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광설(長廣舌)
길고 넓은 혀라는 뜻으로, 쓸데없는 말을 너스레하게 늘어 놓는다는 말이다.
長 : 길 장(長/0)
廣 : 넓을 광(广/12)
舌 : 혀 설(舌/0)
쓸데없는 말을 장황하게 늘어놓고 진정으로 해야 할 말을 하지 않는 경우에 우리는 장광설(長廣舌)이라는 표현을 한다. 장광설을 문자 그대로 뜻풀이 해보면 길고 넓은 혀라는 뜻으로 이 용어가 내포하고 있는 은유적 내용을 알 수 있다.
장광설은 부처님의 삼십이상(三十二相) 가운데 하나인 광장설(廣長舌)이 변하여 된 용어이다. 대설상(大舌相)이라고도 불리는 이 부처의 혀는 매우 넓고 길어서 머리칼이나 귀에까지 이른다고 불교인들은 말한다. 그 혀가 넓고 길고 부드러워 진리를 설법하기에 좋은 혀라는 말이다.
이런 모습에서 처음에는 길고도 줄기차게 잘하는 말솜씨를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그러나 지금은 쓸데없이 너스레하게 펼쳐 놓는다는 의미로 그 뜻이 바뀌어 쓰이고 있는 것이다. 세간에서는 별로 필요치 않은 말로 쓰이는 장광설이지만 불교에서의 광장설은 일체중생을 제도해서 성불에 이르게 해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의미한다.
화랑(花郞) 응렴(膺廉)이 왕위에 올랐다. 신라 48대 경문왕(景文王)이 바로 그다. 왕이 되고 나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밤마다 침전(寢殿)에 뱀 떼가 몰려들었다. 궁인들이 놀라 몰아내려 하자, 왕이 말했다. “과인은 뱀이 없으면 잠을 편히 못 잔다. 놔두어라.”
게다가 왕은 잘 때마다 혀를 내밀고 잤다. 혀가 어찌나 길고 넓은지 배를 온통 덮을 정도였다. 귀도 길어져서 당나귀 귀가 되었다. 흔히 뱀의 혀가 왕의 배를 덮었다고 해석하지만, 원문을 보면 왕의 혀라야 맞다. 배를 덮을 정도로 길고 넓은 혀는 한자로 하면 장광설(長廣舌)이다.
그런데 이 장광설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남다른 32가지 신체적 특징 중의 하나다. 부처님의 혀는 얇고도 부드러워 길게 내밀면 얼굴을 감싸고, 혀끝은 귀털의 가장자리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길고 넓은 혀는 뛰어난 지혜, 대단한 웅변의 상징이다. 소식(蘇軾)의 시에 ‘냇물 소리 그대로 장광설이니, 산빛 어이 청정한 몸이 아니랴’라고 한 것도 바로 이 뜻이다.
溪聲便是長廣舌(계성변시장광설)
山色豈非淸淨身(산색기비청정신)
夜來八萬四千揭(야래팔만사천계)
他日如河擧似人(타일여하거사인)
시냇물 소리가 곧 부처님의 설법이니
산 빛이 어찌 청정법신이 아니리오.
밤이 되어 팔만 사천 게송이나 되는 것을
다른 날 어떻게 다른 이들에게 들어 보이리오.
경문왕이 장광설의 소유자였다는 말은 석가모니 부처님 같은 지혜자였다는 뜻일까? 그런데 그는 자신을 지켜주는 세력이 곁에 있을 때만 그 혀를 내밀었다. 아직 자신의 지혜를 드러내 보일 때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면 뱀 떼는? 왕실의 기반이 취약한 자신을 지켜주기 위해 밖에서 데려온 호위 세력들이었을 게다. 자신이 궁궐에 들어오기 전에 거느렸던 화랑도였을 것이다. 삼국유사(三國遺事)에서 뱀은 늘 왕권을 수호하는 존재로 등장한다.
그는 복두쟁이가 외친 뒤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수군대는 대숲에서 대나무를 베어냈다. 대신 사악한 기운을 몰아내는 산수유 나무를 심는 지혜를 발휘했다. 그러자 숲은 우리 임금님은 귀가 길다고 소문을 퍼뜨리기 시작한다. 당나귀 귀는 우스꽝스럽지만 긴 귀는 귀인의 상이 아닌가? 비등하던 악의적 여론을 세력 교체로 교묘하게 잠재운 것이다.
높은 지혜를 나타내는 장광설이 어느 때부터인지 끝도 없이 말만 많은 수다의 뜻으로 변했다. 선거철을 맞아 주변이 온통 시끄럽다. 너나없이 말이 많지만 건질 말이 없다. 함부로 멋대로 무책임하게 떠드는 말은 장광설이 아니다. 다변(多辯)과 요설(饒舌)은 저만치 던져두고, 지혜로 빛나는 거침없는 장광설을 듣고 싶다.
장광설(長廣舌)
장광설(長廣舌)을 놓는다. 쓸데없는 말을 너스레하게 늘어 놓는다는 말이다. 별로 내용도 없는 말을 지루하게 늘어 놓아서 청중을 곤혹스럽게 만들 때도 장광설이란 단어를 쓴다. 장광설은 광장설(廣長舌)로 쓰인다.
