창원 천주산, 여수 영취산이 조금도 부럽지 않다. 한편 오늘 산행에 신가이버 총무님이
나오지 않아 다행이다. 옳다구나 진달래 축제를 겸한 산행이다 하여 추가의 회비를 걷을지
모르므로.
한동안 파도 타듯 출렁이며 잔 봉우리를 오르고 내리다 길고 가파른 오르막을 들입다 치고
올라 제법 통통한 능선 붙든다. 오늘 산행인원이 18명으로 대부대이니 인원점검은 물론 적
당한 휴식자리를 잡기도 어렵다. 대개 1시간 정도 걷고 휴식하는데 오늘은 처음 나오신 회원
을 각별히 생각하여 이른 첫 휴식한다. 입산주 탁주 나눈다. 그 안주로 상고대 님의 닭강정이
바닥이 보일 무렵 물렸고 태풍 님의 광장시장 빈대떡이 별미다.
666.0m봉. 정상의 돌탑 3기를 먼발치로 바라보며 잘난 등로 따라 오른쪽 사면을 돌아 넘는
다. 그리고 쏟아져 내린다. 60분이나 들인 오르막 공력을 겨우 4분에 탕진하여 안부다. 아기
봉 능선 된 오르막에 붙는다. 암벽 암릉이 나오고 왼쪽 사면을 연속해서 트래버스 한다. 방금
전의 빈대떡 얼근한 발걸음이라 주춤주춤 트래버스 하는 절벽이 오금저리다.
엷은 능선에 이르러 발자국계단을 기어올라 아기봉이다. 아기봉은 소나무 섞인 암봉이다. 암
봉 꼭대기에 올라 발돋움하면 사방 조망이 트이지만 미세먼지가 많아 원경은 캄캄하고 근경
도 흐릿하다.
2. 등로 주변의 진달래
3. 운악산 남동릉의 622.6m봉
4. 채석장 주변
5. 한북정맥 갈림길인 735.8m봉에서 바라본 운악산
6. 노랑제비꽃
7. 노랑제비꽃
8. 오른쪽 뾰족한 봉우리가 아기봉(765.5m)이다
9. 운악산 남동릉, 암릉의 소나무가 포인트다
10. 운악산 서봉 서릉
▶ 운악산(雲岳山, 934.7m)
아기봉능선은 곳곳이 암릉이고 봉봉이 암봉이다. 직등해도 될 것을 무심코 더 뚜렷한 인적
을 쫓다보니 사면을 길게 돌곤 한다. 하기는 조망 트이는 능선에 서도 미세먼지에 가려 여느
때는 심산유곡으로 보이던 북한산 도봉산은 물론이고 수락산 불암산 천마산 주금산 등 아무
볼 것이 없다. 그래도 한북정맥 735.8m봉은 가파른 슬랩을 쇠줄 핸드레일 잡고 오른다.
735.8m봉은 ┫자 능선이 분기한다. 왼쪽이 수많은 산행 표지기들과 함께 가는 한북정맥이
다. 이제 우리도 한북정맥 운악산 구간을 간다. 운악산 전경을 바라보며 뚝뚝 떨어지다 너른
헬기장에서 잠깐 멈칫하고 다시 한 차례 쏟아져 내리면 ╋자 갈림길 안부인 철암재다. 휴식!
해피 님의 오지산행 공식 신호가 메아리까지 동원하여 들리고 나는 길 저축하여 운악산 서봉
만경대를 전망하는 등로 비킨 암봉을 들르려고 계속 간다.
노랑제비꽃이 발목 붙드는 등로다. 돌 틈이나 나무그루터기에서도 떼로 얼굴 내미니 내 엎드
려 눈 맞춤한다. 827.3m봉을 잘 난 등로 따라 왼쪽 사면을 돌아내리고 ┣자 갈림길 안부인
절고개다. 오른쪽은 현등사를 오가는 주등로다. 오늘은 비교적 한산하다. 바윗길이 이어진
다. 고정밧줄 잡고 슬랩 오른 다음 데크계단을 길게 오른다.
“한국 ․ 중국 등 유교문화권에서는 칠거지악(七去之惡) 중 삼불거(三不去) 외에는 남편이 일
방적으로 이혼할 수 있는 풍습이 있었으며, 남근석(바위)은 예로부터 아들을 낳게 소원하는
상징이 되었다. ……” 남근바위 안내판의 일부이다. 나는 늘 이 데크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남
근바위는 부실하여 많은 남자들의 우셋거리라고 생각한다.
