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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일
내가 생전 처음 제주에 발을 딛었다.
청주공항에서 8시 30분 비행기에 올랐을때는 구름 한점 없는 맑은 날씨였는데
50분후 제주공항에 도착하니 굵은 비가 내린다.
비가 오니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올레여행을 계획한지라 최소의 짐을 챙겼는데도 배낭의 무게가 느껴진다.
공항리무진 600번을 타고 1시간 반후 서귀포의 뉴 경남호텔앞에 하차한다.
아직도 비는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숙소를 예약하지 않아 인터넷을 검색해 찾은 리슈호텔을 찾아간다.
올래꾼들의 아지트라하길래........
특실밖에 남아있질 않다기에 2박예정 8만원을 지불했다.
없는 방을 만들어 주는 듯 무척 배려를 해 주는 척 한다.
보통 하루 숙박비가 2만원정도라던데 비도오고 구질구질한게 싫어 무리를 했다.
아침겸 점심을 식당에 가서 갈치국이 유명하다하기에 주문해 놓고 음식이 나오기전
잠시 후회를 한다. 맛없어 보이는 음식이 내 입에 맞을까(?)
얼마나 지났을까.... 갈치국이 내 앞에 차려졌다. 국물을 살짝 떠 먹으니 생각보다 참 개운하다.
늦은 아침이라 한그릇을 다 비우고 올레 5코스를 향해 길을 나선다.
숙박비를 2배로 지불했으니 모든 행선지로의 이동은 대중교통이나 도보를 하기로 계획했다.
중앙로터리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가 있다고 하여 5분거리의 터미널을 여행용 비옷을 입고 걸어간다.
숙소도 해결되었고 배도 부르고 나름 기분이 좋았다.
버스터미널이라해야 주차공간이 버스 5대정도가 고작이다.
매표원이 노인이다. 무뚝뚝하기 이를데 없는.
남원포구에 가야한다기에 표를 끊었다.
어디서 타야하는지 터미널에 정차해있는 버스가 아니라네.
같은 나라에서 언어소통이 잘 되질 않는다.
옆에서 보기에 매표원과 이야기하는 내가 안되어 보었는지 곱게 늙으신 할머니께서 자세히 설명을 해 주신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다시 매표원에게 다가간다.
20분을 더 기다려야 한단다. 그래 느긋하게 기다리자........
드디어 버스가 온다. 인상 좋아 보이는 기사분이 자세히 설명을 해 주신다.
목적지로 가는 동안의 거리는 시골풍경 그대로인데 집들이 도로 아래에 지어져 있고 진짜 돌담으로 둘러져 있다.
얼마나 갔을까. 목적지에 도착했다.
혼자서 비오는 날 배낭을 메고 우비를 입고 걷는다.
바닷길로 접어드니 내 맘은 날아갈 듯 편해진다.
진정 여행의 참맛이라고나 할까????????
올레꾼들의 길안내는 파란 화살표와 파란끈 노란끈들로 나무에 매달아 놓았다.
비가 오는 바닷가에서 잘 부르지도 못하는 콧노래가 저절로 나온다.
바닷길 15킬로미터를 내게 전세를 주었다.
아무도 없는 바닷길은 무척 아름답다. 가끔 아름다운 시비도 있다.
비에 바람이 묻어 얼굴로 흐르는 빗물도 상쾌하다.
올레꾼들을 위한 배려가 곳곳에서 느껴진다.
깨끗하게 청소된 화장실이며 휴게소가 참 잘 정리되어 있다.
일반 서민들의 삶의 모습을 생생하게 느끼게 골목골목까지 걷게 되어 있다.
오후 4시쯤 되니 비가 멎는다. 뭉구구름들이 하늘을 수놓는다.
구름사이로 언뜻언뜻 비치는 햇님은 내 온몸을 따스한 기운으로 감싸준다.
잘 닦여진 바닷길을 지나 울창한 숲길로 접어드니 나무에 하늘이 가리워져 캄캄하다.
아무도 없는 산길이라 무섭기는 했다.
가끔은 새들이 보금자리를 찾아가는 듯 했다.
시골길의 경험은 마음속의 내 고향길을 걷는 듯 정겨웠다.
어린날의 추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동심으로 돌아가 온갖 상상을 한다.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다.
어둠이 짙어져 좀 쓸쓸해질 무렵숲길을 지나 바닷길을 지나고, 마을길에 들어설 무렵에 올레꾼들을 만난다.
어찌나 반갑던지...
서울서 부부가 왔단다. 남편의 온갖 잔소리를 듣고 다니는 아내의 모습이 참 대견하게 느껴진다. ㅎㅎㅎ
5코스의 마지막인 쇠소깍까지 같이 걸었다.
