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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장류는 기다림의 행복을 알게하는 음식이다. 간장 중에는 60여년간 숙성되는 명품장도 있다.>
35번째 명인 반열 기순도씨
SBS-TV 인기 드라마‘식객’8월 18일 18회분 방영 주제는‘기다림의 행복’이었다.
‘기다림의 행복’을 위해 운암정이 제시한 음식은 전복요리. 전복은 미역줄기를 먹이로 5년간 길러야 최고의 맛을 낼 수 있다.
하지만, 간장·된장·고추장 등 장류만큼 기다림의 행복을 실현하는 음식이 있을까? 전복이 5년을 기다린다면 간장 중에는 60년을 기다리는 명품장도 있다.
올림픽을 위해 국가대표 선수들이 땀방울을 흘리며 금메달을 향해 준비하듯, 장류는 최고의 맛을 위해 발효 숙성을 거치며 우리에게 기다림의 행복을 준다.
한편, 농식품부는 지난 20일 전남 담양의 기순도(59)씨를 35번째‘전통식품명인’으로 지정했다. 장류로는 두 번째 명인 탄생이다. ‘전통식품명인제도’가 1994년부터 농산물가공산업육성법에 의해 시작된 이래 장류로는 지난해 김병용(69.전북 무주)씨 이후 두번째 지정이다.
농식품부 식품산업진흥팀 조성근 사무관은 “기순도(사진 원안) 명인은 탐라 고씨 집안 10대 종부로‘진장(陳醬)’제조 기법을 36년 동안 발전시켜 왔다.
전통 기법을 지키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이를 산업화하기 위해 ‘고려전통식품’을 설립, 제품을 생산·판매함으로써 전통장류 명맥을 유지한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명인 지정 이유를 밝혔다.
그런데, 우리에게 생소한 간장의 종류 중‘숙황장’은 무엇이고,‘진장(陳醬)’은 또 무엇일까? 그 범위를 된장과 고추장으로 넓히면 장류의 역사만큼이나 종류도 많다.
명품간장‘숙황장’과 ‘진장’
경기도 양평의 ‘수진원’의 판매수칙은간장은 5년, 된장은 2년이다 .
이 원칙은‘수진원’의 고(故) 정두화 회장(전 말표구두약 회장)이 살아 생전 고집해 온 전통이다.
장류제조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간장은 오래된 것이 좋고, 된장은 햇것이 좋다.”고 말한다.
햇수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간장의 종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햇간장, 중간장, 진장(陳醬), 진장(眞醬) 등 네 종류로 나눌 수 있다. 햇간장은 담근 지 1~2년 된 장으로 맑은 갈색이 나며 주로 맑은 국(탕)에 쓰인다. 중간장은 담근지 3~4년 된 장을 말하며, 나물을 무치거나 찌개 및 국에 이용한다. 진장(陳醬)은 앞에서 살펴봤듯, 담근 지 5년 이상 된 장을 말하며 찜·조림 등 반찬의 색을 내는데 쓰인다. 일반적으로, 진장에 쓰이는 메주는 ‘절메주’라고 말하며 검은콩(서태목)으로 만든 메주를 특별히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마지막으로, 최고급 장인 진장(眞醬)은 담근 햇수가 진장(陳醬) 보다 훨씬 오래된 것으로 감칠맛과 단맛이 두드러져 농도가 진한 장으로 육포, 약식, 전복초 등에 쓰인다. 최근 60년 된 진장(眞醬)이 1억 원에 판매된 일이 있어 많은 사람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도 공장식 간장 표기를‘진간장’이라 표기하는 경우가 있다. 이 표기는‘공장간장’, 또는 ‘왜간장’이라고 바꿔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의 고급간장인 진장(陳醬)과 명품간장인 진장(眞醬)을 욕되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 자원개발연구소 유선미 박사는 “간장이 햇수 기준의 종류에 국한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원료 및 제조방법에 따라 재래간장, 양조간장, 산분해 간장, 효소분해간장, 혼합간장, 어장(魚醬)으로 더욱 범위가 넓어진다.”는 것이다. 유 박사의 조언에 따르면, 햇수를 기준으로 한 간장은 우리의 전통간장인 재래간장에 국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숙황장(熟黃醬)이란 무엇일까? 농식품부 식품진흥팀 조성문 사무관에 따르면, “숙황장은 볶은 콩을 가지고 메주를 쑤어서 검정콩과 삶은 통밀에 억새풀, 도꼬마리, 제비쑥 등을 넣어 띄운 두황메주를 사용한다. 더덕, 도라지, 다시마 등을 첨가·제조함으로써 일반 간장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를 없애는 등 독특한 향과 감칠맛이 나는 간장을 일컫는다.”고 전한다.