남근바위 전망대 지나 첨봉인 암봉을 돌아 넘으면 ┫자 갈림길의 장의자 놓인 쉼터가 나온
다. 주등로 비켜 왼쪽 소로를 약간 따르다 그 옆의 되똑한 암봉이 만경대의 만경을 전망하
는 경점이다. 배낭 벗어놓고 슬랩 기어오르고 떡 벌어진 바위 틈새를 심호흡 한 번 하고 뛰
어넘어 암반에 선다. 운악산의 병풍바위도 절경이지만 여기서 바라보는 만경대 또한 사시사
철 절경이다.
만경대를 가깝게 멀게 여러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내린다. 데크계단 오름 길 그 끝이 운악산
동봉이다. 이 데크계단의 개수가 혹시 108개가 아닐까? 걸음걸음 세어 보았다. 이때만큼은
백팔번뇌를 다 잊었다. 맞았다. 108개다. 그리고 너른 공터의 운악산 동봉이다. 우리 말고도
많은 등산객들이 올랐다. 포천시와 가평군에서 각각의 정상 표지석을 세웠다.
가평군에서 세운 표지석이 더 크고 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雲嶽山毘盧峯’ 이라 새긴 글씨
또한 단정하여 썩 아름답다. 표지석 뒷면에는 함허득통 선사의 시를 새겼고, 포천시에서 세
운 표지석 뒷면에는 포천(抱川) 출신인 백사 이항복(白沙 李恒福, 1556~1618)의 시 「현등
사(懸燈寺)」를 새겼다. 그 시의 전문이다.
雲岳山深洞 운악산은 깊은 계곡에
懸燈寺始營 현등사 처음으로 지었네
遊人不道姓 노는 사람들 성을 말하지 않았는데
怪鳥自呼名 괴이한 새는 스스로 이름을 부르네
沸白天紳壯 용솟음치는 흰 기운 폭포수(天紳) 장대하고
攢靑地軸傾 모여든 산봉우리는 지축이 기울도다
殷勤虎溪別 은근히 호계(虎溪)에서 이별하니
西日晩山明 석양 속에 저문 산 밝아오네
주) 호계는 계곡 이름이다. 진(晉) 나라 때의 고승(高僧)혜원법사(慧遠法師)가 여산(廬山)
의 동림사(東林寺)에 있을 적에 하루는 도잠(陶濳)과 육수정(陸修靜) 두 고사(高士)를 전송
하면서 3인이 서로 도의(道義)가 부합하여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기도 모르게 호계를
지나쳐 버렸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11. 고목 밑둥 사이에도 노랑제비꽃이 자리 잡았다
12. 운악산 명물의 하나인 남근석
14. 운악산 동봉 정상에서, 뒤 왼쪽부터 향월초, 하늘비, 김대표, 소백, 산정무한, 챔프,
상고대, 오모, 해피, 일보 한계령, 태풍, 대간거사, 악수, 앞 왼쪽부터 수연, 수담, 유경감, 수미
15. 챔프 님의 38산행 멤버다. 38산행은 3시간 산행하고 8시간 술을 푼다고 한다.
16. 운악산 서봉 망경대에서, 일보 한계령 님
17. 운악산 서봉 망경대에서, 수미 님과 수연 님
18. 운악망경, 미세먼지가 많아 근경도 흐릿하다
19. 등로 주변 기암과 소나무
20. 운악산 서봉 동릉
▶ 한북정맥 길마봉(733.2m)
운악산 동봉에서 숲길 0.3km를 돌아가면 서봉이다. 서봉이 동봉보다 10cm 더 높고 주변을
둘러보는 경치도 더 아름답다. 바로 옆의 만경대에 들른다. 널찍한 암반은 운악산의 드문 경
점이다. 여기서 바라보는 경치가 가평8경 중의 제6경인 ‘운악망경(雲岳望景)’이다. 서봉 정
상에서 데크로드(여기의 계단 수는 263개다)를 구불구불 내리고 이어 목재계단 지나면 ┫자
갈림길 안부다.
이제 지나게 될 암릉이 운악산의 하이라이트이다. “故 金榮奎 氏, 여기서 숨지다, 一九六七.
一二. 二五.”라고 새긴 추모비가 있는 애기봉을 조심스레 지난다. 추모비에 그의 악우로 이름
을 올린 안경호(安京濩) 씨는 『산으로 가는 길』 등 여러 산서를 펴낸 원로 산악인이고 보
면 김영규(金榮奎) 씨 또한 대단한 산악인이었음에 틀림없다.
건너편 서봉 동릉의 현란한 자연성릉을 바라보며 조금 더 가면 밧줄 잡고 암릉을 우회하는
갈림길이 나온다. 서슴없이 우회 길에 든다. 암릉 밑을 도는 우회 길도 만만하지 않다. 고정
밧줄 잡고 가파른 슬랩을 오르고 내린다. 대간거사 총대장님과 수담 님 등 몇몇은 과연 맨손
으로 암릉을 지날 수 있는지 직등하다가 감당하지 못할 직벽구간을 만나 뒤돌아온다.