버스를 타려면 또 한참을 걸어야 한다기에
그분들의 숙소도 내 숙소와 근거리에 있다기에 택시를 타고 돌아왔다.
그시간에 다시 억수같은 비가 내린다.
잘 꾸며놓은 숙소앞의 마당카페가 있었지만 세차게 내리는 비 때문에 사람들은 볼 수가 없었다.
좀 아쉽기는 했지만 짐을 내려놓고 숙소앞의 식당에서 한치물회를 저녁식사로 하고
2층객실의 아담하게 꾸며진 나만의 공간에서 따뜻한 차 한잔으로 하루를 마감한다.
참 행복한 하루였다.
10월 2일
오랫만에 깊은 잠을 잔 것 같다.
새벽에 눈을 뜨니 아직도 비가 억수같이 내린다.
조금 걱정이 되었다. 날씨가 맑아야 제대로 된 여행을 할 수 있을텐데......
어제는 비옷만입고 우산을 가져가지 않아 조금 불편해서 우산을 챙겨들고 숙소를 나오는데
주민 아줌마가 잘 다녀오라고 배웅을 해 준다.
예전 울 엄마가 해 주시던 것처럼...(복장도 영락없는 울엄마 복장이다.)
주인 아줌마가 소개해 준 식당에 갔다.
메뉴가 하도 많아 무얼 먹어야 할지 난감할 만큼이었다.
식당주인의 권유로 뚝배기를 먹기로 했다.
새우와 전복을 통째로 넣에 끓인 해물뚝배기인데 전복의 부드러운 살이 끝내준다.
잠시후 주인 아주머니가 딱딱한 새우를 잘 발라준다.
아침부터 주인 아주머니의 친절함으로 기분이 더욱 좋아진다.
가까운 재래시장도 가르쳐 주며 저녁에 회를 포장해서 오라하신다. 횟집에서 혼자 먹기는 좀 거시기할테니...
오늘은 6코스가 내 목표다.
길을 물어 시내버스를 타고 어제코스와 이어지는 쇠소깍으로 가야한다.
마침 정류장이 서귀포 재래 시장입구에 있었다.
버스를 기다리려는데 할머니 한분이 이고,지고 오신다.
음식장만을 돈이 없어 많이 못하신다며, 신세 한탄을 하신다.
우리네 부모님세대의 호사를 누리지 못하고 고생만 하신 표본의 할머니이신것 같다.
같은 차를 타면 버스비라도 내 드릴까 생각했었는데 내 목적지의 버스가 먼저 도착했다.
쇠소깍!!! 어제 걸었던 길인데 오늘 다시 가보니 느낌이 많이 달랐다.
시간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느낌때문에 나는 계속 여행을 꿈꾸고 즐기는 것이다.
휴게소에 들러 용왕들이 먹었다던 주먹보다 더 큰 용과를 하나 사 손에 들고 또 다시 걷는다.
유난히 물을 좋아하는 나는 바다를 나의 옛 애인만큼이나 좋아한다.
한참을 걷다보니 일기변화가 변화무쌍하다더니 하늘엔 구름 한점없다.
방파제에서 낚시를 즐기는 낚시꾼들이 눈에 띈다.
보고 싶은 사람이 있었는데 우연히 만나는 상상도 한다.
내가 20대 초반에 만난 나의 첫사랑. 낚시를 무척 즐기던 사람이었다.
나보다 나이도 9살 더 많아 참 예뻐해 주고 사랑해주었던 사람이었는데.....
보고싶다.
첫사랑과 이별후에
잘 살면 배 아프고
못 살면 가슴 아프고
같이 살면 머리 아프다더니.....(난 가슴이 아프다.)
이런 저런 추억을 더듬으며 도착한 항은 보목항....
참 아름다운 곳이었다. 바닷속까지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너무나 환상적인 항구이다.
한 시간 이상을 같은 장소에 앉아 용과를 먹고 캔커피도 마시며 바다와 이야기했다.
가슴이 시원하게 뻥 뚫린다.
길을 가려 방파제를 나오려니 오동통하게 살찐 수족관의 한치들이 날 유혹한다.
옛애인을 그리며 술한잔 하자...음주운전 걸릴일도 없으니 낮술은 어떠랴~~~~~~~~~
11시경이라서 그런지 내가 첫 손님이다. 바다를 볼수 있는 바깥쪽의 가장 전망좋은 테이블이 앉았다.
한치회를 시키니 주인장어른 자꾸 물회를 먹으라신다.(이유인 즉 한치회는 비싸다네...)
