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 밖 과수원 길을 걷던 유년이 그리워진다.
어버이날을 맞아 고향 친구들이
아카시아 꽃피는 고향 마을에서
불알 친구들의 만남을 가졌다
복사꽃, 능금꽃이 피니
막역지우(莫逆之友) 봄동산 친구들이 보고 싶구나
바람 맑고 햇살고운 의성 춘산 금천의 연초록 신록이 손짓한다.
보고픈 얼굴을 만나는 날
하늘이 축복한다.
햇살은 따뜻 미풍으로 살랑,
초록 산야는 전원교향곡 연주
향긋한 풀 냄새가 실바람타고 솔솔
과수원에는 한얀 눈꽃을 덮어쓴 능금꽃이 활짝 펴다
동구 밖 과수원 길에 아카시아꽃이 활짝 반기고
하얀 꽃 이이파리 눈송이처럼 휘나리네
눈꽃을 바라보며 꿀벌의 붕붕 소리가 난다
초여름의 싱그러운 바람에 신록이 춤을 추고
냇가 둑에는 민들레가 노란 웃음을 웃고
애기 똥풀이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에 산바람에 노란 손수건을 흔들어 반긴다.
찬란한 햇살이 따사롭게 환한 웃음으로 지켜보고,
지나는 길의 모든 것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온화한 미풍
하릴없이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속에서 가물거리는 초여름의 풍경
미수(美壽)의 나이에 중학동기가 보고 싶어
고향의 향기를 꿈꾸며
얼굴은 늙은이, 머리는 흰 눈을 덮어 쓰고
잔득 치장을 하고 멋을 부려본다.
늙은 주름살은 감추지 못한다.
무엇이 즐거운지 낄낄 거린다
손꼽 친구들의 60년전의 추억에
얼굴을 붉히며 둘이서 말없이
얼굴 마주 보며 생긋 생긋
내 마음의 아름다운 고향이 향수로 다가온다.
가슴 설레이고 떨림이 그리움으로 빙그네 웃는다.
삶의 흔적에는 햇빛이 옹기종기 담겨 있다.
여중생시절 얼굴에 복숭아털이 보송보송 빨간 앵두 얼굴
봉긋한 유방은 풋익은 두 알의 복숭아처럼 탱탱하고 야무졌다
부끄러워 말 한마디 건너지 못한 아쉬움을 나눈다.
유취(乳臭)가 나는 듯한 몽롱한 체취
숫총각들의 가슴을 두근두근 향기에 취해 정신이 몽롱해 던 시절
꿈결 같은 그리움으로 남는다.
마음에 영원히 남는 아름다운
세월은 추억 속에 잠들고 사랑은 흘러간 세월 속에 묻혀가고
그리워지고 회환이 된다.
추억을 가끔씩 햇빛 쬐이듯 꺼내서 토닥인다.
햇살 가득한 향기로운 뜨락 고향 마을
평안함과 아늑함이 은혜와 감사가 넘친다
앞산 봉우리로 떠오르는 해가 밝고 맑다
먼 산은 봉우리 봉우리 문필봉이요.
생명의 젖줄 샛강이 유유히 흐른다.
바람 맑고 달빛 고운 마을에 비단천이 흐른다.
고즈넉한 멋을 품는 삶이 익어간다
늙은이가 되어 부끄럼도 없이
한잔에 취해 볼이 붉게 불탄다.
옛 이야기를 나누며, 손꼽친구들 때 쓰던 욕도 한번 해보고
손도 한번 잡아 본다.
잠든 추억을 토닥인다
지나간 자리엔 아름다운 추억이 남아 웃고 있다.
건강하게 살고 있으니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가?
서로 보듬어 안아주고 마음깊이 위로하며 공감하며 지난 추억을 안주 삼아 소주잔을 기울인다.
빛 속에 혼자 걷는 것 보다 어둠 속을 동기들과 사랑이와 함께 걷는 것이 낫다
인간의 소중함을 깨우치는 시간이다
남은 날이 얼마인가?
늙지 말고 아름답게 살자
스스로의 삶을 위로하며 격려하며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자
고향의 봄을 흥얼거린다.
과수원길 노래를 허밍 한다.
아름다운 하루를 따사로운 햇살이 지켜보고 있다.
모두모두 건강을 빈다.
동구밖 과수원길/ 아카시아꽃이 활짝 폈네
하얀 꽃 이이파리/ 눈송이처럼 나알리네
향긋한 꽃냄새가/ 실바람타고 솔솔
둘이서 말이없네/ 얼굴 마주 보며 생긋
아카시아꽃 하얗게 핀/ 먼 옛날의 과수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