외길 등로와 만나 한 차례 더 떨어지고 선두에서 상고대 님과 오모 님이 험로를 오르내리며
어렵게 발로 찾은 공터에서 점심자리 편다. 나는 챔프 님 38산행 멤버에 낀다. 오늘 점심메뉴
는 베트남 칼국수다. 국수발이 실제 베트남에서의 그것보다 약간 더 질기고 매운 고추와 고
수가 아쉽지만 이 역시 산중진미다. 소백 님은 연속해서 두 끼는 도저히 못 먹겠다고 하면서
코펠에 국물 한 방울도 남기지 않는다.
날이 무딘 나이프 릿지가 계속된다. 고정밧줄 달린 내리막은 거의 수직으로 가파르다. 깊은
협곡을 살금살금 건너고 슬랩 오르면 암봉인 703.7m봉이다. 703.7m봉 암릉을 오른쪽 사면
으로 지나면 더 이상의 험로는 없다. 등로 주변의 진달래꽃을 감상할 여유가 생긴다. 쭉쭉 내
린다. 내내 마사토 길이라서 여간 미끄럽지 않다. 580m봉. ┣자 능선이 분기한다. 직진은 한
북정맥, 우리는 오른쪽의 인적 드문 우리 길을 간다.
숲길을 한참 무료하게 내리다 528.9m봉에서 눈이 번쩍 뜨인다. 전망 좋은 암봉이다. 운악산
전모를 실루엣으로 본다. 슬랩 내리고 이번에는 비산비야(주유천하 님의 버전이다)의 가시
덤불을 헤친다. 오른쪽 사면 지쳐 임도에 내려서고 산모퉁이 돌아서니 철문과 철조망이 막은
군부대 훈련장 입구다. 여러 사람들이 넘나들어 납작 엎드려버린 철조망 넘어 대로다.
2부 산행. 우리를 ‘약속의 땅’으로 데려갈 두메 님을 부른다. 노채고개 가기 전에 오른쪽의 분
위기 좋은 능선을 타고 길마봉을 오르려고 한다. 그런데 벌써 당도했어야 할 두메 님이 오지
않는다. 산불감시차량이 두메 님 버스가 이동하기를 기다리고 있어 섣불리 움직이기 어렵다
는 전언이다. 두메 님으로서는 저간에 가리왕산 하봉에서 어이없게 당한 경험이 있어 두 번
다시 걸려들지 않는다.
그렇다면 곧바로 산릉을 오를 일이다. 옹벽 내려 징검다리 만들어 개천 건너고 덤불숲 헤쳐
가파른 생사면을 올려친다. 조금만 더 머뭇거렸더라면 낭패 볼 뻔했다. 산불을 조심하라는
건지 확성기 볼륨 한껏 높인 산불감시차량이 지나간다. 이제는 ‘약속의 땅’을 밟기 틀렸고
2부 산행을 포기한 챔프 님에게 노느니 현리에 가서 가두리더덕이나 사놓으시라고 부탁한다.
21. 운악산 서봉 동릉
22. 운악산 서봉 서릉의 치마바위(?)
23. 사라키바위, 암릉 밑을 도는 길도 험하다
24. 운악산 동봉 동릉
25. 뒤 흐릿한 산이 운악산
26. 진달래꽃은 등로 주변에 더 많다
27. 가평 하판리 썬힐 G.C.
28. 운악산 전경
여기도 운악산 물이 튀어서인지 등로가 되게 사납다. 마사토 길 가파른 오르막에서는 미끄러
워 일보 전진하려다 이보 후퇴하기 일쑤다. 비지땀 흠뻑 쏟아 길마봉 주릉 528.8m봉에 올라
도 전망은 트이지 않는다. 미세먼지가 아직 걷히지 않았다. 지도에는 멀쩡해도 다가가면 봉
봉이 암봉이다. 575.3m봉. 전망 좋은 경점인데 온 길 말고는 내릴 길이 없다.
575.3m봉은 오른쪽 사면으로 돌아 넘는 것이 바른 길이다. 내려다보니 숫제 절벽이라 대간
거사 총대장님과 일보 님(일보 님이 바윗길 험로에 이렇게 강한지 다시 보게 되었다) 뒤를
쫓아 왼쪽 사면을 도는데 여기가 더 험로라 뒤돌아 오른쪽 사면을 살펴 더듬는다. 내 뒤 가까
이로 여성 악우 4명과 무릎이 아프다는 태풍 님이 따르고 있다. 눈 덮인 들판이 아니라도 ‘어
지러이 함부로 갈 일은 아니다(不須胡亂行)’.