한치 1마리와 한라산1병을 주문하니 전채요리가 많이 나온다. 추석이라며 송편도 내어준다.
잠시후 쫄깃한 한치가 투명한 속살을 내보이며 나를 유혹한다.
한라산 1잔에 초고추장 듬뿍 찍어 먹는 그 맛은 잊지를 못할 것 같다.
한치 1마리의 양이 제법된다.
내 양껏 먹었는데도 아직 안주가 많이 남아있어 고민을 하던중....
노 신사들이 내 옆 테이블이 자리를 하고,
길을 가던 어제 만났던 부부가 날 알아본다. 사실 난 그들에 대한 기억을 거의 없었느데....
내가 술한잔을 권하니 반갑게 응해준다. 인천서 왔다는 다른 부부일행과 함께..
두 팀 모두 아내가 2살 연상의 커플이란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아내들이 10년도 더 늙어 보인다.
내게 그들이 합류한다. 이런 저런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며 또 한페이지의 추억의 앨범을 잘 장식한다.
내 일행이 된 분들과의 대화를 노신사들 참 재미있게 들었나보다.
횟집을 나서려는데 전화번호를 건네주며 제주에서 가볼만한 곳을 선정해 주신다.
제주관광공사, 제주일보, ..... 정년퇴직한 분들이라며 제주홍보에 열을 올린다.
연세가 제법되었음에도 그만한 열정이 있었으니 참 곱게 늙었나보다.
내 명함 한장 건네드리며 벗들과 함께 올때 폐가 되지 않으면 연락을 드리겠노라고 인사를 하고 그분들과 헤어졌다.
5명이 한 팀이 되어 오늘은 같이 행동하기로 했는데 빈배낭도 무거웠는데
그 부부들은 소시적 우리가 놀러다닐때 처럼 버너에 코펠에 라면. 감자에 참이슬 5병까지도....
앉을만한 곳이면 자꾸 먹자고 한다. 짐을 줄여야 하겠기에?
덕분에 삶아주는 라면먹고, 감자먹고, 참이슬도 했는데 공기가 좋고 벗들도 좋으니...경치에 매료될뿐이라.
걷고 걷고 또 걸어 가다가 해녀들을 만난다.
그분들이 작업해온 소라를 물주가 걷어가는 모양이다.
해녀한분이 소라를 돌맹이로 껍질을 깨서 우리에게 먹어보라며 내민다.
우리나라에서는 거래가 안되고 일본으로 전량을 수출하는 것이라며 귀한것이니 맛을 보란다.
인천팀아저씨가 소라를 산다. 내게 빚을 갚는거라며...
바닷가에 둘러 앉아 돌멩이로 깨어 회로 먹는 소라맛은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2개코스를 돌아도 되는데 우린 저녁까지 1개코스를 도는데 둥근 보름달이 중천에 오르고
6코스 마지막인 외돌개에 올랐을때는 어둠이 짙게 내려앉아 있었다.
저녁식사를 같이 하자는데 만류하고 내 숙소로 향했다.
오늘도 참 의미있는 하루였다.
10월 3일
새벽에 눈이 뜨여 시계를 보니 4시다.
잠시 고민을 한다. 성산일출봉을 가야하나? 7코스로 갈까? 어제 어른들이 꼭 가보라시던 마라도를 갈까?
오늘 19시 비행기로 고향으로 돌아가려면 빨리 서둘러야겠기에 짐을 꾸린다.
버스를 타려면 6시경에 첫차일테고 지도를 보니 성산포는 너무 멀다.
마라도로 일정을 잡았다.
방을 비워야하겠기에 짐을 잘 정리해놓고 메모를 남겼다. (3~4시경 오겠습니다)
숙소에서 나오며 어제와 같이 비스킷 1개, 캔커피 1개, 사탕 1봉지를 샀다.
마라도를 가려면 월드컵경기장이나 중문에서 차를 갈아타야 한단다.
이른아침에 차례를 지내러 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길 안내를 받아 모슬포항까지 오니 7시 30분이다.
마라도행 여객선은 10시가 첫 출항이다.
앞으로 2시간 반이 남았는데 명절이라 갈만한 식당이 없다.
비스킷과 커피를 양 손에 들고 먹으며 키작은 코스모스길을 걷는다.
아이가 따로 없다. ㅎㅎㅎ
감자밭이 무척 넓다. 살아있는 초록이다. 어쩜 자연의 신비함이란...
바람이 몹시 세게분다. 아직 차갑지가 않아 다행이다.
1시간가량을 걷다가 되돌아 와서 마라도행 배표를 구입한다.