된장,‘생황장’·‘청태장’은 가고...
우리의 전래 장류를 모두 열거하면 120종류가 넘는다. 하지만, 이들을 모두 살펴보기는 쉽지 않다. 그 중 사라진 것도 많고 일부 지역에서만 명맥을 유지하는 종류도 있다.
유선미 박사의 도움으로 된장 중 현존하는 종류를 선별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간장을 거른 뒤에 남은 (막)된장이나, 속성 된장인 막장, 무나 고추·배춧잎을 넣어 두엄에서 발효시킨 즙장, 팥을 콩에 섞은 팥장, 청국장, 청국장에 고춧가루 등을 넣은 담북장, 두부를 장독에 넣어 간을 해 양념한 두부장, 김칫국물을 넣어 숙성시킨 지례장, 꿩의 살코기로 만든 생치장(生雉醬), 콩비지로 담근 비지장, 홍합 삶은 물로 담근 합자장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막)된장: 메주를 소금물에 담가서 간장을 빼고 난 부산물이다.
막장: 막장은 쌀막장과 보리막장으로 나뉜다. 조선시대 된장 대용으로 사용한 일종의 속성 된장이다. 쌀막장이 보리막장 보다는 단맛이 강하다. 보리 생산이 많은 남부 지방에서 많이 담가 쌀막장 보다는 보리막장이 양적으로 많은 편이다. 요즘에는 쌈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즙장: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등에서 많이 담그는 장으로 두엄 속에서 삭힌다. 담그는 시기는 늦가을이며 10일 정도 익혀서 먹는다. 막장과 비슷하게 담되 수분이 많고 밀과 콩으로 쑨 메주를 띄워 무나 고추, 배춧잎 등의 초가을 채소를 넣고 숙성시킨 것이다.
쌈장: 상추쌈이나 배추쌈을 먹을 때 쓰이는 가공된장으로 된장과 고추장(4:1)에 마늘 다진 것, 참기름(또는 식용유), 참깨, 파 다진 것, 꿀이나 설탕, 채 썰거나 다진 붉은 고추와 풋고추를 첨가하여 찌거나 끓여 만든다. 여기에 쇠고기와 버섯을 넣기도 한다.
담북장: 입춘을 전후해 봄철에 먹는 된장이다. 청국장의 가공품으로 무채나 생강 다진 것, 굵은 고춧가루, 소금 등을 혼합하여 숙성시킨다. 숙성을 촉진하기 위해 햇볕에 내놓기도 하며 담근지 5일~10일 후에는 먹을 수 있다. 단기간에 만들어 먹을 수 있고 된장보다 맛이 담백하다.
비지장: 콩비지를 볶은 후 소금을 혼합하여 발효시킨다.
시금장: ‘보리등겨장’, 또는 일부 경북지방에서는 ‘개떡장’이라고도 한다. 불에 구운 보리 또는 속등겨를 이용하여 보리밥과 섞어 만든 장이다. 10월 장메주를 쑬 때 메줏가루에 김칫국물을 넣어 익혀서 밥반찬으로 먹는다.
지례장: 지엄장, 또는 찌엄장, 무장이라고도 한다.‘우선 지례>지레 먹는 장’이라는 의미로 10월에 장메주를 쑬 때 메줏가루에 김칫국물을 넣어 익혀서 밥반찬으로 먹는다.
된장의 종류에는 이외에도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청국장을 포함, 팥장, 깻묵장, 청육장, 합자장, 어육장, 멸장, 볶음장 등이 있다.
하지만, 많은 자료에서 고민 없이 언급하고 있는 생황장과 청태장은 사라졌거나, 현재 거의 확인이 되지 않고 있어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
유선미 박사는 그 이유에 대해 “태생적 한계”라고 표현한다.“생황장이나 청태장은 집안에 장류가 떨어질 즈음인 8월말이나 9월초에 만드는‘대체용 장(醬)’ 또는 ‘간이식 장’이었는데 시대가 바뀌면서 효용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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