장광설이 정치에 이용되면 이 장광설을 필리버스터링(Filibustering)이라고 한다. 고의로 긴 발언을 해서 의사일정을 방해하는 행위다. 계획된 시간에 표결에 붙이기로 한 안건을 표결을 올리지 못하게 하기 위해 발언권을 얻은 의원(議員)이 단상을 독점해 장광설을 늘어 놓은 예가 과거 우리 국회에도 종종 있었다.
이렇게 보면 장광설은 좋은 것이 아니다. 그러나 어느 때 부처님은 엄청난 광장설(廣長舌)을 펴신 일이 있었다. 법화경(法華經) 여래신력품(如來神力品)에는 부처님께서 광장설 등 십대 신통력을 내서 부처님의 일대사를 영구 불멸하게 드러내 보이는 장면이 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여러 부처님들과 함께 광장설을 내셨다가 끝없는 세월 동안 혀를 거두어 넣었다고 한다. 여기서 잘못 생각하면 부처님께서 긴 혀를 내밀어 험상스런 모습을 한 것처럼 보이게 된다. 한편으로는 부처님을 마치 미신인 것처럼 이해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법화경에서 말하는 광장설은 부처님이 불지혜를 중생에게 널리 펴는 능력을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부처님들이 함께 긴 혀를 내놓았던 것이고, 그 혀가 인간 사바세계에만 닿은 것이 아니라 범천(梵天)에까지 이르른 것이다.
여래의 지혜가 수백천억 세를 거치면서 모든 중생에게 낱낱이 전해지고, 부처님의 설법을 들은 일체의 중생이 그들이 지니고 있는 불성(佛性)을 꽃피워 성불하고 난 다음에는 부처님으로서는 설법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혀를 거두신 것이다.
이렇듯 세속의 장광설은 필요가 없는 것이지만 불법의 장광설은 일체중생을 제도해서 마침내는 성불케 해주는 부처님의 설법이므로 절대 필요한 것이다.
▶ 長(길 장/어른 장)은 상형문자로 仧(장), 兏(장)은 동자(同字), 长(장)은 약자(略字)이다. 長(장)은 머리털이 긴 노인이 단장을 짚고 서 있는 모양으로, 나중에 노인이 전(轉)하여 나이가 위인 사람으로 관리(官吏)의 長(장), 또한 성장하다, 길게 자라다, 길다 따위의 뜻에 쓰였다. 그래서 長(장)은 (1)어떤 조직체(組織體)나 또는 부서 단위의 우두머리(책임자) (2)긴 기다란의 뜻을 나타내는 말 (3)오랜의 뜻을 나타내는 말 (4)길이 (5)늘 (6)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길다 ②낫다 ③나아가다 ④자라다 ⑤맏 ⑥어른 ⑦길이 ⑧우두머리 ⑨처음 ⑩늘 ⑪항상(恒常),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오랠 구(久),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어릴 유(幼), 짧을 단(短), 늙을 노/로(老)이다. 용례로는 좋은 점을 장점(長點), 긴 것과 짧은 것을 장단(長短), 목숨이 긺을 장수(長壽), 맏 아들을 장남(長男), 한 관청의 으뜸 벼슬을 장관(長官), 오랜 기간을 장기(長期), 장편으로 된 노래를 장가(長歌), 길게 내는 소리를 장음(長音), 어른과 어린이를 장유(長幼), 나이가 많고 덕이 많은 사람의 존칭을 장로(長老), 통나무를 길쭉하게 잘라서 쪼갠 땔나무를 장작(長斫), 오랫동안 깊이 생각함을 장고(長考), 아주 능한 재주를 장기(長技), 생물이 자라서 점점 커짐을 성장(成長), 모임을 대표하는 사람을 회장(會長), 집안의 어른을 가장(家長), 도와서 자라나게 한다는 조장(助長), 시간이나 물건의 길이 따위를 처음에 정한 것보다 늘이어 길게 함을 연장(延長), 위에 서서 집단이나 단체를 지배 통솔하는 사람을 수장(首長), 특별히 뛰어난 장점을 특장(特長), 어른과 어린이 사이에는 순서와 질서가 있음을 장유유서(長幼有序), 오래 서서 분부를 기다린다는 장립대명(長立待命), 긴 눈과 날아다니는 귀라는 장목비이(長目飛耳), 길고 짧음은 상대적 관계에서 비교할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장단상교(長短相較), 멀리 불어 가는 대풍을 타고 끝없는 바다 저쪽으로 배를 달린다는 장풍파랑(長風波浪), 날이 새도 창을 가리고 불을 켜놓은 채 며칠이고 계속하는 술자리를 장야지음(長夜之飮), 길고도 긴 봄날을 장장춘일(長長春日), 사업의 오랜 계속을 도모하는 계획을 장구지계(長久之計), 길게 뻗친 숲의 깊은 곳이라는 장림심처(長林深處), 오랫동안 살아 죽지 아니함을 장생불사(長生不死), 늘 길거리에 모여 있으면서 뜬 벌이를 하는 막벌이꾼을 장석친구(長席親舊), 누운 채 일어나지 못함을 장와불기(長臥不起), 먼 장래의 계책이라는 장원지계(長遠之計), 소매가 길면 춤을 잘 출 수 있다는 장수선무(長袖善舞) 등에 쓰인다.
