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의 최대 후원자이기도 한 박 회장은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당시 주식 거래로 259억 원의 시세차익을 챙기고 290억 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 정권 내내 각종 사건의 중심에 섰던 그는 여전히 수백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해 정치권과 관계에 불법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 박연차와의 15억원의 수상한 거래는 당선 축하금인가 ?
물론 박 회장이 건넨 15억원의 성격이 두 사람 사이의 개인적인 금융거래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실상은 돈 거래 시점보다는 성격에 초점을 맞춰 조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노 전 대통령 퇴임 직후 작성된 차용증이 위조된 것인지 아니면 실제 노 전 대통령이 돈을 빌리고 써준 것인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중이다.
검찰은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받은 돈을 박 회장이 갖고 있다가 퇴임 뒤 건네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럴 경우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검찰 주변에서는 지난 2002년 12월 노 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5대 대기업으로부터 1000억원 상당의 ‘당선 축하금’을 받았다는 첩보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노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호텔과 기업 사무실 등지에서 기업회장과 CEO를 직접 만나 기금을 모금했다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대기업으로부터 1000억원대의 당선 축하금을 받았고 그 돈의 관리자가 박 회장일 공산이 높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퇴임 후 건네진 15억원의 성격이 통치자금의 일부를 노 전 대통령에게 준 게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아울러 검찰은 박 회장이 농협의 자회사 휴캠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자금의 일부가 통치자금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휴켐스는 국내 최대 비료 생산업체인 남해화학에서 독립한 회사로, 지난 2006년 모회사인 농협에 의해 태광실업에 인수됐다. 당시 박 회장이 세종증권 주식으로 벌어들인 수익금은 178억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돈이 휴켐스 인수에 사용한 사실을 드러났다. 결국 박 회장은 지난 2006년 6월 농협 자회사인 휴켐스를 1455억원에 인수하게 된다.
박 회장, 휴캠스 인수 500억원 용처는
박 회장은 휴켐스 인수를 위해 신한은행 등 5개 금융기관투자사와 태광실업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박 회장은 컨소시엄에 참여한 금융사들 덕분에 인수가격 1455억원 중 765억원만을 부담했다. 그런데 박 회장은 이 765억원 중에서도 200억원 이상을 세종증권(NH투자증권) 주식거래로 남긴 시세차익으로 마련했다.
그렇다면 나머지 500억원대 자금이 어디서 생겼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검찰은 이 돈이 참여정부 시절 노 전 대통령이 받은 ‘당선축하금’의 일부로 보고 있는 셈이다.
한발 더 나아가 검찰 주변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당선 직후 명륜동 빌라에서 이광재, 안희정 등 386실세들과 가진 축하 파티에서 ‘정치를 하면서 돈 걱정은 하지 마라’고 한 발언이 나오면서 신빙성을 더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런 검찰의 시각에 대해 박 회장은 진술을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자살 소동’ 얘기가 흘러나오는 이유가 자칫 검찰이 2002년 불법정치자금으로 흐를 경우 노 전 대통령 역시 사법처리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노 전 대통령으로선 형님에 이어 자신까지 사법처리 대상으로 가는 것을 우려해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 역시 설득력을 얻고 있는 셈이다.
검찰 수사가 이처럼 '박연차발 정관계 로비 리스트'에서 ‘노 전 대통령 불법정치자금 수사’로 선회하려는 움직임과 관련해 민주당에서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그동안 박연차발 리스트에 민주당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주요 인사들 역시 거론됐기 때문이다. 박 회장이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 인사들과 오랜 기간동안 친분을 쌓아왔고 더군다나 한나라당의 텃밭인 부산·경남출신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실제로 그동안 박 회장은 YS 정권때부터 시작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권력의 핵심 인사들에게 붙어서 후원을 해준 인사로 지역 정가에서는 유명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박 회장이 여ㆍ야 정치인과 검ㆍ경 간부, 언론인 등 폭넓은 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들에게 거액의 금품을 살포했으며 돈을 받은 이들의 실명이 적힌 `박연차 리스트'가 있다는 설이 끊임없이 나돈 배경이다.
양손의 떡 든 검찰 새해 정치권 후폭풍 예고
그러나 검찰은 ‘15억원 차용증’ 사실을 세간에 흘리면서 박연차발 리스트수사중에 전 직 대통령의 불법정치자금으로 갈 수 있다는 신호를 노 전 대통령에게 보내고 있는 셈이다.
현직 정치인 리스트 수사와 전 직 대통령 수사 등 양손에 칼을 죈 검찰의 선택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두 사건에 연루된 인사들을 본다면 양쪽 모두 후폭풍은 거셀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검찰이 바로 노 전 대통령에게 칼을 겨냥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특히 정권 초기 불법 대선자금과 측근비리 수사를 겪으며 누구보다 큰 상처를 입은 노 전 대통령이 그런 과오를 되풀이 했을 것인지 회의적인 시각 역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검찰 출신의 한 정치권 인사는 “검찰은 한 수사에 올인하는 모습을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최근 최철국 민주당 의원이 박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것처럼 언론에 고의로 흘리면서 여론 추이를 관망하는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15억원의 돈의 성격이 만일 노 전 대통령의 불법정치자금일지라도 마찬가지로 ‘간보기용’ 수사를 통해 두 사건을 병행하면서 양측 진영을 압박할 공산이 높다”고 관측했다. 여하튼 검찰이 새해부터 본격적으로 진행할 ‘제 2단계' 정치권 로비의혹 수사가 어느 방향으로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