선두가 러셀한 낙엽 깊은 자국을 따라 어렵사리 주릉에 올라서고, 태풍 님 무릎을 살핀다. 오
지산행에 들어오면 누구나 한 번 쯤은 앓게 되기 마련인 성장통이 태풍 님에게는 너무 빨리
찾아온 느낌이다. 무릎 보호대 풀고 바지자락 걷어 아프다는 왼쪽 무릎 부위에 통증을 완화
시키는 연고를 바르고 진통제 알약을 먹게 한다. 여성 악우들의 배려다.
특고압 대형송전탑 지나고 맞닥뜨리는 621.7m봉도 직등하지 못할 암봉이다. 왼쪽 슬랩의 좁
은 테라스로 돌아 넘는다. 걸핏하면 나이프 릿지 닮은 암릉이 나타난다. 앞 사람을 놓치기라
도 하면 갈 길을 몰라 헤매기 알맞다. 한북정맥 주릉이 가까워지자 바윗길은 멎었다. 그 대신
수북이 쌓인 낙엽 지친다. 한북정맥 주릉. 휴식한다. 그 틈에 이정표 거리로 0.23km 떨어진
길마봉(733.2m)을 오모 님이 대표로 다녀온다.
길마봉의 ‘길마’는 방언인 ‘질마’가 더 흔히 쓰인다. 길마는 소 등에 얹어 물건을 운반하는 데
쓰이는 연장으로 지역에 따라 지르마, 질매, 지르매라고도 부른다. 이 길마를 옆에서 보면 양
쪽으로 솟아 있고 그 사이로 길이 나 있는 고갯길의 형상과 비슷해서 고갯길 지명에 흔히 쓰
였다. 질마재는 한자로는 안현(鞍峴, 안장 안, 고개 현)으로 표기되었다(윤재철, 『우리말 땅
이름』). 길마봉은 이 산과 청계산의 사이인 길마재에서 연유한 이름이다.
노채고개 가는 길. 한북정맥 잘난 길을 간다. 능선 마루금은 포천시와 가평군의 경계다. 문득
대간거사 총대장님이 포천(抱川)의 ‘抱’자는 ‘품을 포’인데 포천이 ‘품은 내(川)’가 무엇일까
요 묻는다. 그러자 내가 포천천이라고 하자, 철지난 아재개그라며 코웃음 치며 일축해버린
다. 그런데 지도를 보시라. 포천을 관통하고 있는 내(川)가 대천인 ‘포천천(抱川川)’이다. 좀
더 알아보았더니 포천천은 ‘포천’이란 지명을 딴 이름이다. 포천의 고구려 때 이름은 ‘물홀’로
예로부터 물이 많은 고장으로 알려져 있었다고 한다. 포천이라는 한자 지명 역시 같은 맥락
에서 붙여진 것이라고 전한다.
틈틈이 등로 살짝 벗어나 수렴 걷고 청계산과 멀리 국망봉까지 들여다본다. 암릉 암봉이 나
오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등로 따라 왼쪽 사면의 슬랩을 내린다. 줄달음한다. 산그늘 진 해거
름이다. 경방기간 금줄이 없는 한북정맥 길이고 노채고개이니 발걸음이 사뭇 당당하다. 오늘
도 무사산행을 자축하는 하이파이브를 건성으로 나눈다.
29. 멀리 가운데는 화악산, 그 앞 오른쪽은 명지산, 앞은 청계산 남릉
30. 길마봉 남릉 621.7m봉
31. 암릉 바위틈에 핀 진달래
32. 멀리 가운데는 한북정맥 국망봉
33. 오른쪽은 청계산, 왼쪽 멀리는 국망봉
34. 노채고개 가는 길옆의 암봉, 왼쪽 사면을 돌아 넘었다.
35. 멀리 오른쪽은 수원산
36. 운악산
첫댓글 산사진도 좋지만 인물사진도 멋지네요. 인간은 자연의 일부로 거기에 녹아들 때 가장 빛나는 거 같습니다.
모르고 지나온길도 멋진사진과 설명으로 다시금 생각하게 하네요^^~~악수님 산행기는 오지산행에 작품입니다~~
내인생에 한페이지가 될 오지산행 힘들었지만 언제나 힐링입니다.
악수님 예쁜사진 감사합니다~~
진달래가 만발했네요...새로 오신분들도 많고,,,좋은 산행이었는데, 왜 하이파이브를 맥없이 하셨을까요??
운악산 흰진달래 몬 보셨나요? 2개인가 있는데~
운악산도 꽤 넓고 커서 다 찾아보지는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