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네 은행을 찾았습니다. 제가 급하게 쓸 일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은행을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오늘도 그랬습니다. 그래도 돈을 맡기러 갈 경우에는 그런대로 사람취급을 받는 것 같지만 반대의 경우는 그렇지 않습니다. 은행은 고객이 돈을 맡기고 그 돈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먹고 사는 조직입니다. 예대마진 즉 예금과 대출의 이윤 차이로 운영되는 조직입니다. 고객이 맡긴 돈의 이자보다 돈을 대출하면서 남기는 이득이 많으면 많을수록 유능한 은행으로 살아남게 됩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고객의 돈은 오랫동안 은행에 머물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수시로 빼가면 상대적으로 은행입장에서는 손해를 본다고 여길 것입니다. 그래서 돈을 맡기는 사람에 비해 돈을 찾는 사람에게 대하는 그 태도가 확연히 다른 것도 현실입니다. 내가 맡긴 돈을 찾아가는데 왜 은행의 눈치를 봐야 할까요. 은행 창구마다 담당자의 이름이 붙어져 있어 대놓고 험한 짓은 일어나지 않지만 어느 정도 눈치가 있는 사람들이면 모두 그런 마음이 들 것으로 판단됩니다. 특히 돈을 찾을 때는 유독 이런 저런 찾는 돈의 사용처를 묻습니다. 보이스피싱 등의 피해를 막는다고 하지만 일종의 심적 불편함을 줘서 돈을 덜 찾게 하려는 꼼수가 작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합니다.또한 한 번 돈을 찾으면 다시는 그 은행과는 거래를 하고 싶지 않다는 강한 의지가 발동하기도 합니다. 저금하기위해 오는 사람이나 돈을 찾아가는 사람들을 비슷하게 대해주면 앞으로 여윳돈이 생기면 친절한 은행을 찾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아니겠나 생각합니다.
며칠전 한국에는 중폭의 개각이 이뤄졌습니다. 1년 2개월만에 특정 부처에서는 장관이 바뀌었습니다. 개각은 주로 국면전환용으로 사용됩니다. 최고권력자의 의중대로 특정부서가 움직여지지 않거나 특정 사안이 예상치않게 발생해 국민 상당수의 불만을 자아낼 때 꺼내드는 카드이기도 합니다. 개각은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 특정인을 특정부처 수장에 앉히면 앞으로 대통령의 의중을 잘 파악하고 국가의 발전을 위한 정책을 펼칠 것이라 판단했지만 생각보다 그렇지 않았을 경우가 포함됩니다.또한 특별한 하자는 없지만 더욱 나은 정책과 더욱 과감한 정책을 펼치기 위해 부득이 개각을 단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이번 개각이 어떤 이유에서 감행됐는지 구체적으로 잘 알지를 못합니다. 그냥 여기저기 들어서 판단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개각대상에 포함된 장관의 경우 매우 암담할 것입니다. 대통령 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어떤 사람은 한번 기용한 장관을 임기 마지막까지 함께 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떤 대통령의 경우에는 그 개각카드를 자주 꺼내드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현재 대통령은 어느 종류의 인물인지는 저는 잘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인사문제에 있어 나름 철학이 있기에 뭔가 더 나은 한국을 위해 음참마속의 심정으로 개각대상에 넣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경제 부처와 법무부 국방부 등이 그럴 것입니다.
안그래도 지금 대통령과 정부는 부동산 투기세력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가와 관련해 이런 저런 곤란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경제 문제 특히 부동산과 주식은 해당 국민들에게는 그야말로 목숨줄이 걸린 사는 사안입니다. 부동산 투기세력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집값이 떨어지는 것을 좋아라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특히 세입자들의 경우 갑자기 전세값이나 월세값이 오르면 정말 난감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부동산 정책이 훌륭하고 한국의 앞날을 위해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해도 당장 내 지갑에서 돈이 더 나가가는 것을 즐길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는 중산층입장에서 월세값 전세값 상승은 치명적인 피곤함을 주기 때문입니다. 주식도 마찬가지입니다. 2천이었던 주가지수가 3천 4천 5천 6천 7천 8천 9천까지 한꺼번에 오르는데 나는 주식과 무관하다고 낮잠을 자는 국민이 어디 있겠습니까. 은행의 적금을 깨고 그 돈으로 주식에 투자하는 국민이 상당수였을 것입니다. 주가가 오르는 것을 흐뭇하게 바라보았을 경제부처 관련자들은 주가가 급락할때 그 피눈물나는 투자자들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미리 파악해 대책 마련을 해 놓아야 했습니다. 마냥 오를 줄 알았다면 무능하거나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법무부장관도 이런 저런 사안으로 피곤했을 것입니다. 검찰개혁을 둘러싸고 엄청난 저항은 이미 예견되어 있었던 일입니다. 이래도 난리 저래도 난리인 것이 지금 한국의 현실입니다. 기득권과 내란세력들이 엄청나게 저항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을 것입니다. 국방부도 같은 상황입니다. 국방부장관은 한국 역사상 첫 비군인출신입니다. 그래서 기대와 함께 우려가 함께 한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검찰조직만큼이나 한국의 군인조직의 저항도 벌써 예측된 것입니다. 게다가 미국은 주한미군문제를 비롯해 전작권사안들로 한국의 목을 누르는 형국입니다. 그런 엄중한 시절에 능동적으로 대처를 못했다고 최고권력자는 판단했을 지도 모릅니다.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초대 법무부장관과 국방부장관 그리고 경제부처 장관들을 지명할 때 얼마나 심사숙고했겠습니까. 정말 한국의 대단히 유능한 인재를 앉혀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어 나라를 더욱 힘차고 강하고 부흥하게 만들고 싶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당이라는 민주당은 이런 저런 갈등으로 정부의 정책을 제대로 밀어주지 못하고 정부 내부에서도 이런 저런 사안으로 결정된 정책도 힘차게 밀고 가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 최고 권력자는 개각이라는 카드를 꺼집어 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개각을 하는 가운데서도 어느 정도 예의는 지켜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앞에 은행의 경우를 든 것입니다. 자리에 앉힐 때는 이런 저런 좋은 얼굴로 대하지만 떠나 보낼 때는 어떠했을까 과연 예의를 지켰을까 궁금증이 생기게 됩니다. 물론 대통령은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하고 더 좋은 자리를 만들어 모시겠다는 말을 했겠지만 해당 장관은 참으로 섭섭할 것입니다. 은행 창구 직원이 고객과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그런 태도처럼 말입니다. 철의 여인이라고 불렸던 영국의 대처 수상은 냉정하기로 유명한 정치가입니다. 그래도 개각후에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전임 각료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격려했다는 이야기가 숨은 에피소드처럼 전해집니다. 각료로 부릴 때는 과감하고 냉정하게 대하지만 떠나는 각료들에게는 따뜻한 태도와 마음으로 보내줄 필요는 당연히 존재합니다.
오늘 은행 창구에 느꼈던 심정으로 최근 개각의 상황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비슷한 상황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자리를 떠나는 사람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대하는 것과 냉정하게 대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저도 퇴직이라는 아픔을 여러번 겪었지만 그럴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회사에서는 왜 떠나보내야 하는지 상대의 심정을 헤아리며 설명하는 곳이 있는 반면에 그냥 책상을 빼면서 나가라고 하는 직장도 존재했습니다. 회사 정문을 나서면서 정말 극과 극의 심정이 생기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한번 만난 사람을 어떻게 떠나 보내느냐가 얼마나 중요한지 더욱 느끼게 됩니다.
2026년 9월 2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