▶ 廣(넓을 광)은 형성문자로 広(광)의 본자(本字), 广(광)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엄 호(广; 집)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黃(황; 노란 빛, 빛살처럼 퍼지다, 광)으로 이루어졌다. 기둥만 있고 벽이 없는 대청에서 넓다, 넓게 퍼지다의 뜻으로 쓰인다. 그래서 廣(광)은 (1)면적(面積) (2)너비 (3)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넓다 ②넓게 되다 ③넓히다 ④널찍하다 ⑤공허하다 ⑥비다 ⑦빛나다 ⑧널리 ⑨넓이 ⑩무덤 ⑪직경 ⑫광서성(廣西省)의 약칭(略稱)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넓을 박(博), 넓을 회(恢), 넓을 보(普), 넓을 연(衍), 넓을 활(闊),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좁을 협(狹)이다. 용례로는 세상에 널리 알림을 광고(廣告), 농사를 많이 지음을 광작(廣作), 넓게 차지함을 광점(廣占), 너른 마당이나 너른 빈터를 광장(廣場)넓은 구역이나 지역을 광역(廣域), 넓고 아득함을 광막(廣漠), 넓은 각도를 광각(廣角), 넓은 다리를 광교(廣橋), 너른 들이나 아득하게 너른 벌판을 광야(廣野), 매우 넓어 막힌 데가 없음을 광활(廣闊), 한없이 멀고 넓음을 광원(廣遠), 넓고 여유가 있음을 광유(廣裕), 너르고 훌륭함을 광장(廣壯), 교제가 넓어 아는 사람이 많음을 광면(廣面), 여러 사람의 의견을 널리 물어봄을 광순(廣詢), 너그러움으로 마음이 아주 넒음을 관광(寬廣), 사방으로 크게 넓힘을 회광(恢廣), 너르고 커서 끝이 없음을 광대무변(廣大無邊), 어떤 일에 앞장서는 자나 맨 먼저 주창하는 자를 진승오광(陳勝吳廣), 높은 누대와 넓은 집이라는 뜻으로 크고도 좋은 집을 고대광실(高臺廣室), 높은 덕과 큰 사업 또는 덕을 높이고 업을 넓힘을 숭덕광업(崇德廣業) 등에 쓰인다.
▶ 舌(혀 설)은 상형문자이나 형성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입으로 내민 혀의 모양을 형상화하여 혀의 뜻을 나타낸다. 또는 음(音)을 나타내는 干(간; 내미는 일, 실)과 口(구)의 합자(合字)이다. 그래서 舌(설)은 혀의 뜻으로 ①혀 ②말, 언어(言語) ③과녁의 부분(部分)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말다툼이나 입씨름을 설전(舌戰)말로 옳고 그름을 가리는 다툼을 설론(舌論), 혀가 굳어서 뻣뻣함을 설강(舌强), 혀를 움직여서 내는 자음을 설음(舌音), 남을 해하려는 뜻이 담긴 말을 칼에 비유해서 일컫는 말을 설검(舌劍), 칼과 같은 혀라는 뜻에서 날카로운 말을 설도(舌刀), 말을 잘못한 때문에 받게 되는 해를 설화(舌禍), 서슬이 선 말로 날카롭고 매서운 변설을 설봉(舌鋒), 혀를 이루고 그 주질이 되는 근육을 설근(舌筋), 혀의 상태를 보아서 병이 있고 없음을 진단하는 일을 설진(舌診), 악독하게 혀를 놀려 남을 해치는 말을 독설(毒舌), 입담 좋게 말을 잘 하는 재주를 언설(言舌), 붓과 혀 곧 글로 씀과 말로 말함을 이르는 말을 필설(筆舌), 나쁘게 욕하는 말을 악설(惡舌), 시비하고 비방하는 말을 구설(口舌), 쓸데없는 말을 자꾸 지껄임을 농설(弄舌), 재치 있게 하는 교묘한 말을 교설(巧舌)말이 많음이나 수다스러움을 장설(長舌), 입담 좋게 말을 잘 하는 재주를 변설(辯舌), 혀를 가두어 둔다는 뜻으로 말을 하지 아니함을 수설(囚舌), 말로 이러쿵 저러쿵 다투는 일을 각설(角舌), 혀 아래나 밑에 도끼 들었다는 설저유부(舌疽有斧), 혀가 칼보다 날카롭다는 뜻으로 논봉論鋒의 날카로움을 이르는 말을 설망어검(舌芒於劍), 혀가 꼬부라지고 불알이 오그라진다는 뜻으로 병세가 몹시 위급하다는 설권낭축(舌卷囊縮),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라는 뜻으로 항상 말조심을 해야한다는 설참신도(舌斬身刀)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