10시에 승선하면 10시 30분경 도착인데 바람이 불어 11시 40분에 배를 타고 나와야 한단다.
승선후 맑은 바닷물을 가르고 가는 배의 뒷편에 생성되는 투명한 백색의 포말이란.......가슴이 벅차온다.
마라도에 도착하니 현무암으로 된 절벽에 파인 파도에 의한 깍아진 동굴들이 보인다.
쓰레기 한점없는 깨끗한 바다. 환상의 섬이다.
입구에 들어서니 골프카를 임대해주는 상인들이 많다.
5인용이 1시간에 2만원이란다. 혼자 1대 빌려 제일먼저 갈대밭사이를 질주한다.
잔디밭을 지나 갈대밭. 갈대밭을 지나 솔밭.
성당도 있고 교회도 있다. 골프카로 신나게 달려가니 횟집도 있다.
짜장면집이 제법 많다. 시장기가 돈다.
해물짜장을 주문해서 급하게 먹는다.
마라도의 중국집상호도 참 재미있다.
짜장면 시키신분? ...... 횟집에 있는 익살스런 간판도 입아퍼 묻지마 회는 자연산이야 ㅋㅋ등등...
벌써 승선을 해야하다니 넘 아쉽다.
어라~~~~~~ 배가 또 들어온다.
마라도의 상술인것 같다. 시간이 많으면 골프카를 타지 않을테니 배가 없다고 뻥친것같다.
대부분의 승객들이 승선후 난 맨 뒤에서 지금 들어오는 손님들과 같이 가면 좋겠다고 상냥하게 이야기 한다.
OK. 1사간 벌었다 앗싸....
내게 더 주어진 1시간을 걸어서 마라도를 한바퀴 더 돌기로 한다.
우리나라 최남단의 무척 아름다운 섬.
가슴가득 바다를 안고, 바람을 안고 ...
숙소에 돌아와 짐을 챙겨 공항으로 향한다.
다행히도 5시 30분 비행기표로 교환이 가능하단다.
이번 여행은 참 만족스러운 2뱍 3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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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참 알차고 멋진여행 하셨군요, 언제 나도꼭해보고싶은 여행이랍니다^*^
한번 권해 드리고 싶어요.
저도 제주 올레 이번 주말 가는데거운 걷기여행 될 것 같아요. 담은 지리산둘레길 예정이랍니다.
왕언니님도 드뎌 가시는군요~부러움 날립니당~^^행복하고 즐건 여행되시길~^^
잘 다녀 오세요.
올레길...꼭 한번 걸어보고 싶은데...아주 많이 즐거운 여행이셨을듯~후기 잘 읽고 갑니당~^^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혼자 가셨나요? 올레길 애기만 들엇지 아직 가보진 못했네요.
혼자 가는 여행도 참 좋답니다. 진정 여행의 참맛을 느끼는거죠.
나름대로 즐거운 여행을 하셨군요..언젠가 시간이 되면 이런 생각을 가진분과 여행을 함께 하고 싶네요.글 잘 읽었습니다^^
한번 같이 하셔도 좋을것 같군요. 가실때 쪽지 주시면 여건이 되면 동행 하구요.......
나도 가야지...ㅎ 감사..
네 한번 가 볼만 하더라구요. 담에 또 갈예정입니다.
갈때 불러주세요 ^^&
말로만 듣던 올레길 투어맛깔스런 후기 읽으며 저도 잠시 올레길에 함께한 기분입니다 올레길 여행이제부터 계획 잡아야 겠는데요
중년방 벙개여행 한번하죠 팀장님~~~이번 주 다녀와 정보 드릴께요. ㅍㅎㅎㅎ
부럽당ㅋㅋ .요즘 아줌마들한테 가장 인기좋은 책이라며 아들녀석이 선물한 올레길 관련된 책을 읽고 혼자라도 도전할까 했는데...다녀오셨네요.
이 가을에 함 도전헤봐야제 .....생각만으로도 행복해집니다 ㅎ
명절이면 여행을 하시는군요... 제주도 멀다고하면 멀고 가깝다 생각하면 아주 가까운 곳이 그곳이죠... 마라도랑 우도 제가 젤 좋아하는 섬들이죠... 마라도랑 우도랑 들어가셔서 며칠 묵고 오셔도 나오는 배편은 언제든 열려있답니다 굳이 배표를 검사하지 않으니까요 들어갈때만 표받고 나면 누구든 유람선으로 들어왔을테니 구태여 나갈때는 할 연유가 없는것이죠... 담번에 오시면 7, 8코스 그리고 10코스 둘러보셔요 가장 풍광이 좋은 길들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