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을 한 어떤 사람이 재미있는 텔레비전 프로를 찾다가 우연히 귀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것을 보고 자기도 전원생활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정이 있고 소박함이 있는 목가적 삶을 꿈꾸어 왔는데 그 프로에 완전히 필이 꽂힌 것이다.
어렵게 가족들의 동의를 얻고 난 뒤에 이튿날부터 전국의 지리부도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쪽으로 가면 뭐가 안 좋고 저쪽으로 가면 뭐가 안 좋고 해서 방향을 선택하는 것부터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힘든 결정을 하고 난 뒤에 몇 시간이 걸리는 그 지역으로 자동차를 운전해 내려갔다. 그리고는 부동산을 찾아 마땅한 땅을 찾았는데 다행히 가격에 맞는 흡족한 빈집이 하나 나와 있었다.
무엇보다도 구미를 당긴 것은 그 집터 옆에 물이 흐르는 계곡이 있었는데 여름에 물놀이하기가 딱 좋았다. 진짜 꿈꾸던 전원생활에 안성맞춤이었다.
그때부터 그는 밤잠을 설쳐가면서 그 빈집을 부순 자리에 그림 같은 전원주택을 마음속으로 짓기 시작하였다. 날마다 그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갖고 있던 전 재산을 다 긁어모았다. 모자란 부분은 은행에 저리로 대출을 받아서 무사히 잔금을 치르고 이전등기까지 별탈없이 진행되었다.
그리고서 건축사무소를 찾아 2층으로 된 주택 설계를 의뢰했다. 복비가 아까웠는데 설계비까지 만만치 않아 기분이 떨떠럼했다. 하지만 가격이 맞고 택지가 좋아 꿈같은 내 전원주택이 실재로 건축된다는 마음에 그냥 잊어버리기로 했다.
토목공사가 이뤄지고 건축이 시작되면서 틈나는대로 현장을 찾았다. 갔다 왔다 하는데 4시간 이상이 걸리는 장거리 운전이지마는 그것도 부푼 마음에 참아낼 만은 했다.
예상했던 工期공기가 늦어지자 건축소장과 자주 말다툼이 일어났다. 집은 거의 완성이 되어 가는데 뭔가가 매끄럽게 마무리가 되지 않는 것 같아 마음이 점차 불안하고 불편했다.
마지막으로 전기를 넣고 수도를 개설했다. 수도는 상수도가 들어가지 않아 계곡물을 끌어왔다. 그리고 준공검사를 신청했다. 몇 번인가 클레임이 걸리고 또 뜯어고치고 해서 드디어 준공검사가 나고 주택등기를 마쳤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계절에 이사를 했다. 부푼 마음과 설레는 기분으로 가재도구를 싣고 꿈에 그리던 농촌으로 낙향을 했다.
그때부터 그는 노년의 떫은맛을 보기 시작했다. 이튿날 동네 이장이 오더니 마을 개발비를 달라고 했다. 뭐지 하면서 얼마냐고 물었다. 300만 원이라고 했다. 뭐 이런 일이 다 있나 하면서 200만 원에 합의를 보았다. 그리고 마을 경로당에 들러 무릎을 꿇고 자기의 모든 신상을 까발려 마을주민이 되는 의식을 치렀다.
농사철이 다가오자 트랙터가 논을 갈아엎었다. 트랙터 큰 바퀴에 끼어 나온 큰 흙덩이들이 농로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었다. 차바퀴에 흙덩이가 끼일까 봐 요리조리 지그재그로 운전을 하다보면 꼭 강아지가 봉 코스를 훈련받는 기분이다.
사정이 생겨 급하게 병원이나 시장을 보러 갈 때에는 농기계들의 운행을 피해 도둑고양이처럼 재빠르게 틈을 보아 다녀와야 했다.
한쪽 외진 곳에 살다 보니 집으로 들어오는 진입로에 못된 사람들이 생활폐기물이나 일반쓰레기를 몰래 버리고 간다. 몇 번을 치웠는데도 계속 그러하니 이제 잡히기만 하면 그냥 두지 않겠다는 악발이 치밀어 오른다.
가뜩이나 마을사람들이 밭에 깐 비닐이나 각종 농약병 같은 것들을 길가에 버리고 가서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거기다 양심없는 자들이 의자나 변기뚜껑 같은 것들을 진입로 좌우 숲에 던지고 가서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선 것이다.
