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유의 시와 그림
왕유의 그림 이야기를 조금 더 하겠습니다.
이사훈의 필법도 아니고, 오도자의 필법도 아닌 왕유의 필법이라고, 명말의 동기창이 말했다. 동기창은 왕유를 문인화의 시조라고 말하였다. 왕유의 그림은 평원 구도이다. (평원 — 눈 높이에서 저 멀리 바라보고, 보이는 풍경을 그린 구도를 말한다.) 왕유의 그림은 웅장한 경치를 그린 것이 아니고, 숲속의 작은 경치라고 해야할까. 내 주위의 친밀한 모습을 즐겨 그렸다.(그의 시도 작은 경치를 서정적으로 노래한다.)
왕유의 그림을 보고 소동파는 畵中有詩, 詩中有畵라고 했다. 이 말은 중국의 유명한 문예이론이 되어 있다. 왕유의 시를 보면 그의 그림을 느낄 수 있다. ‘종남산’이라는 시를 보자.
종남산 태을봉은 하늘에 닿아있고
산들은 이어서 바다에 이르렀네
가다가 돌아보면 흰구름 합해지고
안개 속에 들어가면 아무 것도 볼 수 없네
들의 경계는 주봉 따라 변하고
흐렸다. 개었다. 골짜기마다 다르네
사람 사는 곳에서 쉬어 가려고
물 건너 나무꾼에게 소리쳐서 물어보네
*종남산은 영남대 한문학과 이장우 교수와 서안 여행에서, 중국 시가에 많이 나오는 산이라 하여 일부러 찾아가 보았습니다. 우리의 팔공산 정도였는데, 우리가 있는 쪽(서안쪽은 관중이고, 선 너머는 한중지역이라고 하였습니다. 절도 있었지만, 도교 사원이 많았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당나라 때는 왕유의 그림을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 새로운 형식의 그림이었기 때문이라 한다. 예술에서 새로운 형식이 나타나면,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재평가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때까지는 별 볼 일 없는 예술가로 살아야 한다.
첫댓글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