모내기가 끝나고 장마가 시작되었다. 마당에는 잡초들이 본격적으로 올라오고 집안에서 새어나오는 빛 때문에 밤만 되면 날벌레들이 수도 없이 달려들었다. 그와 함께 추녀는 물론 벽면에 이어 현관문 까지 거미가 줄을 쳐서 집 주위조차 마음대로 걸어다닐 수가 없다.
이제 여름이 되었다. 집 옆에 흐르던 계곡물이 시원하게 흘러내릴 때쯤 마을 사람들의 친인척들이 피서를 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목좋은 계곡에다 텐트를 치고 고기를 구워먹으며 노래와 소음을 여름내내 일으켰다.
계곡물이 흐르는 것을 보려고 집을 지었는데 정작 그는 계곡물의 혜택을 전혀 보지 못했다. 그러면서 번번이 계곡을 청소하는 일을 도맡았다. 거기다가 마당과 텃밭에 잡초를 뽑고 채전을 가꾸는 것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어디를 가려고 자동차문을 열고 닫으면 모기가 기습적으로 들어왔다. 운전하는 사이 얼굴이나 발을 물어서 정말 왕짜증이 났다. 파리도 마찬가지다. 차를 세우면 보이지 않다가도 주행을 하면 밉살스럽게 나타나 시야를 어지럽혔다.
여름은 정말 더웠다. 도시는 어디든지 햇빛을 피할 수 있었는데 농촌에는 햇빛을 피할 만한 곳이 거의 없었다. 깊은 산 같으면 몰라도 야산의 나무들에게는 자기들조차 숨 쉬는 것이 버거울 정도로 뙤약볕은 강렬했다. 그럴 때 윙윙거리며 힘겹게 돌아가는 에어컨 실외기 소리가 심란한 마음을 더 요란하게 만든다.
가을이 다가왔다. 겨우 승용차가 지나갈 정도의 폭을 열어두고서 마을 사람들이 농로에다 벼를 길게 널어놓았다. 가끔가다 농기구들이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놓여 있으면 차에서 내려 수고롭게 치워야하는 불편함까지 떠안아야 했다.
그러다 겨울이 오니 이제 난방이 큰일이었다. 마을사람들은 농촌복지차원에서 모두 면세유를 쓰고 있는데 자기만이 농사를 짓지 않으니 그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그러다보니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가 심장의 알피엠을 올렸다 줄였다를 반복시킨다.
드디어 1년을 살았다. 살아 본 결과는 너무 힘든 나날이었다. 기름차를 부르는 것도 택배를 받는 것도 병원을 가는 것도 정말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 패턴으로 다시 내년을 맞이한다 생각하니 겁이 날 정도로 농촌에 정나미가 떨어져버렸다.
이제 집을 내어 놓았다. 딱 1년을 살고 그렇게도 원하던 귀촌으로부터 탈출하려고 하는데 집이 팔리지 않는다. 물론 싸게 내어 놓으면 팔리겠지만 전 재산을 투자하고 거기다가 대출까지 받아 지은 집인데 완전 헐값으로 팔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 상태로 그는 가족들의 끊임없는 원성을 들으며 오늘도 그 집에서 버티고 있다. 내가 그를 만났을 때 그는 정말 죽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마음 한번 잘못 일으킨 대가로 너무 고통스런 결과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그처럼 중생이 고통 받는 이유는 가만히 있던 마음이 움직인 결과로 나타난다. 원인은 움직임이고 결과는 고통이다. 그래서 원문에 결과는 원인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하였다.
한자에 慟통이라는 글자가 있다. 마음 옆에 움직일 동 字가 붙어서 서러워할 통 자가 되었다. 통곡할 때 이 자를 쓴다. 마음이 움직이면 서럽게 울게 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마음을 안 움직이면 고통이 없다는 말인가 몇 번인가 말했지마는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고통이 없다. 하지만 범부는 마음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그것이 문제다. 물이 움직이지 않으면 만상을 다 비춘다. 하지만 바람이 그렇게 두지를 않는 것과 같다.
물은 가만히 있고 싶어도 바람이 움직이도록 만들듯이 중생의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려 해도 무명의 바람이 그냥 두지 않는다. 그렇다면 무명풍이 제일 문제가 아닌가. 바로 그것이다. 이 무명풍을 어떻게 잠재우느냐가 바로 불교 수행의 제일 큰 관건이 된다.
첫댓글 나무아미타불 ~~~~~~~~~~~~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
나무아미타불 _()_
나무아미타불 _()_
나무아미타불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